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하나의 이름에 불과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척도로 까지 인식되는 상황이다.
물론브랜드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각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기업의 자산 가치로 환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각 기업들은 대표브랜드로 기업명을 정하거나 대표브랜드를 만들어 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기업들의 브랜드 관리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고 입을 모은다.
식품기업의 경우는 정도가 더 심하다. 한두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리딩브랜드 업체조차 브랜드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심하게 말해 제품은 선진국 수준이라 치더라도 브랜드 관리는 후진국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프로덕트 매니저(PM)를 브랜드 매니저(BM)로 교체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는게 그나마 다행이다. 식품업계에서 성공한 브랜드를 중심으로 브랜드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 본다.
<편집자 주>
“고객 선택 이끄는 기업의 힘”
꾸준한 투자·관리 ‘수명’ 좌우
철저한 사후관리 이뤄져야 효과 극대화
월드컵 개최로 한국기업 이미지 동반 상승
일관된 ‘컨셉’ 소비자 인지도 높여
전략적 ‘PR 기법’ 초반 시장 선점
혹자는 브랜드의 가치를 ‘손안대고 코푸는 격’이라 말한다. 잘 조성된 브랜드는 수십, 수백억원의 광고를 쏟아붓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마케팅이란 말일게다.
세계적 브랜드로 추앙받고 있는 네슬레, 코카콜라 등은 신제품 출시때를 제외하고는 제품 광고를 특별히 하지 않는다. 광고 대부분은 기업이미지와 관련된 것들이다. 하지만 콜라를 선택할 때 소비자들의 손은 코카콜라를 가르킨다. 사이다에 있어서도 칠성사이다의 집중도는 추종을 불허한다. 코카콜라가 세계적인 명성을 바탕으로 스프라이트라는 제품으로 런칭을 시도할 때도 소비자들의 선택은 요지부동이었다.
CJ의 햇반은 위기를 기회로 바꿔 놓은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IMF를 전후해 출시된 햇반은 현대인의 바쁜 틈을 비집고 들어가 인스턴트 밥이라는 신문화를 창조했다. ‘인스턴트 밥=햇반’이란 등식이 성립된 것은 결과적으로 브랜드가치를 높였다는 의미인 셈이다. 매일유업의 뼈로가는 칼슘, 서울우유의 앙팡 등은 시리즈제품을 양산하는 훼밀리브랜드로 소비자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
물론 소비자에게 브랜드가 인식되기 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따른다. 지난해 위스키 주력을 바꾼 모업체는 제품 런칭을 위해 300~400억원대의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회사측은 막대한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이 제품이 위스키라는 것을 아는 단계에 불과하다고 진단한다.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관리의 중요성도 더욱 증대된다. 엘빈 토플러, 피터 드러커 등과 함께 세계 3대 경영학자로 꼽히는 톰 피터스 박사는 작년 가을 ‘브랜드는 힘’이란 주제의 국내 강연을 통해 브랜드는 정체성(identity)이라고 말했다. 정체성을 갖는 순간 브랜드의 가치는 올라가지만 이를 가지기까지의 과정이 어렵고 이를 유지하기란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 얼마전 두산이 노사갈등을 겪을때 억울(?)하게도 이회사의 산소주가 불매운동의 타켓이 된 점이나 93년 페놀사건으로 인해 맥주시장 순위가 뒤바뀐 점 등은 브랜드 구축만큼 관리의 어려움을 일깨워 준다.
이처럼 개별브랜드로 시장을 공략하기도 버거운데 기업이 계열브랜드로 하나의 통일성을 기하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공도 공이지만 부담이 너무 크다.
