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구] ‘인스타 핫플’과 ‘재개발 구역’이 공존하는 한남동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한남동은 서울 강남에서 한강을 건너자마자 맞닥뜨리는 동네다. 경부고속도로를 나서서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한남대로에 들어서면 화려한 모습의 한남동을 만나게 되는데 먼저 대로변 양쪽으로 부동산 가격으로
유명한 주거 단지가 나온다. 그 주변으로는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들도 자리한다.
(2022. 09. 19) 한남대로에서 바라본 한남동 일대.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대로변 화려한 한남동
한남동의 이름은 한강과 남산에서 따왔다. 조선 시대에 한남동 일대는 남산을 가로지르는 도성의 남소문 바깥에 자리한
외진 곳이었고 한강진(漢江津)이라는 강을 관리하는 군영과 나루터가 있었다.
강 건너 신사동의 사평나루와 연결한 한강 나루터는 1960년대 말까지 강남 사람들과 농산물을 강북으로 실어 날랐는데
한남대교가 부설되자 그 기능을 잃었다. 경의선 한남역 입구 공원에 나루터 표지석이 있다.
과거 일본군이 주둔했던 용산에 해방 후 미군이 주둔하게 되면서 이태원은 물론 한남동까지 배후 지역이 되었다.
미군과 가족들을 위한 숙소가 있었고 그 자리는 지금 아파트가 되었다.
강남에서 한남동을 바라보면 한남대교 오른쪽 지역에 자리한 주택들을 볼 수 있다. 한남동 유엔빌리지로 알려진 동네로
1950년대 유엔군 관계자 등 외국인들을 위한 숙소를 만든 게 그 시초다. 남산 기슭에는 외국인 전용 아파트를 짓기도 했다.
유엔빌리지의 초기 모습(1958). (사진: 서울역사아카이브)
1970년 강북 도심과 강남이나 경부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남산 1호터널 개통은 한남동을 교통의 요지로 만든다.
이후 외국 공관들도 들어와 한남동은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동네가 된다. 공관과 대사의 관저가 많아서 ‘대사관로’라고
명명된 길이 있고 인근 독서당로와 한남대로에도 외국 공관이나 관저에서 내 건 외국의 국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대사관로 주변에는 아기자기한 가게와 맛집들이 모여있다. 가게마다 개성이 넘치는 아이템을 선보이고 식당과 카페들도
대표 메뉴를 내세운다.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면 한남동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동네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남대로변 스페인 대사관.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한남대로변의 한 상업 시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그런 동네에 대통령 관저까지 들어섰다.
월요일 오전의 한남대로는 터널로 진입하는 차량과 남산이나 이태원으로 향하는 차량, 혹은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차량으로 분주했다. 주변 버스정류장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들은 혹시 더 복작거리지 않을까 우려했다.
“평소에도 종일 복잡한데 대통령이 관저에 입주하면 출퇴근 시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걱정되네요.”
인근 IT 기업의 출입증을 달고 있는 직장인의 말이다.
관저 입구에 자리한 초등학교 부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다른 걱정도 있는 듯했다.
“학교 뒷산 등산로를 통제해서 불편이 시작됐어요. 그건 그렇고 다들 이곳으로 몰려와 시위하면 어떡하죠?
가뜩이나 학교 근처에 대통령 관저가 들어선다고 해 걱정인데 말이죠.”
그런데 시선이 느껴졌다. 사복을 입었지만 대통령 관저 외곽 경비를 맡는 인원이 분명해 보였다.
카메라를 들고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자의 움직임을 그들은 주시하는 듯했다.
한강변 산동네 한남동
지도를 보면 비단 한남대로 주변만 한남동은 아니다.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길 건너 멀리 보이는 한강 쪽 산동네도 한남동에 속한다.
한강변 산동네에 들어선 한남동.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한남동 판자촌의 모습(1964) (사진: 서울역사아카이브)
산동네. 말 그대로 산에 들어선 동네다.
한남동은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고급 주거지이기도 하지만 한국전쟁 후 고향을 잃거나 떠난 이들이 터 닦은 곳이기도 하다.
