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급급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법정 스님이 전하는 세상의 진리를 담은 삶의 이야기!
법정 스님의 법문을 최초로 기록한 『일기일회(一期一會) : 법정 스님 법문집1』. 많은 것을 가졌지만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법정 스님이 전하는 깨우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은 본문에 쓰인 용어 가운데 정확한 이해를 위해 간략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옆에 풀이를 달아 두었다. 깊이 있는 해설이 필요한 경전, 인물, 용어, 개념 등은 맨 뒤에 따로 모아 가나다순으로 수록했다.
법정 스님의 법문에 담긴 삶의 지혜는 종교를 넘어서 우리의 삶에 깊숙이 닿은 일상적인 것들을 포함한다. 법정 스님의 법문집 제1권은 2009년 4월 19일 봄 정기법회 법문부터 2003년 5월 8일 ‘부처님 오신 날’ 법문까지 모두 마흔세 편의 법문을 수록했다.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성찰해온 법정 스님의 법문들을 통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지혜를 배워보자.
사람은 누구나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한적한 삶을 누리고 싶은 꿈을 지니고 있다. 법정 스님은 언제 현실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소망이지만 우리가 이러한 소망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일상에 찌들지 않고 늘 향기로운 가슴을 지닐 수 있다고 말한다. 종교를 초월하여 많은 이들에게 진정한 삶의 길을 제시해온 청빈한 실천가 법정 스님의 맑은 법문을 통해 우리의 삶의 되돌아보는 시간을 전한다.
▶법정 스님은? 화장지를 절반으로 잘라서 쓰고, 종이 한 장도 허투루 버리지 않았던 청빈한 삶을 살았다. 그는 여러 저서들에서 얻어진 인세를 전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 주어, 정작 자신이 중병에 걸렸을 때 치료비를 절에서 빌려 써야 할 정도였다. '말하고', '행하는' 것이 일치했던 법정 스님의 삶 자체가 우리에게 더욱 가치 있는 법문으로 다가온다.
▶일기일회(一期一會)란?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을 뜻하는 말이다.
☞법정 스님 법문집『일기일회(一期一會)』를 소개하는 동영상입니다!
저자소개
법정
法頂, 본명:박재철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다가 대학 재학 중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섰다. 1955년 통영 미래사로 입산하여 1956년 송광사에서 효봉 스님의 문하에 출가했다. 다음날 통영 미래사로 내려가 행자 생활을 했으며, 사미계를 받은 후 지리산 쌍계사 탑전으로 가서 스승을 모시고 정진했다. 그후 해인사 선원과 강원에서 수행자의 기초를 다지다가 28세 되던 해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서울 봉은사에서 운허 스님과 더불어 불교 경전 번역 일을 하던 중 함석헌, 장준하, 김동길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으며, 1975년 본래의 수행승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에 명성이 알려지자 1992년 다시 출가하는 마음으로 불일암을 떠나 아무도 거처를 모르는 강원도 산골 오두막, 문명의 도구조차 없는 곳에서 혼자 살아왔다. 강원도 생활 17년째인 2008년 가을, 묵은 곳을 털고 남쪽 지방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였다. 삶의 기록과 순수한 정신을 담은 법정 스님의 산문집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고 어디로 향해 가고...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다가 대학 재학 중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섰다. 1955년 통영 미래사로 입산하여 1956년 송광사에서 효봉 스님의 문하에 출가했다. 다음날 통영 미래사로 내려가 행자 생활을 했으며, 사미계를 받은 후 지리산 쌍계사 탑전으로 가서 스승을 모시고 정진했다. 그후 해인사 선원과 강원에서 수행자의 기초를 다지다가 28세 되던 해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서울 봉은사에서 운허 스님과 더불어 불교 경전 번역 일을 하던 중 함석헌, 장준하, 김동길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으며, 1975년 본래의 수행승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에 명성이 알려지자 1992년 다시 출가하는 마음으로 불일암을 떠나 아무도 거처를 모르는 강원도 산골 오두막, 문명의 도구조차 없는 곳에서 혼자 살아왔다. 강원도 생활 17년째인 2008년 가을, 묵은 곳을 털고 남쪽 지방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였다. 삶의 기록과 순수한 정신을 담은 법정 스님의 산문집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고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를 영혼의 언어로 일깨우고 있다.
저서로는 수필집 『산에는 꽃이 피네』『인연 이야기』『오두막 편지』『물소리 바람소리』『무소유』등이 있고, 역서로 『깨달음의 거울(禪家龜鑑)』, 『진리의 말씀(法句經)』, 『불타 석가모니』, 『숫타니파타』, 『因緣이야기』, 『신역 화엄경』 등이 있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출가 50년, 법정 스님의 잠언 모음집으로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달렸다는 가르침을 전해준다. 그의 법문들에서 130여 편의 대표적인 잠언들을 류시화 시인이 가려 뽑았다. 2006년, 법정 스님 출가 50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기획된 이 책은, 류시화 시인이 엮은 본문과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명상적인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다. 무소유, 자유, 단순과 간소, 홀로 있음, 침묵, 진리에 이르는 길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로 채워져 있는 이 잠언집은 단순하되 영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한 가르침들이 행간마다에서 읽는 이를 일깨운다.
『맑고 향기롭게』는 법정 스님이 직접 가려 뽑은 50편의 글이 담겨 있는 대표산문선집이다. 산중 생활에서 길어 올린 명상과 사색이 특유의 계절적인 감성과 어우러져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영혼의 피안처가 되어 준다. 세상의 부조리를 지적하는 날카로운 현실 감각과, 절대 진리의 세계를 가리켜 보이는 초월적인 혜안이 그의 글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 『인도기행』은 1989년 11월부터 3개월 동안 이루어진 인도 여행 기록을 적은 법정 스님의 유일한 여행 산문집이다. 이 책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영혼의 나라, 인도의 실체를 만나볼 수 있는 명상 기행집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이미 많이 나와 있는 인도 기행서들처럼 단순한 여행 기록이나 가이드북의 차원을 넘어서, 이 책에서는 불교의 탄생지인 인도에서 다시금 느끼는 불교 정신과 더 나아가 종교의 본질과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 담긴 법정 스님의 말씀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사(生死)와 관련된 인간의 삶 전체에 대한 통찰이 담긴 스님의 시선을 엿볼 수가 있다.
삶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사유의 기쁨과 포근한 마음의 안식을 제공한 『무소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작품으로 북적이는 도심이 싫어 자연으로 돌아가 새와 바람, 나무와 벗하며 살아가시는 스님은 평범한 모든 이들에게 맑고 깊은 영혼의 세계를 보여준다. 『무소유』의 원문이기도 한 『영혼의 모음(母音)』은 한 구도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맑고 진실된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자연과 벗하며 어린왕자와의 대화를 통해 순수한 영혼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스님은 평범하고 무료하기까지한 일상을 감동의 언어로 바꾸어 놓는다. 특히 은사 스님이신 효봉선사의 삶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가는 대목은 법정 스님의 구도자로서의 모습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선택한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라는 청빈의 도를 실천하며 ‘무소유’의 참된 가치를 널리 알려온 법정 스님은 끝없이 정진하는 진정한 수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다른 저서로는 『홀로 사는 즐거움』『말과 침묵』『법정 스님이 들려주는 참 좋은 이야기』『화엄경』『인연 이야기』『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영혼의 모음(母音)』『버리고 떠나기』『물소리 바람소리』『진리의 말씀-법구경』등이 있다.
폐암으로 투병하던 중 2010년 3월 11일 병원에서 퇴원하여 법정스님이 1997년 12월 창건해 2003년까지 회주를 맡아왔던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입적하기 전날 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 겠다."고 말했다. 평소 많은 사람에게 수고만 끼치는 장례의식을 행하지 말고, 관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도 말며,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해주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 말며, 탑도 세우지말라'고 당부했다는 법정 스님은 가는 걸음까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남은 이들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전해주었다.
