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비둘기
김 광 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세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溫氣)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쫒기는 새가 되었다.
[196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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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칼럼
현대시100년... [75] '성북동 비둘기'
김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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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
08.04.05 09:3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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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성북동에 친구가 살고 있어서 찾아간 적이 있거덩 집들이 아주 좋더라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와 같이 공존하면 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