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약(ktx) 근처 아파트 알아보고 있습니다.
매물 2억 1천에 계약금 1천 5백만원.
2024년 입주 예정인 모 아파트입니다.
저와 와이프가 함께 모은 돈 + 주담대로 감당 가능한 금액이더군요.
아마 이번주에 내려가서 계약할 것 같습니다.
출퇴근은 ktx로 할 예정입니다.
예상 시간은 집에서 나와서 1시간~1시간 30분 소요.
길에서 매일 2~3시간 가량 보내야 하지만 이렇게 해야 집 장만이 가능하더군요.
돌이켜보니 제 아버지도 저와 비슷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25년 전, 평창동에서 강남 쪽으로 출퇴근하느라 매일 2~3시간을 길에서 보내셨죠.
그리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아파트를 장만하셨었구요(당시 서울에선 평창동이 아파트 가격이 쌌습니다).
지방으로 눈을 돌리니 ktx라는 인프라를 타고 출퇴근을 할 경우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거리에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의 아파트가 많더군요.
이걸 왜 이제서야 알아봤는지 후회가 될 정도입니다. ㅠㅠ
지금 가진 빌라를 팔아야 하는 과제가 남긴 했는데, 어쨌든 중소기업 재직 중인 저와 와이프의 수입으로 감당할 수 집이 수도권 바깥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웃긴게 '서울'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절대 명제(제가 그 동안 갖고 있던)를 포기하니 갑자기 선택지가 확 넓어지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점점 늙어가는 부모님이 살고계신 지역과도 가까워진다는 점도 컸고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은 실정 맞습니다. 맞고요.
그것이 일부의 사다리를 걷어찬 것, 특히 고소득자이면서 서울의 아파트를 대출 끼고 살 수 있었던 실소유자 분들(아마도 상위 10~20%)의 사다리를 걷어찬 것도 팩트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의 사다리냐고 한다면 전 아닌 것 같습니다.
서울의 빌라, 지방의 아파트, 그리고 저소득층에게는 각종 공공 분양 물량들이 늘어서 있네요.
그리고 3기 신도시 중 3~4억은 확실히 맞벌이 직장인들은 노려볼만하고요.
서울, 수도권이라는 직장 뿐만 아니라 문화적 인프라도 풍부한 글로벌 메가시티에 살고자 하는 이들, 특히 아파트 거주를 선망하는 이들의 사다리가 걷어 차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의 분노 이해합니다. 어떻게 3~4억, 심지어 5억 정도도 급여 수준이 높은 맞벌이 부부라면 이자 비용 감당이 가능하니 내집이 될 수 있었지요.
하지만 그게 10억 정도로 뛰어 버리면서 '서울' 혹은 교통이 좋은 '수도권'의 '아파트'라는 최적의 내집 목표가 무산되었으니 얼마나 화가 났겠습니까.
하지만 그렇게 서울, 수도권의 아파트 꿈을 꿀 수 있는 분들이 이 세상엔 절대 다수가 아니라 인구수로 보면 소수, 상위 10~20% 정도라는 게 우리의 현실에 가깝습니다.
그 분들의 사다리는 걷어 차인게 맞습니다.
하지만 모두는 아니죠.
모두가 서울 수도권의 교통 요지의 아파트에선 살 수 없습니다.
그 꿈은 문재인 정부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모두의 꿈이 될 순 없었습니다.
전 지금 꿈의 포기를 말하는게 아닙니다.
'서울'의 아파트에만 집착하느라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좋은 매물을 뒤늦게 발견한 제 어리석음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는 겁니다(왜 나는 그때 그 시점에 무리해서라도 서울 아파트를 사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물론 일어나고요).
왜 나는 그토록 신혼 초부터 서울살이만 고집했던 걸까...
그게 프레임이라는 것이겠지요.
아마 제 생각에, 이미 우리가 글로벌 톱 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현실이 된 아시아의 뉴욕, 서울은 인구의 상위 10~20%의 거주지가 되면서 계속 높은 집값을 유지하며 여러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서울은 다른 글로벌 메가시티들처럼 높은 장벽(집값)을 두르겠지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앞으로는 서울이라는 꿈 대신 다른 꿈을 꾸는 사람도 이번을 계기로 늘어나지 않을까요?
