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 수필】
내 고향 청양문화원에서 보내온 ‘새해 달력 사진’의 의미
- 한해, 매달, 매일, ‘좋은 운수 만들어 가기’-
윤승원 수필문학인(청양군 장평면 중추리 출신)
내 고향 청양문화원에서 올해도 의미 있는 새해 달력을 보내왔다. 『七甲文化』 필진이라고 해서 청양문화원에서 발행한 달력을 매년 고맙게도 선물로 보내오고 있다.
고향의 정취가 느껴지는 달력을 벽에 걸어 놓고 매달 달라지는 풍경을 바라본다는 것, 고향을 늘 그리워하면서 유년 시절을 떠올리는 사람에겐 큰 위안이다.
조상님이 잠들어 계신 곳, 나의 뿌리인 고향이 더욱 융성 발전하기를 달력 그림을 바라보면서 기원하게 된다. 태어나 자란 내 고향 청양이 자랑스러워진다.
올해 달력은 또 다른 느낌이다. 명승지나 풍속을 담은 달력이 아니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고향의 아름다운 전원 풍경에다가 시적(詩的) 운치가 더해지는 독창적인 풍경을 담았다.
김현락 향토 시인이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촬영한 작품이라고 한다. ‘사진 설명’이 ‘한 편의 시(詩)’다. ※ 필자가 사진 작품에 담긴 의미를 짚어보면서 소감을 덧붙인다.
▲ 1월(해오름달)에는 새해를 상징하는 ‘청양읍 벽천리’ 눈길을 담았다. “누군가의 발자국이 길이 되었다. 그림이 되었다. 희망처럼” 새해 1월은 우리 모두 ‘새로운 길’을 만드는 일이다.
▲ 2월(시샘달)에는 ‘장승리 고운 식물원’의 목련을 담아 “겨울잠 내내 꽃을 꿈꿨다. 세상이 열리고 꿈이 꽃이 되었다.”라면서 마침내 꽃을 피워내기 위해 얼마나 힘든 ‘인고의 시간’을 거쳤는지 보여준다.
▲ 3월(물오름달)에는 ‘정산면 서정리 9층 석탑’을 배경으로 모내기 들녘을 담으면서 “산과 들, 우리의 마음에 연둣빛 물이 오른다.”라고 활기찬 희망을 노래한다.
▲ 4월(잎새달)에는 ‘대치면 장곡리’ 벚꽃을 담은 시어가 예사롭지 않다. “휘날리는 벚꽃잎 밑을 걸으니, 나도 벚꽃 한 잎!”이라는 표현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걸맞은 표현이다. 감탄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
▲ 5월(푸른달)에 등장하는 ‘칠갑산’ 꽃 숲 풍경은 가히 숨이 막힐 절경이다. 시인은 꽃 숲에서 ‘화양연화, 몸과 마음에 푸른 물이 들다’라고 노래한다.
▲ 6월(누리달)에 들어서면 반가운 ‘장평면 까치내로’가 나온다. 바로 나의 태생지 장평면 아닌가. 시인은 “우주를 안고 싶은 느티나무, 생명의 소리 넘친다”라고 표현했다. 내 고향 까치내 길에 수호신처럼 우뚝 선 느티나무. 뭇 생명의 소리가 대대손손 이어져 왔다.
▲ 7월(견우직녀달)에는 ‘목면 모덕사’가 나온다. 이번엔 사당(舍堂)이 아니다. 연못 위에 푸른 생명체가 떠 있다. 시인은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고 노래한다.
▲ 8월(타오름달)이다. ‘청양읍 백세 건강공원’야경을 담은 시인은 “빛이 내린다. 빛이 부서진다. 빛이 타오른다”라고 노래하면서 매혹의 절경에 풍덩 빠진다.
▲ 9월(열매달)은 내 이웃 동네인 ‘청남면 동강리’다. 달콤한 향이 묻어나는 진보라 포도송이를 카메라에 담은 시인은 “먼데 하늘의 별이 들어와, 알알이 보라가 되었다”라고 노래한다.
▲ 10월(하늘연달)에는 황금빛 결실의 들녘 ‘청양읍 장승리’ 풍경을 담았다. “바람이 분다. 금빛 바람이 분다. 푸른 바람도 분다.”라는 ‘농부의 풍년가’가 신명 나는 풍물 소리와 함께 떠들썩하다.
