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딱히 할 생각이 없었어요. 레저렉션 나온다길래 아 나오는구나.. 정도였지 나오면 해야겠다고 생각해본적이 없어요.
* 고마웠다
문득 생각해보니 모르긴 몰라도 제가 가장 인생을 많이 갈아넣은 게임이 디아블로2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사실 어릴때부터 울티마, 위저드리, 마이트앤매직 같은 미국식 rpg들을 좋아해서 시간 많이 갈아넣었지만, 단일 게임에 가장 많이 갈아넣은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디아블로2 같아요.
친구들이랑 게임방에 매일 출근해서, 왕뚜껑 먹고 남은 국물에 담배재 떨어가면서, 템복사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새벽 4시에 전화를 해도 당장에 달려나오는 친구들이 3~4명은 되었던 그 시절이 문득 생각나서. 그래 블리자드, 덕분에 즐거웠고 고마웠다. 라고 인사하는 마음으로 결재를 했어요. 할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내가 내 돈 버니깐, 이 정도는 내가 블리자드한테 해줄수 있지.. 라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 그래픽
그래도 돈주고 샀는데 그래픽이나 한번 볼까.. 싶어서 깔아봤습니다. 사실 그래픽은, 처음에는 우와 싶지만 금새 눈에 익고, 근본적인 한계도 뚜렷하고 워낙 그래픽 좋은 게임들이 많다 보니 조금 보다 보면 별 감흥 없습니다. 그 전 디아2가 너무 옛날 게임이라는 느낌이 나는 그래픽이였다면, 디아2 레저렉션은 옛날게임 느낌만 좀 지운 정도?
그래픽 구경한다고 마을도 돌아다녀보고, 앞마당도 뛰어놀다 보니.
어? 재밌네..?
* 새로운걸 배우기가 힘든 나이
젊은 분들은 이해가 힘드시겠지만, 나이가 들면 뭔가 새로운걸 배우기가 좀 어렵습니다. 노력하면 안되는건 아닌데, 세상에 널린게 힘든 일인데 내가 재밌자고 하는 게임에 까지 노력을 해야겠습니까. 그래서 특히 게임은 새로운 게임 하는게 쉽지 않아요. 정말 재미있던가, 미친듯이 쉽던가 하는게 아니라면 적응하기 전에 흥미가 떨어져 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내가 한번도 안해본 어쌔신 크리드 보다 디아2나 스타1 같은게 아재들에게는 더 쉬운 게임일수 있다는거죠.
그런면에서 디아2는, 인생을 갈아넣었던만큼 너무나 익숙하더군요. 한 15년? 만에 한거 같은데, 위화감이라던지, 아 이거 뭐였더라.. 이런게 없었어요. 퀘는 애초에 검색할 필요가 없는 게임이고, 패힛-패캐-공속프레임까지 외우고 있는건 아니지만, 어차피 리셋도 있고 초반엔 그런거 챙길 필요 없으니 뭐..
초반 룬워드 몇개 검색해보고 그거 만들어서 미니깐 주말새 안다-듀리엘-메피-디아-바알까지 그냥 밀리더라고요. 내가 디아에 인생을 너무 갈아 넣었나.. 너무 자연스러운데... 싶더라고요.
* 맨땅으로 졸업까지
이게 무자본으로 충분히 가능하거든요. 제가 좀 고여서 쉽게 생각하는걸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디아는 그게 충분히 가능한 게임입니다. 요즘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예전 기준으로는 버스방 따라다니면서 잡템 주워 팔아서 돈을 모을수도 있고, 보석 쪼가리 줏어 팔아서 퍼펙트 보석만 모아도 어느정도 자본은 모입니다. 그렇게 모은 자본으로 룬워드 하나 둘 만들어서 상급은 팔고, 중하급은 내가 쓰고 이런식으로 하면 졸업템 갖추는데 별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시간이 갈려나가기는 합니다. 이게 싫으면 그냥 돈주고 사도 그만이고요. 지금이야 레저렉션 초반이라서 템 값이 많이 높은거 같긴 하던데, 어느정도 템 풀리고 빠져나갈 사람 빠져나가고 하면 가격도 안정화 되겠죠. 굳이 지금 큰 돈 들여서 셋팅할 필요는 없는거 같습니다.