적어도 부모 세대의 아파트 신화는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 초저출산 대한민국에선 서울 입성이 여전히 우리의 사다리 끝 별로 남아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우리가 지금 사다리 끝에 놓은 '서울 아파트'는 과연 모두의 신화가 될 자격이 있는 것일까요?
전 이제야말로 그 사다리가 '모두'의 사다리가 아니라 '각자'의 사다리로 변화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모두가 나름의, 실현 가능한, 행복을 향한 사다리를 꿈꾸고 만들 수 있는 사회가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고요.
분명 정부의 정책도 문제지만 부동산 카페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모두 반쯤 미쳐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집값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반칙과 불법도 서슴치 않고 작전세력, 투기세력의 일부가 되기도 한 현실도 엄연합니다.
저는 우리가 서울 찬가를 부르며 서울의 아파트 래미안, 푸르지오, 더샵 이름만으로도 프리미엄이 몇억 붙는 아파트를 꿈꾸고 살면서 그 사다리가 유일한 것으로 여기는 것 자체가 훗날 돌아보면 비정상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대면 근무의 확산, 교통망의 확장, 그리고 교통과 통신 수단의 부단한 혁신, 주4일제 등 점점 바뀌는 삶의 형태 속에서도 여전히 서울의 아파트가 최상위 사다리단으로 남을 거라고 여기는 분들은 아마 그런 꿈을 성취하기 위한 삶을 살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전 이제 그 꿈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이제서야 긴 미몽에서 깨어난 기분이 드네요.
서울에서 태어나 지방을 전전하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온 긴긴 세월동안 제게도 서울, 그리고 아파트는 꿈이고 사다리의 끝단이었습니다.
근데, 이제 그 꿈 깨렵니다.
전세 입주할 때 4억이었던 집이 8억이 된 현실 속에서 전 다른 선택을 해보려고 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글을 길게 썼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치 문재인 정부가 우리 모두가, 우리가 원하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서울 혹은 수도권에 위치한 아파트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은 그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저는 판단했습니다.
이미 글로벌 메가 시티가 되고 부자가 넘쳐나는 대한민국에서 집값은 떨어질 일이 별로 없다는 인식과 더불어 말이죠(전 집값 폭락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매우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저 같은 사람이 앞으로는 많이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 아파트라는 꿈에서 벗어날 사람들이요.
*이 글은 절대, 네버, 앞으로 서울의 아파트를 장만하고자 노력하는 분들을 비난, 비판할 생각으로 쓰인 것이 아닙니다. 그저, 그 꿈이 우리의 유일한 것이 되어선 안된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쓴 글입니다. 사실 제가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고요. ㅠㅠ
그냥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에 쓴 글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빨리 제게 맞는 사다리 대안을 찾아야 될 것 같네요. 화만 내고 있었구나 싶은 생각입니다. 모친을 설득해서 오송을 가야되나도 생각해보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지방살이도 좋습니다. 직장이 제일 문제죠. 양질의 일자리가 지방으로 와야된다고 생각해요. 은근 수도권 사시는 분들은 대부분 수도권떠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저도 서울에 집이 있지만 직장을 전주로 옮기고 단독주택 2층 3룸을 단독으로 쓰고 있습니다. 월세는 25만원이구요. 물론 연식이 된 집이지만 약 2년 전주에서 살다보니 많은 생각을 들게 하더군요. 양질의 직장이 지방에 많이 생겨서 지방이 활성화됬으면 좋겠어요. 물론 투기세력을 칼로 잡아야하는게 먼저구요..
몇년전까지 강남은 힘들더라도 서울 변두리라도 아파트에 산다는게 이제는 그것조차도 상류층이나 가능한 일반 서민들에게는 이루어질수없는 꿈처럼 되어버렸다는 건 분명히 현정부 정책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관적 느끼기에 서울 아파트 사는게 점점 상류층이 되어버리는 일종의 계층화가 되어버린듯한 느낌입니다. 그렇게 욕을 먹던 이명박 박근혜 시절에도 안그래도 되었던 상황이 왜 현 정부에서는 이렇게 어쩔수없이 가치관과 패러다임을 바꿔야만 하는지 말입니다.
제가 오송에서 여의도로 ktx타고 1년간 출근했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공감가는글 잘 읽었습니다.
항상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