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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국지색(傾國之色) ~ 서시(西施). 마흔다섯번째 이야기
살랑살랑, 우수수
빨강 노랑 울긋불긋한 단풍잎이 하늘하늘 춤을 추듯 공중에서
흔들리다 살폿, 소리없이 땅 위에 내려앉는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즈음이다.
가을에는 세상천지가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눈이 부시도록 강렬한 색으로 가득 채워진다.
넓은 들판은 바라만 보아도 가슴을 벅차게 하는 풍요로운 황금빛으로 빛나고
기름진 땅의 비옥한 붉은빛 위로 알록달록 즐거운 단풍의 색이 덮이어 어우러지며,
그러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아, 어쩜 저리 높고 파아랗게 깨끗할 수 있을까.
막 일년의 반을 지나 또 다른 반을 지나고 있는 이 계절의 세상의 하늘은
저절로 지난 시간의 죄를 돌아보게 만들게 구름 한점 없이 깨끗하고 맑았다.
천지인(天地人), 하늘과, 땅과, 사람의 노력이 모두 제 빛을 발하여 맺은 실로 오랜만의 풍년에
맞은 가장 큰 명절인 중추절(추석)은 오랫동안 속국으로 억눌려 살아왔던 월나라 백성들에게 정말
오랜만에 근심걱정 모두 내려놓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참으로 드물고 소중한 기회였다.
한동안 우중충한 분위기가 당연한 것인 것마냥 싶었던 사가에서도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데
온세상 쾌락이 모두 모여있다는 명월향은 어떻겠는가.
황궁만큼이나 휘황찬란하고 사치스러운 그곳 역시 평소보다 더 들뜬 모습이었다.
어린 계집아이들의 낭랑한 웃음소리가 옥환의 비밀정원 안에 가득 울려퍼졌다.
노랑, 연두, 연지 등 화미한 색의 하늘거리는 옷을 입은 열서너살 쯤 되어보이는
예쁘장한 계집들이 말끔하게 손질된 정원사이에서 화려한 비단잉어의 지느러미처럼
나풀거리는 긴 천을 가지고 서로 잡고 끌어당기는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
정원사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정성스레 가꾼 완벽한 정원을 배경 삼은 그 모습이 어찌나
천진난만하고 예쁜지, 아무리 무뚝뚝한 사람이라도 슬그머니 흐뭇한 미소를 지을만치 아름다운 모습이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맘놓고 웃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정원의 누각 아래.
커다란 안락의자에 앉아있는 옥환의 뒤로 대여섯명의 여종들과 홀로 떨어진
섬처럼 정단이 홀로 서있다.
여종들 중 한 명이 슬그머니 주위의 눈치를 살피다 못견디겠다는듯 작게 한숨을 내뱉는다.
눈치없는 그 여종에게 경고의 눈초리를 보내던 다른 여종들도 답답한건 마찬가지였는지
저마다 속으로 치미는 한숨을 억지로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풍년에 맞이하는 중추절,
신나게 즐길 시간도 모자랄 판에 왜 이곳만 이리 죽상인고? 내 처지야!
말은 하지 않아도 모두 다 같은 생각일게 분명했다.
여종들은 그런 자신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동지를 찾기라도 하듯 혼자 서있는 정단을 흘끔
쳐다본다. 그런데 단순히 동지를 찾는 이유만은 아닌듯, 그녀들은 계속하여 앞만 바라보고 있는
정단의 모습을 자꾸만 쳐다본다.
눈부시게 생생히 빛나는 가을의 아름다움과 완벽한 미의 정원, 어여쁜 소녀들,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주변의 모습에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히려 더 어색해 보이는데
정단만은 아름다운 이 무릉도원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아니 오히려 더 돋보이는 모습이었다.
구부정함이나 흐트러짐 없는 꼿꼿한 자세에 자로 잰듯 반듯하고 늘씬한 몸
푸른빛이 도는 착각마저 느낄만큼 핏기없이 창백한 피부에 서늘한 무표정의 그녀는
그 존재자체에서 압도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뛰어난 화공의 세필로 그려낸듯 선은 얇고 섬세하기 그지없었으며
곧게 뻗은 매끈한 콧날, 반듯한 이마, 곧은 선을 그리는 단정한 입매, 칼로 자른듯 반듯하지만
부드러운 턱선, 쌍커풀 없이 긴 눈은 날카로워 보이는 동시에 선해보이는 양날을 동시에 품고 있는듯 하다.