* 디아의 컨텐츠
디아가 사실 캐릭터 셋팅 외엔 딱히 할게 없는 게임이죠. 초반에 가성비 앵벌 캐릭 하나 셋팅해놓고, 그걸로 앵벌도 하고 장사도 해서 내가 해보고 싶은 캐릭터 셋팅 해보는게 컨텐츠의 거의 전부입니다. 캐릭터 셋팅 할때는 무기는 뭘 들고, 갑옷은 뭐가 좋고, 패캐는 얼마를 맞추고 등등 이래저래 셋팅해보는 재미가 있는데, 정작 셋팅 다 하고나면 그 셋팅된 캐릭으로 뭐 딱히 할게 없어요. 셋팅하고 처음에야 효율이 어떻고, 성능이 어떻고, 데미지가 14k니 어쩌니 하지만, 결국 그 캐릭으로도 할수 있는건 조금 더 빠른 사냥, 조금 더 안정적인 버스운전, 뭐 이런거 밖에 없거든요ㅋ
그렇다보니 디아만큼 버스 많은 게임이 없고, 고수-부자들이 템 잘 뿌리는 게임이 없죠. 애초에 위에 문단처럼 본인도 돈 안들이고(그만큼 시간이 갈려나갔지만..) 부자가 된데다가, 고수라고 부자라고 뭐 딱히 더 할수 있는게 없거든요. 저만 하더라도 한창 하다가 접을때 당시 시세로 100독 정도는 그냥 다 뿌리고 접은거 같습니다.
그런면에서 횃불 업데이트는 좋았다고 생각하는게, 횃불퀘가 가능한 캐릭터가 워낙에 사냥에 비효율적인 비주류 캐릭터(슴딘)다 보니 어지간히 셋팅 끝낸 사람들도 따로 셋팅을 해야만 했죠. 횃불퀘를 하기 위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선 앵벌 캐릭이 필요했고, 정작 앵벌캐릭으로는 횃불퀘를 깰수가 없고 전용 캐릭터가 있어야 했으니, 최소한 두 개의 캐릭이 셋팅 되어야만 했고, 초보는 아예 접근할수 없는 퀘스트가 되면서 디아블로의 엔드컨텐츠 비슷하게 자리 잡을수 있었죠.
우버디아는.. 패스 합시다. 정말로 디아에서만 가능한 정신나간 이벤트죠. 조던 드랍율이 얼마 된다고, 그걸 수십~수백개 팔아야지 열리는 이벤트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이벤트죠. 아직 봇도 없고 복사도 안되는 레저렉션에서도 우버디아 띄웠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현재 상황
그래서 어찌저찌 하다보니 주말 새 디아를 달렸고, 노말 바알 킬까지 해놨습니다. 애초에 할 생각없이 그래픽 보려다 시작한거라서 어쩌다보니 질딘을 하게 되었는데, 노말까진 괜찮았는데 나이트부터는 살짝 걱정이 되네요. 정상적인 루트라면 햄딘으로 갈아타는게 여러모로 효율이 좋겠죠. 근데 제가 햄딘을 별로 안 좋아해서..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첫캐릭은 소서로 가는건데 그랬습니다.
오늘 월급도둑질 하면서 대충 생각해본건, 질딘 계속 죽 밀어서 솔로방 헬 바알킬 까지만 하고. 무공체라소서 하나 셋팅해서 돈 좀 벌고, 비싸긴 더럽게 비싸고 성능은 애매한 마소드림딘 같은 돈지랄 캐릭 하나 셋팅하고, 어거지로 횃불 좀 따보면 졸업 생각이 슬슬 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제가 이 글을 두드리는 지금, 오늘도 변함없이 서버는 터졌습니다. 4일 연속인가? 20년전 게임을 리메이크 한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그 게임 서버 문제가 2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계속 된다는것도 놀랍네요.
제가 성급했던것 같습니다. 어딜 감히 다 큰 어른인척, 여유로운척 했을까요.
서버 몇번 터지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어릴적 추억이고 나발이고, 돈을 받아 처먹었으면 서버 관리 똑바로 해라~~~~ 니들이 그러니깐 회사가 처망하는거야 블리자드 이놈들아~~~!!
첫댓글 전 좀 기다리다가 소서 탈셋이나 바바 임모셋 정도 공방에서 쓰레기 버리듯 나눔할때쯤 합류하려구요 ㅎㄷㄷ
지금 아재들 기세로 봐선 그리 멀진 않을것 같습니다. 어디서보니깐 벌써 봇도 나왔다는것 같더라고요ㅋ
전 theo님 글이 참 좋더라구요 즐댜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오랜만에 살짝 즐기고 있습니다
즐겁게 봐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간간히 소식 남기겠습니다.
