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혁신과 민족 개조(改造) -도산 안창호- ※ 유럽 대전이 휴전되자 이곳에서 기하지 않고 이와 같이 일석(一席)에 상면을 얻게 됨을 무한히 기뻐하는 바입니다. 우리 민족의 수는 2천만, 우리 민족의 역사는 4천년, 국토는 3천리, 전 세계의 국별(國別)로 비해 본다면 적은 수도 아니요,작은 국토도 아닙니다. 역사로는 동양에서 제2입니다. 이런 오랜 역사엔 찬란한 페이지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난 경술국치(庚戌國恥)로 금일 이 비참한 환경 속에서 신음하게 된 그 원인은 무엇입니까? 고요한 밤에 우리 두 손을 가슴에 얹고 곰곰이 생각해 봅시다. 우선 이조 5백년 역사는 당파 싸움의 역사입니다. 나라 일을 위하여 하는 당파 싸움이면 나라가 망할 수 없겠지요만 당파만을 위하려는 사리사욕뿐이기 때문에 나라가 망한 것이요, 정권을 탐내는 목적이 적의 당파를 섬멸하고 국가를 당파의 낭중물(囊中物)로 만들려고 하는 데 있었습니다. 보십시오! 이조 초기에는 불교에 대한 유교의 파쟁이니 이것은 세종(世宗)·세조(世祖)에 격렬하다가 중종(中宗)·명종(明宗)에 이르러 유교의 독단으로 끝을 맺고, 이 파쟁으로 약해진 조정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유치(誘致)하였으며, 중종(中宗) 때부터 같은 유교끼리 동서·노소·남북의 추한 투쟁인 이른바 사화(士禍)란 것으로 이씨 5백년을 끝막아 버리고 말았소. 그들은 오직 당쟁에만 눈이 벌게서 교육도 산업도 치천치수(治天治水)도 다 돌보지 아니하고 오직 적을 죽이고 자신을 보전하기에만 전력(全力)하였소. 대신(大臣)은 이름만 대신이지 대신 자리에서 나라 일을 생각지 않고 국가와는 천부당 만부당한 일만 하였으니 '然而己 不亡者未有地'가 아니고 무엇이리오? 이조 말 갑신(甲申)에는 김옥균(金玉均) 등의 독립당과 민씨 족(族)의 사대당이 싸웠고, 또 청일전쟁 당시에는 친일파와 친청파, 노일전쟁 당시에는 친일파와 친노파의 당쟁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야말로 이조 5백년 역사는 공담공론의 역사이었습니다. 입으로는 수신제가(修身齊家)라야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라는 둥 허장허세의 호언장담으로 천하 영웅같이 생각하고 공담공론이 수종되는 부산물은 오직 쟁론과 모해(謀害)밖에 없었습니다. 실천 없는 이론은 먹을 수 없는 식량과 같습니다. 우리는 5백년 동안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란 말만하고 그 일을 하지 아니하였습니다. 마치 소에게 무엇을 먹여야 가장 좋다는 토론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소를 굶겨 죽게 한 셈입니다. 차라리 풀 짐 베어다가 먹이는 것이 백 가지 이론보다 나았을 것입니다. 오늘의 독립운동에 대하여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아니하면서 무엇을 하고 있는 남을 비판하기만 일삼았습니다. 그리고 자비(自卑)를 식(飾)하고 타인에게는 책(責)합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할 것이 없으니까 책임이 없습니다. 또 자신에게 잘못이 있더라도 꾸며 버립니다. 남은 애써 했더라도 왜 잘못하였느냐고, 그렇게 해서 쓰겠느냐고 더 가책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죄과는 다 무슨 일을 한다는 남들에게 있다고 보고 자신은 권외(圈外)에서 험담이나 하는 사람으로 압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조 5백년에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위대한 유산이 적고 오직 갑론을박(甲論乙駁)뿐으로 협조를 모르고 음해(陰害)뿐이요, 찬양을 모르고 훼손(毁損)뿐이요, 동족상잔· 골육상쟁 등 즐비한 기록이 있을 뿐입니다.심지어 이렇다 할 건물이나 토목공사 하나 크게 자랑할 것이 없지 아니합니까? 그리고 우리 2천만 동포는 거의 책임을 모르고 자신의 입장을 망각하는 데 큰 고통거리입니다. 여러분, 망국의 책임자는 누구요? 언필칭 우리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을 이완용(李完用)·이용구(李容九)라고 하지요. 우리 2천만 대한민국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죄다 들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완용·이용구로 하여금 나라를 팔게 한 것이 우리 국민이니 나를 뺀 국민이 어디 있소? 