▲ 11월(마름달)에는 ‘청양읍 우성산’ 낙엽을 담았다. 시인은 ‘자연의 철학자’가 되어 “낙엽은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내려앉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즉 ‘낙엽귀근(落葉歸根)’을 말하는 것이다. 잎이 떨어져 뿌리로 돌아간다는 것은 결국 본래 났거나 자랐던 곳으로 돌아감을 이르는 말이다.
▲ 12월(매듭달)에는 ‘대치면 칠갑지’ 물안개를 담았다. “한 해의 끄트머리, 두근두근 다시 새로운 마음이 인다.”라는 표현은 ‘매듭으로 끝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다시 새롭게 희망의 내일을 꿈꾸는 우리 모두의 소망이 거기 담겨 있다. 매달, 매일, ‘좋은 운수를 만들어 가는 일’은 건강하고 밝은 ‘긍정의 시선’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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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 필자의 일간지 칼럼(충청권 일간지 금강일보 『윤승원 세상풍정』 2011.1.5.)
【윤승원의 세상風情】
좋은 운수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 ‘긍정’의 자기최면 효과 -
윤승원 논설위원
시골에 계신 팔순의 장모님은 음력이 크게 표기된 새해 달력을 좋아하신다. 그 옛날 선친께서도 그러셨다. 음력이 상세히 표기되지 않은 달력은 벽에 붙여 놓지 않았다.
당시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얼굴과 정치구호가 들어있는 달력을 가가호호 배포했는데, 12달이 한 장에 들어 있는 달력이다 보니, 일자가 깨알 같아 노인들은 보기 어려웠다.
선친께서도 눈이 어둡다면서 “오늘이 음력으로 며칠이냐?”고 내게 자주 묻곤 하셨다. 음력이 표기된 달력에는 일진(日辰)이 상세히 나타나 있다.
▲ 음력이 크게 표기된 새해 달력 - 아들과 며느리가 직장에서 가져온 새해 달력에는 유난히 음력이 잘 표기되어 있다. 상세한 일진(日辰)과 이른 바 ‘손 없는 날’까지 표기돼 있어 반가웠다. 신세대 아들이 이런 구식(?)달력을 가져온 것을 고맙게 여기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희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셨더라면 이런 달력을 보시고 참 좋아하셨을 것이다. 할아버지뿐 아니라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을 중시하는 시골 너의 외할머니께서도 역시 좋아하실 달력이다.” 그런데 일진으로도 알 수 없는 ‘진짜 좋은 신묘한 운수’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땅과 하늘의 이치를 중시하는 농부에게는 절기와 일진이 대단히 중요했다. 무슨 특별한 일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일진을 보았다. 이를 ‘날 잡는다’고 했다. 이사를 하거나 원행(遠行)을 하거나 심지어 이엉과 용고새(용마름)를 지붕에 올릴 때도 아무 날이나 하지 않았다. 꼭 ‘손 없는 날’을 택했다.
택일(擇日)이란 좋은 날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쁜 날을 따져서 피하는 것이다. ‘손 없는 날’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해석이 있다.
사람의 한쪽 손가락은 다섯 개다. 음력 1~5일까지는 손이 있는 날이다. 음력 6~10일은 손이 없는 날이다. 음력 9일은 손 없는 날 중에서 제일 좋은 날이다. 음력 10일은 무해무득(無害無得),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날이다.
또 하나 해석은 이렇다. 원래 ‘손’이란 말은 궁핍한 시대에 부담스러운 손님을 고민했던 데서 유래됐는데, 이것이 ‘두렵다’는 뜻으로 쓰여 멀리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의미한다.
우리 민속에서 ‘손’이란 날짜에 따라 사람들이 가는 쪽을 따라 다니며 심술을 부리는 귀신을 말하기도 하는데, ‘손’은 손님을 줄인 것으로 ‘두신(痘神)’을 가리킨다. 두신은 천연두다.