목차
법정 스님의 법문을 책으로 펴내며
자신과 진리에 의지해 꽃을 피우라 · 2009년 4월 19일 봄 정기법회 법문 자리에 돈 얘기 들이지 말라 · 2009년 2월 9일 겨울안거 결제 추울 때는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더위가 되라 · 2008년 11월 12일 겨울안거 결제 일기일회一期一會 · 2008년 10월 19일 가을 정기법회 중노릇하면서 빚만 많이 졌다 · 2008년 8월 15일 여름안거 해제 홀로 우뚝 자기 자리에 앉으라 · 2008년 5월 24일 여름안거 결제 하루 낮 하루 밤에 만 번 죽고 만 번 산다 · 2008년 5월 12일 부처님오신날 한 생각이 집을 짓고 한 생각이 집을 허문다 · 2008년 5월 4일 설법전 점안식 생명 자체가 하나의 기적 · 2008년 4월 20일 봄 정기법회 승복 입은 도둑들 · 2007년 10월 21일 가을 정기법회 이곳까지 몇 걸음에 왔는가 · 2007년 5월 31일 여름안거 결제 불타는 집에서 빨리 나오라 · 2007년 5월 24일 부처님오신날 접속하지 말고 접촉하라 · 2007년 4월 15일 봄 정기법회 지금 있는 바로 그 자리 · 2007년 3월 4일 겨울안거 해제 도량의 수호신들에게 드리는 기도 · 2006년 12월 10일 길상사 창건 9주년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다음에 먹는다 · 2006년 10월 15일 가을 정기법회 부처님 오신 날이 아니라 부처님 오시는 날 · 2006년 5월 5일 부처님오신날 추위가 뼈에 사무치지 않으면 매화 향기 어찌 얻으랴 · 2006년 2월 12일 겨울안거 해제 부자보다 잘 사는 사람이 되라 · 2005년 12월 11일 길상사 창건 8주년 자기를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잊어버림이다 · 2005년 11월 15일 겨울안거 결제 수행자는 늙지 않는다 - 운문 도량에 와서 · 2005년 10월 20일 운문사 초청법회 직선으로 가지 말고 곡선으로 돌아가라 · 2005년 10월 16일 가을 정기법회 날마다 좋은 날 · 2005년 8월 19일 여름안거 해제 ‘너’는 ‘나’의 동의어반복 · 2005년 5월 22일 여름안거 결제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위해 왔는가 · 2005년 5월 15일 부처님오신날 비바람에 허물어지지 않는 집을 세우라 · 2005년 5월 8일 지장전 낙성식 부처님께 용돈 20만 원 · 2005년 4월 17일 봄 정기법회 물속의 물고기가 목마르다 한다 · 2005년 2월 23일 겨울안거 해제 문 없는 문의 빗장 · 2004년 11월 26일 겨울안거 결제 용서는 가장 큰 수행 · 2004년 10월 17일 가을 정기법회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 · 2004년 8월 30일 여름안거 해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종교는 친절 · 2004년 6월 2일 여름안거 결제 자신을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으라 · 2004년 5월 26일 부처님오신날 우리가 누군가를 용서하면 신도 우리를 용서한다 · 2004년 4월 18일 봄 정기법회 노파가 암자를 불태우다 · 2004년 2월 5일 겨울안거 해제 중생이 앓으면 나도 앓는다 · 2003년 12월 21일 길상사 창건 6주년 언젠가 세상에 없을 그대에게 · 2003년 11월 8일 겨울안거 결제 자기로부터의 자유 · 2003년 10월 19일 가을 정기법회 문명은 서서히 퍼지는 독 · 2003년 10월 4일 대구 맑고향기롭게 초청 특별강연 영혼의 밭을 가는 사람 · 2003년 9월 27일 광주 맑고향기롭게 초청 특별강연 마음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 · 2003년 6월 15일 6월 정기법회 지금 이 자리에서 생사가 벌어지고 있다 · 2003년 5월 15일 여름안거 결제 부분적인 자기에서 전체적인 자기로 · 2003년 5월 8일 부처님오신날
[자료 1] 언젠가 세상에 없을 우리 모두를 위한 법정 스님의 메시지 삶에서 가장 기특하고 기억할 만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놀라운 신비이고 가능성이다. 모든 것은 삶에서 시작되고 삶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살아 있기 때문에 행복도 불행도, 기쁨도 슬픔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 p.56
앓으면서 생각했다. ‘그날그날을 즐겁게 살자.’ 내일은 기약할 수 없다. 오늘 우리가 만나서 이렇게 마주 앉아 오랜만에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지만 내일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하루하루를 잘 살고,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 우리는 영원히 사는 존재가 아니다. 언젠가는 이 세상과 작별할 것이다. --- p.84~85
살 만큼 살다가 세상과 작별하게 될 때 무엇이 남는가? 홀로 있는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 평소에 지은 업을 가지고 간다. 좋은 업이든 나쁜 업이든 평소에 지은 업만 그림자처럼 따라간다. 하루하루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말과 행위를 하는가가 곧 다음의 나를 형성한다. 누군가가 그렇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매 순간 스스로가 다음 생의 자신을 만들고 있다. --- p.173~174
언젠가 자기 차례가 오면 누구나 이 세상을 떠난다. 싫든 좋든 찾아오면 받아들여야 한다. 피할 수 없다. 모든 생명의 현상이다. 죽음을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 1막의 끝이다. 2막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무언가 맺어짐이 있어야 한다. 죽음을 어두운 것으로, 괴로운 것으로, 두려운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매듭을 짓는 일이다. 영혼은 태어나거나 죽지 않는다. 본래 그렇게 있는 것이다. 늘 인연 따라 새로운 몸을 받았다가 버리고 또다시 받을 뿐이다. 죽음도 살아가는 모습으로 생각하라. 다음 생은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다. 죽음을 두려워 말라. 대신 순간순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새롭게 챙기라. --- p.289~290
내일 죽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남기겠는가? 한번 정리해 보라. 당장 내일이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그때가 온다. 저마다 섣달 그믐날이 온다.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 있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이런 기적 같은 삶을 헛되이 보낸다면 후회할 때가 온다. 죽음을 어둡고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 삶의 한 모습이다. 삶의 한 과정이다. 죽음이 없다면 삶은 무의미해진다. 죽음이 받쳐 주고 있기 때문에 삶이 빛날 수 있다. --- p.306
언제 어디서 자기 생의 섣달 그믐날을 맞이할지 알 수 없다는 자각을 잃지 않아야 한다. 모든 하루를 자기 생애 최후의 날인 것처럼 그렇게 살아야 한다. 미루면 후회가 남는다. 그날 할 일은 그날 하면서, 마치 내일이면 이 세상에 없을 것처럼 후회 없이 살라는 것이 앞서 간 모든 사람들의 교훈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한때를 아무렇게나 보내서는 안 된다. 그 한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 p.313
[자료 2] 삶은 길고도 힘든, 그러나 가장 행복한 수행의 길 내 마음이고 내가 하는 생각이지만 삶을 통해 그 마음과 생각을 어떻게 갖는가가 중요하다. 생각을 밝게 가지면 내 삶이 밝아지고, 무언가에 휩쓸려 한순간 생각을 어둡게 가지면 삶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진다. 마음은 먼 데서 찾아지지 않는다. 내 안에 늘 깃들어 있다. 우리가 마음을 밖에서 찾고, 다른 대상에서 찾기 때문에 그 마음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다. 한 생각을 어떻게 먹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 p.77
바로 이 자리에서 마음속에 적멸보궁을 세우라. 지극히 고요하고 맑고 투명해서 보배로운 궁전을. 바깥에 있는 부처를 찾지 말라. 자신이 곧 부처다. 마음속에 적멸보궁을 세워 늘 지니고 있다면 험난한 세상에서도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마음에 중심이 없기 때문에 바깥의 현상들에 늘 흔들리는 것이다. --- p.79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 삶이 학교이고 배움이다. 우리는 그 목적을 위해 이곳에 왔다. 어제 몰랐던 것을 오늘 배우게 된다. 그때 삶의 묘미를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순간순간 살고 있다. 이 매 순간을 깨어서 활짝 열린 마음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또 사는 일 자체가 즐겁고 기뻐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도 매듭이 풀리고 더 깊어질 수 있다. --- p.87
기도하고 수행하는 도량이 따로 있지 않다. 우리가 처한 삶의 현장이 곧 도량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가정이나 일터가 진정한 도량이 되어야 한다. 어수선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 혼돈스러운 세상에서 분별과 집착을 떠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곳이면 모두 도량이다. 이상적인 도량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 그대가 ?는 바로 그 자리! --- p.130
[자료 3] 소유의 의미와 진정한 부자 되는 법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가지려면 어떤 것도 필요로 함 없이 그것을 가져야 한다. 버렸더라도 버렸다는 관념에서조차 벗어나라. 선한 일을 했다고 해서 그 일에 묶여 있지 말라.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듯 그렇게 지나가라. --- pp.63~64
세상은 우리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 곳이다. 자연은 우리가 필요한 만큼 공급하지만, 분수에 넘치는 탐욕 앞에서는 궁핍해진다. 어떤 물질의 더미 앞에서도 우리는 충만해질 수 없다. 마음이 안정되고 평화로워야 행복의 움이 튼다. 물질은 한때에 불과할 뿐 우리를 영원히 행복하게 해 줄 수는 없다. 행복은 조화로운 삶에 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알맞은 상태, 자기 분수에 맞는 상태이다. --- p.116
우리에게는 그립고 아쉬운 삶의 여백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가득 채우려고 하지 말라. 포만 상태는 곧 죽음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불필요한 말을 쏟아 내고 있다. 이것들은 우리 영혼에 공해와 같다. 이 생각 저 생각 온갖 근심을 미리 가불해서 쓰느라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그 결과 왜소하고 무기력해져서 인간으로서의 기상을 지니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때일수록 본질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하찮은 생각을 제쳐 두고 삶의 본질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래야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살 수 있다. --- pp.122~124
[자료 4] 삶에 다가온 고난의 의미 불행도 행복도 피하려 하지 말고, 삶 자체가 되어 살아가라. 흔히 세상 밖 어딘가에 천국이 있을 거라 믿고 있지만, 바로 이 현실에서 천국을 이룰 수 있지 이곳을 떠나서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번뇌 밖에 깨달음이 있지 않다. 일상의 삶을 떠나 열반이 있는 것이 아니다. --- p.34~35
때때로 자신의 삶을 바라보라. 자신이 겪고 있는 행복이나 불행을 남의 일처럼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행복과 불행에 휩쓸리지 않고 물들지 않는다. 이 세상은 참고 견뎌 나가야 하는 사바세계이다. 거기에 삶의 묘미가 있다. 모든 일이 우리 뜻대로 흘러간다면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결과는 좋지 않다. 그렇게 되면 어려움을 모르게 되고, 삶에서 영적인 깊이가 사라진다. --- p.39
어려운 일 없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어려운 일을 피하려 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것이 이 삶이다. 모든 것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남들은 앓는데 나만 앓지 않는다면 더없이 오만해진다. 이 몸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나면 언젠가는 다 병을 앓게 마련이다.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은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 p.86
[자료 5]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삶에 아름다움이 없으면 너무나 삭막하고 건조하다. 오늘 우리들은 돈과 관계된 것에만 눈을 파느라, 경제 생각만 하느라 삶의 가장 내밀한 영역인 아름다움을 등지고 산다. 아름다움이야말로 삶의 기쁨이고 행복에 이르는 길목이다. 아름다움을 만나지 못한다면, 우리들 삶이 아름다움으로 채워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은 아름다움이 그 삶을 받쳐 주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다. --- p.90
진정한 아름다움은 샘물과 같아서 아무리 퍼내도 다함이 없다. 그러나 가꾸지 않으면 솟아나지 않는다. 내 안의 샘에서 아름다움이 솟아나도록 하라. 남과 나누는 일을 통해 수시로 자신을 가꾸라. 나눔의 삶을 살아갈 때 내 안에 들어 있는 자비의 아름다움이 샘솟듯 생겨난다. 아름다움은 시들지 않는 영원한 기쁨이다. --- pp.95~96
그날이 그날인 것처럼 지내지 말라. 이 가을은 다시 만날 수 없는 일기일회, 생애 단 한 번뿐인 가을이다. 누구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이 가을날, 그저 대상만 보고 즐길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도 샘솟는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아름다움은 남과 나누는 데서 움이 튼다. --- p.96
마음의 문을 열고 보면 어디에든 아름다움이 있다. 사소한 것이라도 둘레에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 삶에서 꽃피어 나게 하라. 그래야 그 삶이 아름다워진다. 종교적인 생활의 꽃은 마치 모든 꽃이 지고 난 다음에 피는 차꽃 같은 것이다. 남들이 시시하게 여기고 돌아보지 않는 상황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어야 한다. --- pp.310~311
[자료 6]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본질적인 삶의 의미 병을 심하게 앓으면 모든 게 시들해진다. 내 몸조차도 주체스러울 때가 있다. 그 밖에 책이며 찻그릇이며 이것저것 챙겼던 모든 것들이 다 시시해진다. 평소에는 거기 얽매여 있으니까 소중하게 느껴졌는데, 이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물음을 던지게 된다. 어떤 것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가? 어떤 것이 본질적인 것이고 어떤 것이 비본질적인 것인가? --- pp.64~65
우리가 살 만큼 살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반드시 찾아온다. 그때 가서 아까워하며 망설일 것 없이, 내려놓는 일을 미리부터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다. --- p.65
