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열무를 솎다
간밤까지 장맛비가 주춤한 유월 넷째 화요일이다. 날이 밝아오는 여명에 텃밭으로 가기 위해 새벽 다섯 시 빈 배낭을 둘러매고 길을 나섰다. 시내버스 첫차가 운행되는 시각이 아니기도 했지만 한 시간 정도는 걷기에 적당한 거리라 텃밭으로 나갈 때면 뚜벅뚜벅 걸었다. 예전 도지사 관사를 거쳐 도청 광장으로 향하니 가로등 불빛과 동이 터 오는 흐린 하늘에 성근 빗방울이 날렸다.
도 의회 앞에서 시립테니스장과 법원 앞을 지나 창원축구센터 체육관 곁으로 올라갔다. 이른 아침이기도 했지만 가랑비가 내리는 즈음이라 텃밭에 나온 이들은 드물었다. 내가 가꾸는 텃밭은 25호 국도 바로 아래라 텃밭 지구에서 제일 고지대였다. 나를 텃밭 경작으로 이끌어준 벗은 새벽 일찍 올라와 광쇠농장 작물을 돌보면서 관상수 묘목 삽목도 모판에 꽂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벗은 현직이라 새벽같이 산책을 겸해 텃밭에 올라와 시간을 보내다 출근을 위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비가 온 뒤 젖은 땅에는 잡초가 잘 뽑혀 호미 없이 맨손으로 주섬주섬 잡초를 뽑아냈다. 내가 경작을 의뢰받기 이전 작년 여름부터 묵혀둔 밭이라 바랭이를 비롯한 무성한 잡초들이 열매를 맺어 떨어진 씨앗이 순차적으로 계속해서 싹이 트니 김을 매는 일에 지칠 만도 했다.
여산농장에 가꾸는 작물은 다양해 열매채소를 심어둔 이랑의 잡초를 먼저 뽑았다. 이어 생육이 부진했던 옥수수 이랑에 새로 심어둔 팥이 싹이 터고 있었는데 거기도 잡초가 가득 돋고 있어 뽑아냈다. 밭둑을 따라가면서 참깨와 들깨 이랑까지 잡초를 뽑았다. 땅이 젖어 호미로 긁을 수가 없기도 했지만 손에 잡히는 잡초만 뽑았기에 앞으로 더 생겨날 잡초는 헤아리기조차 어려웠다.
계단으로 된 밭은 세 구역으로 나뉘는데 가운데는 고구마를 심었다. 고구마 순을 구하기가 쉽지도 않았지만 심을 겨를도 나지 않아 보름 전 가까스로 심었다. 마침 가덕도 작은형님이 마산에 나온 걸음에 튼실히 기른 순을 보내주어 심어서 잘 살려 넝쿨이 나가고 있다. 벗이 비닐 멀칭을 하라고 권해 시킨 대로 했더니 잡초가 맥을 못 추어 김을 매는 일이 수월해 농사가 편해졌다.
맨 위 밭은 서리태라는 검정콩을 심었는데 싹이 잘 터 무럭무럭 자라는데 역시 잡초 세력도 만만하지 않다. 서리태 이랑 사이에 사이짓기로 열무를 심었는데, 열무 역시 싹이 잘 텄는데 바랭이와 공존 공생해서 잡초를 가려 뽑느라 신경이 쓰였다. 잡초를 뽑고 돌아서서 며칠 뒤 다시 들리면 바랭이는 금세 무성해졌다. 작년에 김을 매지 않고 묵혀 떨어진 잡초 씨앗이 계속 돋았다.
이번에는 서리태 이랑에 사이짓기로 심은 열무의 김을 매면서 비좁은 열무는 솎아내었다. 보드라운 열무 잎줄기를 갉아 먹는 노린재 벌레가 보여 잡아주기도 했다. 몇 차례 김을 매주었는데도 바랭이는 끊임없이 자라 나와 열무는 보호받지 않으면 존재가 사그라질 듯했다. 서리태가 다섯 이랑 사이에 심은 열무는 네 이랑인데 다 자라면 한 이랑씩 인연 따라 나눔을 예정하고 있다.
서리태콩밭 이랑의 김을 매면서 솎아낸 열무는 보드라웠다. 바랭이를 뽑으면서 열무에도 흙이 묻어 잎줄기를 물에 헹구었더니 깨끗해졌다. 솎아낸 열무가 너무 보드라워 손으로 집으니 부서질 정도라 조심스럽게 다루어 비닐봉지에 담았다. 서너 시간 텃밭의 잡초를 매는 도중 빗방울은 날리다가 그치길 반복했다. 가늘게 내린 빗방울에 바람은 세게 불어 땀은 흘리지 않아 시원했다.
이제 텃밭 가장자리의 부추를 잘랐는데 잡초와 섞여 자란 부추를 가리기가 난제였다. 이전 경작자인 고령의 할아버지가 힘에 겨워 묵혀둔 부추밭을 새로 일구다시피 검불을 치웠더니 잡초가 끊임없이 돋아났다. 부추를 자르면서 잡초를 가려내는 데는 인내심이 요구되었다. 부추를 잘라 놓고 친구가 길러둔 케일 모종을 열매채소 구역의 가지와 고추 이랑 사이에 몇 포기 심어 놓았다. 22.06.28
첫댓글 일어나는 시간이 꽤 이르구나...
그 시간 나는 깊은 잠인데...
ㅎ ㅎ
텃밭 가는 날은 새벽 4시 집을 나서 거기 닿으면 5시 조금 넘는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