지난해 한반도를 강타한 월드컵 열풍은‘주식회사 코리아’의 가치를 몇곱절 높여줬다. 대회가 열리기전 한국개발연구원이 추정한 주식회사 코리아의 경제적 가치는 5조3357억원. 하지만 막상 한국 축구가 4강에 진출하자 국가브랜드 홍보효과는 7조7000억원에 달했고 덩달아 한국기업의 브랜드 가치도 15조원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미국계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는 “한국팀의 월드컵 4강진출은 한국경제에 상승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기업도 국가와 마찬가지다. 각기업의 브랜드가치가 모여 주식회사 코리아의 위치를 결정해주듯 업체들의 개별 브랜드가 모여 한 기업의 가치를 추구해 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계열브랜드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한다.
지난 1988년 세계적인 담배업체 필립모리스사가 치즈업체인 크래프트를 인수할 때 내놓은 이유는 브랜드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란다.
국내에서도 해태그룹의 부도로 청산대상이었던 해태제과가 외국계 컨소시엄에 넘어갈 수 있었던 것도 계속적으로 사업을 지속할 경우 브랜드가치가 자산가치 합쳐 1조4000억원으로 평가된 ‘해태’라는 브랜드의 힘이었다는 사실은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렇다면 성공 브랜드의 요건은 무엇일까. 기업들은 보편적으로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면서 기술력과 이미지를 부가시키는 방법을 선택한다. 식품과 같은 소비재 분야에서는 이미지가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는데 제일 큰 몫이다.
식품분야에서 성공한 브랜드로 꼽히는 대상의 ‘청정원’은 이런 절차를 거쳐 탄생했다. 대상은 청정원이란 브랜드를 만들기전 미원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 사업을 다각화하는데 애를 먹었다. 이에 대상은 95년부터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전략을 마련했다. 브랜드별로 분산 사용하던 마케팅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도 실려 있었다. 이를 위해 식품사업 분야를 4개사업군으로 분리하고 이중 일반식품군에는 청정원이란 브랜드를 부착했다.
회사 브랜드인 대상을 후방에 두고 패밀리브랜드 ‘청정원’과 ‘순창’ ‘햇살담은….’의 라인브랜드를 집중적으로 마케팅함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특히 ‘신선한 맛의 세계로’ ‘자연에 정성을 더합니다’라는 캠페인을 브랜드와 연결지어 자연, 신선, 세련 등의 핵심 아이텐티를 구축함으로써 ‘청정원’을 누구나 아는 브랜드로 키웠다.
농협의 ‘목우촌’브랜드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목우촌 햄은 무방부제, 무밀가루, 무잡고기라는‘3무 정책’을 바탕으로 유통기한을 기존제품의 절반수준인 20일로 줄이는 등 고급화전략을 추진했다. 가격이 타제품에 비해 20%가량 비쌌지만 육가공시장의 프리미엄 바람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됐다. ‘파리바게뜨’는 프랑스 정통빵 바게뜨의 이미지에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고급스러움이 더해 베이커리시장의 리딩브랜드로 성장했다. 특히 10~20대 젊은층을 공략한 마케팅전략은 회사 성장의 일등공신이다.
신동방의 ‘해표’도 기업명보다 지명도가 더 높다. 1966년 동방유량이라는 기업명으로 출발한 신동방은 76년 참기름에 해표라는 브랜드를 부착함으로서 브랜드시대를
열었다. 식용유, 김, 당면, 소금, 햄, 라면까지 이 회사의 주력제품에는 ‘해표’라는 브랜드가 꼭 붙는다. 지난해에는 3년 연속 브랜드파워 1위에 랭크되는 영광도 안은 바 있다.
아예 브랜드가 기업명이 된 경우도 국내 식품기업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창립시부터 회사명이 브랜드네임이 되어 입지를 굳힌 경우도 많다.
맥주업계의 라이벌인 ‘하이트맥주’와 ‘OB맥주’가 바로 이런 케이스. 하이트는 조선맥주, OB는 동양맥주가 원이름이다. 조선맥주 시절 하이트는 크라운이란 브랜드로 맥주를 팔았지만 동양맥주의 OB에는 역부족이었다.