서울로 몰려든 이주민들은 서울 중심가에서 거주하기는 힘들었다. 청계천 등지는 철거가 일상이었고 서울 도심지와 가깝고
미군부대와 기지촌이 있는 이태원지역이 위치적으로나 생업적으로나 좋은 주거지였다.
그렇게 한강변 구릉에 판자촌이 들어서게 된 것이 한남동 산동네의 시작이었다.
윗동네로 연결되는 도로변 골목들은 입구부터 경사를 경고한다. 이쪽 골목은 계단이 길게 연결되어 있는가 하면
저쪽 골목은 비탈로 쭉 이어져 있다. 어느 골목을 선택하든 경사진 길을 올라갈 수밖에 없다.
골목의 집들은 여러 시대를 모아놓은 듯했다. 1970년대 이전에 지은 것으로 보이는 작고 낡은 단독주택이 있는가 하면
80년대나 90년대에 지은 연립주택도 있다. 때로는 지은 지 몇 년 되지 않은 공동주택도 보였다.
어쨌든 산 아래 한남동과 비교해서 낙후한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다.
한남동의 어느 골목. 산에 자리한 동네라 계단이 많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그 골목들 꼭대기에 우사단길이 지난다. 우사단길은 한남동 끝자락에 자리한 이태원과 보광동의 경계선이기도 하다.
그 이태원 쪽 초입에 이슬람 성원이 있다.
우사단길 주변으로 외국인 대상의 가게가 있는가 하면 나름의 감성을 풍기는 작은 가게들도 자리하고 있다.
우사단길에 시장도 있다. 가건물에 들어선 점포들이 있고 건물에 들어선 가게들도 있다. 그런데 거의 문을 닫았다.
그래서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문을 연 반찬가게 주인과 말을 나누게 되었다.
“여기가 도깨비시장이에요. 예전에 이 동네에 사람이 바글바글했을 때는 장사가 잘됐지요.
근데 여기서 장사하던 할머니들이 하나둘 돌아가시고 저렇게 문 닫은 가게만 늘어나네요.”
시장의 연원을 찾아보니 오래전에 저녁마다 서로의 물건을 교환하는 장이 열려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도깨비시장이란 이름도 낮에 아무것도 없던 곳에 저녁 무렵이면 사람이 몰려드는 시장으로 변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붙여졌다고.
우사단길과 도깨비 시장 갈림길. 오른쪽이 우사단길, 왼쪽이 도깨비 시장이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도깨비 시장. 문 닫은 점포가 많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하지만 문 닫은 가게들 사정이 이 동네 상황을 보여주는 듯했다. 우사단길 주변은 한남3구역 재개발 지역에 속한다.
그런데 재개발 후 들어설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재력을 가진 사람이 이 동네에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도깨비시장
인근에서 만난 어느 주민은 푸념했다. 그리고 대통령 관저가 재개발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지 불안해했다.
우사단길에 제법 큰 교회가 있다. 한남대교를 건너다보면 왼쪽 산동네 꼭대기에 보이는 교회다.
높은 곳에 자리한 만큼 전망이 좋다. 한강과 강남은 물론 멀리 잠실의 초고층 건물도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눈을 돌리면 산 아래 대로변 한남동도 잘 보인다. 그곳 어딘가에 대통령 관저가 자리하고 있다.
한남동 일대. 저 곳 어딘가에 대통령 관저가 자리한다. (사진: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아무튼 한남동에는
한편 국방부는 한남동의 대통령 관저 일대 약 13만㎡를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일대에서 금지된 행위를 하면 처벌받게 된다. 국방부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근거해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면적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13만 6,603㎡다.
그래서 대통령 관저 주변과 한남초등학교 뒷산 특정 구역에는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다.
울타리 내부 촬영이나 묘사 혹은 녹취하거나 측량하면 안 된다.
아울러 보호구역 표지를 훼손하는 행위, 군용 항공기를 제외한 항공기의 착륙, 군사시설 또는 군용 항공기를 손괴하거나
그 기능을 손상시키는 행위, 군용 항공기를 향해 물건을 던지거나 군용 항공기 운항에 위험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행위,
군용 통신에 장애가 되는 장애 설비를 사용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아무튼, 한남동에는 고급 주거 단지도 있고 재개발이 필요한 동네도 있다. 그리고 대통령 관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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