20년전의 갬성을 서버까지 같이 데려올줄이야
블리자드 이놈들.. 4일 연속은 너무하네요ㅋㅋ
전 디아를 한 번도 해본적이 없거든요. 대학때 친구들 한참 하고 있을때도 안했는데.. 지금 해봐도 괜찮을까요?? 와우나 리니지도 사실 솔로로 그냥 라이트하게 즐겼는데
은근히 복잡하고 워낙에 오래된 게임이라 선뜻 추천은 못하겠네요. 게다가 서버 상태도 이 모양이라..
맨땅에서 하시긴 좀 버거울거에요 버스기사나 아님 잘 아는 지인 통해서 하면 금방 적응하시고 핵앤슬러시에 걸맞게 몹들 녹일수 있으실거에요
새로운걸 배우기가 어려운 나이로 최신 게임의 복잡한 구성들 배우는게 어렵다라는건 매우 동감합니다.
카운터스트라이크에 미쳐 살았었는데 지금은 그것만한 게임이 없네요. 배그는 낙하산 타고 떨어져서 유저 만나면 일킬 하던가 바로 죽어버리니… ㅠㅠ
디아는 지난해까지도 프로젝트 디아블로를 했었던터라 리저렉션은 할인 좀 하면 지를려고요
사실 디아나 스타가 훨씬 복잡하고 은근히 공부 좀 해야되는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아재들에겐 너무나 친숙하죠ㅋㅋ
진짜 그렇긴 해요... 새 데스크탑 사서 생각하는 두가지 게임이 위쳐3와 카스 1.6 이라니..
@converge 가끔 스팀에서 카스 하는데 고인물들 투성이고 핑이 좋지 않아 힘들더라고요 ㅠ
저도 휴일동안 풀로 했네요 최근몇년 컴퓨터에 이렇게 오래 안자있기는 처음이네요 재미있어요 햄딘하고 있는데 소서템이 나와서 소서 해야 할듯하네요 ㅎㄹ
저도 이렇게 재미있게 할줄은 몰랐습니다ㅋㅋ
믿고보는 theo님글! 블리자드놈들아 연휴내내 저녁마다 기대했던 내 기대치 반만 내놔라! ㅜㅠ
젊은 친구들도 많이들 하나요? 주변에 보면 제 또래 아재들밖에 안하더라구요
많이 안하죠ㅋ 무료게임도 아니고 지금 30대 초반이어도 당시 디아2일때 초딩 저학년급이라..
저도 제대로 해본 적 없고 과거 친구들 따라가서 하는데 뭐 아템 마ㅈ추고 어렵더라고오. 지금해도 할만할지 모르겠어요
아 진짜 서버 좀..
ㅋㅋㅋ 저도 인생갈아넣은 게임이 와우라 비슷한 경우네요. 다만 전 접었어요 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2222 서버xxxxx@#@%@%#
울티마 ㅎㄷㄷ
디아 마지막 기억이 횃불퀘만 주구장칭이였아서… 추억은 돋지만 그 열정이 다시 돌아올까요? 첫 캐릭은 소서하고 수수 생기면 햄딘하고 이러면 금방이긴할텐데 ㅎㅎ
헬까진 무척 재밌게 깼는데, 막상 깨고 보스 앵벌 몇번 돌다 보니 이걸 옛날에 무슨 재미로 그렇게 열심히 했나 싶더라구요 ㅎㅎ
썹따를 이용한 복사도?
둘째놈 재우고 시작할라치면 서버다운 ㅋㅋㅋ
10시 셧다운제는 코로나 때문입니다 ㅠㅠ..
참 별거 아닌데 재밌더라구요ㅋㅋ 추억팔이인거 아는데도 잼나요ㅋㅋ
전 디아2 몇개월하다가 카스 로 넘어가버려서 그나마 다행... 이네요. 아마 그래서 와우까지도 연결이 안된듯.. 휴우
공감가는 글 잼나게 잘 읽었습니다. 디아를 깔아봐야 하나...ㅋㅋㅋ
맨땅 바바 렙 25입니다 삭제 버튼에 마우스를 적어도 30번이상은 올렸었네요..
서버 문제만 아니면야 진짜 최고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