그런데 우리는 일본을 원망하고 이완용을 원망하며, 우리 조상을 원망하고 선배를 원망하였으나 일찍이 한 번도 나 자신을 원망한 일을 없었소. 마치 망국의 모든 죄는 다 남에게 있고 나 하나만이 무죄한 피고자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으니 이는 책임 전가가 아니고 무엇이오? 가령 어떤 집이 하나 있는데, 그 집 주인이 있고 나그네나 고용인이 있다고 하면 그들에게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주인은 그 집이 제집이므로 그것을 사랑하고 아끼며 언제나 그것을 생각하면서 그것을 잘되게 하기 위하여 힘쓸 것이요, 나그네나 고용인은 그것이 제집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편안한 것만 생각하지 그 집 생각은 아니할 것이요. 묻노니, 우리 2천만 동포에는 우리 나라의 주인으로 자처하는 이가 많은가요? 제집을 아끼고 사랑하듯이 제 나라를 위해서 정성과 힘을 다하는 사람이 주인이라면 우리 민족 중에는 주인이 극히 많다고 생각하오. 이완용은 3천 리를 제집으로 생각하고 그 천만 대 후손을 제 식구로 생각하였을까요?자신이 주인이라고 생각하였던들 이완용은 결코 합병조약에 도장을 아니 찍었을 것이요, 만일 일본인이 이완용의 가대(家垈)와 전토(田土)와 자녀를 일본인에게 바치는 도장을 찍으라 하였다면 아마 그는 죽어도 아니 찍었을 것이오. 그는 아마 대한 황제의 날, 또 2천만 민족의 나라를 팔아서 제집 하나만은 잘살 수 있으리라고 착각하였기 때문에 합병조약에 도장을 찍었다고 생각하오. 마치 고용인이 주인집 가산을 팔아서 자기 재산으로 만드는 심리와 같은 심리라고 생각하오. 우리 나라에는 나라를 팔아먹은 자가 이완용 하나뿐일까요? 나라를 자기 것으로 알고, 자신을 자기 나라의 주인으로 알지 아니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완용 모양으로 나라를 팔아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오. 그리고 이완용이 한번 팔아먹은 뒤에 다시는 나라를 파는 사람이 없었나요? 또는 지금도 없나요? 나는 작은 규모로 나라를 팔아먹는 일은 날마다 수없이 있다고 생각하오. 예를 들면 상하이(上海) 가두에서 중국인 인력거꾼에게 차세를 적게 주어 한인을 원망케 하는 것도 매국적이라고 생각하오. 그는 한인 전체를 미워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우리 나라의 주인은 누구요?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인은 누구요? 대통령, 대통령의 주인은 누구요? 대한민국, 우리 2천만 민족, 대한민국 우리 2천만 민족은 누구요? 우리들 모두, 우리들 모두란 누구요? "대한민국아, 나서라!"하고 하느님께서 부르신다면 "네"하고 나아갈 자가 누구요? 나는 나 안창호라고 대답할 것이요, 대한민국 정부의 주인이오. 대통령은 우리가 뽑아서 우리의 대표로 우리의 지도자로 내세웠고, 우리는 그에게 이러한 법률에 의하여 이러한 일을 해달라고 부탁하였으며, 그는 "그리하마"하고 약속하였소. 그 '우리'라는 것은 곧 나요. '우리'라는 말이 심히 좋은 말이거니와, 이 말은 책임 전가나 책임 회피에 이용하는 것은 비천한 일이요, 책임에 대하여서는 내 것이라 하고 영광에 대하여서는 우리 것이라 하는 것이 도덕에 맞는 언행(言行)이라고 생각하오. 그러면대통령은 우리의 법과 우리의 여론에 복종하고, 나는 대통령의 명령과 지도에 복종하며, 우리라 할 경우의 '우리'는 대통령보다 높고, 나라고 할 경우의 '나'는 대통령보다 낮다고 생각하오. 우리 대통령으로는 우리가 가시하고 내 대통령으로는 내가 경애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금일 경술국치에 대하여 우리 나라를 망하게 한 것이 일본도 아니요, 이완용도 아니라고 할 것이오. 그러면 우리 나라를 망하게 한 책임자가 누구요? 그것은 곧 나 자신이오. 내가 왜 일본으로 하여금 내 조국이 조아(爪牙)를 받게 하였으며, 내가 왜 이완용으로 하여금 매국(賣國)을 허용하게 했는가? 그러므로 망국의 책임자는 곧 나 자신이오. 한국을 망하게 하거나 흥하게 하는 것이 내게 달렸다고 자각하는 때에 비로소 민족 부흥의 여명(黎明)이 오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국치의 금일 우리 민족은 불행의 책임을 자기 이외의 남에게 돌리려고 하니 대관절 당신은 왜 못하고 남만 책망하시오? 우리 나라가 독립이 못 되는 것은 "아아 나 때문이로군!"