시대가 바뀌었고 생활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손 없는 날’을 따져 일을 행하는 것은 나약한 마음을 위로받기 위한 방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인생만사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 택일이다. 혼사 날, 개업 날 등 기왕이면 나쁘지 않은 날을 택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리다.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 흔히 ‘토정비결을 믿느냐’ 하지만 살아가면서 좋지 않은 일을 겪게 되면 “저 이는 정초에 토정비결도 보지 않았나?”라고 안타까워한다. 무슨 달에는 물가(강과 바다)를, 무슨 달에는 윤화(輪禍, 자동차)를 조심하고, 무슨 달에는 설화(舌禍, 말)를 조심하라는 등의 삼가야할 대목도 많다.
지난 해 유명 정치인 중에 잇따른 설화(舌禍)로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보고 어떤 이는 “한 해 운세만 보았더라도 저런 실수를 거듭하지 않을 텐데…”라고 말했다. 한 해 운수가 아니라 재미로 보는 ‘오늘의 운세’만 눈여겨보았더라도 연거푸 실수하지 않았을 것이다.
띠별 운세에는 황당한 미신으로만 여길 수 없는 삶의 지혜도 들어있다. 때로는 생활지침이 되기도 하고, 새겨들어야 할 잠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믿거나 말거나’가 아니라 내게 좋은 뜻이면 받아들이면서 하루를 산다면 후회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매사 분수를 지키는 자제력과 자기 통제는 인격수양에서 나오는 것이고, 인간의 능력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재수 없는 날’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쩌면 ‘하늘의 뜻’인지도 모른다.
새해, 한 가장으로서 소망은 세 가지다. 국가는 강하고, 사회는 건강하고, 개인적으로는 부드러워졌으면 좋겠다. 첨단 미디어시대에 말과 글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살아가면서 화가 나는 일도 많은데 늘 도덕군자처럼 좋은 말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가시 돋친 말도 하고 산다.
그러나 가려야 한다.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피해를 주는 표현은 없는지, 한 밤중에도 벌떡 일어나 퇴고(推敲)를 하듯 자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돌이켜 보면 필자는 등단 초기 내 글에 대한 평자(評者)의 말 한 마디에 최면이 걸렸다.
『‘만원버스에 이골이 난 사람은 구두가 밟혀도 옷 단추가 떨어져 나가도 화를 내지 않고 그 날의 운수소관으로 돌리고 만다는 사실이다.’(필자의 졸고 수필 「만원버스에서」 끝 문장)라고 한 것도 긍정적인 삶의 태도이고, 달관된 여유다. 평범한 생활 속에서 삶의 지혜와 진실성을 찾아내는 것이 아주 밝은 내용으로 되어 있다.』라는 평론가의 덕담 한 마디에 ‘최면의 인자(因子)’가 들어 있었다.
가족의 반응도 고무적이었다.
“성공적인 글을 쓰려면 비관보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최초 독자인 가족의 반응에 최면이 걸려 글을 쓸 때마다 ‘긍정의 요소’ 찾기에 지금도 여전히 골몰하고 있다. 긍정에는 늘 좋은 운수가 따르는 법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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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윤승원
충남 청양 출생, ▲ 전 대전경찰청 정책정보관, ▲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 충청권 일간지 금강일보 전 논설위원, ▲ 1990년 『한국문학』 공모 산문부분 장원 당선, ▲ KBS 수필 공모 최우수작 당선, ▲ 경찰문화대전 금상, ▲ 『한국문학시대』 문학 대상 수상, ▲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기념 사연 공모 최우수상 수상, ▲ 충남경찰사 편찬위원(역), ▲ 경찰청 G20 현장 경찰 체험수기 심사위원(역), ▲ 충남경찰청 호국안보 백일장 심사위원(역), ▲ 충남경찰청 생활질서문화대전 심사위원(역), ▲ 충남경찰문집 기획·편집위원(역), ▲ 경찰청 치안정책 고객평가위원(역), ▲ 대전문학관 ‘중견작가전’ 초대작가, ▲ 현재 재향경우회 홍보지도위원, ▲ 저서 『문학관에서 만난 나의 수필』 등 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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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새해 달력을 제작하여 정성껏 보내주신 임호빈 청양문화원장님,
그리고 달력에 내 고향 인상 깊은 전원 풍경 사진작품을 넣어 주시고
애향 정신이 깃든 고품격 시어를 사진 설명으로 붙여 주신
김현락 시인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2023년 새해 달력 품격 있게 잘 만드셨습니다.
----- 출향인 윤승원 감상記
맞습니다..긍정의 힘.
송 선생님, 공감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