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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신비를 고이 간직한 울릉도(鬱陵島)
삶이 힘들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원시의 섬 울릉도 가는 배에 올라타라. 도둑, 공해와 뱀이 없고 바람, 향나무, 미인과 물, 돌이 많은 삼무오다(三無五多)의 섬으로, 수백 만년 전 자연이 빚어놓은 속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볼거리 가득한 울릉도 여정은 크게 육로관광과 해상관광 그리고 성인봉등반 등 3코스로 나눌 수 있는데 최소한 2박3일 이상 넉넉한 일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용암을 뚫고 솟아나는 청정약수, 도동 약수공원 울릉도의 관문인 도동항에 들어서면 우선 고개를 쳐들라. 2천년 묵은 향나무가 칼날 같은 벼랑에 간신히 몸을 기대며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동항은 망향봉과 행남등대 사이에 좁을 골짜기를 따라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는데 여관과 음식점이 몰려 있고 주변산책코스가 좋아 여장을 풀기에 좋다. 숙소를 정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삼아 찾을 수 있는 곳이 약수공원이다. 설악산 오색약수처럼 톡 쏘는 것이 설탕 빠진 사이다 맛이 나는데 빈혈, 류머티즘질환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근처에 안용복 장군 충혼비와 울릉도 시비가 우뚝 서 있다. 평민의 신분으로 홀로 일본에 건너가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땅임을 국서로 확약 받은 안용복충혼비를 어루만지고 '동해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를 노래한 청마 유치환의 시를 음미하며 선인들의 울릉도 사랑을 공부해본다.
국내 유일의 영토박물관인 독도박물관에는 독도가 우리 땅임을 말해주는 지도와 고문서로 가득 차 있고, 박물관 옆에 있는 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망향봉전망대에 오르면 성인봉의 늠름한 자태, 도동항의 전경, 일망무제의 동해바다 그리고 200리 떨어진 독도를 맨눈으로 볼 수 있다.
울릉도 사람의 삶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육로관광
울릉도 해안선을 그리고 있는 해안도로는 육지도로와는 사뭇 다르다. 360도 회전하는 나선식 고가도로가 하늘로 연결되어 있고 신호등 달린 1차선 터널은 육지인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아슬아슬한 절벽 위로 길이 놓이는 것은 물론이고 두꺼운 바위도 척척 뚫어 도로를 이어갔다. 고난도 기술에 자재마저 육지로부터 실어 와야 했기에 단위당 건설비는 국내 최고란다. 40년 동안 공사를 했어도 여태 일주도로를 완성하지 못했다고 하니 울릉도의 지형이 얼마나 험한지 말해준다.
벼랑 끝 절벽에 계단식 밭이 주름살처럼 펼쳐졌는데 식당에서 고사리, 더덕, 취나물, 부지깽이 등 향긋한 나물을 맛 볼 수 있는 것은 순전히 한 치의 땅도 놀리지 않는 섬사람의 근면성 때문이다.
울릉신항이 될 사동을 지나면 상큼한 어감을 지닌 통구미가 나온다. 칼날 같은 벼랑 위에 늘 향해 기어가는 거북바위가 있고 수백 년 된 향나무가 성채처럼 벼랑을 둘러쳐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울릉도 최남단 동네인 남양은 고대 우산국의 전설을 품고 있다. 신라 이사부에게 항복한 왕이 투구를 벗어 던진 것이 투구봉이다. 비파의 선율이 들릴 것 같은 비파산, 장군의 얼굴 형상을 하고 있는 얼굴바위, 예쁘장한 각시바위, 우람찬 사자바위, 남근바위 등 동화나 설화 속 인물과 형상이 고스란히 바위로 드러낸다. 태극모양으로 휘감아 도는 수층교를 지나 힘겹게 고개를 넘으면 만물상이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다.
