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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 콘서트 Beyonce experience live in seoul
부제 :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비욘세 첫 내한공연
2007년 11월 9일, 비욘세의 내한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현 시점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여가수가 비욘세라는 것은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현상'입니다. 그 정도로 비욘세의 존재감은 명확하고 선명하죠. 어느 신문기사의 머릿글을 인용하자면 비욘세는 '우리시대가 원하는 여가수의 표본'이라 할 만합니다. 뛰어난 라이브 실력과 춤, 그에 상응하는 미모에 깨끗한 사생활,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 송라이터로서의 음악적 재능 등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완벽의 결정체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과장된 찬사가 아니란 것을 비욘세는 날로 증명해가는 덕에 도데체 단점이 뭐야? 란 불평이 나올 정도죠.
솔로1집 때까지만 해도 데스트니스 차일드 시절의 멤버간의 불화사건 때문에 한 동안 미운털이 박히기도 했지만 [드림걸즈]의 성공 후엔 그마저도 한 때의 불미스러운 사건 이상으로 취급되지도 않는 것 같죠. 그룹시절에도 가장 인기있는 멤버였던 비욘세는 솔로로 전향하고 나서 그 인기가 더욱 높아져 갔고 [드림걸즈]의 세계적인 성공은 그룹시절의 히트를 합친 것 보다도 높았습니다. 그만큼 영화의 대중적인 영향력이 어마어마했고 비욘세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가 거대해졌습니다. 비욘세를 모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절정기의 가수가 내한공연을 갖는 일이 이웃나라에선 흔한 일이지만 국내에선 아주 드문일이기 때문에 이번 비욘세 내한공연 소식이 확정됐을 때도 믿지를 못했습니다. 내한공연 취소가 한 두번도 아니라서 공연 전 날 까지도 취소되는 것 아냐? 라며 반신반의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과거 노라 존스나 에이브릴 라빈의 절정기 시절에 내한공연을 갖기도 했지만 비욘세와 같은 화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노라 존스나 에이브릴 라빈이 당시에 굉장한 인기를 구가하던 가수이긴 하나 이제 막 떠오르는 스타들이 갖는 인기였지 비욘세와 같은 메머드급은 아니었다라는 말이죠. 그리고 제 기억으론 퍼포먼스에 능한 가수가 전성기 시절에 내한공연을 갖은 경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올 여름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경우도 따지자면 절정기는 살짝 지난 상태에서의 공연이었고 그다지 성공적인 입장수익을 낸 공연은 아니었기에 과연 비욘세의 내한공연이 예정대로 성사될 지 의문이었어요.
그러나 비욘세는 공연 전부터 셀 수 없을 정도의 '찌라시'기사가 내보일 정도로 화제를 일으켰고 예매율은 20%를 넘는 일이 허다하며 불티나게 티켓이 팔려나갔습니다. 공연하기 겨우 한 달 보름 전 정도에 티켓이 오픈된 대형콘서트(라고 하기엔 1만석 조금 넘는 공연이었지만 국내에선 1만석 공연도 드문 일이기 때문에)임에도 이 정도의 판매율을 보인 건 기현상이라고 할 만해요. 주최측이 막강한 현대카드다 보니 든든하게 파행되는 일 없이 공연이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 날 공연은 예정시간보다 36분 늦게 시작됐습니다. 콘서트가 정각에 시작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정도는 예상했습니다. 오히려 36분 밖에 지연 안 된 게 신기할 정도였죠. 기본 1시간은 늦게 시작할 줄 알았거든요. 실제로 공연장에서도 공연시작이 8시였지만 9시에 시작하겠거니 하는 분위기였어요.