절치부심하던 조선맥주가 들고 나왔던 것이 하이트.
하이트는 천연암반수에서 끌어 올린 원수를 사용했다는 깨끗함을 무기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기 시작했다. 또한 때마침 터진 페놀사건은 만년 2위 하이트를 맥주리딩브랜드로 격상시켰다. 조선맥주는 이에 사명도 하이트로 바꿔 버렸다. 특히 하이트는 ‘브랜드키퍼’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사후관리도 철저히함으로서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OB도 지명도가 높은 브랜드의 하나다. OB맥주는 최근 하이트에 대한 맞대응 전략으로 라거를 정리하고 신제품을 출시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그런데 그 제품 이름 또한 OB다.
OB가 두산에서 벨기에의 인터브루사에 넘어갔지만 옛 향수는 잊지 못하는 모양이다. 회사측은 OB라는 이름을 택한 근거를 소비자조사로 돌렸다. 조사대상의 99%가 OB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 것. 하이트에는 밀렸지만 그동안 브랜드관리 만큼은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OB의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경영층에서도 감지된다.
얼마전 김준영 OB부사장은 피알인이라는 인터넷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OB가 하이트를 겨냥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아니라 다음세대의 젊은이들이 경쟁을 할 때 브랜드로서 OB맥주를 남겨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해 브랜드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풀무원’은 기업브랜드이자 제품 브랜드다. 풀무원이란 이름은 당초 40년간 공동체 삶을 이끌던 원경선 원장의 풀무원농장에서 따왔다. 81년 풀무원농장에서 재배한 유기농채소를 파는 가게를 열면서 자연스럽게 상호를 붙인것이다.
풀무원의 풀무는 대장간에서 쇠를 뜨겁게 달구기 위해 바람을 넣는 기구로 녹이 슬고 쓸모없는 잡철이 풀무질로 단단하고 쓸모 있는 유용한 농기구가 되듯 인간 풀무질을 통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을 만들겠다는 뜻에서 유래됐다.
하지만 식품 풀무원도 유기농 채소를 파는 컨셉과 찰떡궁합이었고 내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만든다는 풀무원의 이웃사랑정신과도 속이 통했다. 회사측은 풀무원이 얻은 가치는 고객의 머리속에 소중히 기억되고 사랑받는 풀무원이라는 브랜드라고 말할 정도로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빙그레’와‘크라운베이커리’도 대표브랜드가 기업명으로 굳어진 경우다. 한화그룹시절 빙그레는 프로야구단 구단명으로 쓰였다. 특히 빙그레는 순우리말을 사용해 소비자 인지도도 높은편이다.
크라운베이커리는 크라운제과의 베이커리 브랜드에서 개별 기업으로 성장한 신데렐라다. 크라운제과는 한때의 자금난으로 화의를 겪었으나 지난해 조기 졸업했는데 크라운베이커리라는 브랜드파워가 경영정상화를 앞당겼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런데 이처럼 브랜드가 파워를 발휘하는 기업들에서는 공통된 특징을 발견 할 수 있다. 신현암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를 5가지 특징으로 나눠 설명한다.
첫째는 CEO의 주도로 브랜드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는 점. 신 연구원은 브랜드 육성은 마케팅부서나 판매부서의 하위업무가 아닌 CEO가 직접 챙겨야하는 본연의 업무중의 하나라며 코카콜라의 경우 연차보고서에서 브랜드 강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해 주주를 위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선언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신 연구원은 또 눈에 보이는 유형자산을 중시하는 생산, 관리 등의 부서를 적절히 견제해 브랜드자산을 장기적으로 축적하는 것도 CEO의 업무로 돌렸다.
두번째는 브랜드 이미지를 일관되게 고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이트가 브랜드키퍼제를 도입하며 일관된 컨셉을 유지하는 것은 대표적인 예인 셈이다. 이를 기반으로 꾸준한 투자를 통해 브랜드 파워를 형성해야한다고 신연구원은 강조한다.
