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6일 월요일.
청와대터로 지정이 되었던 양화골 전경
수원역08시 40분 출발(조치원5400원), 서울발 부산행 무궁화 열차를 이용한 번개산행이다.
조치원 역에 도착한 뒤, 택시를 빌려 들머리인 양화2리로 이동을 해야한다.
그 곳은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 건립으로 진작 수용이 되어있는 지역이다보니
인적은 끊기고 아직 철거되지 않은 가옥들이 유령처럼 겉도는 망각의 농촌마을로
머물러 있다.배산임수의 명당마을 양화3리, 마을 앞 개울의 허름한 다리를 건너서면
거대한 은행나무 두 그루가 범강장달이 처럼 우뚝하고 뒤편으로는 숭모각이 뒷짐을 지고
점잖게 자리하고 있다.외지인을 맞아주는 그 흔한 강아지 짖는 소리며
고샅을 어슬렁거리는 늙은 사내들의 자취는 온데간데 없고 숭모각(崇慕閣) 주변은
나뒹구는 나뭇잎 만큼이나 쓸쓸하고 적막하다.
마을 뒤쪽으로 보이는 전월산(轉月山)만이 높직하다.
숭모각 앞에서 기웃기웃 울타리너머를 힐끗거리며 일주문 옆에 세워놓은
숭모각 유래문을 훓어본 뒤 마을길을 따라 우측으로 이동을 하며
산길을 찾아본다.두 번째 골목으로 들어서서 서서히 가파름을 보이는
숲길에 들어선다.희미한 산길이다.입산객들의 발길은 오랜 전에 끊긴 듯
희미한 산길에는 떨어진 낙엽들로 어지러이 덮혀있고 마른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봄볕같은 겨울 볕만이 온화하다.가파른 산길이 초반의 기세를
짖누른다.지능선에 오르니 푸른 솔가지 사이로 금강의 몸매가 허연 납물처럼
번득인다.이리구불 저리구불 대해를 향하는 유유자적의 느긋함이 군자의 몸가짐에
대인의 체취까지 묻어있다.어찌보면 고인돌을 닮은 듯도 하고 방향을 바꿔 바라보면
거북이 모습의 며느리 바위가 친절한 설명을 갖춘 안내문 앞에 불쑥 형체를 내민다.
전월산 정상 바로 직전에는 바가지 모양으로 넓고 둥그렇게 움푹 파인 곳이 있는데
패여있는 안쪽 한 복판에는 버드나무 한 그루가 덩그러니 서있고,
버드나무 밑에는 움푹한 샘이 있다.버드나무 가지에는 바가지도 하나 걸려있다.
용샘이다. 수량은 넉넉해 보이고 음용수로도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고여있는 샘물 수면주위로 살짝 살얼음이 깔려있다.
곧바로 벤치 두어 개가 놓여있고 정상 표시물이 번듯한 전월산 정상,사방의 조망에
거침이 없다.비록 200여 m에 불과한 멧부리지만 주위에 맞겨룰 봉우리가
마땅치 않았음이리라,미호천이 흰 얼굴의 가녀린 몸매를 비틀며 유혹의 몸짓으로
다가오는가 하면 금강의 둔중한 몸놀림은 양반의 거드름과 게으름을 동시에 함축하는
자태가 느끼하다. 오랜 만에 함께 한 내명 박우식,사랑하고 좋아하는 술을 대하는 자세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여느 술꾼들이 대개 그렇듯이 건강검진시 따끔한 잔소리께나
들었던 모양이다.청아형도 마찮가지지만 말이다.
그러나 두 사내들의 배낭에는 초록바탕의 막걸리가 한 병씩 여지없이 숨어있다.
막걸리 딱 한잔만! 부시럭 부시럭 청아형 배낭에서 나온 과매기를 안주삼아
한모금씩 입가심을 한 뒤 발걸음을 이어간다.바위능선이 곧바로 이어지는가 싶더니
능선에 불뚝 솟은 바위가 앞을 가로 막는다. 상여바위다.쉽게 오를 수 있는 정수리에서의
조망이 훌륭하다.여전히 금강의 은빛 몸매가 몸을 비비꼬며 유유자적하고 있다.
아직도 공사중인 세종시의 아파트 공사 현장이 상전벽해를 꿈꾸며 꿈틀댄다.
소나무 숲길이 거뭇한 그늘을 늘어뜨리고 헐벗은 참나무 마른가지 사이로 파란하늘이
얼굴을 내민다.봄날같은 겨울 볕이 한가롭기만 하다.임도가 앞을 가로 막는다.