하며 가슴을 두드리고 아프게 뉘우칠 생각은 못하고, 어찌하여 그 놈이 죽일 놈이고 저 놈이 죽일 놈이라고만 하며 가만히 앉아 계시오? 자신이 죽일 놈임을 왜 깨닫지 못하시오? 현재 전 세계에서 영·미인이 가장 우월한 지위를 점유하고 있거니와, 이 우월한 국민성은 교양과 노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왜 그런고 하면 세상 만사 우주의 모든 현상은 다 정확한 인간 관계의 지배를 받는 것이므로, 영·미인이 탁월한 지위를 가진 것이나 우리 민족이 빈천한 처지에 있는 것이나 다 인간 관계지 결코 우매(愚昧)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잘사는 남과 못하는 우리를 비교하면 우리의 진로가 분명해지리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우리 동포들은 자연계의 인과는 아니 믿는 사람이 없으면서도 인사(人事)의 인과는 잘 믿지 아니하는 것 같습니다. 보십시오, 가령 벼를 심어서 벼를 거두는데, 거름을 준 벼는 아니 준 벼보다 많이 나고, 김을 세 번 맨 논은 두번 맨 논보다 소출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믿습니다. 그러면서도 남은 잘 사는데 자신은 못사는 것을 그러한 원인에서 오는 필연적 결과라고 생각지 아니하고, 운수니 요행이니 하여 남이 잘된 것은 요행이요, 자신이 못된 것은 불운이라고 생각하니 이것이 인과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인과를 믿는 사람의 특색은 자신이 당하는 일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으면서 세상에 원망을 돌리려 하지 않으며, 인과를 만든 사람의 특색은 자신이 받는 것은 다 자신이 지은 일의 필연의 값이요 갚음이라고 알기 때문에, 자신에게 불행이 있을 때에는 자신의 마음과 자신의 행실을 반성하고 검토해서 지금 받은 불행의 원인이 어디 있는가를 알아내어 그것을 고치거나 제거하기에 힘쓸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자아 혁신과 민족 개조를 부르짖습니다. 진정한 민족 향상은 우선 지도자층 각인의 자기 개조가 아니고는 달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한번 망국한 민족이 그대로 흥국하기를 바라는 것은 썩은 재목으로 새 집을 세우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하기 때문에 역사상으로 보더라도 한번 쇠하기 시작한 민족은 부흥의 고개를 거슬러 오르지 못하고 멸망의 구렁으로 굴러 떨어지기 쉬운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민족의 현재 상태로는 비약의 가망이 묘연하기 무엇보다 민족혁신운동(民族革新運動)이 시급합니다. 이를테면 우리 민족은 도덕적으로나 지식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저 영·미 국민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우리 나라가 영·미만한 나라가 될 것이니, 민족의 역량은 여전한 채 국가의 영관(榮冠)을 저만치 바란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어떻게 해서라도, 그야말로 무슨 말 무슨 짓을 해서라도 우리 민족의 품격(品格)과 역량의 향상을 도모하여야 하겠고, 또한 시급히 서둘러야 되겠습니다. 우선 상해에 있는, 지도자라고 자칭하는 일류 인사들서부터 사정없이 냉혹하고 늠렬(凜烈)하게 스스로 양심의 법정의 피고로 내세워서 반성하고 비판하여 자아혁신(自我革新)의 '본보기'가 되어 재출발합시다.그러므로 나 한 사람이 성(誠)의 인(人)이 되는 것만으로도 벌써 민족의 힘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자일지니 먼저 자신을 수련하여 지성의 인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자신은 지성의 사람이 되지 아니하면서 다만 구설(口舌)과 교지(狡智)에 능하는 것은 결코 국가 민족을 위하는 소위(所爲)가 되지 못합니다. 그것은 마치 의술을 학습하지 아니하고서 중생의 병을 고치려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에는 이러한 애국자가 적지 아니합니다. 그리하여 최후 결론을 이렇게 외칩니다. - 도산 안창호 -
*유익한 나날 되십시요!* 2009.07.22,☆법해무명☆ ☆좋은인연 좋은福 많이 지으시고 성불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