누구나 자기 삶에 개성이 있어야 한다. 일상의 삶은 무료하다. 무언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 자기 삶을 보다 심화시키기 위해 비본질적인 것과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거듭거듭 털고 일어서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진정한 내면이 활짝 꽃피어 날 수 있다. 사소한 인정에 얽매이지 말고 크게 생각하라. --- p.109
부처님은 어디서 왔는가? 이 꽃과 잎과 새들은 어디서 오는가? 이 나무와 공기와 구름은 어느 곳에서 오는가? 별과 모래와 행성들은 어느 곳에서 오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서 오는가? 다시 한 번 묻는다. 부처님은 어디서 왔는가? 무엇을 위해 왔는가? 각자 자신의 일로 물으라. --- p.225
[자료 7] 나는 내 한 몸이 아니다, 공생과 나눔의 의미 공덕이라는 것은 물질적으로 베푼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말 한 마디, 눈빛 하나도 공덕이 되어야 한다. 물질이 없어도 맑은 눈빛, 다정한 얼굴, 부드러운 말을 나눌 수 있다. --- p.151
베푸는 것을 수직 관계로 생각하지 말라.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무엇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수평적으로 나누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은혜를 입고 있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눈에 보이고 보이지 않는 무수한 은혜를 입으며 살아간다. 그런 도리를 안다면 스스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순간순간 나누어 가질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이치에 맞게 살아가는 길이다. --- pp.153~154
살 만큼 살다가 작별할 때 한 생애에서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나도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것은 본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은 사람들에 의해 평가된다. 생전에 그가 얼마나 많은 존재와 세상에 자비심을 베풀었는가, 선행을 했는가, 덕행을 쌓았는가가 결정한다. 결국 한 생애에서 남는 것은 얼마만큼 사랑했는가, 얼마만큼 나누었는가 뿐이다. 그 밖의 것은 다 허무하고 무상하다.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 --- pp.227~228
나는 내 한 몸이 아니다. 온 세상의 보이고 보이지 않는 많은 인연들이, 여러 조건과 상황들이 우리를 이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잘못 생각을 하거나 함부로 행동하면 내 한 몸에 그치지 않고 세계 곳곳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 사람이 잘 살면, 그 기운이 온 우주에 긍정적으로 퍼져 나간다. 그런데 한 사람이 잘못 살면, 그 사람을 위해 거들고 있는 온 우주에 나쁜 기운을 퍼트리게 된다. 이것이 이 세상의 구조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홀로 독립된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 p.244
[자료 8] 어제도 오늘도 없고 늘 지금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라 진리는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삶 역시 그렇다. 다음 순간의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한 번 숨 들이쉬었다가 내쉬지 못하면 굳어지는 것이 육신이다. 공부하는 사람에게 내일은 없다. 어제도 없고 늘 지금이다. 지금 이 자리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 pp.179~180
삶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 줄 알아야 한다. 순간순간 그날그날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업을 익히면서 사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질 것이다. 개인의 삶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나와 관계된 사람들의 삶도 달라진다. 누가 나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나를 만들어 간다. --- p.209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에 이룰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과거를 묻지 말라. 이미 지나가 버린 세월이다. 그것은 전생의 일이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가 살아 있는 곳은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이다. --- pp.269~270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살든 한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매 순간이 마음을 맑히는 일로 이어져야 한다. 한숨 내쉬고 들이쉴 때마다 마음을 맑히는 일이 되어야 한다. 그 한순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한순간이 바로 생과 사의 갈림길이다. --- p.317
[자료 9] 오늘은 어제의 연장이 아니다, 날마다 새로운 날 언제나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이 아니다.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날그날을 새날로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롭게 움틀 수 있다. --- p.74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은 날마다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것이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이 아니다. 새로운 날이다. 묵은 시간에 갇힌 채 새로운 시간을 등지지 말아야 한다. 내 마음이 활짝 열리면 닫혔던 세상의 문도 따라서 활짝 열리게 된다. 열린 세상에서 열고 살아가라. --- p.263
새잎이 펼쳐지는 이 눈부신 계절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내 안에 잠재된 좋은 기운이 새잎처럼 펼쳐질 수 있다.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으면 설령 내 안에 아무리 좋은 잠재력의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잠들어 버리고 만다. 무거운 짐을 부려 놓고 가볍게 살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그렇게 살라. --- p.291
[자료 10] 침묵과 자기 존재의 시간 지난여름, 내게 있어 가장 보람되고 즐거웠던 시간을 꼽으라면, 아침저녁으로 개울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묵묵히 앉아 있던 그 시간이다. 책 읽고 밖에 나가 일하는 시간은 부수적인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묵묵히 개울물 소리에 귀를 맡기고 조용히 앉아 있을 때가 가장 기쁜 시간이다. 이때는 순수한 자기 존재의 시간, 자기 충전의 시간이다. 선의 기쁨으로 밥을 삼는 이 같은 자기 중심의 시간을 통해 이 험난한 세상을 무난히 헤쳐 나갈 수 있다. --- p.215
법정 스님 최초의 법문집
서울 성북동의 작고 아름다운 절에서는 계절마다 사람들이 절마당을 가득 메운다. 멀리 강원도 산중 오두막에서 이른 새벽에 세상으로 나오는 법정 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서이다. 봄에는 향기로운 꽃그늘 아래서, 여름에는 장맛비를 피해 천막을 치고서, 가을에는 마음까지 물들이는 단풍나무 아래서, 그리고 겨울에는 예고 없이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청중들은 스님의 말씀에 고요히 귀를 기울인다. 법문 장소는 때로 명동성당으로, 뉴욕 맨해튼으로, 세종문화회관으로, 청도 운문사와 원불교 대강당으로 옮겨졌고, 그때마다 멀리서 찾아온 청중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 모임이 아름다운 것은 말씀의 행간에 침묵이 있고, 서로 귀 기울이며 존재의 기쁨을 함께 누리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영적 스승인 법정 스님의 법문은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이들에게 진정한 삶의 길을 제시해 왔다. 단순하고 청빈한 생활의 실천가이자 자유로운 정신의 표상인 법정 스님의 맑은 법문은 이 시대의 정신적 양식이자 영혼의 샘물이 되어 주고 있다. 쓸쓸히 잠든 이에게 이불을 끌어당겨 덮어 주고, 외로운 이의 마음속 뒷마당을 정갈하게 쓸어 주는 다정한 손길 같은 말씀. 그 한마디에 어떤 이는 잃었던 웃음을 되찾았고, 어떤 이는 함박눈처럼 펑펑 울고 나와 차꽃보다 맑은 영혼의 밭을 갈기로 마음먹었다. 어부의 그물에 갇힌 물고기처럼 어쩔 줄 몰라 하던 이들은 마음을 늦추고 낮추는 기쁨을 발견하였다. 세대와 종교, 사상과 가치관을 초월하여 우리 모두에게 깊은 영혼의 울림을 선사하는 법정 스님의 법문은 소중한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 시대의 맑고 향기로운 삶의 화두이다. 『일기일회』는 그동안 법정 스님이 법문한 말씀을 최초로 책으로 엮은 것이다.
법문은 법法의 길로 들어가는 문門, “우리들 마음 그대로가 법문이다”
“우리들 마음 그대로가 법문이다. 우주 자체가 법문을 들려주고 있으니 주위를 잘 살피라. 우리는 법문을 통해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살피고, 바로 여기서 살 수 있어야 한다.” 형식과 절차보다 그 본연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스님은 우리가 법문을 듣는 이유는 저마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말이 넘쳐 나도 자신의 이야기로 듣지 못한다면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법문의 한자는 法文이 아니다. 法門, 즉 ‘법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법에 이르고 진리의 세계로 통하는 문이다. 결국 법문을 통해 우리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주목받는 여러 법문들이 있지만, 법정 스님의 법문이 특히 더 많은 이들의 가슴과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질문과 답이 바로 오늘의 언어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적잖은 사람들이 현재의 고통에 굴복해 자살을 시도할 때 스님은, 죽음은 결코 끝이 아니며 스스로를 해친 자해의 업을 짊어지고 다음 생으로 건너가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49~54쪽) 불황과 경제 위기로 모두가 불안해할 때는, 모든 일이 뜻대로 된다면 좋을 것 같지만 그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 그렇게 되면 어려움을 모르게 되어 삶에서 영적인 깊이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다. 또한 우리에게 닥친 불행도 다 한때이고 스스로 불러들인 삶의 매듭임을 일러 주며, 불행도 행복도 피하려 하지 말고, 삶 자체가 되어 살아가라고 이야기한다.(34~39쪽) 조류독감과 광우병 앞에서는 이 같은 불행이 생기게 된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일깨우며,(68~69쪽) 삶의 터전인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외면하지 않는다. 인터넷의 발달로 진정한 만남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서는 “접속하지 말고 접촉하라.”고 조언하며 영혼의 메아리가 살아 있는 삶의 길에 대해 이야기한다.(119~120쪽) 청중들은 말씀의 교훈을 ‘지금 자신의 삶에 고스란히 비춰 보고 스스로에 대한 물음으로 여겨, 각자의 그릇에 따라 다양하게’(106~107쪽) 받아들인다. 삶으로써 그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다. 오늘날 설해지는 법문의 상당수가 당나라를 비롯한 과거의 훌륭한 법문들을 재해석하거나 그것들의 원래 의미를 밝히는 데 그친다. 하지만 법정 스님은 “그 당시의 최선이 오늘의 최선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살아 있는 화두를 지녀야 합니다. 죽은 화두를 지니고 있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이미 관념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살아 있는 화두가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그 상황에서는 살아 있는 화두의 역할을 했지만, 이 시대에 와서 우리가 그것을 관념화시키면 살아 있는 화두가 될 수 없습니다. 생명력을 잃어버립니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화두는 어디에 있는가? 진짜 살아 있는 화두는 사거리나 동네 길목 또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늘 있는 것입니다. 다른 곳에서 찾기 때문에 삶의 절실한 명제인 화두를 놓치는 것입니다. 순간순간 깨어 있는 사람은 바로 그때 그 자리에서 삶의 문제이자 과제인 화두와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살아 있는 화두입니다. (178쪽)
말씀 그대로 법정 스님의 법회와 법문은 지금 내 가슴에 남겨져 있는 상처를 나누는 시간이며, 내가 지고 온 짐을 부리는 방법을 찾는 공간이다. 어느 날 법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스님은 이런 바람을 이야기했다.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한 사람 한 사람 마주 바라보면서 묻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 그립습니다. 진정 좋은 법회라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 주고받아야 합니다.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뜻있는 만남과 모임은 좋은 말을 많이 늘어놓는 데 있지 않습니다. 침묵 속에서 마주 바라보고, 서로 귀 기울이고, 같이 느끼면서 존재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343쪽)
추상적이고 의례적인 모임보다는 마음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자리를 꿈꾸는 스님의 마음이 전해진다. 형식화되어 가는 법회에 대한 스님의 아쉬움도 읽을 수 있다. 2,500년 전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모여서 주고받은 이야기가 경전으로 결집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지만, 그들 경전 어디에도 부처님 혼자 설한 집회는 나오지 않는다. 항상 그곳에 모인 대중과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갔던 것이다. 법정 스님의 법문을 보면, 비록 스님은 우리와 동떨어져 강원도 오두막에서 홀로 지내지만, 우리들 자신보다 현재 우리의 고민을 더 잘 알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오래될수록 편안한 벗처럼 늘 곁에 두고 있다가, 언제든 다시 꺼내 보고 싶은 것이 법정 스님의 말씀이다. 『일기일회』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생길 때마다 펼쳐 들고 법정 스님과 깊은 내면의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제공한다.
