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게 화가 난 목소리로 쏘아 붙였다.
"나는 원래 남자였어요. 원래 남자인 나를 왜 남자로 성전환수술을 했어요?”
이런 미친놈을 봤나! 나는 한동안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런 상황이 멘탈 붕괴라는 신조어가 딱 맞지 않을런지.
“당신이 원래 남자였다고?”
“예,그런 것 같습니다.”
왜 그런 착각을 하게 되었느냐고 하자 착각이 아니라고 했다. 이쯤 되면 내가 착각한 것이 아니었나하고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왜 남자였다는 생각이 드는지 말해 보시오."
"선생님께서 애초에 수술을 해도 만든 성기는 발기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저는 성기의 감각도 좋아 발기가 되고 성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남성화 성전환수술의 궁극적인 목표이니,당신은 그 목표에 도달한 것이 아니요?”
그러나 그는 막무가내로 자신은 원래 남자였다는 것이었다.
여성을 남성으로 성전환할 때 남성호르몬을 투여하면,성활력소가 증가하고 근육이 발달하며,피부가 거칠어지고, 수염이 나며,음성도 낮은 톤으로 변한다. 그리고 음핵이 커지면서 발기력도 훨씬 좋아진다. 남성 성기를 만드는 수술을 할 때는 질 입구에 있는 양쪽 성액 분비샘을 요도에 포함시키기 때문에,홍분을 하면 성액이 배출되어 사정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그에게 음핵의 피부를 제거하여 만든 성기 속에 넣어주기 때문에 발기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해주었지만 그는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자신의 병력지를 보여주었다.
그가 처음 내원한 것은 I2년 전이었다. 당시 그는 나이 32세로 부모는 살아 계시고,1남 5녀 중 3녀로 태어났다. 학력은 고졸, 직업은 회사원이라고 되어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자신이 남성이라고 생각하였고 최근 7년 동안 한 여성과 동거 중이며,호르몬 치료는 해본 적이 없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나는 그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순간 그의 얼굴에는 낭패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가 처음 병원에 왔을 때,초진을 마친 나는 그를 정신건강의학과에 협진을 요청하였다. 그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다면성 인성검사, 간이 정신 진단 검사(SCL-90-R), 문장 완성도 검사(SCT)등 심리검사를 하였다.
성정체성 장애 전문가인 최 교수의 종합 보고서에서는 환자는 성정체성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자신을 남성이라 여기고 남성으로 생활하면서도 자신의 신체적인 여성 성징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였고,지나치게 과민하게 반응을 보이는 편이었다. 때로는 우울감,정서적불안감,당혹감을 느끼면서 종교에 귀의하거나 죽음에 대한 생각도 하는것 같다고 기술되어 있었다. 환자는 자신의 능력은 무한하고 뭐든지 할수 있다고 하였으며, 자신의 결점으로는 주장이 강한 것을 들고 있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만 되면 미래는 아주 밝으나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하고 불안감을 언급하고 있었다. 환자는 성장과정에서 자신은 돈을 벌기 위해 가출을 한 적이 있는 불량학생이었다고 회고하는데 '포부가 너무 커서 금전적으로 가족을 힘들게 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아버지로 인해 외롭고 불쌍한 어머니’를 돌보고자 하는 욕구를 지녀온 것 같고 이런 측면이 성정체성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하고 추측된다고 하였다. 그가 친척회사에 다니면서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으며,개인적으로 생리와 옷 입는 문제 때문에 회사를 사직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옷을 입을 때 불룩 나온 가슴과 골칫거리인 생리가 없도록 수술하고 싶다고 했다. 보고서에는 남성으로서 사회 적응을 오랫동안 해왔고 숨겨진 정신질환은 없으며 호르몬 치료를 한 적이 없으니 성정체성 장애자로 진단할 수 있고,우선 남성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는 1년 정도 남성호르몬 치료를 하고 난 후 1차로 유방절제술과 난소및 자궁 적축수술을 했다. 수술이 끝나자 곧 남성 성기를 만드는 2차 수술을 해달라고 졸랐다. 수술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에 수술 예약을 했다가도 연기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그는 모든 준비를 해놓고 수술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몇 개월 후 2차로 남성 성기 성형술을 시행하였다.
나는 그의 팔에서 피부와 피하지방 그리고 뼈 일부를 떼 내어 음경을 만들고,각각의 동맥과 정맥,그리고 신경을 연결하여,성기에 피가 돌게 해주었다. 뼈 일부를 넣는 까닭은 성기가 단단하게 힘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서서 소변을 볼 수 있도록 요도도 만들고, 귀두 모양도 만들어 멋진 형태가 완성되었다. 음낭을 만들고,질을 폐쇄하면 수술이 완성되는데,이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아침 8시에 마취를 시작하여 저녁 8시경에 끝이 나니 12시간이나 걸리는 수술의 마라톤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성전환 수술을 마치고 5년 후 법원에서 호적의 성별정정과 개명 판결 받았으며 대학에 진학하여 법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법조인을 꿈꾸는 그는 한 여성과 계속하여 동거 중이었고,성생활도 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는 최근까지 주기적으로 내원하여 남성 호르몬 처방도 받아가곤 하였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나타나서,자신은 원래 남자였던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부모에게 자신이 과연 여자였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혹시 어렸을 때 성기가 잘린 것이 아니었는지….
나는 너무나 혼란스러워졌다. 나도 그에게 나무라듯 강변하였다.
“아니, 유방과 자궁을 떼어내고 음경을 달지 않았어요? 수술 전에 생리도 있었고,생리가 없었으면 하고 원하는 바가 아니었나요?”
나는 그의 염색체 검사 결과도 확인시켜 주었다. 그래도 그의 의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 같았다. 이 사람이 정말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일까 하고 걱정도 되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 다시 법학전문대학원을 진학하기위해 법학 적성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는 분명 능력이 있고 원하는 것을 이루어 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다. 나도 은근히 부아가 나서 '이 양반이 돌았나?’하고 쏘아 붙이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한순간 깨달았다.
그렇다! 그는 무의식 속에서 과거와의 단절을 결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트랜스젠더라는 괴물이 언제나 그를 옭아매고 있었다. 이 어둠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며 그 자신을 깨뜨리고 있는 중이었다. 여자였던 그의 과거는 그에게 참을 수 없는 지옥의 고통이었을 것이다. 온전한 남자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여자였던 그의 과거마저도 송두리째 지워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원래 남자였다고 내게 항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의 간절한 욕구이자 소망을 미친놈으로 치부하고만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환자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한 치졸한 의사였음을 인식한 순간,그가 그렇게 착각하고 있다면,아니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남자였다고 확신하고 있다면 그는 진정 남자의 성정체성을 확립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가 자신을 온전한 남성으로 생각하고 있다면,나는 그를 진정한 남자로 변신시켜 놓지 않았는가? 나의 가슴속에서 묘한 희열이 솟아났다.
그래, 그는 진짜 남자다!
"그래 맞아,당신은 진정한 남자가 맞다! 지난날의 어두운 그늘에서 당신은 완전히 벗어났소. 지금부터 당신은 그렇게 당당하게 남자로 살아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