울릉도 가장 서쪽에 있어 육지와 가장 가까운 태하항은 평지처럼 완만해 한때 군청의 소재지였지만 터가 좁아 저동항에 그 역할을 내주고 있다. 울릉도 수호신인 동남동녀를 모신 성하신당은 어선의 무사안전과 풍어를 기원하고 있는데 사당 안에는 비단옷, 이불, 사탕 등 신혼방처럼 꾸며놓아 아이처럼 순박한 울릉도 사람의 얼굴을 보는 듯하다. 바다 쪽으로 성큼 걸어가면 거센 파도가 바위를 뚫어 놓은 황토굴이 나오는데 겹겹이 쌓인 붉은 흙이 볼만하다. 대풍감 등대까지는 관광모노레일(054-791-7914)을 이용하면 정상에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육지로 향하는 배를 띄우기 위해 바람불기를 기다렸다는 대풍감 해안절벽과 수백 년 된 향나무 군락은 남태평양의 어느 섬 풍경만큼이나 이국적이다. 한국의 10대 비경 중에 하나라고 하니 일부러라도 찾을 만하다. 다시 열두 굽잇길을 따라 현포령을 넘으면 거대한 선풍기인 풍력발전기가 나온다. 섬사람을 그토록 괴롭혔던 바람을 자원으로 바꿔 놓은 인간승리의 상징이다.
현포전망대에 서면 공암과 송곳봉 그리고 쪽빛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풍경이 내려다보인다.
송곳처럼 하늘로 치솟은 송곳봉은 풍수지리상 울릉도의 기가 집결된 곳으로 보기만 해도 위엄이 느껴진다. 고대 우산국의 도읍지였다는 말이 실감나는데 그 앞에 앉아있는 돌부처는 독도를 바라보며 국운을 기원하고 있다. 그림 같은 추산일가(054-791-7788)펜션에 여장을 풀고 동해의 끝섬이 만들어낸 일몰을 감상하는 것도 괜찮다.
현포, 추산, 나리, 천부까지 이어지는 북면은 울릉도에서 가장 웅장하고 신비로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데 울룽도의 엑기스가 모두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세 선녀의 전설을 품은 삼선암, 2개의 해식동굴이 뚫려 있는 관음도 등 해안절경에 취하다보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섬목과 내수전 사이는 차도가 놓여 있지 않지만 대신 선인들의 발자국이 만들어낸 옛길을 걷는다면 울릉도를 완전일주하게 된다. 해국과 나리꽃이 지천이며 어린 아이 몸집만한 관중이 무성해 숲 트레킹의 진수를 맛보게 된다.
그 끝자락에 자리한 내수전전망대에 오르면 보석처럼 반짝이는 저동항의 야경이 육로여행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태고의 신비, 나리분지와 성인봉 등반
천부항에서 나리분지 오르는 길은 울릉도에서 가장 험악한 도로다. '강원도 기사가 울릉도 기사를 보고 혀를 내두른다.'라는 말이 결코 허풍이 아닌 것 같다. 이리 저리 기우뚱 거리다보면 어느새 깔딱 고개가 나오고 그 고개마루를 넘어서면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지가 반긴다.
척박한 바위섬에 이렇게 푹신하고 너른 공간을 품고 있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그 속살에 울릉도 민초들이 터전을 잡고 있는데 한때는 500명의 주민이 부대끼며 밭을 일구며 살았다고 한다. 분화구 안에 사람이 사는 곳은 이곳 나리분지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하는데 전통 너와집과 투막집을 기웃거리다보면 울룽도 사람들이 바람과 폭설에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알게 된다.
울릉도까지 와서 성인봉에 오르지 않는다면 울릉도 반은 놓친 셈이다. 아침에 도동항을 출발해 육로 관광을 마치고 나리분지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성인봉에 정상에 올라 도동항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나리분지에서 2시간 쯤 쉬엄쉬엄 발품을 팔면 성인봉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 육지에는 보기 힘든 너도밤나무, 솔송나무, 섬피나무, 두메오리나무 등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나무가 밀림을 이루고 있다.
거기다 해무를 먹고 자란 고비, 고사리 등 양치식물이 어린아이 몸집만큼 커 마치 영화 '쥐라기공원'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 태고부터 한번도 훼손되지 않는 원시림에서 자란 섬백리향과 울릉국화의 향기는 자꾸만 발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알봉분지를 지나면 급경사 계단이 가로막는다. 동아줄 잡고 하늘에 오르듯 쉬엄쉬엄 오르다보면 급기야 하늘이 열리고 사방이 탁 트인 성인봉(984m) 정상에 닿게 된다.
섬 전체를 아우르는 풍경을 볼 수 있도록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도동항이나 안평전으로 하산하는 코스 역시 숲과 능선이 적절히 안배되어 네댓 시간의 산행이 짧게만 느껴진다.