등치리골 고개다.계획대로라면 좌측으로 내처 진행을 하면 맞는다.그러나 등산지도를
살펴보니 우측으로 건너다 보이는 멧덩이가 자꾸 시선을 붙잡는다.노적산이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움이 있어보이는데 꾸물거리며 저울질 할 이유가 없다.
10여분이면 닿을 것처럼 여겨지던 산길이 곱절은 시간이 소모된 듯하다.
잡목과 잡풀로 어수선한 정수리는 특징이라곤 없고 그저 뭇 봉우리에 불과한
멧덩이다.정오도 넘긴 시각이고 이른 아침을 걸친 뒤라 출출한 기색이 역력한 세 사내들이
주섬주섬 배낭을 뒤져서 간단한 요깃감을 내놓는다.봄날같은 겨울날씨 탓에
덜덜거리고 쓸쓸맞은 한데 요기를 피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으레 겨울산행은
춥고 쓸쓸하기 마련이지만 포근하고 따스함에 기대려는 마음은 모두의 바램이기
때문이다.노적산을 뒤로하고 오던 길을 되짚어 좀 전의 고갯마루까지 되돌아 가야 한다.
능선 오른쪽(북쪽)으로 우주비행선을 닮은 흰 건물이 유별나다.우주기지 관측센터라고
본색을 밝히고 있다.등치리골 고갯 마루에서 임도를 따라 내려서면 넓다란 4차선 차도에
이른다. 한국환경자원공사의 울타리를 우측에 끼고 숲쪽으로 가다보면 차도는
막혀있고 좌측으로 숲길이 활짝 열려있다. 원수산(元帥山)으로 들어가는 산길이다.
어렵지 않게 산길을 이어가다가 갑작스레 산길이 희미해지더니 그나마 산길이
보이지 않고 잡목이 앞을 가리고 가시덩굴이 팔다리를 잡아 당긴다.
산길을 잃었으면 오던 길을 되짚어 후퇴를 하던지 진행방향의 능선 꼭대기로
올라서서 진행방향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10여 분의 수색끝에 산길을 찾아 이동을
서두른다.원수산 형제봉 오르는 마지막 오르막이 비교적 가파르다.
사방이 활짝 터진 정수리는 장수의 장대처럼 우뚝하고 조망이 화려하다.
세종시의 배산으로써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도 손색이 없어보인다.은빛몸매의 기름진
몸매로 유유한 흐느적을 즐기는 금강이 장엄함을 자랑하고 상전벽해의 국가 행정도시를
꿈꾸는 세종시의 힘찬 숨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 어느 방면을 바라보아도 거침이 없다.
따끈한 커피의 구수하고 달콤함을 맛 본 뒤 게으른 머숨 궁둥이 털 듯 자리를 턴다.
은빛 햇살에 눈이 부시다.
원수산 유래비를 지난다. 세종시 둘레길 이정표도 간간히 숲길에서 얼굴을 내민다.
오산의 정수리는 밋밋한 언덕이나 별 반 다를 게 없다.잡목은 잔뜩 우거져 있고
입산객들이 찾아들지를 않았는지 명함을 내밀기에는 어색하기만하게 여겨진다.
산길을 내려서니 4차선 차도가 기다린다. 오가는 차량은 작업차량만 간간히 다닐 뿐
아직은 처녀 차도 신분이다.버스정류소도 무늬만 정류소지 숨결이 통하지 않고있다.
아파트 단지 후문을 들어서서 정문 앞에 이르니 연세초교 정문 앞이다.
국무조정실 건물은 초교 옆 차도 건너편에 우뚝하다.
콜택시(15000원)를 이용해서 조치원 역 앞으로 이동,역 주변 설렁탕집에서 뜨뜻한 설렁탕과
막걸리를 곁들인 뒷풀이 식사를 한다.우식이나 이사람이나 요기생각이나 술 생각은 없었으나
산행후의 뒷풀이를 산행의 일부분으로 끔찍이(?) 생각하는 청아형의 속내를 거스를 수가
없는 심정이 숨어있다.그러나 그들도 식탁에 둘러앉으면 먹을 것 빠뜨리지 않고,
마실 것 남김이 없으니,이걸 두고 혹시 내숭맞다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산행소요시간 4시간 30분,조치원역 16시 50분 출발).
첫댓글 생생한 산길이 눈에 선하구만!!
금강은 도도히 흐르고~
세종의 명산이라!!
두루두루 눈에 밟히네.
양화마을의 뜨껴져나간 창틀,떼어져 누운 대문,잘려지고 뽑혀나간 정원수,유령같은 곳이 되어버린 양화골,
배산임수의 명당터인 그곳이 더 좋은 자리로 탈바꿈되려는 아픔이라면 필시 그곳이 명당이 될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