지각공연임을 강조하는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결코 지각공연이라 할 수는 없었습니다. 공연 본 분들은 알겠지만 비욘세가 지각한 게 아니라 진행요원들의 미숙함으로 인해 입장객이 수월하게 들어갈 수가 없어서 입장객 받느라 공연이 지연된 것이었습니다. 전문적인 공연기획업체가 없는 우리나라의 고질병 중의 하나죠. 급하게 진행요원 아르바이트 생을 채용했으니 그 큰 경기장 동선을 능히 파악하기 어려울테고 그러다보니 관객들은 헤매고 여유있게 도착해서도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지각 입장을 하는 것이죠. 저 같은 경우는 8시 10분 정도에 입구에 도착했는데 동선이 마구잡이로 연결돼있어서 15분만에 겨우 들어갈 수 있었어요.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이 그다지 크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로 엉망인거죠.
1만명 남짓한 관객을 공연시작 2시간 전부터 입장시키는데도 이 정도이니 만약 국내에서 외국처럼 10만명 이상의 관객을 유치하는 단독 콘서트가 열린다면 어느 정도로 산만한 결과를 이끌어낼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콘서트 경우엔 아이비가 1시간도 넘게 게스트 무대를 채웠다지만 이번 비욘세 공연은 게스트 없이 예정된 시간보다 36분 늦게 시작됐습니다. 비욘세 모조품이 유난히 많은 국내 가요계에서 비욘세 단독 공연의 깍두기 노릇을 자청하고 싶은 여가수는 없겠죠. 게스트를 안 세운 건 잘 한 일이에요.
공연장은 질리게 가봤지만 콘서트장은 처음 가봐서 그런지 여기저기 구경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 시간은 금세 갔고 드디어 비욘세가 등장했습니다!
비욘세가 등장하는 장중한 오프닝 인트로가 나오며 비욘세가 오른쪽에서 서서히 걸어나오자 관중석은 광분의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지정석에선 다들 기립할 분위기였어요. 사방으로 야광봉이 반짝거리고 함성소리는 거대했습니다. 그리고 비욘세는 음악에 맞춰 무게 잡는 것을 그만두고 갑자기 환하게 비춰진 조명에 맞춰 그 유명한 Crazy In Love를 부르는 걸로 오프닝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곡인 Irreplaceable까지 비욘세는 온 몸 바쳐 열성을 다해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공연시간은 정확히 1시간 48분 동안 진행되었고 앵콜 곡 없이 재빠르게 흘러갔습니다. 데스트니스 차일드 시절이나 웸블리 콘서트때도 비욘세는 앵콜곡 없이 공연을 진행하였기 때문에 이번 공연의 앵콜곡 부제도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비욘세는 총 7벌의 의상을 갈아입었으며 데스트니스 차일드 시절의 히트곡과 더불어 28곡을 소화했는데 각 곡의 연결 구성이 어찌나 매끄럽고 미끈하게 흘러가는지 결코 늘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1시간 48분의 논스톱으로 이어지는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랄까요? 의상을 갈아입는 시간을 이용한 '슈가마마' 밴드의 개인실력까지도 충분히 인상깊고 긴박하게 즐거움을 주는 찰진 구성이었습니다.
이번 콘서트는 전체적으로 70년대 디스코텍 분위기를 컨셉으로 하고 있습니다. 비욘세의 [드림걸즈]에 대한 애정은 그 작품의 영향을 받아 만든 B'Day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B'Day의 홍보투어인 익스피리언스 투어로 확대됩니다. 그러나 마냥 70년대 스타일을 상기시키는 컨셉은 아니고 적절히 시류에 맞게 현대와 과거를 혼합한 이미지이죠.
