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관순의 손편지[58]
2019. 09. 12(목)
추석 차례상의 과일들
추석 연휴가 시작됐습니다. 벌써부터 엄청난 귀성객들이 전국의 도로와 철길,
하늘길, 바닷길을 가득 채웁니다. 몇 해 전까지 우리가족도 이 대열에 끼었던
터라 명절 때 이동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지요.
마음이 가장 무거웠던 때는 온 나라가 IMF에 내몰렸던 1998년 추석입니다.
경제가 어려워 고향에 못가는 사람이 많을 것이란 예측은 완전 빗나갔습니다.
당시 언론에서는 20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움직였다고 보도할 정도였지요.
하루에 36만대의 차량이 고속도로에 쏟아져 귀성전쟁을 치렀다합니다.
게르만족이동, 출애굽엑서더스와 달리 단기에 이루어진 대규모 민족이동이죠.
현대에는 라마단 기간에 성지로 몰리는 천만 회교도 이동과 함께 대표적인
민족 대이동인 셈이죠. 그들은 사막에서 매년 300-500명이 압사하고, 우리도
교통사고로 3000여명의 사상자를 낸다는군요.
모든 형편이 어렵고 고향에 가져갈 소식이 없어도 찾아가는 곳, 고향은 그런
곳입니다. 부모가 계시고 조상의 얼이 서린 고향은 언제가도 평안을 줍니다.
추석에는 차례를 지냅니다. 전통적인 제사방식은 예부터 가가례(家家禮)라 해
지역과 집안에 따라 다르죠. 하지만 같은 것은 상에 올릴 조율시이(棗栗柿李)
라는 과일입니다. 다시 말해 대추, 밤, 감, 배 순서로 차리고 특히 대추, 밤,
감(곶감)은 빠지지 않지요.
이들 세 과일이 차례상에 꼭 오르는 연유는 무얼까. 이들의 생물학적 특성이
우리의 효사상과 상징적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대추 는 꽃마다 기어코 열매를 맺는 성질이 있지요. 대추의 이러한 상징성은
자손의 번성을 뜻합니다. 자손의 번성을 산자의 의무로 새기자는 겁니다.
감나무 는 반드시 접(接)을 붙여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고음(감과 비슷하나
이보다 작은 열매)나무가 된답니다. 이 같은 의미에서 자손에게 혼배(婚配)나
학문의 필연성을 가르쳐 효의 근본이 무언지 보여 줍니다.
밤 은 그 이유가 좀 더 특별합니다. 모든 씨는 땅에 심으면 뿌리의 양분이
된 후 썩어 없어지는 게 보통이죠. 하지만 밤나무는 아름드리가 돼도
‘씨밤’이 뿌리에 남아 있다고 합니다.
밤을 올리는 까닭은 되묻지 않아도 분명합니다. 조상을 통해 후손이 영원히
이어지고,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조상에 대해 숭모의 표시입니다. 그래서
조상의 위패도 밤나무로 깎아 만들죠.
이러한 전통 민속은 점차 사라지거나 변형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핵가족화를 가속시키면서 당대중심의 문화로 빠르게 확산시키면서죠. 홀로
추석을 맞는 노인이 늘어나는데도 영향을 끼치기도 했고요.
자식에게 덤이 되기 싫어 홀로 살다가 쓸쓸 죽음을 맞은 노인들의 사연이
심심찮게 전해집니다. 어느 해 추석에는 비슷한 사연으로 떠난 노인이
셋이나 보도되어 화려한 명절 이면에 그늘을 키우기도 했지요.
효자 노릇하기도 어지간히 힘든 세상이 됐습니다. 늘어나는 평균수명이 이를
더 어렵게 한다고 합니다. 상황과 환경은 시대에 따라 늘 바뀌어 왔습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보름달에 비쳐지는 부모님 얼굴일 것입니다.
명절을 맞아 차례상의 과일들을 떠올리며 선조들의 깊은 뜻을 되새겨 볼
일입니다. 올 추석에는 아이들과 차례상 과일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요?
*글 이관순(소설가)
첫댓글 내 고향
원주에서 100일
밀양 1주일
부산 10년
울산 19년
부천 33년
서울 혜화동에 이사할 예정이지만
집이 너무 비싸다
아들이 사업 잘 되면 하나 사줄랑가
고향 내가 머문자리다
고향이 사라진 곳도 많다죠
글 고맙습니다
행복한 추석 잘 보내세요
민족 고유의 전통의식이란것도
시대적 유물로서 차츰 사라지는건
현대사회에서 자연스러운거 같습니다
다르게보면 모든건 현실속에 존재하는거겠지요
그래서 아쉬움이나 안타까움보다는
기꺼이 반응하고 나아가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ㅡ
이번 추석땐 횟감을 준비해서 가족들과 함께 하려고 합니다 ㅡ
기름진 음식은 평소 많이 즐겼으니까요 ㅎ
즐건 명절 보내세요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한 추석 맞이 하시구요
차례상의 밤.감.대추
그 귀함에 대해 공부합니다.
그래요 올추석엔 보름달을 볼 수 있다합있다합니다
정겨운 날 되시길~^
대전입니다
6시간 걸려간 기억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