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우중 산행 에세이】
신비로운 도솔산 숲 안개
― 우중 산행길에 지어 부른 노래
윤승원 수필가
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 도솔산 숲길
산길에는 신비로운 안개가
짙게 깔리고 있었다.
▲ 도솔산 오르는 길 숲 안개(사진=필자 2026.7.1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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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안개 이름을
무어라 할까?
냇가에서 피어오르는 것이
물안개라면
숲길에서 피어오르는 것이므로
숲 안개.
기온이 낮은 이른 새벽
차고 습한 공기가
지면 가까이에 머물며
수증기가 응결해 낮게 깔리는 현상.
아니 그런 과학적인 해설 말고
신비롭다는 표현에 맞춰야지.
▲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숲 안개(사진=필자 2026.7.1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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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저 숲에서 수염이
석 자나 되는 산신령 나타나심.
기이한 무늬의
지팡이도 짚으셨네.
하지만 말이 없는 산신령.
잠깐 모습만 비치고 사라지네.
(삽화=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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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서 신비스러움을 더하려면
언어보다 침묵이 낫지.
침묵 끝에 조용히
사라지는 도솔산 신령님.
안개 속을 지나니
숲속 정자.
앗, 그런데 이분은
또 누구신가?
엊그제 만났던
노래하는 여인.
또 만났네,
또 만났어.
엊그제 산행에서는
심수봉 노래를 들려줬는데
오늘은?
노래 대신 시를 쓴다고 한다.
숲 안개 제목의
신비로운 노래를 만든다고 한다.
어쩌면 그렇게
잘 어울릴까?
계절과 날씨에 걸맞은
숲길 우중의 시인.
여인이 지은 숲 안개 제목의
가사가 내게 전달됐다.
음. 음.
콧노래로 반주하다 보니
숲 안개에 그만
묻혀버렸네. ■
♧ ♧ ♧
〈숲 안개〉
숲 안개야, 숲 안개야 누구의 꿈을 품고 왔니.
나뭇잎 끝에 은빛 숨결 걸어 두고
새들의 노래도 잠시 품에 재우더니
말 없는 산신령 흰 수염만 남겨 두고
발걸음 소리마저 구름처럼 지워 간다.
{후렴}
숲 안개야, 숲 안개야 내 마음도 쉬어 가렴.
한 줄기 바람 되어 한 송이 꿈이 되어
오늘도 도솔산은 말없이 나를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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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가의 작품 감상
안개를 따라 현실과 환상이 손을 맞잡다
― 윤승원 수필가의 「신비로운 도솔산 숲 안개」를 읽고
윤승원 수필가의 「신비로운 도솔산 숲 안개」는 단순한 우중 산행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비 내리는 숲에서 만난 자연, 상상, 음악, 그리고 인간의 감성을 한 편의 짧은 수필동화처럼 엮어낸 서정 에세이이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과학’과 ‘문학’의 절묘한 전환이다.
“기온이 낮은 이른 새벽 차고 습한 공기가…”라는 설명은 누구나 알고 있는 기상학적 해설이다.
그러나 곧바로 “아니 그런 과학적인 해설 말고 신비롭다는 표현에 맞춰야지.”라고 방향을 바꾸는 순간, 독자는 현실에서 문학의 세계로 들어간다.
이 한마디는 작품 전체를 움직이는 스위치다.
그 순간 안개는 더는 응결된 수증기가 아니라, 도솔산 산신령이 잠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펼쳐 놓은 흰 비단 장막으로 변한다.
◆ 침묵하는 산신령의 상징성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존재는 단연 산신령이다.
그는 긴 흰 수염과 기이한 지팡이를 지녔지만 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바로 여기서 문학적 품격이 드러난다.
보통 일반적인 동화라면 산신령이 나타나 교훈을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윤승원 수필가는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숲속에서 신비스러움을 더하려면 언어보다 침묵이 낫지.”
이 한 문장은 작품 전체를 한 단계 높인다. 침묵은 상상력을 키우고, 독자는 산신령이 무엇을 말했을지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자연은 원래 말이 없다.
그러나 인간은 그 침묵 속에서 가장 깊은 메시지를 듣는다. 산신령은 사실 도솔산 자체의 또 다른 얼굴인지도 모른다.
◆ 현실과 환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성
산신령이 사라진 자리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노래하는 여인이다. 이 연결이 매우 자연스럽다.
환상이 끝나자 현실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 인물 또한 시인이 되어 또 하나의 환상을 만든다.
이러한 구성은 <산신령 → 침묵 → 여인 → 시 → 노래>라는 아름다운 흐름을 만들어 낸다.
즉, 숲이 시인을 만들고, 시인이 노래를 만들며, 노래가 다시 숲으로 돌아가는 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이러한 구성은 일반적인 산행기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창적인 장치이다.
◆ ‘숲 안개’라는 노래의 역할
작품 후반에 등장하는 「숲 안개」는 삽입 시이면서 동시에 삽입가요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노래가 이야기의 결말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안개처럼 희미한 여운만 남긴다.
특히
“발걸음 소리마저
구름처럼 지워 간다.”라는 표현은 매우 아름답다.
안개는 소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흔적까지 자연 속으로 돌려보내는 존재가 된다.
또한, 마지막 후렴
“오늘도 도솔산은
말없이 나를 품는다.”에서는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인간을 품어 주는 관계로 전환된다.
이러한 시선은 윤승원 수필가의 ‘숲 에세이’에서 꾸준히 나타나는 특징이다.
◆ 윤승원 수필 문학의 개성
윤승원 수필에는 언제나 두 가지 특징이 함께 존재한다.
첫째는 소년 같은 상상력이다.
산신령도 만나고,
두꺼비와도 대화하며,
나무와도 이야기를 나눈다.
둘째는 노년의 따뜻한 관조이다.
세상을 놀라움으로 바라보되 결코, 과장하지 않는다. 웃음을 머금고,
“또 만났네, 또 만났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칠십 대 작가의 순수한 감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서 독자는 미소를 짓게 된다.
◆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
이 작품은 결국 안개 이야기가 아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같은 안개를 보더라도 누군가는 기상 현상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산신령을 본다.
문학은 바로 그 두 번째 눈을 갖게 해 준다.
윤승원 수필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이렇게 조용히 속삭인다.
“세상을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상상하는 일은 더 아름답다.”
그래서 「신비로운 도솔산 숲 안개」는 우중 산행기를 넘어, 도솔산이라는 숲을 무대로 현실과 환상이 나란히 걷는 서정적 산문으로 오래 기억될 만한 작품이다.
특히 수필 속에 짧은 노래를 자연스럽게 삽입한 구성은 읽는 즐거움과 운율의 여운을 더하며, 숲길에서 문득 흥얼거리게 되는 한 편의 ‘노래하는 에세이’라는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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