언젠가 세상에 없을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법정 스님의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메시지
법문 속에는 “몹시 춥거나 더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묻는 제자가 있고, “추울 때는 추운 곳으로 가고, 더울 때는 더운 곳으로 가라.”고 일깨우는 스승이 있다. 그 스승의 입을 빌려 법정 스님은 말한다. “삶 자체가 되어 살아가라. 그것이 불행과 행복을 피하는 길이다.”(32~35쪽) 한 수행자가 어떤 것이 가장 대단한 일인가를 묻자, 스승은 홀로 우뚝 대웅붕에 앉으라고 설한다. 저마다 자신이 몸담아 사는 장소에서 홀로 우뚝 앉을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 깨어 있는 존재인 것이다.(65~66쪽) 법정 스님은 산중의 깊은 침묵과 명상에서 길어 올린, 진리의 길과 행복의 길을 그때그때 그 자리에서 청중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 내어놓는다.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법문의 일관된 주제는 바로 이것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순간순간 살고 있는 이 삶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우리가 살아야 하는가? 나는 진정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 이런 근원적인 물음을 지녀야 한다고 스님은 말한다. 매 법문에서 스님은 일깨운다. “죽은 화두를 가지고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말라. 순간순간 깨어 바로 그 자리에서 살아 있는 화두를 가지고 정진하라. 나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언제 어디서 자기 생의 마지막 날을 맞이할지 알 수 없다는 자각을 잃지 않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 살든 한순간을 놓치지 말라. 그 순간이 생과 사의 갈림길이다.” 『일기일회』는 이러한 깨우침의 말씀들이 작은 절마당을 넘어 세상에 널리 가닿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수행자의 삶은 칼날 위에 서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이 법정 스님의 변함없는 정신이다. 화장지를 절반으로 잘라서 쓰고, 종이 한 장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 스님. 스님의 붓글씨를 선물로 받은 이들은 그것이 물건을 쌌던 포장지에 쓰인 것을 보고 놀란다. 여러 저서들에서 얻어진 인세 수입도 전부 어려운 이웃에게로 돌아갔다. 일정 금액이 모일 때마다 스님은 “이 돈은 수행자에게는 지나친 재산이다.”라며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래서 정작 자신이 중병에 걸렸을 때는 치료비를 절에서 빌려 써야 할 정도였다.
어쩌면 법정 스님의 그 삶이야말로 더욱 가치 있는 법문일지도 모른다. 말은 행이 뒤따라야만 그 아름다움이 진정성을 갖는 까닭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말한 자는 공허한 조언자이며 앵무새에 불과하게 된다. 말과 삶이 일치하는 이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행복하다. “살 만큼 살다가 세상과 작별할 때 생에서 남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홀로 있는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스님은 거듭 이야기한다. “삶을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에 우리는 소멸을 두려워한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지난겨울,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스님은 찾아온 제자들에게 말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그 시간을 무가치한 것, 헛된 것, 무의미한 것에 쓰는 것은 남아 있는 시간들에 대한 모독이다. 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것을 위해 써야겠다고 순간순간 마음먹게 된다. 이것은 나뿐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309쪽)
일기일회一期一會, 모든 것은 생애 단 한 번!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고,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다
우리는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삶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이 일기일회, 한 번의 기회, 한 번의 만남입니다. 이 고마움을 세상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54쪽)
어느 청명한 가을날, 법정 스님은 한때에 휩쓸려 목숨을 끊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는 일의 고마움과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삶을 말했고, 그날 법문의 제목을 ‘일기일회一期一會’라 붙였다. ‘오늘 우리의 삶도 단 한 번이고, 지금 이 순간도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 또한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다.’라는 의미의 일기일회는 법정 스님이 이야기해 온 ‘순간의 신비’를 함축하고 있는 말이다. 다도茶道에서 기원한 말인 일기일회는, 이 만남은 일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므로 차를 대접하는 주인과 손님 모두 정성을 다해 그 자리에 임해야 한다는 뜻이며, 우려낸 차의 맛은 오직 그때 그 자리에서 단 한 번의 고유한 맛과 향과 빛깔을 지닌다는 의미도 품고 있다. 법정 스님의 삶에 있어 중요한 한 부분을 이루는 것 또한 차라는 인연도 있다. 이로부터 일기일회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인연, 단 한 번뿐인 일을 의미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으며, 매 순간의 삶에 충실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님은 말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살든 한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매 순간 마음을 맑히는 일로 이어져야 합니다. 한숨 내쉬고 들이쉴 때마다 마음을 맑히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 한순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 한순간이 바로 생과 사의 갈림길입니다. (317쪽)
스님은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생의 무상함을 이야기하지만, 그 무상함이란 초월해야 할 허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스님은 그 무상함 속에 무궁무진한 삶의 묘미가 숨어 있다면서, “오늘 핀 꽃은 어제 핀 꽃이 아니다.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나이다. 묵은 시간에 갇혀 새로운 시간을 등지지 말라. 과거의 좁은 방에서 나와 내일이면 이 세상에 없을 것처럼 살라.”고 말한다. 모든 것은 단 한 번,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나는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스님의 법문을 아우르는 진리에 이르는 길, 행복의 길이다. 순간 속에서 살고 순간 속에서 죽는 길, 자기답게 살고 자기답게 죽는 길이다.
법정 스님의 법문이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이 책은 그동안 법정 스님이 대중과 학인을 상대로 법문한 내용을 글로 옮긴 것이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행한 정기법회 법문, 여름안거와 겨울안거의 결제 및 해제 법문, 부처님오신날 법문과 창건법회 법문 등이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원불교 서울 청운회와 뉴욕 불광사 초청법회, 교보문고 및 맑고향기롭게 대구와 광주 초청 특별강연 법문 등이 포함되어 있다.
1권에는 2009년 4월 19일 봄 정기법회 법문부터 2003년 5월 8일 부처님오신날 법문까지 모두 마흔세 편이 수록되어 있다. 2003년 4월 20일 봄 정기법회 법문부터는 다음 권으로 이어진다. 1권에 싣지 못한 2009년 5월 2일 부처님오신날 법문, 2008년 12월 14일 길상사 창건 11주년 법문, 2007년 8월 27일 여름안거 해제 법문, 2006년 5월 12일 여름안거 결제 법문, 2006년 4월 16일 봄 정기법회 법문들은 다음 권에 담기게 된다.
일이 이루어진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법정 스님의 법문들을 가능한 한 전부 모았다. 여기에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들은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스님의 육성이 담긴 자료들을 기꺼이 빌려 주었다. 낡은 카세트테이프와 오래된 비디오테이프에서부터 최근의 고화질 영상과 엠피스리 파일까지 그 모양과 형식도 다양했다. 번호를 매겨 가며 날짜별로 수집한 뒤, 한 글자도 빠짐없이 글로 옮겨 적었다. 음질이 좋지 않은 자료는 여러 사람이 돌려 들으며 정확을 기했다. 우리가 받아 적은 내용은 최종적으로 스님이 직접 문장을 다듬고, 내용을 보완했으며, 일부 표현을 오늘에 맞게 정리했다. 스님은 병중임에도 불구하고 몇 차례에 걸쳐 두 권이나 되는 분량을 꼼꼼히 읽었다.
각 편의 제목은 스님의 의견과 법문 내용을 토대로 새로 붙였으며, 제목 아래에 법문이 이루어진 날짜와 법회명을 달았다. 또한 각 법문의 머리에는 그날의 풍경을 담았다. 계절의 추이와 날씨는 물론, 스님이 사석에서 한 말이나 법회 전후의 행적을 비롯해 그때그때 화제가 되었던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각 권별로 가장 최근의 법문이 앞에 오도록 배치하였으며, 본문에 쓰인 용어 가운데 정확한 이해를 위해 간략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옆에 풀이를 달아 두었다. 또한 보다 깊이 있는 해설이 필요한 경전, 인물, 용어, 개념 등은 맨 뒤에 따로 모아 가나다순으로 수록하였다. 이 일의 중심에는 법정 스님의 제자인 덕인, 덕현, 덕진 세 명의 상좌스님과 류시화 시인이 있었다.
생활인들은 '실의 세계'를 살아가지만 종교인들은 '허의 세계'를 살아간다. 저마다의 이익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실의 세계는 늘 분주함과 치열함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들에게 하루하루는 순식간에 흘러가 버릴 때가 많다. 반면에 종교인들은 순간순간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갖게 된다. 꼭 같은 세월을 보내더라도 생활인과 종교인이 채우는 삶의 콘텐츠는 큰 차이가 있다. 때문에 부지런한 생활인들은 자신들이 채울 수 없는 부분을 종교인들로부터 도움받을 수 있다. 그중 한 명이 법정 스님이다.
법정 스님이 성북동에 위치한 절, 길상사에서 계절마다 한두 차례 행한 여러 법문을 묶은 책이 '일기일회'다. 법정 스님의 말씀에는 하나의 명확한 메시지가 흐른다.
"삶에서 가장 신비한 일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생애 단 한 번뿐인 인연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이렇게 생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어려운 순간이건 유쾌한 순간이건 살아 있다는 그 자체에 대단한 경외감을 갖고 대할 것이다. 스님은 분주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언제 어디서 자기 생의 마지막 날을 맞이할지 알 수 없다는 자각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다. 때문에 "언제 어디서 살든 한순간을 놓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그 순간이 생과 사의 갈림길"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살아가는 일은 순간순간의 합으로 이뤄진다. 어떤 순간이든 우리는 순간을 충만감으로 가득 채울 수 있어야 한다.
설법전 점안식에서 스님은 '한 생각이 집을 짓고 한 생각이 집을 허문다'는 주제로 설법을 행한 적이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 큰 그림자를 드리운 사건을 법정 스님은 마치 예견이라도 하듯 이런 이야기를 덧붙인다.
"한 생각을 어떻게 하는가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갈림길입니다. 끔찍한 범죄도 한순간 생각을 어둡게 갖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선행도 한순간 마음을 밝게 지녔기 때문에 좋은 빛을 발하게 됩니다."
큰 깨달음 주는 사례 인용해 스님의 말씀은 한순간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갖느냐가 천국과 지옥을 가를 수 있음을 가르쳐 준다. 늘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다룰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유행을 만들어야 하고 그래야 상품도, 서비스도 팔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한 면으로 유행을 수용해야 하고 이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내면세계를 관리해 나간다는 점에서 보면 자신의 무게중심을 굳게 갖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법정 스님은 현대인에게 "바깥에 있는 부처를 찾지 마십시오. 우리 자신이 곧 부처입니다. 마음의 중심이 없기 때문에 바깥 현상들에 늘 흔들리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스님이 인용하는 다양한 사례들에서도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말로 유명한 백장 선사에게 한 스님이 "어떤 것이 기특한 일입니까?"라고 묻는다. 그러자 백장 선사는 간단명료하게 "독좌대웅봉(獨坐大雄峰), 홀로 우뚝 대웅봉에 앉는다"고 답합니다. 여기서 '홀로 대웅봉에 앉는다'는 뜻은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에 거처하든 홀로 우뚝 자기 자리에 앉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아가든지 간에 가슴에는 자신의 자리에 우뚝 서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그런 당찬 포부와 이에 걸맞은 노력을 갖고 살아야 함을 뜻한다. 이런 정신으로 일한다면 어떻게 순간순간 열심히 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선방에서 정진을 하든, 절의 후원에서 일을 거들든, 사무실에서 사무를 보든, 세일즈의 세계에서 영업을 하든,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우뚝 서는 그런 삶을 모두가 살아간다면 결코 그 삶에는 후회나 여한이 없을 것이다. 이곳에 있으면서 저곳을, 저곳에 있으면서도 이곳을 생각하며 마음을 잡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삶의 모든 해결책은 바로 한 순간과 한 생각에 있다.
