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성류굴 입구.
날씨가 엄청 덥습니다.
멜랑꼬리 정여사, 얼마나 성질이 급하던지 새벽부터 일어나
자식들을 깨워 아침밥을 먹입니다.
-사람이 부지런해야 먹고 사니라. 퍼뜩 일라거라~~
새벽에 올림픽 축구를 보느라고 눈도 못뜨는 자식들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는데
아직 여든 가까운 나이라 하기엔 너무나 그 힘이 강하다.
석류굴.... 그러니까 우리 멜추크럽이 12년 전쯤에 왔다간 곳입니다.
그땐 설악산한화콘도로 올라가는 길에 잠시 들렀던 기억이 난다.
어휴, 덥다 더워~~ 큰 나무 아래 차를 대고 잠시 쉽니다.
석류굴 앞에 흐르는 유유히 흐르는 물결이 푸른 하늘과 닮았다.
30여분을 더 달려 드디어 금강소나무 숲길에 도착하였다.
와아~~~ 사방이 소나무 숲으로 둘러쌓였다.
계곡으로 내려가 발 담그며 놀았다.
아들 녀석 물 속에서 노니라고 바쁘다.
그 옆에 후라이드백작 낚시 준비 중이다.
더운 몸을 식힌 후 금강소나무 숲길이 시작되는 십이령주막 앞에 갔다.
3주 전인가? 1박2일로 금강소나무 숲길 걸으려고 왔다가 장마비 때문에
다시 돌아가야했던 그곳... 오늘은 이렇게 날씨가 맑다.
통고산자연휴양림에 도착하였다.
반나절을 금강소나무 숲에서 보내고 점심을 먹고서야 일어났다.
우산을 쓰고 걸었던 바로 그 길... 이젠 환한 햇살과 푸른 숲의 기운으로 걷는다.
내려오는 길에 메밀전, 메밀 막국수로 소문난 메밀정원에 들러 메밀 맛을 보았다.
부른 배를 다둑이며 정자에 앉아 잠시 쉬고 있다.
식구가 많으니 이렇게 떼거지로 몰려 다닌다.
-내사마 너그들만 봐도 기분이 안 좋나?
여기는 후포해수욕장.....부산의 이름난 해운대 , 광안리 해수욕장보다 한적해서 더 좋다.
물도 맑고 모래도 곱다. 나는 이렇게 사람이 덜 붐비는 곳이 참 좋다.
하늘과 바다 끝이 맞닿았다.
솔숲에서는 먹을 준비로 바쁘다.
하루 종일 먹는다. 먹고 또 먹고 또 먹고 먹는다.
그저 자식 새끼들 입에 먹을거 들어가는게 보기 좋다며 멜추회장님 그저그저 멕이고 또 멕인다.
어릴적 하도 없이 살아서 제대로 먹이고 입히지 못했다며 그 한을 지금에사 푸시는갑다.
-회장님, 한꺼번에 그 한 풀어 제끼시면 ...우리 모두 비만 걸립니다요~~
바다를 향해 앉은 아들녀석의 뒷모습이 참 넉넉해졌다.
2년 전,,, 온 몸에 피부병이 심해 일부로 바다에 가 소금물로 적셔 땡볕에 세워두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었다. 이제 모든 걸 극복하고 이겨내고
떳떳하게 바다를 향해 앉은 녀석의 뒷모습이 참 대견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바다를 보면서 무얼 생각할까?
해가 진다. 또 먹을 것을 찾아 나섰다.
후포어시장 회도매센타가 유명하단다. 스마트폰에서 맛집을 찾았다.
살아있는 횟감들을 떠서 그날밤 실컷 먹었다.
돈낼 사람은 따로 있으니 걱정없이 먹었다.
또 하루가 간다. 사방으로 흩어졌던 식구들이 모여서 종일 먹고 , 웃고, 걷고, 쉬고, 수다떨고....
이것 또한 기막히게 재미나다.
오늘도 멜추회장님 느긋하니 기분좋게 한 말씀하신다.
-마니 묵어라. 느그들 어릴때 내가 억쑤로 모질게 안했나?
돈이 웬수였는기라... 이제 살만하니 이렇게 내가 너그들에게 잘하고 싶다아이가?
그랬다. 진짜 모질었다. 그래서 우리 식구들 중 남자 둘만 빼고 여자 셋은 공부를 안 시켜줘서
모두가 제 손으로 돈벌면서 공부했다. 그땐 그게 그리도 서러웠는데 이제 내가 어른이 되고
에미가 되고 보니 이해가 된다. 그 고비를 다 겪고 성장한 오남매가 이젠 어엿하니 제 각각
사회의 일원이 되어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복이 어디있겠는가?
-배가 불룩 나오도록 실컷 묵어라~~~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뜬다 아이가?
내일은 또 어디가서 무엇을 멕일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