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을 규율하기 위한 법률이 상당히 많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
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고, 이 이
외에도 상당히 많은 법률이 존재하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개정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세상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법률은 뒤따라갈 수 밖에 없
는 운명이다. 그리다 보니 인터넷 세상에서 불법은 일상화 되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인터넷을 이용하는 우리로서는 <준법>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있
지 않으면, 당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개인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가져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회사의 마라톤클럽의 총무를 하고 있어, 마라톤클럽 홈페이지
를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홈페이지 게시판은 그야말로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쯤 들어가서 삭제하는 일이 홈페이지 관리하는
일의 전부인 것 같이 되어 버렸다. 음란물이 그 양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가끔 퍼날라 달라는 명예훼손적인 글도 올라온다. 이럴 때 홈페이지 관리자
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생긴이 들곤 한다. 가끔 시민단체 홈페이지
나 관공서 홈페이지에서는 관리자의 글 삭제에 항의하는 일이 자주 생긴
다. 또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로부터의 글 삭제에 대한 요구가 들어왔
을 때 어떻게 해야하느냐의 문제도 자주 발생한다.
오늘은 그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최근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올라온 김일성 찬양하는 동영상 사건
을 들 수 있다. 논란이 증폭되자 민주노총은 게시판을 일시 폐쇄하고, 삭제
에 관한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삭제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하여. 그러면서도 정부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통하여 삭제를 요구하면 삭
제하겠다는 입장을 동시에 표시하고 있다.
논란이 증폭되자 경찰에서도 어떤 조치를 하고는 싶은데, 이게 법률상으로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정상적인 절차에 대한 법률이 바로 <전기통신사업
법>이다. 이 법률에는 <불법통신의 금지>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그것
은 다음과 같다.
제53조 (불법통신의 금지 등)
제1항 -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다음 각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
다.
1. 음란한 부호, 문언, 음향, 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 판매, 임대하거나 공
연히 전시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
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3.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 문언, 음향, 화상 또는 영상을 반
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4. 정당한 사유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 멸
실, 변경, 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5. 청소년보호법에 의한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상대방의 연령확인, 표시의
무 등 법령에 의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하
는 내용의 전기통신
6. 법령에 의하여 금지되는 사행행위에 해당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7. 법령에 의하여 분류된 비밀 등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8.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9.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제2항 - 정보통신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전기통신에 대하여는 제53
조의2의 규정에 의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 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 다만, 제1항
제2호 및 제3호의 규정에 의한 전기통신의 경우에는 그러한 전기통신으로
인하여 피해를 받은 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이를 명할 수 없으며, 제1
항제7호 내지 제9호의 규정에 의한 전기통신의 경우에는 관계중앙행정기관
의 장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명할 수 있다.
제3항 - 정보통신부장관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의 대상이 되는 전기통
신사업자 및 해당 이용자에게 사전에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다
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2.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
하는 경우
3. 의견제출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
위 동영상에 대한 부분은 위 제53조 제1항 제8호에 해당할 것이다. 즉, 자
진 삭제를 하지 않는다면,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그 취급을 거
부, 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고,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명할 수 있는 것이다.
절차가 만만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민주노총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두
고 볼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념문제>는 여전히 정치적, 사회적으로 상대
방을 공격하기 위한 <유효한 무기>가 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제53조 제1항 제2호의 <명예훼손>은 게시판 사용자에 대하여 위 법률에 대
한 제한과 별개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름하여 <인터넷상 명예훼손죄>이
다. 그 해당 법률조문은 몇 번 알려준 것 같다. 아래와 같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1조(벌칙)
제1항 -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
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이
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항 -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
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이하의 징역, 10년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5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항 - 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
기할 수 없다.
명예훼손이라는 문제는 이러한 형사적 문제만 거론되는 것이 아니고, 당연
히 민사적인 문제도 거론된다. 바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이 그것이다.
직접적인 당사자에게는 당연히 손해배상책임이 주어지겠지만, 인터넷 홈페
이지 관리자에 대한 책임에 대하여는 아직 판례도 왔다갔다 하고 있다. 그
래도 어제 나온 대법원 판결은 상당히 주목되는 내용이 실려 있다.
경북 청도군 홈페이지에 자신이 "공직생활 중 성추행 사건과 금품수수가 있
었다"는 내용 등 비방하는 글이 잇따라 게시된 사실은 군청이 이를 알고도
공식적으로 삭제 요청을 할 때까지 50여일간 방치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소
송을 낸 박씨에 대하여 대법원이 제1심, 항소심에서 일부승소(손해배상책임
을 인정)한 판결을 뒤집고 항소심으로 돌려보냈다.
홈페이지 운영자가 그러한 글이 실려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 가지고
삭제할 의무까지 지지는 않는다는 결론이었다. 앞으로 홈페이지 운영자의
책임에 대한 중요한 판결 중에 하나가 될 것 같다.
위 대법원 판결은 "홈페이지 운영자가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삭제
해야 할 의무를 지는지 여부는 글의 게시 목적과 방법,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반론 또는 삭제 요구의 유무 등 쌍방의 대응태도 등을 종합 판단해
서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홈페이지 운영자가 명예훼손 글이 게시판에 올라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글을 즉시 삭제할 의무를 지지는 않는
다"고 하고 있다.
인터넷은 어느 사이 중요한 생활공간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이 공간은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