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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대 호주 경기후기
어젯밤에 있었던 아르헨티나 경기를 본 소감을 짧게 정리하고자 합니다. 아르헨티나와 호주는 그 농구의 수준 자체가 달랐음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올림픽이 열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호주는 이번 올림픽에서 큰 돌풍을 몰고 올 팀으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앤드류 보것이라는 NBA의 수준급 센터와 데이빗 앤더슨이라는 유로 리그를 정복한 파워 포워드, 그리고 많은 NBA 팀들의 군침을 삼키게 하는 포인트 가드 패트릭 밀스, 그리고 호주의 지노빌리라 불리는 브랫 뉼리 등, 호주 선수들은 사이즈나 운동능력, 기량 면에서 세계의 어느 팀과도 해볼 만한 팀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이후, 세대교체에 실패하면서 주전들의 평균나이가 30인 팀이 됐습니다. 그리고 오베어토를 백업해줄 만한 빅맨이 없는데다가, NBA급 포인트 가드인 페페 산체스까지 부상으로 팀에 합류하지를 못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FIBA 랭킹 2위이자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인 아르헨티나는 역시 아르헨티나였습니다.
1쿼터 시작하자마자, 스콜라(17점, 7리바운드)는 수비와 공격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첫 15점중 혼자서 13점을 득점했습니다. 스콜라는 훅슛, 턴어라운드 점퍼, 전광석화와 같은 피봇 동작을 관중들에게 선사하며, 그야말로 현란한 몸동작으로 호주의 빅맨들을 농락했습니다. 화가 난 호주선수들이 스콜라에게 거친 파울을 해대기 시작했는데도, 스콜라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유투 라인에 가 서서 차곡차곡 점수차를 벌려 나갔습니다. 스콜라 뿐 아니라 오베어토(12점, 4리바운드)도 센스있는 패스와 받아먹기로 맹활약을 했습니다. 전반에만 이미 19점차로 앞서 나가기 시작한 아르헨티나의 패싱라인을 끊는 수비와 노련하고 조직적인 공격력 앞에, 호주 선수들 대부분은 이미 전의를 상실해버렸고, 데이빗 앤더슨(10점)과 브랫 뉼리(11점)만이 그나마 공격에서 어느 정도의 활약을 해줬습니다. 안드레이 노시오니(6점, 8리바운드)는 에이스 스타퍼로서 좋은 활약을 했습니다. 특히 보것이나 크리스 앤스티와 같은 NBA 출신 빅맨들의 공격시에 헬핑을 잘 들어왔으며, 리바운드와 허슬에서도 S급 파워 포워드 수준의 터프함과 힘을 보여줬습니다. 2쿼터에 지노빌리가 벤치에서 많이 쉬었는데,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추격을 개시한 호주의 반격으로 전반은 10점차로 아르헨티나가 앞선 채 끝났습니다. 후반전 들자마자, 지노빌리와 델피노의 패싱게임이 살아났습니다. 지노빌리는 끊임없이 파울을 얻어내어 자유투로 득점함으로써 호주 수비수들을 짜증나게 만들었고, 포인트 가드를 보던 델피노(14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는 시기적절한 패스와 돌파, 삼점슛을 섞어가며, 주전 포인트 가드 페페 산체스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꿨습니다. 점수차는 다시 급속도로 벌어지기 시작했고, 호주 선수들의 눈에는 패배감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4쿼터는 "마누 타임"이었습니다. 패트릭 밀스(22점)를 중심으로 마지막 총공격에 나선 호주의 반격은 매서웠습니다. 안정권에 있던 점수차가 10점 정도로 줄어들며 위협을 받을 때마다, 이 점수차를 다시 벌려놓은 선수는 바로 지노빌리였습니다. 묘기에 가까운 어시스트와 삼점슛, 돌파 레이업을 자유자재로 섞어가며, 지노빌리는 호주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4분을 남기고,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자 지노빌리는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벤치로 들어갔는데, 그 틈을 이용해서 호주가 13점차까지 점수를 좁혔습니다. 그러자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다시 투입되어야 했던 지노빌리는, 코트에 들어서자마자 혼자서 8득점,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호주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 놓았습니다. 지노빌리는 33분을 뛰었고, 50%의 야투율과 100%의 자유투율 (8-8), 그리고 21득점, 5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85 대 68, 아르헨티나의 완승으로 경기는 끝이 났습니다.
이제 2패를 안은 호주는 8강 라운드에 들어가기가 무척이나 힘들게 됐고, 대 리투아니아전에서 막판에 리나스 클라이자의 버저비터로 뼈아픈 1패를 당한 아르헨티나는 그들이 왜 올림픽 챔피언인지를 이 경기를 통해 여실히 보여줄 수가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 팀의 경기를 보면, 마치 2000년대 중반기 스퍼스의 전성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세르지오 헤르난데스 감독은 포포비치 감독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특히, 상대팀이 전력을 올리려 하는 타이밍이나, 아르헨티나가 스스로의 자책 같은 것을 범했을 시에, 여지없이 타임을 불러서 흐름을 재조정하는 점이 영락없는 포포비치 감독입니다. 평상시 주안점을 두는 훈련도 팀플레이라고 합니다. 특히 수비에서의 조직적이고 유기적인 움직임을 많이 강조하는 감독입니다. 아르헨티나는 선수 구성을 봐도 스퍼스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스콜라가 판박이 덩컨의 역할을 하고, 델피노가 파커, 노시오니는 보웬의 역할을 하거든요. 톱니바퀴가 물려가듯이 완벽하게 하나의 팀이 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거의 예술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지노빌리와 스콜라는 정말이지 서로 안 쳐다보고 감각으로만 2대2 픽앤롤 경기를 펼칩니다. 서로 눈도 맞추지 않고 픽앤롤을 해대니 상대 수비수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 스퍼스 팀에 이 스콜라나 노시오니, 둘 중 하나만 있었다면, 앞으로도 한 4~5년 간은 왕조시대가 이어졌을 것이라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씁쓸하더군요. 현재의 아르헨티나 팀의 전력이나 경기 운영능력을 보면, 충분히 올림픽 2연패를 할 만한 수준입니다. 미국의 리딤팀이나 스페인을 토너먼트의 어디쯤에서 만나느냐에 따라 그들의 메달 색깔이 결정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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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tv중계떄도 느꼈지만 아르헨티나 여성 선수들중에 아름다운 분들이..
