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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개인적인 분석이나 해석글을 연재할까 했습니다만 요즘 워낙 고퀄의 분석글들이 많이 나와서..
(그 중의 갑은 표창원 교수님이 아닐까..마,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굳이 달리는 필력으로
분석을 올릴 이유가 사라졌다는게 큰 이유입니다...흠. 그래서 기-승-전 다 건너뛰고
이 글을 올림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가? 에 대해서만 쓰겠습니다.
1. 반감의 문화.
일베 주 연령층은 2~30대입니다. 10대도 많이 하지만 제가 보기에 주류는 저 쪽이라고 봅니다.
20대가 더 많겠죠. 이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핵심적 정서는 반감입니다. 그런데 무엇에 대한 반감일까요?
윗세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친구들은 50대 이상의 다수적 정서와 궤를 같이 합니다.
이 친구들이 반감을 가지는 건 2-3-40대 입니다. 읭? 자신들이 자신들에게 반감을? 아닙니다.
세대간의 격차가 아닌 주류-비주류로서의 격차에 대한 반감입니다.
반감은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전에 올린 글에 대해 잘 모르는 말들이 많아서 읽기 싫다. 고 하셨죠.
잘 모르는 단어들을 섞어가며 줄줄 늘어놓고 몰라도 상관 없는 것 같은데 알아야 한다고 다그치고
그래도 잘 몰라하는 우릴 이상하게 보며 가르치는 것 같은 느낌. 이 느낌 불쾌하죠.
2-30대 비주류가 민주진영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이것과 비슷할 겁니다.
민주화 후 세대는 민주화에 대해 큰 자각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민주화 세대가 전쟁의 공포에 대해 큰 자각을 가지지 못하는 것과 같죠.
영상에 대해 공부하다보면 엠티비 세대란 말이 나옵니다. 처음 듣는 분들도 계실거에요.
그런데 지금 티비에 나오는 엥간한 영상편집물은 엠티비세대의 영향을 받았어요.
주위에 넘쳐나지만 애초에 그걸 가지고 있는 삶에 익숙하기 때문에 느끼질 못하는 아이러니죠.
1-1 탈락의 정서
일베적 반감에 대해 생각하기 전에 '탈락'이라는 감정을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의 교육제도는 경쟁과 입시 위주로 짜여 있습니다. 50명의 학급이 있다면 그 중 4년제 대학을
갈 수 있는 일부의 친구들을 위해 모든 시스템이 짜여있는 셈이죠. 이 기형적 문화는 당연히
탈락하는 아이들을 많이 배출해 낼 수 밖에 없어요. 대학입시가 사회적 관문으로 치환되어 버렸기
때문에 10대의 나이에서부터 겪어야 하는 중압감과 두려움은 상상초월일 겁니다.
이 와중에 수업에서 '잘 모르는 단어들을 섞어가며 줄줄 늘어놓고 몰라도 상관 없는 것 같은데
알아야 한다고 다그치고 그래도 잘 몰라하는 우릴 이상하게 보며 가르치는 것 같은 느낌.'을
끊임없이 받고 자라는 겁니다. 결국 포기하는 친구들도 나오게 되죠. 사실상 공교육에서 포기하는
아이들은 방치되어집니다. 같이 끌고가면 다른 아이들이 피해입는다. 란 논리죠. 사회에서 낙오되는
느낌을 10대에 교실에서 느낄 수 있는 겁니다.
이 문제는 사회적 교양에서도 마찬가지의 흐름을 타고 말아요.
386세대가 이끈 민주화세대의 사회진출 이후의 민주화공감세대가
가진 태도 중 하나는 '알면서 어떻게 그러냐?' 였습니다.
알고 겪었으면서도 박통, 전통을 지지하는 어른세대와의 갈등을 가지는 태도죠.
그런데 이게 동세대, 즉 민주화비공감세대에게 있어선 '넌 이것도 모르냐?'로 접근이 됩니다.
이건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친구들이 그럼 10대에 모두 탈락을 경험한 루저들이란 말인가? 가 아니란 거죠.
그 교실안에서 그 공포의 향기를 맡았던 사람들은 아마 모두 그 두려움을 공유했을 겁니다.
자신이 공부를 잘했든 아니든 말이죠.
2. 한 방 먹이고 싶었다, 인정받고 싶었다.
일베의 논리는 같은 생각을 깔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원함을 줄 수록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닙니다.
어떤 모욕적 언행, 비꼼 등을 사용하더라도 일단 통쾌하게 한 마디 붙이는 것이 미덕인 문화죠.
인터넷 댓글에서도 꽤 퍼져있는데 이걸 정치에 사용한 유명 정치인은 다름 아닌 '전여옥'이었습니다.
전여옥은 막무가내식 발언, 심지어 틀린 사실관계를 가져다가도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특징이었는데
그런 화법은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에도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같은 가치관을 저변에 깔고 있는
지지자들에게 시원함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그 유명한 '비열한 인용'. 하지만 전여옥은 그러한
화법에 대해 통찰하거나 반성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피해자로 포지셔닝 하죠.