하나의 흐트러짐을 찾아볼 수 없이 단정하고 반듯한 이목구비와 차림새, 언행 등
정단은 모든 것이 잘 정돈되어 있어 그 주변의 공기마저도 차분히 정화된 느낌이었다.
마치 그녀가 태어난 시간인 새벽처럼 신비로이 푸르고 차디찬 기운이랄까,
눈부시게 아름답고, 우아하며 지적이고, 예의도 바른데다 늘 속을 알 수 없는 무표정의 그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신비로운 느낌으로 경외감마저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속을 알 수 없는 덤덤한 표정과 행동은 그녀의 존재감을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반듯하고 예의바른 모습은 때로는 한없이 온화하고 자애로워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섬뜻하게 차가운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그런 면모는 자랄수록 더욱 강해지는 것이었는데 완벽하게 아버지인 범려를 빼다박은
모습이라 옥환에게는 재미를, 어미인 정향에게는 초조함과 불안함을 주곤 했다.
어찌되었든 정단의 외모는 전체적으로 보자면 그 분위기도 그러하고 표정이나 웃는 모습이 모두
범려의 복사판이라 할만큼 범려를 쏙 빼다박은 모습이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우아한 아름다움은
어미인 정향에게서 닮았다지만 여성 치고는 큰 키와 늘씬한 몸매, 그리고 풍기문란한
기방에서 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숨길 수 없는 귀족의 우아함은 모두 아비를 닮은 것이리라.
이제 륜과 같은 열 여섯이 된 정단의 미모는 명월향 내에서도 따라올 기녀가 없을 정도였다.
거기다 그녀의 학식과 그림 실력은 왠만한 귀족집 여식들보다 뛰어났다.
기가 막히게 머리가 좋은것 또한 아비를 닮은 것이었다.
사년 전, 훗날 범려나 정향을 제압할 목적으로 정단을 밑에 인질삼아 두고있던 옥환에게 정단은 이제
인질이 아닌 꽤 쓸만한, 아니 없으면 안되는 필요한 인재가 되었다.
정단은 이제 왠만한 명월향 내부의 흐름을 파악하고, 옥환을 위해 명월향 살림을 관리하는 일을 돕고 있었다.
올환은 처음에는 혹여나 중요한 기밀들을 제 어미에게 빼돌리지는 않을까,
의심하며 지켜보았지만 정단은 옳지 않은 일과는 좀처럼 타협하지 않는 고지식한
심지만은 어미인 정향을 빼닮은듯 하였다.
이후 옥환은 아직 나이어린 소녀였지만 그녀를 전폭 신임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아름다운 외모에 새벽공기처럼 맑고 푸른 기운을 가진 이 아이는
옆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안정시켜주는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 또한 옥환이 정단을 놓치지 못하는 이유였다.
그렇게 한동안 정단을 애지중지하며 혹여라도 범려와 닮은 것때문에 입소문에 오르내릴까
꽁꽁 감춰두고 있던 옥환이었는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그 마음이 싹 바뀌어버렸다.
"네가 할일이 생겼구나,"
손짓으로 뒤에 서있던 정단을 부른 옥환은 악마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소매에서 서찰 하나를 꺼낸다.
그것을 받아들며 정단은 옥환의 미소를 보았다.
머리좋고 눈치좋은 정단이 사년동안 지켜본 옥환의 표정의 의미를 모를리가 없다.
"가서 상국께 전해드리고 오거라,
매우 중요한 것이니 꼭, 네가. 직접 상국께 전해드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누구 때문인지, 화살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 것인지까지는 알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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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환은 명을 받으며 정단의 무표정이 잠시 깨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어리둥절한 표정이 잠시나마 아이의 얼굴에 스쳤다.
그럴만도 한것이 정단은 종종 밤에 잠시 옥환과 함께 나간것을 빼고는 명월향 밖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었다. 그 어미도 옥환도 병적이다 할만큼 그녀를 외부와 철저히 단절시키고 싶어했던 탓이다.
