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 노작 홍사용문학관, 2022년 여름호.
메멘토 모리 외 3편
맹문재
1
임시 선별 진료소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어서
검사가 중단되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대기 줄을 만들어 서 있었다
불만이 없는 표정이었다
시간을 아끼려고 식당을 찾아 나섰다
평양식 만둣국 집이 눈에 띄어 다가갔지만
사람들이 넘쳐
길 건너 중국집에 들어갔다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2.
식사를 끝냈는데도 시간이 남아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어제 생신이었는데 뜬벌이로 사느라
인사도 못 드렸다
고맙네
뭐든지 챙겨 먹으시게
우리 식구들 모두 큰아드님 쳐다보며 산다네
시골길이 왈칵 쏟은 눈물이
내게 흘러들었다
3
대기하는 사람들의 줄이
PCR검사와 신속항원검사로 나뉘어 있었다
어느 줄에 서야 할지
한 젊은 아줌마에게 물으니
신속항원검사 줄에 서라고 했다
유전자증폭검사는 양성 판정이 나온 경우에 받는 것이라며
할머니처럼 일러주었다
내 차례가 되어 다가가자
검사자는 친절하게 면봉으로 코를 찔렀다
이전처럼 아프지 않았다
한 15분쯤 근처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핸드폰을 켜고
코로나 상황을 검색해보는데
내 번호를 불러 다가가니
음성이라고 했다
방금 뉴스로 보았던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주라(朱喇) 소리에 날아갔다
4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김수영 시인이 번역한 『메멘토 모리』의 노인들이
따라오며 중얼거렸다
메멘토 모리 메멘토 모리 메멘토 모리……
상주사심(常住死心)
나를 아껴주신 선생님의 빈소에서
처제들과 아이들이 어울려 놀고 있었다
백신 접종을 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부작용으로 죽는다면
취직을 못하고 있는 자식이며 대출 이자며 시골에 계신 어머니는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매욱한 가장으로 남지 않는가
대통령 선거가 며칠 안 남았는데
피 흘리며 이룬 민주주의를 검찰에 넘길 수는 없지 않은가
아내는 길몽이 아니겠느냐고 위로했다
나에게 좋은 일이란 어떤 것인가
복권을 사 놓은 것도 없고 장관에 임명될 것도 아니고 아픈 이가 나을 것도 아닌데……
액색(阨塞)을 막으려고
백신 접종을 미루자
평소와 다르게 아내도 동의했다
안 죽는다 안 죽어……
윤기정이 「미치는 사람」에서 외친 소리를
궐(闕)에 넣고
김수영 시인이 벽 달력에 써놓은 상주사심을
발바닥에 적고
나는 출근길에 나섰다
김수영식 사랑
1
베란다 실외기 난간대는 나의 재산인데
관리사무소가 점유했다
모이는 306호의 소유물인데
민원 대상으로 처리되었다
101동 6호 통로는 나의 길인데
교도소처럼 감시받는다
2
마지막 모이를 기를 쓰고 먹던 참새들이
내가 나타나자
질겁하고 도망친다
안타까워하는 내게
위로가 없다
바라지는 않았지만
보상도 없다
섭섭하고 섭섭해서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이 여기 있구나
3
거리를 유지하는 사랑은
부끄럽지 않은가?
관리사무소 위에
시시티브이 위에
아파트 시세 위에
환경 미화 위에
거대한 손이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손이 내리는 명령을 거절하지 못하면서
몰인정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비굴하지 않은가?
사랑을 말하는 것이 우습지 않은가?
김수영 시인은 사랑을 찾아
방문을 박살 낸 적이 있지 않은가?
(『현대문학』 2021년 10월호)
맹문재
『문학정신』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사북 골목에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