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년 10 월 1 일 수요일 맑음
귀농학교 동기들 만큼 서로의 낯설음이 빨리도 풀어지기 힘들것이다.
순박한 친구들의 세계로 어린시절 푸르른 동화의 세계로 함께 꿈꾸는 약속들이
절망뿐인 도시의 벽을 뚫고 풀천지와 함께 밤새 몰려다니며 뒷풀이를 하다보니
온밤을 꼬박 새우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노래방에서 새벽녘이 되어서야
모두들 정겨운 비틀걸음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귀농의 갈증을 안고 헤어지게 되었다.
풀천지 부자를 고맙게도 책임지고 숙소를 마련해준 예술가의 집이다.
부인은 미술을 전공하고 남편은 음악을 전공하고...
건강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귀농얘기 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풀천지의 불찰로
젊은 부부의 멋진 삶을 물어보지도 못하고 잘 살펴보지도 못했으니
뒤늦게나마 사진을 보고나서야 안타까워 해본다.
젊은 부부의 깔끔한 취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카펫위의 고양이들이다.
이만하면 상팔자인 개팔자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하룻밤 신세를 졌으니 귀농에 대하여 어젯밤 새벽내내 술이 취해서 하지못한
귀농 얘기를 나누어 본다.
사귄지도 오래되고 결혼한지도 한참 되었는데 아이가 없었던것 같다.
그들만의 향기로 멋진 세상을 향유해 나가겠지만
아이가 없다면 흘러가는 세월속에 스며드는 외로움들은 어떡할지 궁금하다.
풀천지의 엉성한 강의 중에 딱 한가지 생각이 난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게 되었으니 늘 궁금한걸 물어 보았다.
자신의 부인을 사람들에게 지칭할때 어떤 호칭이 가장 좋은것인지 물어보았다.
마누라 ~ 여편네 ~ 자기 ~ 집사람 ~ 안사람 ~ 애기엄마 ~ 와이프 ~ 등을 누르고
아내가 당첨되었다.
참으로 착하고 부지런하게 어려운 농촌 살림을 훌륭하게 이겨 나가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하여 그 헌신적인 노력의 고귀함이
혹시나 바보같은 남자들의 오만으로 훼손 되어서는 안되겠기에
농부를 대접하는 일에 앞서서 농부의 아내를 먼저 대접할줄 알아야 되기 때문이다.
택시를 타고 불타버린 남대문을 지나 용산 전자 상가 농협 하나로마트 주차장에 들러
밤새 새워놓은 풀천지 애마를 타고 부모님 산소가 모셔져 있는 일산으로 향하였다.
벌써 시간은 오후 두시가 넘어간다.
설레임으로 바쁘기만한 데이트 약속시간은 저녁 7 시인데 찜질방으로 향하였다.
풀천지 부자의 첫 찜질방 체험인것이다.
대충 씻고 찜질방으로 들어가보니 편히 쉴수 있는 시설이 어찌나 좋은지
이런 좋은 곳이 도시 곳곳에 있으니 사람들이 귀농을 안하는것 같았다...^^
마음 같아선 한두시간 푹 쉬고 싶었지만 부모님 산소를 들러
다시 약속장소인 인사동까지 가야될 생각을 하니
찜질방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나온 기네스 기록만 세우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
올라오면서 재홍이에게 미리 약속해둔것이 있다.
평생 한번도 지각을 안해본적이 없는 아빠의 징크스에
너의 데이트 약속시간만큼은 반드시 지켜주리라 맹세까지 했었건만...
일산에서부터 밀리기 시작한 차량이 자꾸만 약속시간을 끌어 올린다.
먼저 가서 꽃을 들고 기다리고 있겠다며 철통같이 약속했는데
황급히 전화를 걸어 중간지점 신촌으로 약속장소를 변경하였다.
그러는 바람에 나중 얘기지만
설레임은 길수록 스스로 감정을 증폭시켜
사랑이란 감정까지 만들어낸다는 혜성이의 멋진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촌놈 부자가 모처럼 서울을 방문하는 일이니
이쁜 혜성이의 멋진 안내를 받고 싶었는데
한시간이나 기다리게 하였으니 너무도 미안하여
재홍이의 표현대로 가슴벅찬 이산가족 상봉이 끝나자마자
풀천지가 알고있는 좋은 곳으로 안내를 하였다.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향원이라는 중국 요리집인데
지금도 TV 에서 중국요리 강사로 단골 출연하는 이향방 여사가 운영하는 좋은 요리집인데
풀천지의 20 년 전 친구같은 여인이기도 하다.