하루하루를 급급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법정 스님이 전하는 세상의 진리를 담은 삶의 이야기!
법정 스님의 법문을 최초로 기록한 『일기일회(一期一會) : 법정 스님 법문집1』. 많은 것을 가졌지만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법정 스님이 전하는 깨우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은 본문에 쓰인 용어 가운데 정확한 이해를 위해 간략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옆에 풀이를 달아 두었다. 깊이 있는 해설이 필요한 경전, 인물, 용어, 개념 등은 맨 뒤에 따로 모아 가나다순으로 수록했다.
법정 스님의 법문에 담긴 삶의 지혜는 종교를 넘어서 우리의 삶에 깊숙이 닿은 일상적인 것들을 포함한다. 법정 스님의 법문집 제1권은 2009년 4월 19일 봄 정기법회 법문부터 2003년 5월 8일 ‘부처님 오신 날’ 법문까지 모두 마흔세 편의 법문을 수록했다.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성찰해온 법정 스님의 법문들을 통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지혜를 배워보자.
사람은 누구나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한적한 삶을 누리고 싶은 꿈을 지니고 있다. 법정 스님은 언제 현실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소망이지만 우리가 이러한 소망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일상에 찌들지 않고 늘 향기로운 가슴을 지닐 수 있다고 말한다. 종교를 초월하여 많은 이들에게 진정한 삶의 길을 제시해온 청빈한 실천가 법정 스님의 맑은 법문을 통해 우리의 삶의 되돌아보는 시간을 전한다.
▶법정 스님은? 화장지를 절반으로 잘라서 쓰고, 종이 한 장도 허투루 버리지 않았던 청빈한 삶을 살았다. 그는 여러 저서들에서 얻어진 인세를 전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 주어, 정작 자신이 중병에 걸렸을 때 치료비를 절에서 빌려 써야 할 정도였다. '말하고', '행하는' 것이 일치했던 법정 스님의 삶 자체가 우리에게 더욱 가치 있는 법문으로 다가온다.
▶일기일회(一期一會)란?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을 뜻하는 말이다.
☞법정 스님 법문집『일기일회(一期一會)』를 소개하는 동영상입니다!
저자소개
법정
法頂, 본명:박재철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다가 대학 재학 중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섰다. 1955년 통영 미래사로 입산하여 1956년 송광사에서 효봉 스님의 문하에 출가했다. 다음날 통영 미래사로 내려가 행자 생활을 했으며, 사미계를 받은 후 지리산 쌍계사 탑전으로 가서 스승을 모시고 정진했다. 그후 해인사 선원과 강원에서 수행자의 기초를 다지다가 28세 되던 해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서울 봉은사에서 운허 스님과 더불어 불교 경전 번역 일을 하던 중 함석헌, 장준하, 김동길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으며, 1975년 본래의 수행승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에 명성이 알려지자 1992년 다시 출가하는 마음으로 불일암을 떠나 아무도 거처를 모르는 강원도 산골 오두막, 문명의 도구조차 없는 곳에서 혼자 살아왔다. 강원도 생활 17년째인 2008년 가을, 묵은 곳을 털고 남쪽 지방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였다. 삶의 기록과 순수한 정신을 담은 법정 스님의 산문집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고 어디로 향해 가고...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다가 대학 재학 중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섰다. 1955년 통영 미래사로 입산하여 1956년 송광사에서 효봉 스님의 문하에 출가했다. 다음날 통영 미래사로 내려가 행자 생활을 했으며, 사미계를 받은 후 지리산 쌍계사 탑전으로 가서 스승을 모시고 정진했다. 그후 해인사 선원과 강원에서 수행자의 기초를 다지다가 28세 되던 해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서울 봉은사에서 운허 스님과 더불어 불교 경전 번역 일을 하던 중 함석헌, 장준하, 김동길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으며, 1975년 본래의 수행승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에 명성이 알려지자 1992년 다시 출가하는 마음으로 불일암을 떠나 아무도 거처를 모르는 강원도 산골 오두막, 문명의 도구조차 없는 곳에서 혼자 살아왔다. 강원도 생활 17년째인 2008년 가을, 묵은 곳을 털고 남쪽 지방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였다. 삶의 기록과 순수한 정신을 담은 법정 스님의 산문집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고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를 영혼의 언어로 일깨우고 있다.
저서로는 수필집 『산에는 꽃이 피네』『인연 이야기』『오두막 편지』『물소리 바람소리』『무소유』등이 있고, 역서로 『깨달음의 거울(禪家龜鑑)』, 『진리의 말씀(法句經)』, 『불타 석가모니』, 『숫타니파타』, 『因緣이야기』, 『신역 화엄경』 등이 있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출가 50년, 법정 스님의 잠언 모음집으로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달렸다는 가르침을 전해준다. 그의 법문들에서 130여 편의 대표적인 잠언들을 류시화 시인이 가려 뽑았다. 2006년, 법정 스님 출가 50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기획된 이 책은, 류시화 시인이 엮은 본문과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명상적인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다. 무소유, 자유, 단순과 간소, 홀로 있음, 침묵, 진리에 이르는 길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로 채워져 있는 이 잠언집은 단순하되 영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한 가르침들이 행간마다에서 읽는 이를 일깨운다.
『맑고 향기롭게』는 법정 스님이 직접 가려 뽑은 50편의 글이 담겨 있는 대표산문선집이다. 산중 생활에서 길어 올린 명상과 사색이 특유의 계절적인 감성과 어우러져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영혼의 피안처가 되어 준다. 세상의 부조리를 지적하는 날카로운 현실 감각과, 절대 진리의 세계를 가리켜 보이는 초월적인 혜안이 그의 글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 『인도기행』은 1989년 11월부터 3개월 동안 이루어진 인도 여행 기록을 적은 법정 스님의 유일한 여행 산문집이다. 이 책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영혼의 나라, 인도의 실체를 만나볼 수 있는 명상 기행집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이미 많이 나와 있는 인도 기행서들처럼 단순한 여행 기록이나 가이드북의 차원을 넘어서, 이 책에서는 불교의 탄생지인 인도에서 다시금 느끼는 불교 정신과 더 나아가 종교의 본질과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 담긴 법정 스님의 말씀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사(生死)와 관련된 인간의 삶 전체에 대한 통찰이 담긴 스님의 시선을 엿볼 수가 있다.
삶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사유의 기쁨과 포근한 마음의 안식을 제공한 『무소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작품으로 북적이는 도심이 싫어 자연으로 돌아가 새와 바람, 나무와 벗하며 살아가시는 스님은 평범한 모든 이들에게 맑고 깊은 영혼의 세계를 보여준다. 『무소유』의 원문이기도 한 『영혼의 모음(母音)』은 한 구도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맑고 진실된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자연과 벗하며 어린왕자와의 대화를 통해 순수한 영혼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스님은 평범하고 무료하기까지한 일상을 감동의 언어로 바꾸어 놓는다. 특히 은사 스님이신 효봉선사의 삶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가는 대목은 법정 스님의 구도자로서의 모습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선택한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라는 청빈의 도를 실천하며 ‘무소유’의 참된 가치를 널리 알려온 법정 스님은 끝없이 정진하는 진정한 수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다른 저서로는 『홀로 사는 즐거움』『말과 침묵』『법정 스님이 들려주는 참 좋은 이야기』『화엄경』『인연 이야기』『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영혼의 모음(母音)』『버리고 떠나기』『물소리 바람소리』『진리의 말씀-법구경』등이 있다.
폐암으로 투병하던 중 2010년 3월 11일 병원에서 퇴원하여 법정스님이 1997년 12월 창건해 2003년까지 회주를 맡아왔던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입적하기 전날 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 겠다."고 말했다. 평소 많은 사람에게 수고만 끼치는 장례의식을 행하지 말고, 관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도 말며,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해주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 말며, 탑도 세우지말라'고 당부했다는 법정 스님은 가는 걸음까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남은 이들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전해주었다.