용궁이 바로 이곳에, 울릉도 해상관광
유람선은 섬을 시계방향으로 돌기 때문에 오른쪽에 자리 잡아야 병풍 같은 기암절벽을 자세히 감상할 수 있다. 섬 일주 내내 갈매기와 동행하게 되는데 새우깡을 준비하면 덤으로 갈매기의 묘기를 보게 된다. 사자바위, 거북바위, 용바위, 국수바위, 곰바위, 만물상 등 동화 속 주인공이 철렁거리는 바다위에 얼굴을 드러내는데 선장의 설명에 귀를 쫑긋해야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다.
신비스런 태하황토굴을 지나면 울릉도 최대의 낚시터인 대풍령 낚시터가 나온다. 근사한 바위에 올라 비경을 낚는 강태공이 부럽기만 하다
울릉도의 얼굴이자 상징인 코끼리 바위는 장작을 패어 차곡차곡 쌓아올린 것이 마치 코끼리 피부처럼 입체적이다. 그 뒤에 상선암이야말로 울릉도 해상관광의 하이라이트다.
울릉도의 풍광에 반한 세 선녀가 하늘로 올라갈 시간을 놓쳐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바위로 굳어졌는데 제일 늦장을 부린 막내바위는 풀조차 자라지 않는 벌을 받았다. 한때 해적의 은신처로 알려진 관음도는 큼직한 굴 2개가 뚫려 있는데 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아 마시면 장수한다는 애기가 전해진다.
바람과 파도의 조각작품, 행남 해안산책로
도동선착장에서 저동항까지 자연이 일구어낸 해안길이 놓여 있다. 깎아지는 절벽을 뚫어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는데 은은한 할로겐조명이 운치를 더해 새벽 시간이나 해질 무렵 산책삼아 걷기에 그만이다. 중간에 소라, 멍게를 파는 야외 주점이 있어 파도소리를 안주삼아 소줏잔을 기울이는 호사도 괜찮다. 행남등대에 오르면 저동항의 절경과 오징어배의 불빛이 눈을 환하게 한다.
57m에 달하는 나선형 계단은 해안산책로의 하이라이트다. 수직의 해안절벽을 빙글빙글 돌아서 오르내리게 하는 계단으로 그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기암괴석과 코발트 바다빛깔이 환상적이다. 울릉도 행정관청에 몰려 있는 저동항은 해돋이 명소로 유명한데 봄가을 촛대바위 위로 떠오르는 일출장면은 눈물을 쏙 뺄 정도로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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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녕하세요^^울릉도가 고향인 아짐입니다...혹 가실분계시면 감자떡추천해드립니다,,,강워도감자떡이랑은 전혀다른 부드럽고 쫄깃한 맛을 느낄수 있습니다..
따로 판매되는것이 아니라 저동방앗간에서 주문하셔야 합니다.숙박하는 곳에 문의하시면 가능할것같요~~^^
울릉도에 다녀오셨네요..10여년전에 다녀올떼와는 많은 시설이 들어섰네요..해안도로도 더 많아졌고 전망대까지...
올겨울에 다녀올려고 하는데....
고놈에 배멀미때문에 망설이고 있답니다.
멋진후기 즐감하고 갑니다.
울릉도로 모놀합시다요
아아아아~~ 오는 29일 2박 3일로 울릉도 가자고 유혹하는데, 기냥 갈까?
고민되네!!! ^^*
올 가을에 울릉도 여행계획하고있었는데
감사합니다 ㅎ^^
섬이 주는 그리움이 대장님의 을릉도 여행기에서 완전히 마음 가득입니다.
언제나 갈 수 있으려나 . . . 대장님 감사합니다. *^^*
울릉도 항상 꿈꿉니다. 봄에 6박7일간의 제주도 여행으로 허기를 좀 면하긴 했지만 지금도 울릉도 때문에 마음앓이 합니다.
울릉도...참 아름답고 고아한 섬이다 대장님덕에 사진으로나마 대하니 정말 허기지도록 담기고 싶다
울릉도 다녀오셨군요. 저희 가족도 7년만에 울릉도 휴가다녀왔습니다. 내 마음의 고향 울릉도~ 지난 매미 당시 도와주신 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자떡애기는 첨듣네요 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