세번째는 초기 시장 수요를 환기하고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는 점. 미국 슈퍼마켓에는 매년 3000여개의 신제품이 진열되지만 이중 소비자가 기억하는 브랜드는 7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상품 출시초기 또는 이전이라도 소비자에게 자극을 줘야 한다는 것. 물론 광고도 효과가 있겠으나 단발보다 PR 기법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을 신연구원은 권한다.
네번째는 브랜드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 브랜드 자산은 구축도 힘들지만 일순간에 무너지는 속성이 있다. 위기시 대처 능력에 따라 브랜드 운명이 바뀌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를위해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대처 능력을 키우고 유사시에 대비하는 것도 브랜드자산을 구축하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끝으로 고객 네트워크를 조직화해야 한다는 점. 기업이 만드는 것은 제품이지만 고객이 구매하는 것은 브랜드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고객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브랜드에 열광하는 층을 전략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지금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이버마케팅을 통해 가상공동체를 형성하는 것도 브랜드를 관리하는 데 이점이 있다고 신 연구원은 강조했다.
최근 식품업체 대부분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커뮤니티를 마련한다거나 다음, 야후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인터넷 마케팅을 전개하는 점 등은 하나의 예로 볼 수 있다. 특히 고객 가상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은 마케팅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전단지의 발송만 보더라도 인터넷 메일로 발송하면 DM발송때보다 비용을 90%나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기업내부의 에너지, 배짱, 활력 등을 좌우하는 ‘브랜드 인사이드’가 그것이다. 톰피터스 박사는 브랜드자산의 원동력이라고 까지 지칭했다. 피터스 박사는 “흔히 브랜드라 하면 마케팅, 로고 등을 생각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브랜드 인사이드”라면서 “브랜드는 인재”라고 규정했다. 그는 “확실히 일할 맛나는 직장을 만들어주면 브랜드도 성장한다”며 “기업은 일상업무와 고객들과의 관계에서 각 개인들에게 브랜드가치를 심어줘야 할것”이라고 주장조했다.
브랜드의 종류
#브랜드란?
브랜드는 단순히 기업명이나 개별 품목의 상품명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회사명브랜드에서부터 계열브랜드, 하위브랜드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하나의 자산으로 가치를 낼 수 있다. 브랜드는 수직적, 수평적인 위계구조를 갖는다. 최상위층은 기업명브랜드, 하위개념이 서브브랜드다.
▷회사명브랜드 : CJ, 롯데칠성, 남양유업, 하이트, OB, 진로, 두산, 풀무원, 빙그레 등과 같이 회사명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경우다.
▷계열브랜드 : 다양한 제품군에 걸쳐 적용되는 브랜드로 대상의 청정원이나 신동방의 해표, 정식품의 베지밀 등을 들수 있고 기업이 생산하는 특정 제품라인에 적용되는 라인브랜드로는 서울우유가 어린이우유에 적용한 서울우유의 ‘앙팡’, 매일유업의 ‘뼈로가는 칼슘’, 두산의 ‘종가집’ 등이 이에 속한다.
▷하위브랜드 : 개별제품 브랜드로 인식하면 이해가 쉽다. 농심의 ‘새우깡·신라면’, 동양제과의 ‘초코파이’, 롯데제과의 ‘자일리톨’, 해태제과의 ‘부라보콘’과 같이 차별성이 부각되는 개별브랜드를 뜻한다.
▷주도브랜드 : 브랜드 전략상 그 브랜드의 역할이 특정제품을 구매하도록 가치를 제공하거나 구매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도하는 브랜드로 시리즈 제품의 처음 제품을 들수 있다.
▷전달자 브랜드 : 브랜드의 역할이 조직의 문화 가치 또는 특정조직이나 기업을 나타내는 기업브랜드가 이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