목차
법정 스님의 법문을 책으로 펴내며
자신과 진리에 의지해 꽃을 피우라 · 2009년 4월 19일 봄 정기법회 법문 자리에 돈 얘기 들이지 말라 · 2009년 2월 9일 겨울안거 결제 추울 때는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더위가 되라 · 2008년 11월 12일 겨울안거 결제 일기일회一期一會 · 2008년 10월 19일 가을 정기법회 중노릇하면서 빚만 많이 졌다 · 2008년 8월 15일 여름안거 해제 홀로 우뚝 자기 자리에 앉으라 · 2008년 5월 24일 여름안거 결제 하루 낮 하루 밤에 만 번 죽고 만 번 산다 · 2008년 5월 12일 부처님오신날 한 생각이 집을 짓고 한 생각이 집을 허문다 · 2008년 5월 4일 설법전 점안식 생명 자체가 하나의 기적 · 2008년 4월 20일 봄 정기법회 승복 입은 도둑들 · 2007년 10월 21일 가을 정기법회 이곳까지 몇 걸음에 왔는가 · 2007년 5월 31일 여름안거 결제 불타는 집에서 빨리 나오라 · 2007년 5월 24일 부처님오신날 접속하지 말고 접촉하라 · 2007년 4월 15일 봄 정기법회 지금 있는 바로 그 자리 · 2007년 3월 4일 겨울안거 해제 도량의 수호신들에게 드리는 기도 · 2006년 12월 10일 길상사 창건 9주년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다음에 먹는다 · 2006년 10월 15일 가을 정기법회 부처님 오신 날이 아니라 부처님 오시는 날 · 2006년 5월 5일 부처님오신날 추위가 뼈에 사무치지 않으면 매화 향기 어찌 얻으랴 · 2006년 2월 12일 겨울안거 해제 부자보다 잘 사는 사람이 되라 · 2005년 12월 11일 길상사 창건 8주년 자기를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잊어버림이다 · 2005년 11월 15일 겨울안거 결제 수행자는 늙지 않는다 - 운문 도량에 와서 · 2005년 10월 20일 운문사 초청법회 직선으로 가지 말고 곡선으로 돌아가라 · 2005년 10월 16일 가을 정기법회 날마다 좋은 날 · 2005년 8월 19일 여름안거 해제 ‘너’는 ‘나’의 동의어반복 · 2005년 5월 22일 여름안거 결제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위해 왔는가 · 2005년 5월 15일 부처님오신날 비바람에 허물어지지 않는 집을 세우라 · 2005년 5월 8일 지장전 낙성식 부처님께 용돈 20만 원 · 2005년 4월 17일 봄 정기법회 물속의 물고기가 목마르다 한다 · 2005년 2월 23일 겨울안거 해제 문 없는 문의 빗장 · 2004년 11월 26일 겨울안거 결제 용서는 가장 큰 수행 · 2004년 10월 17일 가을 정기법회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 · 2004년 8월 30일 여름안거 해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종교는 친절 · 2004년 6월 2일 여름안거 결제 자신을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으라 · 2004년 5월 26일 부처님오신날 우리가 누군가를 용서하면 신도 우리를 용서한다 · 2004년 4월 18일 봄 정기법회 노파가 암자를 불태우다 · 2004년 2월 5일 겨울안거 해제 중생이 앓으면 나도 앓는다 · 2003년 12월 21일 길상사 창건 6주년 언젠가 세상에 없을 그대에게 · 2003년 11월 8일 겨울안거 결제 자기로부터의 자유 · 2003년 10월 19일 가을 정기법회 문명은 서서히 퍼지는 독 · 2003년 10월 4일 대구 맑고향기롭게 초청 특별강연 영혼의 밭을 가는 사람 · 2003년 9월 27일 광주 맑고향기롭게 초청 특별강연 마음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 · 2003년 6월 15일 6월 정기법회 지금 이 자리에서 생사가 벌어지고 있다 · 2003년 5월 15일 여름안거 결제 부분적인 자기에서 전체적인 자기로 · 2003년 5월 8일 부처님오신날
[자료 1] 언젠가 세상에 없을 우리 모두를 위한 법정 스님의 메시지 삶에서 가장 기특하고 기억할 만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놀라운 신비이고 가능성이다. 모든 것은 삶에서 시작되고 삶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살아 있기 때문에 행복도 불행도, 기쁨도 슬픔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 p.56
앓으면서 생각했다. ‘그날그날을 즐겁게 살자.’ 내일은 기약할 수 없다. 오늘 우리가 만나서 이렇게 마주 앉아 오랜만에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지만 내일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하루하루를 잘 살고,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 우리는 영원히 사는 존재가 아니다. 언젠가는 이 세상과 작별할 것이다. --- p.84~85
살 만큼 살다가 세상과 작별하게 될 때 무엇이 남는가? 홀로 있는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 평소에 지은 업을 가지고 간다. 좋은 업이든 나쁜 업이든 평소에 지은 업만 그림자처럼 따라간다. 하루하루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말과 행위를 하는가가 곧 다음의 나를 형성한다. 누군가가 그렇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매 순간 스스로가 다음 생의 자신을 만들고 있다. --- p.173~174
언젠가 자기 차례가 오면 누구나 이 세상을 떠난다. 싫든 좋든 찾아오면 받아들여야 한다. 피할 수 없다. 모든 생명의 현상이다. 죽음을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 1막의 끝이다. 2막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무언가 맺어짐이 있어야 한다. 죽음을 어두운 것으로, 괴로운 것으로, 두려운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매듭을 짓는 일이다. 영혼은 태어나거나 죽지 않는다. 본래 그렇게 있는 것이다. 늘 인연 따라 새로운 몸을 받았다가 버리고 또다시 받을 뿐이다. 죽음도 살아가는 모습으로 생각하라. 다음 생은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다. 죽음을 두려워 말라. 대신 순간순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새롭게 챙기라. --- p.289~290
내일 죽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남기겠는가? 한번 정리해 보라. 당장 내일이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그때가 온다. 저마다 섣달 그믐날이 온다.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 있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이런 기적 같은 삶을 헛되이 보낸다면 후회할 때가 온다. 죽음을 어둡고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 삶의 한 모습이다. 삶의 한 과정이다. 죽음이 없다면 삶은 무의미해진다. 죽음이 받쳐 주고 있기 때문에 삶이 빛날 수 있다. --- p.306
언제 어디서 자기 생의 섣달 그믐날을 맞이할지 알 수 없다는 자각을 잃지 않아야 한다. 모든 하루를 자기 생애 최후의 날인 것처럼 그렇게 살아야 한다. 미루면 후회가 남는다. 그날 할 일은 그날 하면서, 마치 내일이면 이 세상에 없을 것처럼 후회 없이 살라는 것이 앞서 간 모든 사람들의 교훈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한때를 아무렇게나 보내서는 안 된다. 그 한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 p.313
[자료 2] 삶은 길고도 힘든, 그러나 가장 행복한 수행의 길 내 마음이고 내가 하는 생각이지만 삶을 통해 그 마음과 생각을 어떻게 갖는가가 중요하다. 생각을 밝게 가지면 내 삶이 밝아지고, 무언가에 휩쓸려 한순간 생각을 어둡게 가지면 삶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진다. 마음은 먼 데서 찾아지지 않는다. 내 안에 늘 깃들어 있다. 우리가 마음을 밖에서 찾고, 다른 대상에서 찾기 때문에 그 마음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다. 한 생각을 어떻게 먹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 p.77
바로 이 자리에서 마음속에 적멸보궁을 세우라. 지극히 고요하고 맑고 투명해서 보배로운 궁전을. 바깥에 있는 부처를 찾지 말라. 자신이 곧 부처다. 마음속에 적멸보궁을 세워 늘 지니고 있다면 험난한 세상에서도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마음에 중심이 없기 때문에 바깥의 현상들에 늘 흔들리는 것이다. --- p.79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 삶이 학교이고 배움이다. 우리는 그 목적을 위해 이곳에 왔다. 어제 몰랐던 것을 오늘 배우게 된다. 그때 삶의 묘미를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순간순간 살고 있다. 이 매 순간을 깨어서 활짝 열린 마음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또 사는 일 자체가 즐겁고 기뻐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도 매듭이 풀리고 더 깊어질 수 있다. --- p.87
기도하고 수행하는 도량이 따로 있지 않다. 우리가 처한 삶의 현장이 곧 도량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가정이나 일터가 진정한 도량이 되어야 한다. 어수선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 혼돈스러운 세상에서 분별과 집착을 떠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곳이면 모두 도량이다. 이상적인 도량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 그대가 ?는 바로 그 자리! --- p.130
[자료 3] 소유의 의미와 진정한 부자 되는 법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가지려면 어떤 것도 필요로 함 없이 그것을 가져야 한다. 버렸더라도 버렸다는 관념에서조차 벗어나라. 선한 일을 했다고 해서 그 일에 묶여 있지 말라.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듯 그렇게 지나가라. --- pp.63~64
세상은 우리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 곳이다. 자연은 우리가 필요한 만큼 공급하지만, 분수에 넘치는 탐욕 앞에서는 궁핍해진다. 어떤 물질의 더미 앞에서도 우리는 충만해질 수 없다. 마음이 안정되고 평화로워야 행복의 움이 튼다. 물질은 한때에 불과할 뿐 우리를 영원히 행복하게 해 줄 수는 없다. 행복은 조화로운 삶에 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알맞은 상태, 자기 분수에 맞는 상태이다. --- p.116
우리에게는 그립고 아쉬운 삶의 여백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가득 채우려고 하지 말라. 포만 상태는 곧 죽음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불필요한 말을 쏟아 내고 있다. 이것들은 우리 영혼에 공해와 같다. 이 생각 저 생각 온갖 근심을 미리 가불해서 쓰느라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그 결과 왜소하고 무기력해져서 인간으로서의 기상을 지니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때일수록 본질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하찮은 생각을 제쳐 두고 삶의 본질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래야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살 수 있다. --- pp.122~124
[자료 4] 삶에 다가온 고난의 의미 불행도 행복도 피하려 하지 말고, 삶 자체가 되어 살아가라. 흔히 세상 밖 어딘가에 천국이 있을 거라 믿고 있지만, 바로 이 현실에서 천국을 이룰 수 있지 이곳을 떠나서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번뇌 밖에 깨달음이 있지 않다. 일상의 삶을 떠나 열반이 있는 것이 아니다. --- p.34~35
때때로 자신의 삶을 바라보라. 자신이 겪고 있는 행복이나 불행을 남의 일처럼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행복과 불행에 휩쓸리지 않고 물들지 않는다. 이 세상은 참고 견뎌 나가야 하는 사바세계이다. 거기에 삶의 묘미가 있다. 모든 일이 우리 뜻대로 흘러간다면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결과는 좋지 않다. 그렇게 되면 어려움을 모르게 되고, 삶에서 영적인 깊이가 사라진다. --- p.39
어려운 일 없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어려운 일을 피하려 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것이 이 삶이다. 모든 것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남들은 앓는데 나만 앓지 않는다면 더없이 오만해진다. 이 몸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나면 언젠가는 다 병을 앓게 마련이다.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은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 p.86
[자료 5]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삶에 아름다움이 없으면 너무나 삭막하고 건조하다. 오늘 우리들은 돈과 관계된 것에만 눈을 파느라, 경제 생각만 하느라 삶의 가장 내밀한 영역인 아름다움을 등지고 산다. 아름다움이야말로 삶의 기쁨이고 행복에 이르는 길목이다. 아름다움을 만나지 못한다면, 우리들 삶이 아름다움으로 채워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은 아름다움이 그 삶을 받쳐 주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다. --- p.90
진정한 아름다움은 샘물과 같아서 아무리 퍼내도 다함이 없다. 그러나 가꾸지 않으면 솟아나지 않는다. 내 안의 샘에서 아름다움이 솟아나도록 하라. 남과 나누는 일을 통해 수시로 자신을 가꾸라. 나눔의 삶을 살아갈 때 내 안에 들어 있는 자비의 아름다움이 샘솟듯 생겨난다. 아름다움은 시들지 않는 영원한 기쁨이다. --- pp.95~96
그날이 그날인 것처럼 지내지 말라. 이 가을은 다시 만날 수 없는 일기일회, 생애 단 한 번뿐인 가을이다. 누구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이 가을날, 그저 대상만 보고 즐길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도 샘솟는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아름다움은 남과 나누는 데서 움이 튼다. --- p.96
마음의 문을 열고 보면 어디에든 아름다움이 있다. 사소한 것이라도 둘레에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 삶에서 꽃피어 나게 하라. 그래야 그 삶이 아름다워진다. 종교적인 생활의 꽃은 마치 모든 꽃이 지고 난 다음에 피는 차꽃 같은 것이다. 남들이 시시하게 여기고 돌아보지 않는 상황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어야 한다. --- pp.310~311
[자료 6]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본질적인 삶의 의미 병을 심하게 앓으면 모든 게 시들해진다. 내 몸조차도 주체스러울 때가 있다. 그 밖에 책이며 찻그릇이며 이것저것 챙겼던 모든 것들이 다 시시해진다. 평소에는 거기 얽매여 있으니까 소중하게 느껴졌는데, 이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물음을 던지게 된다. 어떤 것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가? 어떤 것이 본질적인 것이고 어떤 것이 비본질적인 것인가? --- pp.64~65
우리가 살 만큼 살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반드시 찾아온다. 그때 가서 아까워하며 망설일 것 없이, 내려놓는 일을 미리부터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다. --- p.65
