MZ세대는 순간에 과몰입한다
‘집중력’은 MZ세대와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잊을 만하면 뉴스에서는 MZ세대의 짧은 집중력을 문제로 다루고, MZ세대 본인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집중력 부족을 자처한다.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2017년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Z세대의 평균 집중력은 8초다. 충격적인 동시에 공감이 갔다. 언제부턴가 나도 영화관에 가는 게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1시간이 넘는 긴 상영시간 동안 하나의 콘텐츠에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장편소설 한 권을 완독한 지도 꽤 오래됐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각종 콘텐츠의 길이도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SNS인 틱톡은 15초에서 5분 길이의 짧은 영상을 제작·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이들은 2시간짜리 영화 한 편을 보는 대신 15초짜리 틱톡 영상 480개를 본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도 하이라이트 부분만 잘라서 모아 놓은 짧은 클립 영상으로 소비한다. TV 앞에 가만히 앉아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대신 중요한 부분만 골라 보고, 그마저도 1.5배속으로 빠르게 본다.
“우리 ○○○ 과몰입 토론 하자”
이런 MZ세대를 대표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과몰입’이다. MZ세대 사이에서 무언가 유행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그것에 과몰입한 사람들이 나타난다. 드라마에 과몰입한 이들은 드라마를 시청만 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속 장면을 짜깁기해 결말을 바꾸는등 기존 드라마에 자신의 해석을 담아 2차 창작물까지 만든다.
내 주변엔 지난해 하반기 큰 화제였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과몰입한 친구들이 많았다. 이 중엔 방송 출연진이 나오는 콘서트를 다녀온 친구, 취미로 춤을 배우기시작한 친구, 패션 스타일이 댄서처럼 바뀐 친구도 있다. TV 프로그램 하나에 영향을 받아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콘텐츠뿐만 아니라 MZ세대는 좋아하는 모든 것에 과몰입한다. MBTI에 과몰입한 이들은 눈에 ‘MBTI 렌즈’를 낀 채 세상을 본다. 친구와 갈등이 생겼을 때도 MBTI 궁합이 잘 맞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 해석하고, 입시·입사용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MBTI를 활용해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묘사한다.
음식에 과몰입한 이들은 음식 취향에 따라 집단을 나누기도 한다. ‘민초파(민트 초코를 좋아하는 사람들) vs 반민초파’가 그 예다.
이들에게 과몰입은 일종의 놀이다. 특정 대상에 과몰입하고 함께 과몰입한 사람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며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짧지만 깊게, 순간에 과몰입하는 MZ세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과몰입 토론’ 문화다. 누군가 소설·드라마·영화 등 좋아하는 작품 하나를 정해서 “우리 ○○○ 과몰입 토론 하자”와 같은 게시물을 올리면 토론이 시작된다. 그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작품의 의미, 상징성, 등장인물의 속마음 등 각자 작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누며 작품을 더 깊게 즐기는 것이다. 인기 있는 작품은 몇시간 만에 댓글이 1000개 이상 달릴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그들은 해당 게시물 안에서 짧고 깊게 몰입한 뒤, 토론을 종료함과 동시에 다른 일상을 살러 떠난다.
[짧은 집중력으로 과몰입하기]
올해 30대 중반이 된 나는 위의 두 가지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 집중력이 부족해 10분짜리 유튜브 영상 한 편을 보려면 열 번쯤멈추는 동시에 특정 대상에 꽂히면 밤새 디깅(digging, 한글로직역하면 ‘발굴’이라는 뜻. 요즘엔 의미 있는 분야의 정보를 얻기 위해 이것저것 검색해보는 일을 의미함)을 할 만큼 과몰입하기도 한다. 대체 그 짧은 집중력으로 어떻게 과몰입을 하는 건지나조차도 신기할 때가 많다.
‘집중력 부족’과 ‘과몰입’. 왜 한 사람, 한 세대 안에서 모순적인두 가지 특징이 동시에 나타나는 걸까. 이 질문에 10대 틱톡 크리에이터는 ‘집중력의 깊이’를 언급했다. 콘텐츠가 길어지면 중간에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짧은 시간일지라도 깊이 있게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덧붙였다. 실제로 15초짜리 짧은 영상을 몰입감 있게 만들고자 이들이 들이는 공은 상상을 초월했다. 더빙 상황극(직접 촬영한 영상에 드라마나 영화의 음성만 따서 덧입힌 짧은 영상)을 예로 들면 이들은 원작 콘텐츠의 캐릭터를 분석하고, 적절한 의상과 소품을 구하고, 구할 수 없는 경우 직접 만들기까지 하며 꼬박 며칠을 투자한다.
“왜 그렇게까지 하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그래야 짧은 시간에 빠르게 과몰입할 수 있으니까요. 몰입이 안되면 재미가 없잖아요.”
MZ세대는 집중력이 없는 게 아니다. 다만 자신이 원하는 상황을 선택해 짧고 굵게 그 집중력을 사용할 뿐이다. MZ세대는MBTI가 같거나 음식 취향이 같은 사람에게 금방 호감과 소속감을 느낀다. 하지만 해당 주제로 대화하는 순간에만 국한될 뿐 주제가 바뀌는 순간 연대감도 과몰입도 종료된다. 이것이 MZ세대식 소통법이다.
글 김혜원(트렌드 미디어 ‘캐릿’ 에디터)
첫댓글 근자에 와서 세대세대하는데
제생각엔 편 가르기인듯 ^^
왜들 네편 내편 하는지 ......
성향이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니까요. 이해 차원에서 알아둘 필요는 있을 듯해요^^
@바람숲 전 금붕어님 말씀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