그런데 어찌 혼자서, 그것도 대낮에 혼자 심부름을 하고 오라는 것인지.
의아심과 불신이 언핏 스치는 것을 본 옥환이 다정히 미소를 지었다.
"너도 이제 다 컸는데 평생을 이리 이곳에만 갇혀있을수 없진 않느냐,
한번쯤 홀로 바깥의 공기를 쐬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중추절 준비로 볼만한 것이 꽤 많을 것이다. 마음껏 구경을 하라 허락하여 줄 수는 없으나
가는길에나마 마음껏 보라 너 혼자 보내는 것이니 안심하고 다녀오거라"
아무리 정단이 영악하다 하여도 아직은 명월향 담장 한번 넘어보지 못한 열여섯의 어린 소녀였다.
그녀는 곧 처음으로 바깥 세상을 볼 생각에 들떠 냉큼 옥환의 심부름을 받잡았다.
보기 드물게 얼굴이 감정을 나타내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물러가는 정단을 보던 옥환은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일에 대한 기대로 희열에 차 있었다.
"상국께서 내 손안에 있는 패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니 이리도 날
몰아내려 하는데, 두고 보시지. 내 패가 어떤 것인지..."
최근 들어 옥환과 범려의 동맹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 증거로 범려가 사년이나 공을 들여 데려온 공녀는 새로 옥환에게 범려가 맡긴 공녀들 중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고 옥환이 이에 대해 물으니 범려는 자신이 따로 훈육시킬 것이라 딱잘라 대답했던 것이다.
가장 귀한 보석을 옥환에게 맡길수 없다는 불신의 의미였다.
게다가 최근들어 범려의 주변인물들이 옥환과의 관계를 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일각에서는 명월향의 다음 기주로 정향을 안히자는 말이 나오기까지 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아 이미 지각변동은 예고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오랜세월 범려와의 거래를 통해 세력가 사이에서 기반을 탄탄히 한 옥환이 그리
호락호락하게 당하고 있을리는 없었다. 범려의 배신이야 어느정도 예상을 했었기에
사년 전 정단을 자신 아래에 두었던게 아닌가? 그리고 이제 정단이라는 그녀의 비장의 패를
꺼낼때가 다가온 것 뿐이었다.
범려가 정단을 보면 어떠한 표정을 할까,
설마 첫눈에 혈육인 것을 알게 될까? 그럴리는 없겠지만 무언가 흥미진진한 반응은 있겠지.
무엇보다 옥환이 정단을 범려에게 보낸 사실을 알면 기절초풍할 정향의 반응은 그야말로
극의 절정이라 할 수 있겠다.
미친듯이 불안해하겠지. 그거야말로 지난 세월동안 정향이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니까,
아무리 기녀라 하더라도 귀족의 아이를 배고 낳은 이상 그 아이는 귀족의 핏줄이기에
아이의 장래에 대한 결정권은 무조건 귀족인 그 아비에게 있다.
그 아비가 혈육임을 부정하여 아이가 지방의 관비로 보내지더라도 어미는 할말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귀족도 아니고 이 나라 최고 귀족인 재상의 아이를 십육년 동안
몰래 다른 평민의 아이로 입적시키면서까지 키워온 셈이니 국법을 어긴것은 물론이요,
괘씸죄와 귀족 모독죄로 정향이 무거운 벌을 받을것은 당연지사, 본인의 출생에 대해
몰랐다 하여도 정단 역시 그 처벌을 피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정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정단을 빼앗기는 일이었다.
명월향 제일의 기녀로 군림하던 그녀는 한창 기녀로서, 또 예인으로서 최고의 위치에 있을때
소리없이 사라졌다. 오로지 딸인 정단을 위하여, 혹여라도 아이가 사람들에게 노출될까봐
스스로 예인으로서의 꿈을 포기하고 젊은 나이에 자처하여 명월향 뒷방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정단이 옥환의 손에 있는한 정향은 결코 옥환을 몰아내고 그녀를 명월향의 기주에 앉히려는
세력과 협조하지 못할 것이었고 계속하여 옥환의 뜻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옥환은, 살아오며 여인으로서 아이 한 번 베지 못하고 가족을 꾸리는 것보다
홀로 모든 부와 권세를 누리는 쪽을 택한 것을 후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자신의 결정이 올바른 것이라 느껴진다.