누구나 자기 삶에 개성이 있어야 한다. 일상의 삶은 무료하다. 무언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 자기 삶을 보다 심화시키기 위해 비본질적인 것과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거듭거듭 털고 일어서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진정한 내면이 활짝 꽃피어 날 수 있다. 사소한 인정에 얽매이지 말고 크게 생각하라. --- p.109
부처님은 어디서 왔는가? 이 꽃과 잎과 새들은 어디서 오는가? 이 나무와 공기와 구름은 어느 곳에서 오는가? 별과 모래와 행성들은 어느 곳에서 오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서 오는가? 다시 한 번 묻는다. 부처님은 어디서 왔는가? 무엇을 위해 왔는가? 각자 자신의 일로 물으라. --- p.225
[자료 7] 나는 내 한 몸이 아니다, 공생과 나눔의 의미 공덕이라는 것은 물질적으로 베푼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말 한 마디, 눈빛 하나도 공덕이 되어야 한다. 물질이 없어도 맑은 눈빛, 다정한 얼굴, 부드러운 말을 나눌 수 있다. --- p.151
베푸는 것을 수직 관계로 생각하지 말라.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무엇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수평적으로 나누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은혜를 입고 있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눈에 보이고 보이지 않는 무수한 은혜를 입으며 살아간다. 그런 도리를 안다면 스스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순간순간 나누어 가질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이치에 맞게 살아가는 길이다. --- pp.153~154
살 만큼 살다가 작별할 때 한 생애에서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나도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것은 본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은 사람들에 의해 평가된다. 생전에 그가 얼마나 많은 존재와 세상에 자비심을 베풀었는가, 선행을 했는가, 덕행을 쌓았는가가 결정한다. 결국 한 생애에서 남는 것은 얼마만큼 사랑했는가, 얼마만큼 나누었는가 뿐이다. 그 밖의 것은 다 허무하고 무상하다.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 --- pp.227~228
나는 내 한 몸이 아니다. 온 세상의 보이고 보이지 않는 많은 인연들이, 여러 조건과 상황들이 우리를 이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잘못 생각을 하거나 함부로 행동하면 내 한 몸에 그치지 않고 세계 곳곳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 사람이 잘 살면, 그 기운이 온 우주에 긍정적으로 퍼져 나간다. 그런데 한 사람이 잘못 살면, 그 사람을 위해 거들고 있는 온 우주에 나쁜 기운을 퍼트리게 된다. 이것이 이 세상의 구조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홀로 독립된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 p.244
[자료 8] 어제도 오늘도 없고 늘 지금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라 진리는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삶 역시 그렇다. 다음 순간의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한 번 숨 들이쉬었다가 내쉬지 못하면 굳어지는 것이 육신이다. 공부하는 사람에게 내일은 없다. 어제도 없고 늘 지금이다. 지금 이 자리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 pp.179~180
삶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 줄 알아야 한다. 순간순간 그날그날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업을 익히면서 사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질 것이다. 개인의 삶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나와 관계된 사람들의 삶도 달라진다. 누가 나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나를 만들어 간다. --- p.209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에 이룰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과거를 묻지 말라. 이미 지나가 버린 세월이다. 그것은 전생의 일이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가 살아 있는 곳은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이다. --- pp.269~270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살든 한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매 순간이 마음을 맑히는 일로 이어져야 한다. 한숨 내쉬고 들이쉴 때마다 마음을 맑히는 일이 되어야 한다. 그 한순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한순간이 바로 생과 사의 갈림길이다. --- p.317
[자료 9] 오늘은 어제의 연장이 아니다, 날마다 새로운 날 언제나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이 아니다.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날그날을 새날로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롭게 움틀 수 있다. --- p.74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은 날마다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것이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이 아니다. 새로운 날이다. 묵은 시간에 갇힌 채 새로운 시간을 등지지 말아야 한다. 내 마음이 활짝 열리면 닫혔던 세상의 문도 따라서 활짝 열리게 된다. 열린 세상에서 열고 살아가라. --- p.263
새잎이 펼쳐지는 이 눈부신 계절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내 안에 잠재된 좋은 기운이 새잎처럼 펼쳐질 수 있다.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으면 설령 내 안에 아무리 좋은 잠재력의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잠들어 버리고 만다. 무거운 짐을 부려 놓고 가볍게 살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그렇게 살라. --- p.291
[자료 10] 침묵과 자기 존재의 시간 지난여름, 내게 있어 가장 보람되고 즐거웠던 시간을 꼽으라면, 아침저녁으로 개울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묵묵히 앉아 있던 그 시간이다. 책 읽고 밖에 나가 일하는 시간은 부수적인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묵묵히 개울물 소리에 귀를 맡기고 조용히 앉아 있을 때가 가장 기쁜 시간이다. 이때는 순수한 자기 존재의 시간, 자기 충전의 시간이다. 선의 기쁨으로 밥을 삼는 이 같은 자기 중심의 시간을 통해 이 험난한 세상을 무난히 헤쳐 나갈 수 있다. --- p.215
법정 스님 최초의 법문집
서울 성북동의 작고 아름다운 절에서는 계절마다 사람들이 절마당을 가득 메운다. 멀리 강원도 산중 오두막에서 이른 새벽에 세상으로 나오는 법정 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서이다. 봄에는 향기로운 꽃그늘 아래서, 여름에는 장맛비를 피해 천막을 치고서, 가을에는 마음까지 물들이는 단풍나무 아래서, 그리고 겨울에는 예고 없이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청중들은 스님의 말씀에 고요히 귀를 기울인다. 법문 장소는 때로 명동성당으로, 뉴욕 맨해튼으로, 세종문화회관으로, 청도 운문사와 원불교 대강당으로 옮겨졌고, 그때마다 멀리서 찾아온 청중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 모임이 아름다운 것은 말씀의 행간에 침묵이 있고, 서로 귀 기울이며 존재의 기쁨을 함께 누리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영적 스승인 법정 스님의 법문은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이들에게 진정한 삶의 길을 제시해 왔다. 단순하고 청빈한 생활의 실천가이자 자유로운 정신의 표상인 법정 스님의 맑은 법문은 이 시대의 정신적 양식이자 영혼의 샘물이 되어 주고 있다. 쓸쓸히 잠든 이에게 이불을 끌어당겨 덮어 주고, 외로운 이의 마음속 뒷마당을 정갈하게 쓸어 주는 다정한 손길 같은 말씀. 그 한마디에 어떤 이는 잃었던 웃음을 되찾았고, 어떤 이는 함박눈처럼 펑펑 울고 나와 차꽃보다 맑은 영혼의 밭을 갈기로 마음먹었다. 어부의 그물에 갇힌 물고기처럼 어쩔 줄 몰라 하던 이들은 마음을 늦추고 낮추는 기쁨을 발견하였다. 세대와 종교, 사상과 가치관을 초월하여 우리 모두에게 깊은 영혼의 울림을 선사하는 법정 스님의 법문은 소중한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 시대의 맑고 향기로운 삶의 화두이다. 『일기일회』는 그동안 법정 스님이 법문한 말씀을 최초로 책으로 엮은 것이다.
법문은 법法의 길로 들어가는 문門, “우리들 마음 그대로가 법문이다”
“우리들 마음 그대로가 법문이다. 우주 자체가 법문을 들려주고 있으니 주위를 잘 살피라. 우리는 법문을 통해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살피고, 바로 여기서 살 수 있어야 한다.” 형식과 절차보다 그 본연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스님은 우리가 법문을 듣는 이유는 저마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말이 넘쳐 나도 자신의 이야기로 듣지 못한다면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법문의 한자는 法文이 아니다. 法門, 즉 ‘법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법에 이르고 진리의 세계로 통하는 문이다. 결국 법문을 통해 우리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주목받는 여러 법문들이 있지만, 법정 스님의 법문이 특히 더 많은 이들의 가슴과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질문과 답이 바로 오늘의 언어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적잖은 사람들이 현재의 고통에 굴복해 자살을 시도할 때 스님은, 죽음은 결코 끝이 아니며 스스로를 해친 자해의 업을 짊어지고 다음 생으로 건너가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49~54쪽) 불황과 경제 위기로 모두가 불안해할 때는, 모든 일이 뜻대로 된다면 좋을 것 같지만 그 결과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 그렇게 되면 어려움을 모르게 되어 삶에서 영적인 깊이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다. 또한 우리에게 닥친 불행도 다 한때이고 스스로 불러들인 삶의 매듭임을 일러 주며, 불행도 행복도 피하려 하지 말고, 삶 자체가 되어 살아가라고 이야기한다.(34~39쪽) 조류독감과 광우병 앞에서는 이 같은 불행이 생기게 된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일깨우며,(68~69쪽) 삶의 터전인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외면하지 않는다. 인터넷의 발달로 진정한 만남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서는 “접속하지 말고 접촉하라.”고 조언하며 영혼의 메아리가 살아 있는 삶의 길에 대해 이야기한다.(119~120쪽) 청중들은 말씀의 교훈을 ‘지금 자신의 삶에 고스란히 비춰 보고 스스로에 대한 물음으로 여겨, 각자의 그릇에 따라 다양하게’(106~107쪽) 받아들인다. 삶으로써 그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다. 오늘날 설해지는 법문의 상당수가 당나라를 비롯한 과거의 훌륭한 법문들을 재해석하거나 그것들의 원래 의미를 밝히는 데 그친다. 하지만 법정 스님은 “그 당시의 최선이 오늘의 최선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살아 있는 화두를 지녀야 합니다. 죽은 화두를 지니고 있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이미 관념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살아 있는 화두가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그 상황에서는 살아 있는 화두의 역할을 했지만, 이 시대에 와서 우리가 그것을 관념화시키면 살아 있는 화두가 될 수 없습니다. 생명력을 잃어버립니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화두는 어디에 있는가? 진짜 살아 있는 화두는 사거리나 동네 길목 또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늘 있는 것입니다. 다른 곳에서 찾기 때문에 삶의 절실한 명제인 화두를 놓치는 것입니다. 순간순간 깨어 있는 사람은 바로 그때 그 자리에서 삶의 문제이자 과제인 화두와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살아 있는 화두입니다. (178쪽)
말씀 그대로 법정 스님의 법회와 법문은 지금 내 가슴에 남겨져 있는 상처를 나누는 시간이며, 내가 지고 온 짐을 부리는 방법을 찾는 공간이다. 어느 날 법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스님은 이런 바람을 이야기했다.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한 사람 한 사람 마주 바라보면서 묻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 그립습니다. 진정 좋은 법회라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 주고받아야 합니다.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뜻있는 만남과 모임은 좋은 말을 많이 늘어놓는 데 있지 않습니다. 침묵 속에서 마주 바라보고, 서로 귀 기울이고, 같이 느끼면서 존재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343쪽)
추상적이고 의례적인 모임보다는 마음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자리를 꿈꾸는 스님의 마음이 전해진다. 형식화되어 가는 법회에 대한 스님의 아쉬움도 읽을 수 있다. 2,500년 전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모여서 주고받은 이야기가 경전으로 결집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지만, 그들 경전 어디에도 부처님 혼자 설한 집회는 나오지 않는다. 항상 그곳에 모인 대중과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갔던 것이다. 법정 스님의 법문을 보면, 비록 스님은 우리와 동떨어져 강원도 오두막에서 홀로 지내지만, 우리들 자신보다 현재 우리의 고민을 더 잘 알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오래될수록 편안한 벗처럼 늘 곁에 두고 있다가, 언제든 다시 꺼내 보고 싶은 것이 법정 스님의 말씀이다. 『일기일회』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생길 때마다 펼쳐 들고 법정 스님과 깊은 내면의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제공한다.
