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씨(35·서울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5단지)는 14일 세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슈퍼마켓에 가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인도를 따라 걷는데 오토바이가 정면에서 ‘부르릉’하며 달려드는 통에 피한다는 것이 차도로 나갔다가 뒤에서 오는 자동차가 겨우 급정거, ‘십년감수’했다.
김씨 같은 사례는 도리어 약과다. 폭주족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오토바이의 횡포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시민 대다수가 차도뿐 아니라 아파트단지, 인도 가릴 것 없이 ‘빨리 빨리’만 달리는 오토바이 때문에 낭패를 당하고 있다.
◇피해 잇달아=7월28일 서울 당산동6가에서 버스에서 내리던 이민숙씨(40·여·서울 영등포8가)는 봉모씨(34)가 몰던 오토바이에 다쳤다. 봉씨는 “버스를 추월하려고 버스 우측으로 지나가는데 이씨가 보였으나 미처 브레이크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7월8일 서울 북아현동 주택가 골목에서 주민 김준기씨(60)가 중국집 배달오토바이에 치여 전치3주의 부상을 당했다. 가해자 김모씨(29)는 “배달을 바삐 가다가 스치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김씨는 “인도에 7~8명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오토바이가 지나면서 왼쪽 허벅지를 받혔다”고 밝혔다.
지난 5월26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 신림동 신본교앞 횡단보도에서는 양동진군(7)이 신호를 무시한 채 시속 60㎞로 달리던 피자 배달 오토바이(운전자 정요섭·16살)에 치여 전치5주의 부상을 입었다. 정군은 “피자 배달 시간이 늦어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다가 미처 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국에 등록된 오토바이는 지난해 말 현재 1백14만1천8백37대. 미등록 오토바이까지 합하면 거의 2배에 이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오토바이 사고는 1만4백19건으로 889명이 숨지고, 1만9백17명(중상 5,238명)이 부상했다. 교통사고 안전지대로 오토바이가 달릴 수 없는 인도와 횡단보도 등에서의 사고가 절반에 가까운 4,488건이다.
◇왜=퀵서비스 등 배달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오토바이 통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배달업체끼리 ‘1초라도 더 빨리’가 경쟁의 요건이 되면서 교통법규는 아예 무시되기 일쑤이다. 그러다보니 청계고가 등 주행이 금지된 자동차 전용도로는 물론 횡단보도, 인도를 가리지 않는다.
서울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동대문·남대문시장 주변 도로에선 서커스하듯 차선을 변경하는 오토바이 때문에 차량 운전자들이 식은 땀을 흘리기 예사이다.
특히 차량 운전자들은 경찰이 오토바이 단속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오토바이와 부딪쳐 사고라도 나면 경찰이 대부분 택시나 승용차에 그 책임을 미룬다고 비난한다.
경찰 상당수가 사고를 조사하면서 “전적으로 오토바이 책임인데도 그래도 보험을 든 당신이 더 책임을 지란 식으로 말한다”고 운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오토바이로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 중 절반 가까이가 무면허이다. 1998년엔 사망사고 932건 중 404건이 무면허 운전자에 의해 일어났다. 당연히 이들이 탄 오토바이도 대개 무등록일뿐 아니라 무보험 상태이다.
◇대안은=오토바이 단속은 이륜자동차로 구분해 별도의 규정없이 단순히 승용차에 준해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안전모를 썼느냐 정도가 주된 단속 대상이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홍성필 연구원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오토바이에서 반드시 내려야 하지만 실제 단속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오토바이에 맞게 법조항을 세분화시키고 제도를 보완해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