난 작고 약하지만 할 말은 할거야. 내 말이 시원하다면 날 지지해줘! 이런 거죠. 요정인가...
일베의 근원을 캐내 올라가다보면 정사갤이란 디씨의 갤러리가 나옵니다.
정치 사회 갤러리죠. 여기가 원래는 좀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곳이었는데 중간에 한 번 격변을 겪습니다.
네, 전여옥과의 만남 이후로 갤러리 성격이 확 변하게 되죠. 당시 뭐 그 갤러리에서 정말 씽크탱크
수준의 논의가 이뤄지던 건 아니었고 작가 출신으로 현실정치에 발은 담근 전여옥 수준이면 충분히
발라버릴 수 있었을 겁니다. 말과 논리에서도 진데다가 호쾌하게 맥주도 같이 먹으며
'소통'하고 '인정' 해주는 정치인을 만나게 된거죠. 아주 작은 해프닝같은 만남이었지만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저는 일베의 정치적 후안무치의 뿌리가 전여옥이라고 봅니다.
전여옥의 일단 시원하게 말하고 보자식 화법이 네티즌문화에 융합되면서 더 자극적이고
더 패륜적인 부분으로 발전하게 된거죠. 그러다보니 '정도'의 선을 넓히는 인증문화,
표현에 있어서 '이렇게 까지 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 패륜문화가 무럭무럭 자라게 됩니다.
어설프게 알아서 맨날 손가락질 받았는데 여기서 알고보니 그렇게 말하던 놈들 다 틀렸더라.
현실에선 인정 받을 일도 없는데 여기서 시원하게 한 번 질러주면 추천도 받고 인정도 받는다.
그 전복의 쾌감도 대단한거죠. '지금까지 광주를 민주화 운동이라 알고 있던 내가 창피하다' 란
발언은 그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겁니다. 어느 커뮤니티든 탕자에겐 후한 법이에요.
저런 표현, 맥락 하나하나 기발하고 참신하고 영역을 넓혔다 생각될 수록 추천 받는 겁니다.
그러니까 일베기류는 민주화 세대의 구박에 대한 반발감이었다? 아닙니다.
그런데 일베의 성장 한 쪽엔 인정받지 못한 욕구의 친구들이 가진 민주화세대에 대한 반감이 섞여있다.
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반감을 가지는 것 까진 당연할 수 있는 일입니다. 여기 디피가 일베를 떠나
젊은 넷 문화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건 그냥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정말 큰 문제는 그 반감을 해소시켜주는 걸 미끼로 이들을 이용하는 일부 어른들이 생긴 겁니다.
3. 일베를 폐쇄하라!! 그런데 그 다음엔?
저는 일베 폐쇄가 언 발에 오줌누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오히려 반감을 자극하는 바보같은 행위라고 봅니다.
차피 새누리에서도 선 긋기에 들어갔고, 정권의 인기가 더 추락하면 저런 대중정서에 반하는
커뮤니티와의 고리는 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팽 당하는 거죠.
문제는 일베가 가지는 피해의식입니다. 애초에 유입된 젊은층은 피해의식과 반감에 젖어 있는데
이들에게 폐쇄는 장벽이 아니라 도약의 발판이 되어줄 뿐입니다.
일베에 대한 지금의 인식은 성범죄 모의, 친딸 모욕, 오유 보고 있는 초등학생 폭행 등의
막장적 행위에 대한 반감이 크죠. 그런데 이 사람들 절대로 다수가 아닙니다.
그런 행위들까지 돌출되게 만드는 이유에 대해선 위에 언급을 했습니다만 이 행동들을 표적으로
일베를 겨냥하는 논리를 만들면 오히려 일베의 다수를 채우고 있는 친구들의 반감만 살 뿐이란거죠.
일베에 저런 막장적 인증이 올라오는 건 시스템적 문제입니다. 제일 나쁜건 운영자죠.
그런데 악취미를 공유하는 유머사이트. 라고 자기들은 생각하고 있는데 일부의 문제를 부풀려
막 패륜 사이트라고 하고 폐쇄하려고 해. 아 억울하다. 이게 대다수의 일베유저들 생각일 겁니다.
이 친구들 머릿속을 들어가 볼 순 없지만 대충 짐작은 해볼 수 있어요.
이 친구들이 생각하는 자신은 무엇일까요.
1) 보수주의. 그것도 애국보수. 왜냐구요? 국가기관이 칭찬도 해주고 유명정치인이
자기들 활동에 대해서 애국청년들이라고 칭찬도 해줍니다. 어디서 올라오는 짤방 정리글
보면 팩트적으로 자기들이 옳고 민주화세력이라는 사람들이 틀린 게 맞아요.
민주화 세력이란 사람들은 시끄럽게 나와서 잘난 척 하는데 실은 어디 잘못된 정보나
집단에 이끌린 좀비 같은 아이들이고 우르르 몰려다니기나 하지 힘도 없어요.
2) 악취미적 마초주의자.
왜냐구요? 여자를 모욕하지만 그렇다고 옆에 있는 여자를 패 죽이고 싶은 건 아니에요.