"자식이나 정 같은 구질구질함에 매이지 않아도 좋으니
이 어찌 좋지않다 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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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추절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자 집안의 분위기도 한껏 들떠있었다.
륜이 태어나고 나서는 거의 처음이었던 오랜만의 풍년인데다 나라안 최고 귀족인
범려의 집에서 맞는 중추절은 가난한 소흥에서 가장 호사스럽게 맞이했던 중추절과도
비교조차 할 수 없을만큼 호화찬란하기 그지없었다.
도대체 집이 몇 채인지조차 알 수 없을만큼 넓은 저택 안에 온통 군침이 도는 기름진
음식냄새가 진동을 하였고, 날마다 곡식이며 비단등을 실은 수레가 끊임없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여종들은 모두 집안의 구석구석을 닦고 치장하거나 부엌의 일을 거드느라
눈코 뜰새없이 바빴다.
집안의 종들이 모두 몇 백은 된다는데도 일손은 끝없이 부족하여 뚝 떨어져 머물고 있던
륜도 중추절 준비기간에는 어쩔수없이 본가로 건너와 일손을 돕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나 륜이 워낙에 눈에 튀기도 하였고 사람들 눈에는 가급적이면 보이지 않는것이 좋았기에
그녀는 상위와 함께 주로 침방의 일을 도왔다.
중추절이라도 주인 가족들의 옷을 짓는것 외에 침방이 뭐 그리 바쁠까 싶었던 륜은
이러한 명절에는 집안의 종들도 모두 새 옷을 입는다는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랐다.
"종들도 모두 새 옷과 새 신을 신는다고?"
침방 안에는 이미 많은 여종들이 모여앉아 정신없이 옷을 만들고 있었고 그 텃세에 눌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바느질을 하며 조그맣게 속삭이며 륜이 상위에게 물었다.
"그렇죠. 보통 일년에 네 번 정도는 새 옷을 지어입어요.
근데 그건 가장 서열이 낮은 종들의 경우의 얘기이지, 조금 짬밥을 오래 먹거나
집안 식구들을 위해 일하는 종들은 자주 새 옷을 해입고, 특히 주인마님 내외와 도련님 아가씨를
옆에서 모시는 종들은 비단으로 옷을 지어입는답니다."
륜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일년에 네 번이라니, 자기는 종도 아니고 양민이었는데도 일년에 네 번은 커녕 새 옷을
지어입은 적이 평생 손에 꼽을 정도인데. 늘 누가 입었던 얻어온 옷을 대강
크기만 줄여서 입은게 다였는데.
종 팔자가 양민 팔자보다는 훨배 낫다니.
헛헛한 마음에 륜이 저도 모르게 조금 거칠게 바느질을 하는데 상위가 다시 소근거렸다.
"그런데 이것도 요새 하도 나라가 어려우니까 간소해진거에요. 원래는 대부분 종들이
다 명주옷을 입거나, 좀 생긴것들은 비단옷에 진주가 달린 신발을 신었다고 하더라구요.
선대, 그러니까 돌아가신 전 재상 어르신 대까지만 하더라도 종들이 모두 상아로 만든
젓가락으로 밥을 먹었다는데 어휴. 지금 주인 나으리는 종들에게 그러한 사치가 가당키나 하냐고
생각하시는 주의라서..."
"사, 상아 젓가락?"
상아가 뭐지? 난 본적이나 있나?
륜으로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치였다.
샤오룬도 대단한 재력가이긴 하였지만 워낙 가난한 지역인 소흥에서는 회계의 귀족들
그대로 사치스럽게 생활하는것 자체가 되려 어울리지 않아 우스운 일인데다,
샤오룬이나 진 대인 둘 다 물욕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륜으로서는 이런 생활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륜은 다시 바느질에 집중했다.
그런데 상위가 또 다시 말을 건다.
"아, 그런데 이번 중추절 때 언니한테도 비단 몇 필 준다는데요?"
