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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백성호
관심
#궁궁통1
이스라엘의
갈릴리 호숫가 언덕에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성경에는 무려
오천 명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당시 유대 사회에서는
사람의 수를 셀 때
여자와 어린아이는
제외했습니다.
그러니
실제 언덕에 모인
사람들 숫자는
육천 명이나 칠천 명쯤 됐을
겁니다.
갈릴리 언덕에서 예수가 수천 명의 군중을 향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나누고 있다. 성경에는 수천 명이 배불리 먹었다고 기록돼 있다. 중앙포토
예수께서
한참 설교를 한 뒤에
식사 시간이 됐겠지요.
그런데
예수 일행이 가지고 있던
음식은 고작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이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턱없이 부족한 음식을 갖고
어떻게 처리를 했을까요.
아마도 저희라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이 음식으로
저 많은 사람을 먹이기에는
너무 부족하니까,
이 모임이 끝나고 난 뒤에
우리끼리 먹자.
대부분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예수는 달랐습니다.
#궁궁통2
예수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두 손에 들고서
하늘에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수천 명이나 되는
군중을 향해
그 음식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앞에서 한두 줄이나
갔을까요.
얼마 가지도 못해서
빵과 물고기가
바닥날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성경에는
달리 기록돼 있습니다.
그 많은 군중이
모두 배불리 먹고서도
음식이 열두 광주리나
남았다고 돼 있습니다.
갈릴히 호숫가 오병이어 교회의 바닥에 새겨진 오병이어 모자이크. 예수의 오병이어 이적 일화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는 걸까. 백성호 기자
여기서 해석이
둘로 갈립니다.
하나는
예수의 온전한 기적입니다.
어떤 기적이냐고요?
물고기 한 마리가
‘짠!’하고
열 마리, 백 마리, 천 마리로
팍팍 불어나는
어마어마한 기적입니다.
많은 사람이
오병이어 일화를
이렇게 해석하고,
또 이렇게 믿습니다.
그런데
이와 다른
해석도 있습니다.
#궁궁통3
저는 여러 차례
이스라엘의 갈릴리 호수
일대를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갈릴리 호수 일대는
야트막한 산들로 이어지는
산촌입니다.
지금도
차를 타고
그 일대를 돌면
산과 산길 도로밖에
없습니다.
가게나 식당은
전혀 없습니다.
편의점도 없습니다.
그런 시설은
갈릴리 호숫가
바로 앞마을까지
내려와야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럼 예수 당시에는
어땠을까요.
그때는
더 했을 겁니다.
갈릴리 호수 주변의
산촌에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예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도시락을 싸갖고
다녔습니다.
특히 먼 길을
떠날 때는
더욱 그랬습니다.
예수의 설교를 듣는
사람들은
이스라엘 각지뿐 아니라
요르단 등
이웃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품에는
오늘 먹을 도시락이
적어도 하나씩
준비돼 있었습니다.
독일의 신학자들은
오병이어 이적의 열쇠는
바로 그 도시락에 있다고
말합니다.
예수께서
수천 명 군중을 향해
가지고 있던
한 줌의 음식을
나누기 시작하자,
감동한 사람들이
각자 저마다 갖고 있던
도시락을 꺼내서
나누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정진석 추기경은 예수의 설교를 들은 군중이 각자 자신의 마음을 연 것이 오병이어 일화 메시지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중앙포토
고(故) 정진석 추기경과
인터뷰했을 때도
정 추기경은
이 대목을 짚었습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 낯선 이들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사람 사이에는
친밀도가 있습니다.
가장 친밀한 이들이
가족입니다.
그다음이 학벌로 뭉친 이들,
이권으로 뭉친 이들입니다.
그럼 가장 친밀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시장 바닥에 모인 사람들입니다.
갈릴리 호숫가 언덕에
모인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친밀한 사람들끼리는
쉽게 마음의 문을 엽니다.
시장 바닥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병이어 일화에서
정 추기경이
주목한 것은
예수께서
빵과 물고기를 나누기 직전에
하늘에 올린 기도였습니다.
“그게
어떤 기도였을까요.
그건
마음을 열어라,
하느님께 감사하라는
기도였을 겁니다.
그런 예수님의 기도를
듣는 순간,
사람들의 마음이
열렸을 겁니다.
그래서 저마다
품 안에 숨겨두었던
도시락을 꺼냈던 겁니다.”
#궁궁통4
사람들은 따집니다.
오병이어 일화가
물고기 한 마리가
수천 마리로 늘어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기적인가.
아니면
예수의 기도와
예수의 마음에 감동한
낯선 사람들이
저마다 도시락을 꺼내서
주변 사람과 나눈
놀라운 일화인가.
사실 성경에는
물고기 한 마리가
두 마리, 세 마리로
불어났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예수께서
하늘에 기도하고
물고기와 빵을 나누었고,
사람들이 모두
배불리 먹었는데
열두 광주리가 남았다는
이야기만 있습니다.
골란 고원 위로 여명이 트는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 위로 새가 날고 있다. 백성호 기자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오병이어 일화,
그 이적의 핵심은
과연 무엇일까요.
저는
정 추기경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물고기 한 마리가
백 마리, 천 마리로 불어나는
불가사의한 이적보다,
예수의 마음에 감동해
수천 명의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열어젖힌 이적이
더 큰 이적이지 않을까요.
먼 길을 온 사람들이라
언제 자신이
굶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는데
자기 도시락을
내놓았으니 말입니다.
저는
그날 예수께서
군중에게 보여준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시작으로
수천 명 군중을
먹일 수 있었던
사랑, 말입니다.
이토록 큰 사랑이
우리 안에 있으니,
여러분도
여러분 안에 있는
그 큰 사랑을
꺼내시라.
그 사랑을
수천 명이 먹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았다는
이야기로 저는 들립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적이
아닐까요.
〈‘백성호의 궁궁통통’은 매주 월요일 연재〉
에디터
관심
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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