너무도 반갑고 그리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으니 자신도 모르게 마신 술이
재홍이의 온몸을 빨갛게 물들여 놓았다.
길지 않은 나날이었지만 얼마나 기다려온 순간이던가 ?
서로의 마음에 따뜻한 꽃이 피고 수줍은 사랑이 마음을 적신다.
소박한 농부가 참으로 기꺼운 마음이 되어 비싼 코스 요리가 하나도 아깝지 않다.
풀천지의 푸르른 문을 처음 두드렸을때 참으로 이쁜 혜성이의 마음에 감동을 하여
다음날 만사를 제치고 아름다운 데이트를 풀천지 가족에게 안겨주었던
세상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축복의 인연이 되어주었으니까...
어린나이에 일찌감치 농부가 되어 바람서린 풀잎만 외로이 적셔왔던
재홍이의 세월에 가슴뛰는 그녀의 향기가 하얀 사랑의 거품으로 밀려온다.
우리 때문에 향원의 직원들은 퇴근도 하지 못하고 한시간을 기다리며 우리를 대접해 주었지만
더 좋은 분위기 있는 곳을 찾아 어떻게 해주어도 아깝기만한 이쁜 정의 아쉬움을 또 달래기로 하였다.
재홍이가 있어야할 자리에 중늙은이 풀천지가 자꾸 보여 민망하지만
재홍이는 사진을 찍기 때문이고 주책없는 풀천지는 오늘 만큼은
이렇게 이쁜 사랑이 가족이라는 소중한 이름으로 영원히 함께하길
바래고 또 바래며 온 정성을 다하는 중이다...^^
무얼해도 이쁜 혜성이가 노래도 잘 부른다.
노래는 우리들을 자유롭게 만든다.
서로의 노래를 잘 들을수 있다면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 갈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가사속에 훈훈히 전해오는 따뜻함에 마음껏 취해 보았다.
너에게 난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나에게 넌 환하게 비춰주던 햇살이 되어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후회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염원하며
혜성이의 멋진 코러스로 행복한 밤은 자꾸 깊어만 간다.
향원에서 달콤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우리 삶의 선물인 혜성이를 위하여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 위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 하자
그럼 먼길 오셨는데 찜질방 같은데서 주무시지 말고
밤이 늦어 죄송하지만 혜성이의 집으로 꼭 가자고 한다.
아무리 뻔뻔한 풀천지이지만
이 늦은 밤 혜성이 부모님을 무슨 낯으로 대한단 말인가 ?
바래다만 주고 도망가렸더니
원하는 것을 반드시 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이유로
말없이 떼를 쓴다...^^
결국 그래서 할수 없이
부끄러워 어쩔줄 모르며 혜성이의 집으로 끌려들어가게 되었다...^^
그래서 또 하루를 더하게 된 데이트 이야기는
내일 이야기로 미루어야겠다.
사람의 마음만으로 이렇게 행복해본적이 있었던가 ?...^^
첫댓글 햐~~~ 흥미진진.... 가슴두근..... 기대만땅~!!
괜히 ~ 오바하시는것 같은데...^^ 갑자기 정모 때 형님과 풀나라를 개구장이처럼 뛰어다니던 생각이 나는군요 ~ ^^ 늘 풀천지를 외롭게 하여주지 않으시는 형님께 감사를...^^
윗글 아랫글 쭈우우우욱 읽어보니, 풀천지님이 계속 동석하고 계신 것 같으네요. 에궁, 눈치코치 없는 풀천지님.(죄송...^^) 읽는 동안 내내 기분 좋았습니다.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오해를 무릅쓰고 행복하게 끼어든 멋진 데이트 였답니다 ~ ^^ 헤어지고 나서 아쉽고도 아쉬워 깊어졌던 그리움으로 재홍이의 맑은 사랑이 꽃이 피기도 하였구요... 외갓집님은 언제 이런 풀천지의 기분 느껴 보실라나...^^
논네가 주책이시라요
아무 말없이 손만 잡고서 몇 시간이 흘러간대도 수많은 언어가 필요없이 벅차고 설레기만 할텐데......풀천지님은 연애도 안 해 보셨거나......
죄가 있다면 풀천지가 너무 순진한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