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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제주작가’ 2011년 겨울호가 나왔다. 번번이 발간 자금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한 번도 거른 일 없고, 볼륨이나 내용이 어느 문학지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책을 내는 일에 힘써주신 발행인 한림화 회장과 편집주간 김수열 시인을 비롯한 편집위원 여러분, 그리고 주옥같은 작품을 내주시는 작가여러분에게 한 사람의 열렬한 독자로서 감사드린다.
먼저 시조를 뽑아 지난 일요일 사려니 숲속에서 만난, 눈을 맞고 다시 핀 산수국과 같이 올린다.
♧ 농막일기 5 - 오영호
나무들 파란 잎이 목 타는 소리 자자하다 하늘만 쳐다보는 무능한 내 손을 본다 한 모금 마중물 같은 먹장구름이 그립다.
♧ 농막일기 6 - 오영호
할퀴고 무너뜨린 무이파*의 위력 앞에 피 흘린 귤나무들 보기가 민망하다 일으켜 세울 때마다 다시 돋는 오십견.
--------- * 무이파 : 태풍 이름
♧ 퍼즐 맞추기 - 장영춘
밤새 사각사각 모서리만 물어뜯다 토막난 한숨소리 초인종 울리는 새벽 하얗게 함량미달의 저울추를 얹는다.
♧ 숨고르기 - 장영춘
흔들리는 강아지풀 눈뜨고 감는 사이
저만치 앞지르기 하는 엇갈린 시간 앞에 계절의 문턱 앞에서 엉덩방아 찧는 하루
얼마를 더 달려야 종착지에 닿을 수 있나
습관처럼 액셀페달에 무딘 발을 올리고 오늘도 황색 신호기 앞에 멈칫 멈칫 거린다
하루를 백년같이 백년을 하루같이
초저녁 귀뚜라미 목젖 발갛게 부르는 노래 황색선 빗금친 계절의 방지턱을 넘는다.
♧ 당산봉 - 김진숙
저물녘 산행에선 발소리 더 낮춰야한다
제 소리에 먼저 놀라는 날짐승 오래된 습성
풀숲의 장끼 두 마리 잠망경이 보인다.
절벽도 마다 않는다 들국 굳이 앉은 자리
바람이 잠시 멈춘 거북바위 서쪽을 향해
노을녘 확 피었다 지는 사랑이고 싶었다.
꿔겅꿔겅 꿩이 울 때 온 산 되레 울음이다
청춘의 화답 같은 저녁 은유로 남아
차귀도 삭은 외로움 메아리로 듣는 거다.
♧ 분홍괭이밥 - 김진숙
이별 준비도 없이 올 가을은 무모했다 십오 센티 담장 뚫은, 배짱이듯 딴청이듯 연분홍 나비 춤사위 괭이밥꽃 피었다.
돌아보면 그대 삶도 탈출의 꿈이었나 자유의 이름으로 벼랑 끝에 매달린 가슴속 나비문신처럼 빠삐용이 웃는다.
손끝 발끝보다 깊게 박힌 뿌리의 힘 황홀한 그대 사랑이 시한부로 피어난 담벼락 나비 액자에 사십 대의 내가 있다.
♧ 포구를 찾아서 1 - 김영란 － 애월포구
오늘의 허용치만큼 바다도 빗장을 풀고 한계 넘는 음역 어디 비릿한 파도소리 수평 끝 저문 하늘에 칸나꽃이 피었네
등대와 등대 사이로 문득 번진 그리움 눈매 고운 열사흘 달 등 뒤로 와 기대면 바다도 머릿결 곱게 포구에 와 안기네
저만큼 등대 따라 하나둘 돌아오네 더 큰 자유를 위해 외로움 키우던 불빛 애월리 나직한 포구에 키 높이는 초록등
♧ 꽃들의 수사 - 김영란
분홍빛
한 자락이
날아가 길이 되듯
텅 빈 하늘 한쪽
휘파람새로
와서 울 듯
한 生이
까맣게 익어
톡톡 튀는
저것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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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김창집
첫댓글 익숙은 시인들의 작품이 실렸군요...
제가 아는 그분들이 맞는거죠? 지면으로 이리 보니 더 반갑습니다. 아! 이런거였습니다. 부럽고 반갑고^^;; 설우님, 사진이 너무 좋습니다. 어람님 긴장하시겠는데요^^
선생님 제자 분들 글이 다 올라와 있네요. 어람님이 긴장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뿌듯해 할 일이라 여겨지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