"응? 나한테?"
"네, 원래 집에 머무는 손님한테는 꼭 명절이 아니더라도 집에서 입으라고
옷을 지어주기도 하거든요. 중추절이라 하여 비단이랑 이것저것 나온대요"
순간 륜의 머리에 지난번 싸늘한 부인의 표정이 스치고 지나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연극을 보고 돌아온 후로 조용히 자신이 머무는 작은 집에 처박혀 지낼때는 그냥저냥
견딜만한데 이렇게 가끔 상위 외의 집안 사람들과 만나거나 집안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래알을 씹는듯한 까끌거림과 자신이 굉장히 민폐를 끼치고 있는것 같은 불편함은
도무지 어쩔수가 없었다.
첸 부인에게 기악 수업, 어느 중년 부인에게는 예절과 그림 수업, 또 어떤 나이 지긋한
학자에게 고서 등의 글을 배우고 있는데 도무지 왜 자신이 이걸 해야하는지 이해를 할수 없으면서도
어쩔수 없이 따라가고 있긴 하였다.
그렇지만 도저히 언제까지 이 집에 머물르며 이 의미도 모를짓을 하고 있어야
하는것인지 이제는 지쳐서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도대체 범려는 왜 자신을 데리고 온 것일까,
뭐가 뭔지도 모를 상황에 평범하기 짝이없는 나날, 범려에 대한 경계심과 분노는 날이갈수록
무뎌지고 있었고 가족과 고향을 떠나온 슬픔마저도 마비되듯 잊어가고 있었다.
마비된다는게 옳은 표현이겠지.
륜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범려가 자신에게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분명 자신은 공녀가 된 것인데 이 귀족 아가씨마냥 한가한 생활은 무엇일까.
륜이 심각한 고민에 빠져잇는 와중에도 상위는 쉴새없이 떠들고 있었다.
"이 일 끝나고 같이 비단 받으러 가요, 그걸로 내가 옷을 지어줄게요,
아마 중추절 전에는 완성될거야, 그러면 그 옷 입고 중추절 밤축제에...
아니, 오늘부터 전야제를 시작하니 보러가요, 언니!"
자신은 그리 한가한 처지가 아닌데 철 모르고 종알대는 상위를 떨떠름한 표정으로
륜은 바라보았다.
"올해는 풍년이라 축제가 특히 성대할 것 같아요,
작년에는 나라가 뒤숭숭해서 별로였거든. 아, 나 야시장에 가서 사먹으려고 이때까지
돈을 모아둔거 있죠"
"저, 상위야. 난 그런데에 갈만한 상황이 아니..."
"사실은...... 언니 시중들게 되는것 때문에 친구들을 많이 못만나서
같이 갈 사람이 별로 없어요, 아무래도... 언니는 손님도 아니고 애매하니까..."
륜은 고개숙인 상위의 얼굴을 쳐다보다 간신히 한 마디 했다.
".......갈게..."
금새 상위의 얼굴이 밝아졌다.
마침 침모들 중 가장 연륜이 많은 맏침모가 일은 하지 않고 수다를 떠는 둘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그 사나운 째림에 륜과 상위는 입을 다물고 열심히 손에 들린 일감에 집중하는 척 하였다.
하지만 능숙하고 빠르게 일감을 처리하는 상위와 달리 륜의 솜씨는 정말 형편없었다.
바느질한 부분도 촘촘하거나 고르지도 않았고 심지어 목이나 손이 나올 부분을 꿰매기도 하였다.
륜의 하는 모양을 지켜보다 갑자기 륜의 손에서 옷감을 뺏어들어 찬찬히 살펴보던 침모
한 명이 그야말로 엉망진창인 옷을 보고는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륜은 일단은 손님이기에, 차마 뭐라 대놓고 하지는 못하는
침모는 홱 고개를 돌려 맏침모를 향해 소리쳤다.
" 형님, 이 아이는 안되겠어요,"
보란듯이 소매 부분을 꿰매놓은 륜의 옷을 흔들어 보이자 맏침모는 짜증스럽게 한숨을
내쉬고는 완성되어 보자기로 곱게 싸놓은 옷들을 가리키며 그것을 다른 곳에 가져다주는
심부름이나 해달라고 말했다.
