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 가면 머랭 케이크를
파블로바 Pavlova
파블로바는 가히 호주를 대표하는 호주 국민 디저트다. 달걀흰자를 윤기나게거품내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운 케이크 위에 생크림과 과일로 장식해서 만든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한번 맛보면 쉽게 중독될맛이다.
이름도 예쁜 디저트 파블로바는 1920년대 러시아 무용수 안나 파블로바가 호주와 뉴질랜드를여행할때 그녀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디저트다. 하지만 스펠링은 같아도 발음은 다르다는 것이 함정이랄까?(후훗) 러시아어로는 ‘파블러버’로 발음하는 것이 맞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서로 가까운데다 많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보니 항상 원조설에 휘둘리는 일이 생긴다. 호주의 국민 간식 미트파이만 봐도 그렇다. 파블로바도 서로 원조라며 논쟁이 많다. 여러 가지 설 가운데, 안나 파블로바의 사진을 촬영했던 케이스 머니가 쓴 글에 의하면 뉴질랜드 웰링턴의 호텔 셰프가 1926년 안나 파블로바의 방문을 기념해 이 디저트를 내놓았다고 한다. 호주에서는 1935년 퍼스지역 에스프라나드 호텔의 버트사체스가 이 디저트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에 사체스의 가족들이 레시피 쓰인 시기가 실수로 잘못 기재된 것이 틀림없다면서 원조설을 강력히 주장하는 등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화제가 되는 디저트다.
1926년 호주에서 발행된 《데이비드덴서티디시즈(David Density Dishes)》지에 의하면 파블로바라는 이름으로 처음 매체에 실린 디저트는 사실 오늘날처럼 달걀흰자를 거품 낸 머랭 베이스가 아니라 다양한 색상을 입힌 젤리 베이스의 디저트였다고 한다. 사진은 없지만 어쩐지 젤리에 가까운 느낌일 것 같다. 세월이 지나면서 변화를 거듭해가는 이 디저트가 100년 후에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것은 아닐지 문득궁금해진다.
어쨌거나 오세아니아의 두 나라에서 국민 디저트로 사랑받는파블로바는 명절 가족 식탁에 빠지지 않고 오를 뿐 아니라 연중 사랑받고 있다. 호주나 뉴질랜드 전역의 다양한레스토랑과 디저트 바에서 만나볼 수 있는 파블로바이니 여행 계획이 있다면 꼭 한번 꼭 맛보자. 시드니의 톱10 디저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는 ‘록폴바 앤 그릴(Rockpoll Bar & Grill)’ 에서는 파블로바를 상큼한 패션프룻과 함께 내는데 이곳의 인기 디저트 중 하나다. 《더 어반 리스트》에도 시드니에서 꼭 맛봐야 할 디저트에 올라있는 걸 보면 시드니에서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더욱 확고해진다.
물론 지금 맛보고 싶다면 손쉽게 집에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필요한 재료는 달걀흰자, 설탕, 녹말, 생크림 그리고 냉장고 속 과일만 있다면 만들 수 있다. 흰자를 단단하게 거품 내어 낮은 온도의 오븐에 서서히 말리듯 구우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완성된 파블로바 위에 생크림과 과일로 장식하면 근사한 케이크가 된다. 특별한 날 축하 케이크로도 손색없다.
파블로바
머랭 재료
달걀흰자 105g, 설탕 120g, 옥수수 녹말 12g, 바닐라 에센스 5g,크림오브 타르타르(주석산) 0.7g
크림 재료
생크림 200g, 설탕 15g
토핑용 과일 재료
산딸기·블루베리·체리·슈거 파우더 적당량씩
만드는 법
1 머랭을 만든다. 믹싱 볼에 달걀흰자와 주석산을 넣어서 휘핑(사진 2)하다가 거품이 몽글몽글 올라오면 설탕과 옥수수 녹말을 넣어 단단한 머랭을 만든다(사진 3, 4). 주석산은 산의 일종으로 단백질과 산의 반응에 의하여머랭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며, 옥수수 녹말 또한 머랭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2 마지막에 바닐라 에센스를 넣어 섞어 단단하고 윤기있는머랭을 완성한다(사진 5).
3 머랭을 굽는다. 오븐 팬에 시트지를 깔고 머랭을 원하는 모양으로 펼친다. 미니 케이크처럼 둥글넙적하게 만들고 싶다면 시트지에 원형으로 도안을 그린 후(사진 7) 뒤집어서 머랭을올린다(사진 8). 두 장을 만든다. 또짜주머니에 원하는 식용색소를 섞어서 원하는 색을 만들면서 짜내도 좋다(사진9). 물방울 모양으로 짜내면 귀엽고 앙증맞다.
4 120℃로 예열한 오븐에서 1시간 정도 말리듯 구운 후 식힌다(사진 10).
5 생크림을 만든다. 볼에 생크림, 설탕을 넣고 단단하게 휘핑한다.
6 파블로바를 장식한다. 파블로바 위에 생크림을 바른 후 여러 가지 과일을 뿌린 후 다시파블로바로 덮고 생크림과 과일로 장식한다. 마지막에슈거 파우더를 뿌린다(사진 11, 12, 13).
권은경& 임미래 셰프
‘도시를 대표하는 디저트’를 소개하는 권은경·임미래 셰프는 미국 뉴욕 CIA에서 공부하며 쿠킹과 베이킹에 매료되었다. 권은경 셰프는라스베이거스CSN(College of Sothern Nevada)과 뉴욕 CIA를 졸업한 후 뉴욕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피촐린’에서 실력을 쌓았다. 파리바게트 R&D팀에서 근무하며 빵과 디저트를 선보인 바 있으며, 현재 쿠킹&베이킹 스튜디오 ‘셀에수크레’를 운영하고 있다. 임미래 셰프는 뉴욕 CIA를 졸업한 후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뉴욕 현대미술관 내 ‘더모던’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식품 전문 홍보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요리 권은경(셀에수크레)ㅣ글 임미래(요리연구가)ㅣ에디터 문경옥ㅣ사진 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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