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을 좀 얻어먹을 얘기를 써야겠다.
여름 해수욕철이 되면 어패류를 특히 조심해야한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비브리오균이 대단위로 번식하여 식중독이나 패혈증등을 일으켜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고, 특히 굴이나 홍합류는 그때가 산란기라 특히 위험하다,
태백에서 살 때 한번은 석공(대한석탄공사)에서 삼척 장호로 십수 명이 단체로 해양휴가를 갔는데, 선발대가 먼저 가서 섭쓰래(자연산 큰 홍합을 섭이라하고 그걸 바위에서 떼어내는 연장)로 섭을 많이 따와서 큰 솥에다가 끓여놓고
뒤에온 동료들과 함께 섭국을 안주 삼아서 술을 맛있게 신나게 마셨다.
이튿날 아침이 되니 밤새도록 싸고 토하고 모두가 나가떨어져서 반 시체가 되어있었다. 해수욕이고 뭐고 다 파투가되고 동네에 돌아와서 놀림감만 되었던 일도 있었다.
산란기 홍합독에 중독된 것이었다.
굴도 여름철에 잦은 식중독을 일으키는데, 육지의 하수가 바다에 유입되어 굴양식장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여수지방의 굴은 절대로 먹어서는 안되는데, 그것은 오동도와 돌산 등지를 무분별하게 개발하여 팬션이나 별장을 허가하는 바람에 오염된 하수가 정화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다에 방류되기 때문이다. 여수 시청에 몇 번 항의를 했으나, 마이동풍이다.
그러면 여름에는 뭐를 먹나? 이게 내가 욕먹을 소리다.
여름 해수욕철이 상게의 알이 가장 많이 차있는 계절이다.
노랗고 향기롭고 부드러운 그 식감에는 바다의 온갖 맛이 다 들어있어서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한다. 운단(雲丹)이라고도 불리는 성게알은 해녀들의 주 수입원이기도 하고, 비싼 값으로 일본에 수출도 한다. 그들은 하도 귀한 것이라서 이쑤시게 같은 걸로 찍어서 먹는다고 하나, 나는 그렇게 먹기에는 감질이 나서 숟가락으로 퍼먹는다.
강릉에서 멀지않은 주문진에는 나와 50여년을 알아온 머구리(구식 잠수사)가 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고 부상도 당해서 직접 물질은 하지 않고 해녀들을 동원해서 삼척등지에서 성게를 잡아서 집에서 가공하여 일본에 수출하는 사람이 있는데, 해삼 전복 섭등을 한 자루씩 보내는가 하면, 여름이면 멍게 작업을 하여 우동 그릇으로 하나씩은 보내준다. 그것을 작은 통에 나누어 담아서 냉동하여 두고 두고 먹는다. 따끈한 밥에 성게알을 비비고 약간의 일본 간장을 넣으면 환상의 맛이 된다. 이렇게 비빈 것을 김에 싸먹어도 좋다. 거기에 만일 참기름등을 넣으면 멍게향만 망치게 된다.
이런 행위를 구미속초(狗尾續貂; 담비꼬리 대신 개꼬리를 붙임)라 한다.
아침밥 먹기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아는 나에게 반찬이 마땅치 않는 여름철, 성게알이야말로 큰 구원(救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제는 그 성게알이 없다. 아니 성게가 없다!
간혹 잡히는 성게도 크기가 보잘 것 없다. 한때는 바다 홍폐화의 주범으로 지목 받던 그 성게가 없다.
성게가 없는 것은 성게가 뜯어먹고 살 해초가 없기 때문이요, 해초가 없는 것은 바다의 백화현상(白化現象)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백화현상은, 바다에 무분별하게 건조되어있는 방파제의 시멘트길과 테트라포트, 바다 살리기 한다고 수 백만개의 시멘트로 만든 어초(魚礁)등에서 우러나온 강알칼리성의 물질, 해수온도의 급격한 상승, 바다에 버려지는 온갖 쓰레기가 그 원인으로, 바다속 바위들이 하얗게 산호류의 일종이 번식하는 현상이며 갯녹음이라고도 한다.
단순히 성게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작은 골뱅이류도 없어지고 그 성게며 골뱅이를 먹는 돌돔, 참돔, 뱅에돔, 감성돔등 도미들이 사라져서 나 같은 낚싯꾼의 갈 곳도 없어진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호주에서 뱅기를 타고 지나다 보면 대보초라고 하는 한반도 보다 더 넓은 지역을 지나는데,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라고 다이버들에게 최고의 성지다.
3백 여개의 산호섬과 검게 보일 정도로 짙은 해초가 우거져 물고기의 천국이기도 하고, 우리에겐 낯선 듀공이 해초를 뜯는 방대한 지역이다.
이 거대한산호지역과 해조군락이 다 녹아내리고 있다. 거기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수천톤이란다. 해초와 산호가 품고있던 이산화탄소가 다시 대기로 방출되는 것이다!!
비단 동해안의 물고기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바다가 다 죽어가는 것이다! 해수 온도는 오를대로 올라가서 남북극의 얼음도 녹고 시베리아 동토도 녹아서 메탄가스를 뿜는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열배나 강한 온실효과를 낸다.
이제 내 외손주 꼬마들이 여섯 살이고 세 살이다.
그들이 80세가 되면 서기 2300년이 넘는데, 그때까지 지구라는 생명체와 인류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가뭄 홍수 산불에 해양생명의 멸실까지 닥쳐올 재난이 너무 많고 가혹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온전히 늙어갈 수 있을까?
봄이 되어도 꽃을 보지 못하고 겨울에는 눈조차 내리지 않을 것이다.
요즘 시집 장가도 가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 그네들의 선택이 나보다 더 훌륭할 것만 같아서 씁씁하기만 하다.
癸卯年 寒露도 지났다.
豐 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