일손이 모자라는지라 옷이 완성 되어도 좀처럼 그 주인에게
가져다 줄 짬이 나지가 않았던 것이다.
륜이 일어나자 덩달아 상위도 일어났다. 륜은 손님의 신분이고 집안이 익숙하지 않아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바쁜데 일손이 둘이나 빠져나가는 것이 못마땅하였지만 맏침모로서는
어쩔수 없었다. 일단 륜은 손님이었으니.
그렇게 둘은 옷을 싼 보퉁이를 들고 침방을 나섰다.
"아, 차라리 잘 되었어요.
만일 우리가 저기에 계속 있었다면 아마 내일 아침까지 붙잡혀 있었을지도 몰라요.
쪼그리고 앉아서 계속 바느질을 했더니 어찌나 허리도 아프고 눈도 아픈지"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상위는 내심 바깥으로 나오게 된 것이 기쁜듯 하였다.
고향집에서도 하지않던 손에 익지 않은 일을 억지로 붙들고 있었던 륜 역시
침방에서 벗어난게 기뻤기에 베시시 따라 웃다가 문득 손에 든 비단 보퉁이의
무게를 느끼고 상위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거 누구한테 가져다 주는 거지?"
"아아, 그것은 백 파파(나이든 여인, 할머니를 가르킨다)에게로 가는 것이에요"
"백 파파?"
"작은 도련님의 유모인데 전에는 큰 도련님을 돌보았지요.
원래는 마님께서 출가하시며 데려오신 종이에요. 마님의 유모였다고 하더군요."
"와... 그러면 그 백 파파라는 분은 주인 마님의 유모였는데 이제는 그 아들들까지도
키운거네? 뭔가... 유대감이 엄청날 것 같아"
"그렇죠, 실제로도 백 파파는 이 집안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종은 아닌데도
그 영향력이나 권세는 엄청나요. 주인 마님이 태어났을 때부터 돌보아 드렸으니 거의 어머니나
다름이 없어서 주인 마님도 백 파파의 말이라면 대부분 꼼짝도 못한다고 하나봐요.
주인 나으리는 집안의 일에는 사실상 거의 손을 대지 않으시기 때문에 주인 마님이 실질적으로
이 집안의 모든 것을 이끌고 계시는데 백 파파는 그런 주인 마님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요. 그러니.... 뭐, 대강 아시겠지요?"
"얘기만 들어도 알겠어, 왠지 무서운 부인일것 같아."
륜은 사납게 자신을 노려보던 부인의 모습과 그 부인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백 파파의 모습 -어쩐지 머리 위를 맴돌며 그림자를 드리우는 매가 연상이 되었다.- 을 생각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 딱히 그렇게 무서운 분은 아니세요. 물론 다가가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두 소녀가 키득키득 웃고 대화하는 사이 어느새 백 파파가 기거한다는 장각에
다다랐다. 두 아들의 유모이자 안주인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인 백 파파는 안채의 바로
옆 장각에 기거했다. 그 사실에 어쩐지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상위는 백 파파를 직접
만날 것도 없고 백 파파를 모시는 종에게 건네주고 확인만 받으면 되니 금방 끝난다며
일을 마치고 비단을 받으러가자 륜을 격려하였다.
백 파파의 장각은 건물 그 자체는 집안의 다른 장각들처럼 무척이나 화려하였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보니 건물 안은 검소하게 장식되어 예상외로 소박한 모습이었다.
왠지 모르게 조마조마한 마음을 억누르며 륜은 조용히 상위의 뒤를 따라갔다.
얼마나 갔을까? 구불구불한 미로같은 복도를 따라가다 어느 문 앞에 멈춘 상위는 어느 여종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뒤에 뻘쭘하게 서서 상위를 바라보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자 심심해진
륜은 시선을 주변으로 돌려 이곳저곳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그때 륜의 시선을 끈 것은 맞은편 보이는 다른 복도를 지나가는 두 명의 여종이었다.
서로 다른 옷의 두 명의 소녀가 앞뒤로 서서 가고 있었는데 륜의 시선을 끈 것은
뒤에 따라가는 여종이었다.
