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이 급선무 -박태상 한국방송대 울산지역대학장 (통일신문기고)
.....2006 07/04 11:14
최근 남북관계는 미묘한 양상을 띠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위기로 인해 북미관계와 북일 관계는 최악의 상태이지만, 남북관계는 금강산에서의 제14차 남북이산가족상봉(06. 6. 28 3차 상봉)과 제 12차 남북 경추위(06.6.6) 합의문 도출 그리고 남북장관급 회담(06.4.25) 공동보도문 채택 등으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주 6·25전쟁 56주년 향군주최 기념행사에서 박세직 향군회장은 “국군포로, 납북자 조기 상환하라”는 등 대북강경 발언을 한명숙 총리 앞에서 쏟아냈다. 또 6월 28일부터 2박3일간 금강산에서 열렸던 제14차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1977년 납북된 요코다 메구미씨의 남편 김영남씨가 남쪽의 어머니 최계월씨와 누나 김영자씨를 만나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송환 문제 해결 조짐 ‘모락’
사실 지난 4월 22일부터 24일까지 평양에서 열렸던 제 18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의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북측이 납북자 송환문제에 대범한 자세를 취하면 남측도 비전향장기수의 송환과 대북 투자 그리고 SOC 건설 등 이에 상응하는 협력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해결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결과 2월에 있었던 7차 적십자회담 합의서보다는 진전된 공동보도문이 작성되어 “전쟁 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한다”라고 명문화하여 문제해결에 희망을 주고 있다.
현재 통일부의 조사로는 한국전쟁 당시의 국군포로 중 생존한 총 인원은 대략 540여명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어선 나포 등에 의한 납북자 중 총 억류 인원은 434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간과하면 안 될 중요한 사실은 이들의 송환문제가 최근에 새롭게 제안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의 송환문제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에서 구체적으로 거론이 되었으며 ‘남북공동선언’ 에서 분명하게 명시되었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당시 북측이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 등으로 모호하게 표현하였지만, 국군포로 등과 비전향장기수의 송환문제를 상호 협의하여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를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정치문제 타결에 급급했던 국민의 정부 담당자들은 북측이 요구하는 비전향장기수 63명만을 넘겨주고 국군포로·납북자 송환 요구는 제안하는데 머물고 마는 큰 실책을 범했다.
북 당국 결단 내려야할 때
송환된 비전향장기수는 북한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장기수들은 북송 후 북한에서 ‘의지의 화신’ 혹은 ‘신념의 강자’로 불리며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그 동안 4·15문학창작단 소속 작가들인 림재성, 김진성 등에 의해 장편소설 「최후의 한 사람」과 「지리산의 갈범」,「조국의 아들」(최장기수 김선명의 일대기) 등 장기수를 영웅화하는 60여 편이 출판되었다.
또 장기수들은 북한의 각종 행사에 참가하여 정치적인 홍보에 이용당할 뿐만 아니라 조선중앙 TV에 등장하여 사실과 다른 거짓 체험담이나 증언을 하면서 정치선전에 악용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이러한 사이에 국군포로와 납북자 가족들은 생사확인 조차 못한 채 피눈물을 흘리면서 정부 당국에 대한 불신의 감정만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앞으로 열릴 제 19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는 국군포로와 납북자송환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와 납북자 김영남 부부의 문제에서 불거져 나온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미 납북자문제는 국제적인 이슈가 되어 북한당국이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생존한 납북자와 국군포로의 나이가 많아서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셋째, 이번에는 1993년의 이인모 노인과 2000년 비전향장기수 63명을 조건 없이 송환한 남측의 성의에 대해 북한당국이 응답을 할 차례라는 점이다. 민족의 미래를 위해 북한당국의 결단이 요구되는 중대한 시점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