언젠가 세상에 없을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법정 스님의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메시지
법문 속에는 “몹시 춥거나 더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묻는 제자가 있고, “추울 때는 추운 곳으로 가고, 더울 때는 더운 곳으로 가라.”고 일깨우는 스승이 있다. 그 스승의 입을 빌려 법정 스님은 말한다. “삶 자체가 되어 살아가라. 그것이 불행과 행복을 피하는 길이다.”(32~35쪽) 한 수행자가 어떤 것이 가장 대단한 일인가를 묻자, 스승은 홀로 우뚝 대웅붕에 앉으라고 설한다. 저마다 자신이 몸담아 사는 장소에서 홀로 우뚝 앉을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 깨어 있는 존재인 것이다.(65~66쪽) 법정 스님은 산중의 깊은 침묵과 명상에서 길어 올린, 진리의 길과 행복의 길을 그때그때 그 자리에서 청중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 내어놓는다.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법문의 일관된 주제는 바로 이것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순간순간 살고 있는 이 삶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우리가 살아야 하는가? 나는 진정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 이런 근원적인 물음을 지녀야 한다고 스님은 말한다. 매 법문에서 스님은 일깨운다. “죽은 화두를 가지고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말라. 순간순간 깨어 바로 그 자리에서 살아 있는 화두를 가지고 정진하라. 나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언제 어디서 자기 생의 마지막 날을 맞이할지 알 수 없다는 자각을 잃지 않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 살든 한순간을 놓치지 말라. 그 순간이 생과 사의 갈림길이다.” 『일기일회』는 이러한 깨우침의 말씀들이 작은 절마당을 넘어 세상에 널리 가닿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수행자의 삶은 칼날 위에 서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이 법정 스님의 변함없는 정신이다. 화장지를 절반으로 잘라서 쓰고, 종이 한 장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 스님. 스님의 붓글씨를 선물로 받은 이들은 그것이 물건을 쌌던 포장지에 쓰인 것을 보고 놀란다. 여러 저서들에서 얻어진 인세 수입도 전부 어려운 이웃에게로 돌아갔다. 일정 금액이 모일 때마다 스님은 “이 돈은 수행자에게는 지나친 재산이다.”라며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래서 정작 자신이 중병에 걸렸을 때는 치료비를 절에서 빌려 써야 할 정도였다.
어쩌면 법정 스님의 그 삶이야말로 더욱 가치 있는 법문일지도 모른다. 말은 행이 뒤따라야만 그 아름다움이 진정성을 갖는 까닭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말한 자는 공허한 조언자이며 앵무새에 불과하게 된다. 말과 삶이 일치하는 이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행복하다. “살 만큼 살다가 세상과 작별할 때 생에서 남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홀로 있는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스님은 거듭 이야기한다. “삶을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에 우리는 소멸을 두려워한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지난겨울,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스님은 찾아온 제자들에게 말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그 시간을 무가치한 것, 헛된 것, 무의미한 것에 쓰는 것은 남아 있는 시간들에 대한 모독이다. 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것을 위해 써야겠다고 순간순간 마음먹게 된다. 이것은 나뿐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309쪽)
일기일회一期一會, 모든 것은 생애 단 한 번!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고,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다
우리는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삶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이 일기일회, 한 번의 기회, 한 번의 만남입니다. 이 고마움을 세상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54쪽)
어느 청명한 가을날, 법정 스님은 한때에 휩쓸려 목숨을 끊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는 일의 고마움과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삶을 말했고, 그날 법문의 제목을 ‘일기일회一期一會’라 붙였다. ‘오늘 우리의 삶도 단 한 번이고, 지금 이 순간도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 또한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다.’라는 의미의 일기일회는 법정 스님이 이야기해 온 ‘순간의 신비’를 함축하고 있는 말이다. 다도茶道에서 기원한 말인 일기일회는, 이 만남은 일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므로 차를 대접하는 주인과 손님 모두 정성을 다해 그 자리에 임해야 한다는 뜻이며, 우려낸 차의 맛은 오직 그때 그 자리에서 단 한 번의 고유한 맛과 향과 빛깔을 지닌다는 의미도 품고 있다. 법정 스님의 삶에 있어 중요한 한 부분을 이루는 것 또한 차라는 인연도 있다. 이로부터 일기일회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인연, 단 한 번뿐인 일을 의미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으며, 매 순간의 삶에 충실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님은 말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살든 한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매 순간 마음을 맑히는 일로 이어져야 합니다. 한숨 내쉬고 들이쉴 때마다 마음을 맑히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 한순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 한순간이 바로 생과 사의 갈림길입니다. (317쪽)
스님은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생의 무상함을 이야기하지만, 그 무상함이란 초월해야 할 허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스님은 그 무상함 속에 무궁무진한 삶의 묘미가 숨어 있다면서, “오늘 핀 꽃은 어제 핀 꽃이 아니다.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나이다. 묵은 시간에 갇혀 새로운 시간을 등지지 말라. 과거의 좁은 방에서 나와 내일이면 이 세상에 없을 것처럼 살라.”고 말한다. 모든 것은 단 한 번,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나는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스님의 법문을 아우르는 진리에 이르는 길, 행복의 길이다. 순간 속에서 살고 순간 속에서 죽는 길, 자기답게 살고 자기답게 죽는 길이다.
법정 스님의 법문이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이 책은 그동안 법정 스님이 대중과 학인을 상대로 법문한 내용을 글로 옮긴 것이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행한 정기법회 법문, 여름안거와 겨울안거의 결제 및 해제 법문, 부처님오신날 법문과 창건법회 법문 등이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원불교 서울 청운회와 뉴욕 불광사 초청법회, 교보문고 및 맑고향기롭게 대구와 광주 초청 특별강연 법문 등이 포함되어 있다.
1권에는 2009년 4월 19일 봄 정기법회 법문부터 2003년 5월 8일 부처님오신날 법문까지 모두 마흔세 편이 수록되어 있다. 2003년 4월 20일 봄 정기법회 법문부터는 다음 권으로 이어진다. 1권에 싣지 못한 2009년 5월 2일 부처님오신날 법문, 2008년 12월 14일 길상사 창건 11주년 법문, 2007년 8월 27일 여름안거 해제 법문, 2006년 5월 12일 여름안거 결제 법문, 2006년 4월 16일 봄 정기법회 법문들은 다음 권에 담기게 된다.
일이 이루어진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법정 스님의 법문들을 가능한 한 전부 모았다. 여기에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들은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스님의 육성이 담긴 자료들을 기꺼이 빌려 주었다. 낡은 카세트테이프와 오래된 비디오테이프에서부터 최근의 고화질 영상과 엠피스리 파일까지 그 모양과 형식도 다양했다. 번호를 매겨 가며 날짜별로 수집한 뒤, 한 글자도 빠짐없이 글로 옮겨 적었다. 음질이 좋지 않은 자료는 여러 사람이 돌려 들으며 정확을 기했다. 우리가 받아 적은 내용은 최종적으로 스님이 직접 문장을 다듬고, 내용을 보완했으며, 일부 표현을 오늘에 맞게 정리했다. 스님은 병중임에도 불구하고 몇 차례에 걸쳐 두 권이나 되는 분량을 꼼꼼히 읽었다.
각 편의 제목은 스님의 의견과 법문 내용을 토대로 새로 붙였으며, 제목 아래에 법문이 이루어진 날짜와 법회명을 달았다. 또한 각 법문의 머리에는 그날의 풍경을 담았다. 계절의 추이와 날씨는 물론, 스님이 사석에서 한 말이나 법회 전후의 행적을 비롯해 그때그때 화제가 되었던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각 권별로 가장 최근의 법문이 앞에 오도록 배치하였으며, 본문에 쓰인 용어 가운데 정확한 이해를 위해 간략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옆에 풀이를 달아 두었다. 또한 보다 깊이 있는 해설이 필요한 경전, 인물, 용어, 개념 등은 맨 뒤에 따로 모아 가나다순으로 수록하였다. 이 일의 중심에는 법정 스님의 제자인 덕인, 덕현, 덕진 세 명의 상좌스님과 류시화 시인이 있었다.
생활인들은 '실의 세계'를 살아가지만 종교인들은 '허의 세계'를 살아간다. 저마다의 이익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실의 세계는 늘 분주함과 치열함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들에게 하루하루는 순식간에 흘러가 버릴 때가 많다. 반면에 종교인들은 순간순간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갖게 된다. 꼭 같은 세월을 보내더라도 생활인과 종교인이 채우는 삶의 콘텐츠는 큰 차이가 있다. 때문에 부지런한 생활인들은 자신들이 채울 수 없는 부분을 종교인들로부터 도움받을 수 있다. 그중 한 명이 법정 스님이다.
법정 스님이 성북동에 위치한 절, 길상사에서 계절마다 한두 차례 행한 여러 법문을 묶은 책이 '일기일회'다. 법정 스님의 말씀에는 하나의 명확한 메시지가 흐른다.
"삶에서 가장 신비한 일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생애 단 한 번뿐인 인연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이렇게 생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어려운 순간이건 유쾌한 순간이건 살아 있다는 그 자체에 대단한 경외감을 갖고 대할 것이다. 스님은 분주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언제 어디서 자기 생의 마지막 날을 맞이할지 알 수 없다는 자각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다. 때문에 "언제 어디서 살든 한순간을 놓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그 순간이 생과 사의 갈림길"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살아가는 일은 순간순간의 합으로 이뤄진다. 어떤 순간이든 우리는 순간을 충만감으로 가득 채울 수 있어야 한다.
설법전 점안식에서 스님은 '한 생각이 집을 짓고 한 생각이 집을 허문다'는 주제로 설법을 행한 적이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 큰 그림자를 드리운 사건을 법정 스님은 마치 예견이라도 하듯 이런 이야기를 덧붙인다.
"한 생각을 어떻게 하는가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갈림길입니다. 끔찍한 범죄도 한순간 생각을 어둡게 갖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선행도 한순간 마음을 밝게 지녔기 때문에 좋은 빛을 발하게 됩니다."
큰 깨달음 주는 사례 인용해 스님의 말씀은 한순간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갖느냐가 천국과 지옥을 가를 수 있음을 가르쳐 준다. 늘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다룰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유행을 만들어야 하고 그래야 상품도, 서비스도 팔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한 면으로 유행을 수용해야 하고 이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내면세계를 관리해 나간다는 점에서 보면 자신의 무게중심을 굳게 갖고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법정 스님은 현대인에게 "바깥에 있는 부처를 찾지 마십시오. 우리 자신이 곧 부처입니다. 마음의 중심이 없기 때문에 바깥 현상들에 늘 흔들리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스님이 인용하는 다양한 사례들에서도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말로 유명한 백장 선사에게 한 스님이 "어떤 것이 기특한 일입니까?"라고 묻는다. 그러자 백장 선사는 간단명료하게 "독좌대웅봉(獨坐大雄峰), 홀로 우뚝 대웅봉에 앉는다"고 답합니다. 여기서 '홀로 대웅봉에 앉는다'는 뜻은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에 거처하든 홀로 우뚝 자기 자리에 앉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아가든지 간에 가슴에는 자신의 자리에 우뚝 서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그런 당찬 포부와 이에 걸맞은 노력을 갖고 살아야 함을 뜻한다. 이런 정신으로 일한다면 어떻게 순간순간 열심히 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선방에서 정진을 하든, 절의 후원에서 일을 거들든, 사무실에서 사무를 보든, 세일즈의 세계에서 영업을 하든,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우뚝 서는 그런 삶을 모두가 살아간다면 결코 그 삶에는 후회나 여한이 없을 것이다. 이곳에 있으면서 저곳을, 저곳에 있으면서도 이곳을 생각하며 마음을 잡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삶의 모든 해결책은 바로 한 순간과 한 생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