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타루를 거쳐 삿뽀로까지 가는 일정이다.
오타루는 영화 '러브레터'를 촬영한 장소로 유명해졌다.
이영애, 김석훈이 출연했던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가시나무' 촬영지도 여기다.
아침에 호텔에 나오니 로비에
"필요하시면 가져다 쓰세요" 라고 말하는 듯
우산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친절, 배려가 돋보이는 모습
두 친구 출발을 기다리며 어제의 사진삼매경에 빠져있다.
온천을 즐겨 피부가 더 보들보들 뽀얀해 진거 아닌가요?
어제의 사진 중엔 유카타입고 예변떠는 모습이 제일 재미있지 호호호
일정을 시작하기 전의 들 떠 있는 모습은 항상 이쁘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어떤 풍광이 우릴 행복하게 해 주려나 하는
설레임이 있기에.
오타루에서 고풍스런 풍광사진을 많이 찍었건만
노출을 잘못 맞추는 바람에 사진이 안나왔다
야외사진은 어둡게
실내 사진은 아예 검게 나와 쓸 수 없게 되어버렸다.
소박한 거리와 옛건물들이 아주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와
활기를 띄고 있는 그런 분위기.
오타루 운하는 아주 좁다란 골목길 같은 느낌이 든다
아주 작은 배로 생활 필수품을 실어 날으면서
물물교환이나 할 정도의 정겨운 느낌.
운하 바람에 머리좀 부시시하게 날려주시고
왜 내 머리는 전지현머리처럼 촤르르하며 날리지 않는거냐구요
어쩌다보니
우리 세 여인
신호등패션이 되어버렸다
샛노란색이 아니어 그나마 다행이다.
오타루 증기시계 앞에서 찰칵!
겨울에 이곳을 다녀갔던 남편이 증기가 폭폭 올라오는 사진을 보내주었었는데
여름에 내가 여기에 왔다.
벤쿠버 개스타운의 증기시계와 비슷하다.
거리가 고풍스런 일본풍의 건물이 많아
천천히 걸어다니면서 맛집도 찾고 찻집도 들르면 좋을 듯하다
우리야 시간에 쫓기는 패키지여행자이니
얼른 포인트만 둘러보기
이 청년의 특이한 복장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걸까?
길건너에
조성모의 가시나무 뮤비에 나왔던 우체국 건물이 보인다.
김석훈과 애틋한 사랑을 가꾸어가던 이영애의 앳된 모습과
이영애가 야쿠자 들에게 끌려가 손가락을 잘리고
눈더미 위에 버려지는
조금은 엽기적이고 잔인한 그런 내용이었다.
이 곳에서 주로 많이 찍었다고 하니 자꾸 둘러보게 된다.
영화 러브레터 촬영지로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내가 겨울에 왔다면
눈이 가득 쌓인 곳이라면 아무데서나
"오갱기데쓰까" 하며 두 손을 입에 대고 외쳐댔을 것만 같다.
영화 속 풍광을 천천히 음미하며 '러브레터' 다시 봐야겠다.
이 거리를 걸어다니는 내내 귀에 들려오던 청량감있는 풍경소리
유리로 만든 풍경소리가 그렇게 맑고 이쁠 수가 없다.
가로등 마다 아름다운 유리 풍경 걸어놓을 생각을 누가 했을까?
10만 종류가 넘는 유리공예품을 진열해놓은 곳이 있다더니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실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도 이 청아한 풍경소리에 시원해지는 걸 느낀다.
각국의 골동품이나 봉제인형, 아름다운 유리 등등
다양한 오르골을 전시해놓은 전시장에 들어가봤다.
눈에 띄는 오르골 발견
가장 일본스런 오르골이다
스시 오르골
이, 스시 오르골은 다른 나라에서 만나기 힘들 것 같다.
그 기발함에 웃음이 나온다.
친구들 모두 오르골을 하나씩 골랐다.
두 친구는 이쁜 손주 준다고 아기스러운 것 고른다.
손주가 없는 나는 걍 진열대에 놓으려고
빨간 기모노 입은 인형 오르골을 고른다.
난 언제 손주 선물 살 수 있는거지?
하하 아직 상상이 안된다.
사진이 너무 어둡지만
윗부분 산등성이의 나무 벤치처럼 매달려 있는 게 궁금해 물어보니
한꺼번에 많은 눈이 쏟아져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설치물이라고 한다.
길가에 쌓아둔 눈이 2미터가 넘는다고 하니
이 곳 북해도는 눈의 도시라고 불릴만하다.
북해도를 제대로 느껴보려면
겨울에 꼭 와봐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