낮이었지만 집의 깊숙한 곳은 햇빛이 닿지 않아 복도는 조금 어두컴컴하였다.
그런데 그 어두컴컴한 가운데 그 소녀는 마치 유령처럼 희미한 빛을 내는듯 하였다.
푸르스름할 정도로 창백한 피부의 소녀, 조금 먼 거리였지만 륜은 소녀의 얼굴을
본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었다.
흰 연꽃을 연상시키는 숨막히는 아름다움이었다.
느린 발걸음이었지만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듯 그녀의 모습은 선녀처럼 우아하기 짝이 없었다.
찰나의 순간 그녀가 벽 너머로 사라지기까지 륜은 그 소녀에게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소녀는 모퉁이를 돌기전, 그 찰나의 순간, 다른이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었고
륜과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 알수 없는 강한 힘이 두 소녀 사이를 단단하게 잇는 것이 느껴졌다.
륜은 이 정체 모를 순간적인 연대감에 흠칫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소녀 역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지만, 그녀는 곧 지체없이 걸음을 옮겨 사라졌다.
하지만 소녀가 사라진 곳에는 여전히 그 푸르스름한 잔상이 남은듯 하였다.
보이지 않는 그 소녀의 잔상이 사라질 때까지 륜은 눈을 떼지 못하고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상위가 볼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멍하니 복도의 끝을 응시하고 있는 륜을 보자 상위는 이상하게 쳐다보며
그녀의 팔을 톡톡 건드렸다.
"뭐해요? 거기 뭐가 있다고 그렇게 쳐다봐요?"
륜은 그제서야 제정신이 들었다.
"으,응.. 그냥..."
"옛 동무를 잠시 만났는데 잠깐 차 한잔 하고 가라네요, 괜찮을까요?"
아직도 아까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륜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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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린 정단은 잠시 방금 일어났던 일에 대해 곰곰히 생각했다.
방금전 느꼈던 이상한 기분, 마치 보이지 않는 끈이 그 소녀와 자신을 단단하게
묶은듯한 기묘한 느낌이었다. 그 느낌이 아직도 가슴을 관통한듯 아릿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옥환의 심부름으로 범려를 만나러 왔으나 범려는 출타중이었다.
차를 마시며 기다리라는 백 파파라는 부인의 말에 여종을 따라가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느껴지던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이 느껴진 곳을 바라보았던 찰나의 순간
마주친 한 소녀, 조금 먼 거리였고 어두웠지만 멀리에서도 마치 모란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소녀의 미모와 존재감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정확하지 않은 시계에서 명월향에서 나고자란 정단의 머리에 뚜렷한 인상을 남길 정도의 미모였으니
분명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임은 틀림없겠으나 정단이 왠지 마음에 쓰이는 것은 그 소녀의
남다른 존재감이었다. 뛰어나게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는 꽃이 있듯 여인 또한 그러한데.
그 소녀는 천리 밖에서도 그 존재감을 내뿜을 그런 압도적인 향을 지는 꽃과 같았다.
정단은 지금껏 그런 또래의 소녀를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앞으로 자신과 깊게 연관될 것 같다는 알수없는 강한 확신을 주었다.
누구보다 논리정연한 본인이었지만 그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종의 안내에 따라 다(茶)실에 앉아 내온 차를 예의상 마시며 정단은 점차 아까의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머리 한구석에는 아까 본 소녀의
얼굴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멍하니 찻잔을 든채로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데 문득 아까 자신을 안내한 여종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게 느껴져 정단은 찻잔을 내려놓고 여종을 쳐다보았다.
여종은 뻘쭘하게 웃더니
"아니.... 참 곱다, 하고. 올해 열 여섯이라 그랬나요?
그러면 그쪽도 혹시 명월향의..."
여종의 첫마디에서 대화를 만들 가치가 없다는 판단이 들어 시선을 거둔지
오래였던 정단이 여종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딱잘라 대답했다.
"아닙니다."
화가 나서 대답한 것은 아니었는데 차가워보이는 정단의 인상 탓인지 여종은
민망하다는 듯 웃었다.
"난 딱히 무례하게 굴 생각은 아니고..."