데스트니스 차일드 시절의 콘서트나 비욘세 단독 콘서트, 그리고 비욘세의 각종 공연 클립들을 눈여겨 본 관객이라면 새로운 것은 전혀 없는 공연입니다. 비욘세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잘 했지만 이미 익숙히 봐왔던 레파토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데스트니스 차일드의 히트곡 멜로디를 한 두번 한 것도 아니며 마지막에 땀 닦은 수건을 관객에게 '보너스'로 던지는 컨셉도 데스트니스 차일드의 고별 투어때 볼 수 있었던 광경이죠. 비욘세는 종종 남미컨셉의 의상과 멜로디를 선보이는데 이 역시 이번 콘서트 때 예전에 했던 컨셉의 변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마돈나나 카일리 미노그 같이 첨단장비를 이용해 무대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도 없습니다. 국내에 콘서트 전문 극장이 없다보니 장치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됐지만 비욘세나 혹은 데스트니스 차일드 시절에도 의외로 단촐한 무대 세트를 선보였었죠. 중형급 공연이다 보니 스크린이 양쪽에 설치되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 그 외를 봐도 딱히 인상 깊은 무대 장치는 없습니다. 무대 중앙에 스크린이 하나 더 설치되있고 콘서트를 위해 선별한 여성밴드인 '슈가마마' 밴드가 무대 동선에 알맞게 배치돼 연주를 하고 있죠.
비욘세는 콘서트에서나 각종 시상식, 쇼에서 선보인 안무와 컨셉을 최대한 재활용 했으며 섹시함도 PG-13등급에서 조절되는데 이 역시 쉽게 볼 수 있었던 마지노선이었습니다.
콘서트가 앨범 버전 그대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비욘세 공연도 28곡의 노래가 모두 편곡되었습니다. 특징은 각 곡을 부를 때마다 커튼 콜을 집어넣었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한 곡을 완전히 끝내고 다시 그 노래의 전주나 반주부분을 짧게 집어넣고 다시 한 번 관객들의 환호를 유도하는 식이죠. 보통 이런 컨셉은 마지막 곡이나 몇몇 곡에서 사용되어 관객의 열광을 이끌어내는데 비욘세의 이번 공연 같은 경우는 전체 곡이 다 이런 식이라 비욘세가 어지간히도 뮤지컬의 영향을 받았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라이브 콘서트, 특히나 댄스곡이 주를 이루는 라이브 콘서트에서 부분 립싱크를 하거나 코러스에 묻어가거나 키를 낮춰 부르는 것은 흔한 일인데 비욘세 같은 경우는 부분 립싱크는 없었고 대부분의 곡은 키를 낮춰 불렀습니다. 그러나 원래 목소리 톤이 높은데다 성량이 풍부해서 크게 이질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Listen이나 Dangerously In Love 2 같은 노래에선 목소리를 악기처럼 사용할 정도로 뛰어난 테크닉을 선보이기도 했고요. Dangerously In Love 2 같은 경우는 비욘세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노래라 어떤 공연에서든 원곡대로 부르지 않고 질질 끄는 버릇이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도 역시 늘어뜨립니다. 그 바람에 이 노래가 유일하게 따분함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관객들의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예상대로 Listen이었습니다. 저는 이 노래가 아직도 좋은 줄 모르겠어서 비욘세 앨범을 듣건 [드림걸즈]사운드트랙을 듣건 부담스러운 후반부 때문에 넘기곤 해요. 그러나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의 가창력 테스트 곡으로 이용되는 덕에 듣지않으려 해도 질리게 들을 수 있고 또 한 곡의 '국민팝송'이 되어버렸습니다.
데스트니스 차일드의 메들리 곡은 적정선의 환호를 받았는데 이는 국내에서 데스트니스 차일드가 그리 인기있는 그룹은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비욘세가 솔로 앨범을 히트치면서 국내에서도 데스트니스 차일드의 입지도가 커진 것이지 그 전까지만 해도 데스트니스 차일드는 [미녀삼총사]의 주제곡을 부른 걸그룹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죠. 저야 데스트니스 차일드를 좋아했기에 아주 즐겁게 메들리를 즐겼습니다.
Deja Vu가 메가히트를 쳤다면 분명 마지막 곡은 2집 앨범의 첫 싱글이었던 Deja Vu가 대미를 장식했을 테지만 예상을 깨고 Deja Vu는 4위밖에(?) 못했고 3번째 싱글이었던 업템포 발라드인 Irreplaceable이 무려 10주나 1위를 한 덕에 콘서트의 마지막도 Irreplaceable이 장식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이 좀 약한 면도 있었어요. 강력한 댄스곡으로 마무리를 하지 않았기에 뭔가 더 나와줬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되는 거죠. 이는 '생일축하'노래를 서비스 곡으로 해줬어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었습니다.
