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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스 명 : 스포츠서울 등 록 일 : 96/10/21 등록시간 : 15:02:26 기사명: 차범근 그라운드 산책중.. 일부러 져주기 이젠 옛일로 돌리자. 내가 현대호랑이 축구단 감독을 맡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동대문운동장에서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데 상대팀 감독이 나한테 "고맙다!"면서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는 것이었다. 경기에 지고나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데다가 그게 무슨 얘기인지를 알아들을 수 없었던 나로서는 어리둥절 할 수밖에 없었는데 나중에 선수들을 채근했더니 이녀석들이 나몰래 상대팀과 기가막힌 약속을 하고 경기장에 나갔던 것이었다. 그런데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선수들이 "다음 경기에서는 우리에게 져주기로 했다"면서 자랑스럽게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도 정규리그와 아디다스컵대회가 있었는데 어차피 가망이 없는 리그에서는 져주고 대신 다른 대회에서 상대의 도움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도 좋은 기회라는 것이었다. 호되게 야단을 치자 그제서야 선수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겨우 깨닫는 듯했는데 "범죄에 해당하는 이런 사고를 아무런 문제의식없이 갖고 있다는 것은 적어도 스포츠맨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고 야바위꾼을 자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열변(?)을 토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한두해가 지났을때 아디다스컵 결승전을 앞두고 상대팀 감독이 전화를 걸어왔다."오늘 경기는 우리가 지면 안되니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도와 달라는 거냐?"고 묻는 내가 답답하기도 했겠지만 적어도 나를 잘 알고 있는 그 감독이 내게 전화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심한 모욕감을 느꼈었다. "열심히 하기나 해라"고 말한뒤 전화를 끊었지만 정작 문제는 그때부터 나를 어렵게 했다. 그 경기는 그동안 뛰지 못했던 선수들을 테스트해보고 또 군대에서 돌아와 아직 월급도 받지 못하고 있는 이평재를 명단(GK)에 넣어 테스트도 할겸 출전수당도 조금은 받게 해줘야 하겠다고 했던 계획이 마치 부탁받고 일부러 그렇게 해주는 것 같은 오해를 받게된 때문이었다. 다행히 우승하겠다고 덤비는 그 팀을 우리팀의 후보선수들이 2-2로 끝내줬고 그바람에 당연히 우승할 것으로 믿고 잔뜩 준비를 해온 그팀은 그 자리에서 우승축하를 못하고 상대팀의 경기결과를 기다려야만 했다. 지금 후기리그 우승을 위한 싸움이 엄청나게 치열하다.바로 이때,어느팀이 든지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은 않고 쉽게 점수를 얻어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건 틀림없이 불행한 일이다. 비록 어제까지는 그렇게 했더라도 오늘부터는 참아야 한다. 정당한 승부를 해보겠다는 감독들의 자존심,이것은 우승보다 훨씬 더 멋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때에 심판들의 권위있는 판정과 감독들의 멋진 페어플레이 정신,그리고 선수들의 투지를 기대한다. |
뭐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새삼스런 충격적 발언이고 축구인을 모독하는 배신이며, 지금에사 그런소릴 한다는건가. 그는 이미 2년전에 똑같은 소리를 했다.
오히려 월간좃선과의 인터뷰때처럼 지나가는 사담 정도로 한게 아니라, 구체적이고 또박또박 사례를 들어가며 국내 스포츠 신문에 커다랗게 써댔다.
그렇다면 승부조작설로 그를 영구제명한다는 축협은 왜 이번에만 이리 난리인가. 언론들은 또 왜 이리 날뛰고.
96년 10월 21일은 축구인들이 전국적으로 신문 안보는 날이었나?
차범근 사태의 본질은 그가 무슨 발언을 했는데 그게 사실이네 아니네... 에 있지 않다.
차범근을 사형대에 세우고 뒤에 숨어 월드컵 비난을 벗어나 자리보전 하려는 비열한 축협과 차범근 마케팅으로 장사 좀 해보려는 언론의 비정하고 천박한 한건주의... 또 이런 것들에 따라 휘둘리며 차범근 죽어라 욕해대는 국민들의 냄비근성... 이런 것들도 다 본질은 아니다.
4강후보로까지 점쳐졌으나 4강은 커녕 16강도 못오른 클레멘테 스페인 감독도, 숙명의 라이벌 아르헨티나에게 패해 16강에서 탈락한 호들 잉글랜드 감독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번에 크로아티아에게 깨졌을 뿐 아니라 지난 94년에도 4강 진출해 실패한 포크츠 감독도... 모두 그대로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다.
반면, 단 한번의 실패로 우리는 우리가 30년 가까이 좋아했고, 좋아할 자격이 충분했던 한 성실한 스포츠 영웅을 처절하게 난도질해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쫓아내버렸다. 그리고는 쫓기듯 떠나간 중국에서 최근 안좋은 성적을 올리자 그거 쌤통이라며 고소해하기 까지 한다. 차범근이 잘했네 못했네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린 한마디로 영웅이나 천재를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아낄줄도 모르고 그저 즐기고 이용만 하다가, 맘에 안들면 바로 죽여버리는 우린, '차범근'을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주류를 벗어나는 즉시 벌떼처럼 달려들어 이지메를 가하는 우리 사회의 손바닥만한 포용력의 크기... 그게 바로 차범근 사태의 본질이다.
아는가... 차범근을 전세계에서 가장
미워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라는 것을...
그래, 이렇게 발기발기 찢느니 차라리 차범근을 사형시켜버리자...
- 딴지스포츠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