여종과 더이상 단 한마디의 말로도 얽히고 싶은 생각이 없던 정단은 여종이
웅얼거리며 말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어하자 짜증이 나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어린 소녀답지 않은 위화감 넘치는 눈길에 움찔하던 여종은 곧 입을 다물었지만
생각없고 못배운 이들이 대개 그렇듯 자신의 머릿속에 맴돌던 말을 참지 못하고 다시
입을 열어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런데 참으로... 누군가와 닮았네.. 누구지? 아까부터 생각은 드는데
누군지를 모르겠어..."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으니 게중 닮은이가 있는건 당연하겠지요"
적당히 무례하게 굴면 대화를 나눌 맘이 없음을 상대방이 알아채주었으면 하여 대꾸한 것이었는데
"누굴까.. 내가 분명 어디서본 듯한데 말이야"
눈치없이 수다스러운 여종은 저 혼자 정단은 관심도 없는 정단과 닮은이에
대해 떠들어 대었다. 이에 처음부터 여종 따위에게 그다지 큰 인내심이나 예의를 차릴
생각이 없었던 정단은 아예 그녀를 무시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종이 제 무릎을 탁 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났다! 어, 그런데... 어떻게 그 분이랑..."
그 분이라는 지칭에 정단은 그제서야 흘깃 쳐다보았다.
그런데 여종은 표정이 어쩐지 떨떠름하다.
"너 혹시..."
그 때 참으로 기가막힌 순간 다른 여종이 들어왔다.
"주인 어르신이 돌아오셨습니다.
지금 만나주시겠다 합니다."
정단은 주저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끊겨버린 그 천박한 여종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마치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하고 나가버리는 정단의 뒷모습을 보며 어어- 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킬 뿐이었다. 물론, 정단은 여종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수도, 들을 생각도 없었다.
뭔지 모를 이상하지만 신비로운 느낌이었던 아까의 그 충격도 이제는 피곤함만을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게다가 오래전 보았던 범려는 정단의 기억에는 어쩐지 불쾌한 모습이다.
명월향에서 보았던 늙은 관리들의 모습에 구역질을 느끼고 있던터라 정단은 그 역시
지금쯤이면 그들과 다를바 없는 추악하고 늙은 중년의 귀족의 모습이겠거니 하고 예상하고 있어
더욱 빨리 일을 마치고 나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어서 이 심부름만 마치고 나가야지, 저녁부터 중추절 전야의 등불 축제가 열린다니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를수도 있을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정단은 소매 안의 서찰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후 범려가 있는 다른 장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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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방에서 나온 완성된 옷을 건네주고 중간에 비단을 찾아 다시 나무들로 둘러쌓인
자신의 처소로 돌아오며 두근거리던 가슴은 가라앉았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아직도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는다.
상위는 분홍색의 고운 비단을 보며 설레는지 다른때보다 훨씬 활기차 보이는 모습으로
끊임없이 종알거리고 있었다.
"옷 본만 떠놓고 저녁이 되면 나가요, 저녁은 나가서 먹고..."
상위는 끊임없이 축제에 대해서 떠들어댔고 그 이야기를 듣다보니 륜도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겼다.
"얼마나 맛있는게 많은데요, 돼지기름으로 부친 지짐에 고기만두, 속을 골라넣어 먹을수 있는
밀쌈에 오리고기...깨가 박힌 튀긴 단팥떡에..."
이야기만 들어도 군침이 턱밑까지 흐를듯한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하나하나 따지자면 륜의 상황은 매일매일 우울하게 보내도 모자랄 상황이었지만
본래 성격이 밝은 탓인지 아니면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평범하고 지루한 나날의 영향인지
아니면 바람만 스쳐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열여섯 어린 나이의 탓인지 륜은 금새
상위의 이야기에 빠져들어갔다.
화려한 단풍의 아름다움이 극에 달한 외딴 별채에 소녀들의 옥구슬 같은 웃음소리가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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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드디어 오셧네요 ^^ 정말 기다렸다요 다음화도 정말 기대되네요 ^^
잉잉~ 너무 늦게오셨어요 왜~~ㅠㅠ 륜이 밝아보여서 다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