수록곡은 곧 나올 투어 DVD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러나 월드투어가 매 공연마다 똑같은 수록곡으로 진행되지는 않기에 대수로운 일은 아닙니다. Get Me Bodied나 Suga Mama는 당연히 부를 줄 알았는데 빠졌고 Check On It를 부른 것은 의외였습니다. 비욘세가 별로 애정을 갖고 있지 않은 Check On It 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곡이기에 감질나게 불러줬음에도 뿌듯했어요.
2집 앨범의 일환이지만 28곡의 노래는 1집,2집,데스트니스 차일드 시절의 히트곡을 적절히 분배하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파이팅 템테이션]의 수록곡도 불러줬으면 했지만 뭐 이 사운드트랙이 크게 주목받진 못해서 기대는 안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은 비욘세의 실력만큼이나 대단했습니다. 저는 콘서트 관람 자체가 처음이었지만 뮤지컬 공연을 보면서 느꼈던 것이 우리 나라 관객들이 참 소극적이다라는 것이었는데 이게 콘서트에선 또 다른가봅니다. Irreplaceable같은 곡을 전체적으로 따라 부를 줄은 몰랐어요. 비욘세가 유도하는 모든 것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노래까지 외워 따라 불러주니 비욘세가 충분히 감동받고도 남을 정도로 관객들의 열정이 고무적이었습니다.
다만 공연 후엔 제발 자기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겠죠? 공연 끝나고 다른 객석에 있었던 친구 찾느라 이리저리 좌석을 헤맸는데 나눠준 팜플렛을 비롯해 쓰레기 천지였습니다.
비싼 티켓을 비롯해 여러가지로 부담스러워 보기까지 꽤 많은 고민을 갖고 있던 공연이었고 보기 이틀 전에는 수수료 물로 티켓을 취소까지 했던 공연이었지만 정말 너무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에요. 본전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고 본지 3일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잔영이 아른거립니다.
이번 비욘세 공연의 성공적인 결과가 앞으로 이어질 다른 가수들의 내한공연에서도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전문 콘서트장은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공신력 있는 기획사가 생겨 적정선의 티켓값이 제시되었으면 하고요. 이번 비욘세 공연의 176,000원의 티켓값도 그간 악명높게 비싸게 책정된 국내 티켓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진 것이지 선진국보다도 비싼 티켓값이었잖아요. 제발 수준에 알맞는 티켓값이 조성되어야 할 텐데 제일 걱정인 건 비욘세 공연의 티켓 값이 표본이 될 까봐 입니다.
- 끝나고 바다 봤어요. 연예인 많이 왔다는데 저는 바다 밖에 못 봤네요.
첫댓글 후기 잘봤습니다. 저도 첵온잇 굉장히 좋아하는데 사실 원래버전으로 길게 불러주길 바랬는데 좀 짧게 끝내서 좀 아쉬었다는~ 곧 나올 DVD가 너무너무 기대가 되네요~ㅋ
전 송혜교 봤고,, 정준호 봤어여ㅋ 그들은 연예인 이지만 전 비욘세에 열광하느라 감흥이 없었다죠ㅋㅋ
와우 비평가처럼 아주조리있게 꼼꼼히써주셨네 ㅎㅎ
일단 비욘세의 목상태가 다른 때보다 더 완벽했기에 전 dangerously in love 무대가 오히려 destiny's child 월드투어 라이브보다 훨씬 훌륭하게 느껴졌어요! DC 메들리도 마찬가지 ^^ 좀 더 일찍 한국에 destiny's child가 함께 내한왔어도 참 좋았을것 같아요. 언급하신 티켓가격에 대해선 저도 생각이 같아요. 비싸게 책정해도 결국 다 사게되어있다... 라는 이기적인 입장보다 좀더 합리적이여졌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