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새 꿈에서 둘레길을 걸었다.
둘레길 귀신이라도 붙은 걸까?ㅎㅎ
후기를 써달라고 조르시는 분들 때문에 아마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가보다.ㅎㅎㅎ
지리산 둘레길은
2004년에 순례길을 만들자는 제안에 이어 2008년에 남원지역을 시작으로 시범구간을 운영해오다가
2012년에 전구간(22개구간, 300km)을 운영하고 있다.
벌써 12년의 구력을 갗춘 둘레길이다.
그 때 돌았으면 이렇게 힘이 들지 않았을텐데...ㅎㅎ
지난 5월 말에 한라산 둘레길을 걷고 이젠 둘레길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근데 은근한 꼬드김에 또 걸려 들었다.ㅎㅎ
(꼬드기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꼬드김을 당한 사람에게 문제있는 것이겠지..ㅎㅎ)
한라산 둘레길을 걸었던 멤버 중에 한 사람이 빠지고 한 사람이 새로 들어왔다.
전문용어로 '신입'ㅎㅎㅎ
그 신입이 <신입>이라는 용어가 맘에 안들었는지 빠져나갈려고 서울에 있다가 저 지방으로 도망(?)을 갔다.
번개 김 회장과 만행 홍 회장이 그냥 놔둘 사람들이 아니다.
하이에나처럼 달라붙어서 못빠져 나가게 끌고 갔다.
뭐 본인이 스스로 참여하겠다고 한 것도 있지만...ㅎㅎㅎ
지리산 둘레길을 한번에 걷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두 번으로 나누었다.
금년 가을(주천-하동호)과 내년 봄(하동호- 주천)으로...
걷는 방법도 무조건 몸으로 떼우는 무식한 방법이 아니라
승용차 2대를 동원해서 시점과 종점에 두고 왔다 갔다 하는 방법이다.
이유는
차량이 없이 그냥 연결해서 걸을 수도 있지만 시점과 종점에 적절한 숙박시설과 식당의 문제로...
번개 김 회장과 만행 홍 회장이 그 수고를 맡았다.
너무 고맙다.
번개 김 회장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듯 주도 면밀하게 한치의 틈이나 에러도 발생하지 않게 계획을 세웠다.
심지어 둘레길의 차량 주차하는 곳까지 계획에 포함..ㅎ
그 모습에 지렸다.ㅎ
이번 지리산 둘레길은 1구간 시점인 주천에서 부터 10구간 종점인 하동호까지 약 130km이다.
기간은 9박 10일!
하루 12~15km! 뭐 할만하다.ㅎㅎ
이른 아침에 김 회장과 홍 회장이 승용차를 끌고 내려간다.
나는 김 회장 차로, 홍 회장은 세종에서 황 박사(진박?)를 태우고 운봉에서 만나기로 했다.
첫번째 숙소가 운봉에 있기에...
남원 운봉은
'구름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으로 해발고도가 500m의 분지 형태의 고원이다.
옛날에 아버님이 여기 운봉까지 낚시질을 다니셔서 이름만 들어 본곳인데 이제야 와본다.ㅎㅎ
갑자기 아버님이 생각나며 가슴 깊은 곳이 저려온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간단한 휴대품만 가방에 넣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간판은 그럴 듯하지만 저기 보이는 게 전부이다.ㅎㅎ
전통시장 내의 장터국밥집이 블로거들이 추천한 곳이라는데 뭘 먹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ㅎㅎ
그냥 평범했다는 뜻?ㅎ
운봉에서 출발하는 둘레길은 2코스 운봉-인월 구간이다.
점심 먹고 오후 시간만 가능해서 비교적 평이하고 구간 길이가 짧은 여기를 걷기로 했다.
출발지점에서 바라본 지리산의 위용이 가까이 보인다.
저기 어디쯤이 천왕봉이고 제석봉일 듯...
드디어 지리산 둘레길의 첫 발을 뗀다.
역시 난 없네?ㅎㅎ
제방을 따라 걷는 길이 한적하고 시원하다.
봄에 벚꽃이 필 때는 너무 멋있을 듯했다.
황 박사가 잘 해낼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으나 기우였다.
신입이 신입같지 않게 너무 잘 걸어서...ㅎㅎㅎ
신고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두 회장이 바로 신입 딱지를 떼주었다.
근데 너무 빨리 떼주어서 조금 기어 오르는 부작용을....ㅎㅎㅎ
출발 지점에 있는 돌장승이 두 눈을 부릅뜨고 "내가 너희를 지켜볼거야!"한다.
션찮게 하면 혼 내겠다는 듯...ㅎㅎ
"요령 안피우고 잘 걷겠습니다."하고 출발한다.
조금 걷다보니 무슨 사당 같은 건물이 보인다.
뭐지?하고 다가가니 「황산대첩비」!
엥? 계백장군이 신라와 벌였던 마지막 황산벌 전투?
그게 왜 여기에 있지?하는데 홍 회장이 '이성계 아닐까?'한다.
맞았다.
고려말 이성계 장군이 여기에서 왜구를 물리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고 하는데...