그냥 모욕하고 무시하고 능욕하는 게 좋죠. 그러면 강자의 위치가 되잖아요.
처음엔 아주 작고 약한 대상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아버지세대도 욕하는 전라도 사람들.
우리 일자리 다 뺏고 범죄나 일으키는 동남아 사람들. 여기서 점차 넓어지죠.
욕 먹어도 되는 된장녀들-아니 요즘 여자애들- 아니 모든 여자들- 이힛 난 내 딸도 욕하지롱
이 친구들은 이 모든 것이 거대한 농담이며, 비록 악취미적이긴 하지만
전라도-된장녀-불체자 등에 대한 비난은 정당성이 포함된 것이기에 표현적 유희일 뿐
애초에 틀리거나 인간적 존엄을 건드리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티비에 나와 쉴드 치는 친일베 유명인들이 죽어라고 '표현의 자유'를 물고 늘어지는 이유가 있는거죠.
와 너넨 정부 욕하면서 우린 왜 전 대통령들 가지고 놀면 안 돼? 역시 민주화 너넨 좀 이상해
이런 논리를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겁니다. 권력에 대한 풍자와 희생자에 대한 조롱을 동일선상에
놓고 평가하는 거죠. 오로지 표현의 문제라는 단차원적 문제로 함축시켜서 말입니다.
제가 장담하는데 우리 주변에 일베 다니는 친구들 꽤 많을 겁니다.
그럼 이 친구들이 몽땅 하늘에서 떨어진 괴물일까요? 아니요.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사회적 병입니다. 소통의 단절과 경쟁사회에서의 스트레스,
그리고 부족한 근현대사 지식과 이걸 이용해 보겠다는 더러운 어른들이 합작해서 만든
필연적 증상에 불과해요. 도를 넘는 놈들? 간단해요 하나하나 법으로 조지면 됩니다.
그런데 일베를 이루고 있는 '난 평범한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하는 7할의 친구들은 어떻게 할까요?
일베의 패륜적 행위는 일부인게 사실입니다.
우리가 반감을 느끼는 전반적 기류, 독재찬양, 민주화에 대한 조롱은 그냥 악취미적 농담이라고
여겨질 뿐이고 '진실-팩트'를 기반으로 한 농담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게 일반적인 지금 '자칭 애국 보수'라는 친구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생각입니다.
같은 정서를 가지고 있지만 일베를 다니지 않기 때문에 난 일베와 달라.
난 일베를 다니고 있지만 일부 패륜애들과 달리 건전한 보수주의자일 뿐이야.
이 두 부류가, 오히려 사회에 더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일제 시대에 대한 청산과 교육이 제대로 되지 못한 현실에서
많은 어른들이 그래도 일본 없었으면 우린 아직도 상투 틀고 있었을거 아닌가. 란 말을 합니다.
이른바 식민근대화론이죠. 정말 우린 일본의 도움이 없었으면 아무런 일도 스스로 하지 못하는
멍청한 민족이었을까요? 근현대사를 조금만 공부해도 그것이 사실이 아니란 걸 알게 됩니다.
우린 우리 스스로 발전할 기회를 잃었을 뿐, 자기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들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어른들 중 저 말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저 말을 확신하며 믿고 있을 겁니다.
왜 그럴까요. 이런 사회적 교양의 문제는 개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사회적 책임의 비중이
더 크다고 말할 수 밖에 없어요. 그건 친일세력과 끊을 수 없는 관계를 맺은 첫 정권의
문제일 것이고 그것이 기득권을 형성하여 지금까지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죠.
서울 시장이 명절에 전두환을 찾아가 인사하고, 지금도 호위를 받으며 황제처럼 살고 있는 현실,
인혁당 사건은 두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거나 5.18은 북한군이 몰래 침투해서 벌인 폭력사태에
불과하다고 방송에서 말하는 이런 부분들을 툭 떼어내서 젊은 친구들이 민주화에 대해
올바르지 못한 인식을 가진 것을 개인의 소양문제로 돌리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일까 고민해 봅니다.
그냥 놔두면 곧 시들어버릴 유희문화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을 이용해 배를 채우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제 모른 척 놔두고 스스로 사라져주길 바라기엔 그 미로 안에서 길을 잃어버린 친구들이 많습니다.
다름은 인정하되 틀린 것은 잡아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할 때입니다.
일베는 갑자기 나타난 괴물이 아니라 아는 친구나 동생들, 조카나 자식들일 수 있어요.
자식이 일베 다닌다고 목을 칠 순 없잖습니까.
소통이 필요할 때라고 봅니다.
욕설, 반말, 음슴체 금지 공지사항 내용 준수 |
첫댓글 좋은글인데... 타이밍이...ㅜㅜㅠㅠㅠㅠ
괜찮아요 잉여글이니까요 ㅎㅎ
제 생각엔 일베가 자칭 보수 성향을 띠는 건 좌파 쪽으로 막장인 건 잡혀가도 우파 쪽으로 막장인 건 웬만해선 잘 안 잡혀가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