아르헨티나 팀에 미인들 마않지요...
평가전보면서도 생각했지만 호주는 뉼리의 활용도가 생각보다 너무 적습니다.아르헨전에서 뉼리를 제대로 활용했다면 그리고 브루턴-밀스의 단신 투가드 시스템같은 도박을 하지만 않았더라도 아르헨을 이기진 못하더라도 더 좋은 경기를 했을 겁니다.사실상 몸상태가 정상이 아닌 마누라지만 3쿼터 단신 투가드 활용하기 전까지 마누를 8득점으로 수비에서 묶은 것은 뉼리입니다.분명 마누를 뉼리가 어느정도 제어한 건 사실입니다.2쿼터 클러치 타임에서도 뉼리가 넣어서 10점차까지 좁혔고.스퍼스에서 늘 생각하지만 뉼리를 데려왔으면 했는데 뭐 휴스턴이 땡잡았다고
뉼리는 대성할 겁니다. 사이즈, 운동능력, 재능, 근성.... 다 갖춘 어린 선수죠. 지노빌리와 같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생각합니다.원래 뉼리의 nbl 시절에 경기 비디오 테이프를 달라고 할 정도로 스퍼스도 관심이 컸는데.......밀스는 흔하디 흔한 단신 듀얼가드고.nba에서 성공가능성은 이번 올림픽 보고 느끼는 거지만 계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선수입니다.그리고 잉글스의 활용도또한 너무 없죠.마누는 몸상태가 정상은 아닌 것처럼 보이기는 했습니다.확실히 움직임이 그 특유의 마누의 리듬이랄까요?그런 맛은 없어보였습니다.하지만 역시 마누는 마누이기는 했죠.^^
현재 마누의 몸상태는 한 85% 정도까지 끌어 올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의 몸상태만 됐었더라도, 지난 시즌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의 향방은 달라질 수 있었을 겁니다. 올림픽에서도 예전과는 달리 몸을 사리는 플레이들이 나오는 걸 보니, 이제 마누도 정신을 좀 차린 것 같습니다.^^;;)
/방문/ 이거.. 스콜라 뉼리까지.. 휴스턴이....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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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팀에 샘 맥키넌이 있었다면, 조금이나마 갈등이 됐을텐데.... 맥키넌이 없으므로 무조건 아르헨티나만 응원할 겁니다. 지노빌리가 없어도 저는 아르헨티나팀의 팀 색깔이 좋습니다. 거기에다 스콜라도 있고.... 옛날부터 미국팀에는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르헨티나와 리투아니아를 응원할까 합니다.
(방문) 스콜라가 아쉬우시겠지만... 저기.. 지노빌리가 휴스턴으로 와도 스콜라-지노빌리의 눈부신 픽앤롤 볼 수 있을텐데요.... 그러면 기꺼이 아테스트나 베티에 + 알파도 드릴수 있습니다만....(돌은 던지지 마세요...)
그것도 좋은 생각이십니다.^^ 저는 이 둘의 픽앤롤이 NBA에서도 먹혀드는 모습을 보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노빌리가 휴스턴으로 가면 포지션이나 역할이 티맥과 너무 겹칠텐데요...-_-;;
할 수 없죠... 티맥이 피펜이 되던가 해야죵....^^
이전의 다이아몬드볼 때의 경기들을 다운 받아서 봤는데, 득점이 필요할 때에는 스콜라를 많이 이용하고, 중요한 순간에는 마누가 역할을 맡고, 스콜라와 마누가 나가 있을 때에는 델피노가 득점원 역할을 해주더군요. 마누 - 스콜라, 마누 - 오베르토의 플레이가 좋더군요. 올림픽 경기는 못보고 있어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참, 닥터제이님. 아르헨티나의 포인트가드를 맡고 있는 선수는 어떤 선수인가요?
파블로 프리지오니는 그동안 페페 산체스의 그늘에 가려져있던 훌륭한 포인트가드입니다. 작년에 유로리그의 어시스트왕을 먹었을 정도로,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뛰어납니다. 나이는 31세고, 온갖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라, 큰 경기에서 더 빛을 볼 겁니다. 아직까지는 지노빌리와 델피노가 잘해주고 있어서, 이 선수가 별다른 활약을 보여줄 필요가 없었는데요... 스페인이나 미국과 같이 포인트가드가 좋은 강팀을 만나면 진가가 발휘될 겁니다.
그렇군요. 이전 경기에서는 별 활약이 없어서 어떤 선순지 궁금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운 스콜라 ㅠㅠ 그리고 델피노 ㅠㅠ 오베르토형 여기서라도 리바운도 좀 많이해줘!!
오늘 Croatia와의 경기에서도 이 NBA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을 하며 77 대 53의 완승을 이끌어 냈습니다. 마누가 14점 8어시스트, 노시오니가 18점 7리바운드, 델피노가 15점 5리바운드, 스콜라가 12점 3리바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