일제 강점기에 일본넘들이 자신들이 조선을 침략해서 패배했던 치욕을 지우고자 폭파해 버린 것을 재건하였단다.
홍 회장이 지리산 둘레길 연구를 많이 했나 보다.ㅎㅎㅎ
역시 박사들의 학구열은 나이가 들어도 식지 않는 듯하다.ㅎㅎ
서편제는 영화로 봐서 아는데 동편제가 있단다.
옛날에도 이렇게 동편, 서편 나누어서 싸웠나?ㅎㅎ
국악을 모르니 동편, 서편이 어떻게 다른지 논할 수는 없다.ㅎ
김, 홍 양회장들은 카메라만 들이대면 저리 손을 든다.
뭐 잘 못한게 한 두개가 아닌 듯하다.ㅎㅎㅎ
신입을 두 회장이 참으로 살갑게 챙긴다.
무슨 약점이라도?ㅎㅎㅎ
저렇게 잘해주다 보니 겁을 상실하고 기어 오르는 것인데...ㅎㅎ
어느 저수지 둑 아래를 걷는데 홍 회장이 나더러 저 제방 위에까지 올라갔다 오란다.
황 박사는 살뜰이 챙기면서 ...
아니? 저걸?
우쒸! 확! 그만 둘까?ㅎㅎㅎ
옹니를 부리는 홍 회장에게 대항해서 감히 겁없이 소심하게 버텨봤다.ㅎㅎ
지금 와서는 '한 번 올라갔다 올 걸' 하는 궁금함도 있다. ㅎㅎ
멀리 인월 마을이 보인다.
오늘은 저기 어디쯤까지 걸을 것이다.
가는 길에 흥부골도 보이고 놀부 카페도 있다.
쉬어감직도 했는데 운영을 안 한다.ㅎ
그만큼 요즘에 지리산 둘레길 걷는 사람들이 줄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길 가의 사과가 참으로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다.
홍 회장이 몇 개를 사와서 식후 디저트로...ㅎ
오늘의 종점이다.
하필이면 요양원으로....
저기 오는 두 사람은 혹시 요양원에 들어가는 건가?ㅎㅎ
나이들어 이런 곳에 안 들어가고 끝나면 참 좋겠는데...ㅎ
오늘 첫 둘레길 10.7kn를 깔끔하고 힘들지 않게 마쳤다.
뭐 이 정도면 지리산 둘레길 얼마든지 걷겠다고 자만하여 본다.ㅎㅎ
어떤 동기들은 지리산 간 김에 천왕봉까지 다녀오란다.
가만? 우리 가는 코스에 천왕봉이 있던가?
1,915m가 누구 애 이름이야?
우리더러 죽으라는 말?ㅎㅎㅎ
칠순 넘은 할배들을....
우리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다.ㅎㅎㅎ
아직까지는 프롤로그에서 고민했던 깨달음이란 생각이 없었다.
별로 힘들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그래서 그냥 평이하게 재미없이 맺는다.
To Be Continued.....
첫댓글 둘레길을 걸을 때 보다 후기가 더 재밌네... 다음 후기도 기대됩니다.
같은 편끼리 이러면 안되는데...ㅎ
주작가님은 참으로 소중한 33동기회의 보뱁니다.이번 123에 표창 안주나여?ㅎㅎㅎ
주작가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복받은겨...특히 홍회장..
그런거 받아서 어디에 쓰게요?ㅎㅎ
@이갑호 아닌데? 이번은 김 회장인데?ㅎㅎㅎ
이런 글을 빨리빨리 올려 주어야지요.ㅎㅎ
금요일부터 주작가님의 글을 기다리느라 숨쉬기가 힘들었는데.., 이제야 풀리네요.
모두 수고하셨어요.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내 머리 빠지는 건 생각하지 않고 욕심만?ㅎㅎㅎ
운봉... 운봉 DZ, 대대장 시절, 지리산 운봉 종축장에 강하시, 추운 날씨에 한 병사는 나무에 걸리고, 한병사는 비행기에 매달려, 다시 성남으로 복귀...집결후 야간
행군으로 장수를 지나면서, 주민들과 트러벌(광주사태로 호남주민들의 특전복에 대한 반발로 생각됨)로 고생고생한 기억이 소환되네요....
감사합니다..
먼저 다녀간(?) 사람이 있엇네요.ㅎㅎㅎ
우리의 작가님!
후기 천천히 올려두되니 편안하게 주무세요...
늘 수고 만땅입니다! 1코스를 기다리며~~~
쉬라는 건 뭐고 1코스는 뭔가요?
두 번 죽이는 것?ㅎㅎ
여행 잘 다녀오셨나요?
@주창일 여행에.. 텃밭점검에.. 정신이 없네요!
점점 기대됩니다^^
같이 갔어도 좋았을텐데...ㅎㅎ
제주도 보다 아기자기하네
한라산 보다 힘들었습니다.ㅎㅎ
주작가가 힘들다고 하니 마음이 찡하네요.잘보고 읽고 큰 느낌갖고 갑니다.
힘들어도 참아요!!!!ㅎㅎㅎ
이 나이에 힘들면 다 짠하지 않겠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