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풀어 본 <퀴담>
★...퀴담은 라틴어로 ‘익명의 행인’을 의미한다. 서커스 장르를 예술로 승화시킨 태양의서커스 초연작품이다. 고난이도의 묘기와 상상력이 가득한 작품으로, 2007년 상반기 최고의 흥행 돌풍을 예고하며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퀴담>. 무대 너머의 궁금증을 속속들이 숫자로 풀었다.
21톤의 무대
장비만 봐도 공연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공연장의 무대 무대만 21통이 넘는다. 250대 이상의 조명, 40대의 스피커, 10여 미터 직경의 회전무대 등 조립하는 데만 5일, 해체하는 데 2일이 걸린다. 특히 스텝들이 신주단지 모시듯 중요시하는 운반장치 ‘텔레페릭’은 공연을 더욱 빛나게 하는 필수 장비. 무대 전체를 아치형으로 가로지르는 기둥으로, 배우가 공중곡예 등을 할 때 케이블로 시야가 방해되지 않고 다양한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9톤이라는 무게 만큼이나 무대에서 무게감 있는 역할을 한다.
50.5미터의 지름 이동식 천막극장, 빅탑. 몇 해 전 뮤지컬 <캣츠>가 전용 빅탑에서 공연을 올려 화두가 됐다. 이번은 더 스케일이 크다. 빅탑 하나의 지름은 약 50.5미터. 약 5000평 부지에 설치된다. 이 거대한 부지 위에 설립되는 것은 하나의 마을이나 다름없다. 공연장뿐 아니라 식당, 학교, 사무실, 물리치료실 등 웬만한 건 다 있다. 심지어 냉난방에 필요한 전기 발전기까지 별도로 있어 물과 통신 수단만 공급받는다.
250벌 의상 <퀴담>의 무대 뒤는 패션쇼장을 방불케 한다. 53명의 배우가 한 번 이상, 많게는 6번의 옷을 갈아입고 무대에 등장하니 의상 갈아입으랴, 장비 챙기랴 정신이 없다. 공연에 사용되는 의상의 수만 250벌. 모든 옷은 여분의 의상이 두 벌씩 준비되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다. 500개의 장신구와 300여 켤레의 신발까지 따지면 소품만도 엄청나다.
15개 국적
공연배우는 총 53명. 이들의 국적도 제각각이어서 호주, 우크라이나, 브라질 등 15개 국적의 배우들의 집합이다. 이중 가장 많은 국적은 러시아. 총 15명의 배우가 러시아 출신이다. 다음으로는 미국 8명, 캐나다 7명, 중국 4명 순으로 이어진다. 제각각의 배우들이기에 가장 중요한 건 의사소통. 대부분 ‘보디랭귀지’로 해결되지만 원활한 언어소통을 위한 통역이 항시 대기 중이다.
40살의 연령차 배우들 중 최연소자는 1995년생으로 12세인 애나 리다. 무대 위의 최연장자는 1955년생인 52세의 제임스 베벤. 40살의 연령차에도 이들은 동지다. 애나 리가 공중에서 팽이처럼 도는 리아블로 곡예를 보이는 동안, 제임스 베벤은 지상에서 애나 리의 동작이 극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배경음악을 연주한다. 관객이 볼 때야 별것 없다 싶지만 이게 꽤 까다롭다. 땅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의도대로 정확한 타이밍에 동작을 연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다, 집중을 요하는 고난이도의 묘기다. 음악과 호흡이 무엇보다 잘 맞춰야 하는 섬세한 장면이기에 서로에 대한 신뢰와 유대감은 그 누구보다 끈끈하다.
2명의 교사 공연단에 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있는 걸까? 12살의 나이 어린 배우가 있기 때문이다. 두 명의 선생님들은 바로 아역배우 2명과 배우의 자녀 2명을 가르치기 위해 서울까지 동행했다. 아이들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빠짐 없이 하루 5시간씩 수업을 받는다. 어린 나이에 공연하랴, 수업받으랴 측은하기도 하다.
5명의 조리사 <퀴담>을 위해 한국을 찾는 관계자는 총 160여 명. 과연 이들의 끼니는 어떻게 해결할까? 우선 5개의 트럭과 텐트가 연결되어 주방과 100석 규모의 식당이 설치되며 야외의 테라스에도 50석이 만들어진다. 5명의 메인 조리사가 있고 이외에도 10여 명 이상의 한국인이 주방 보조로 고용된다. 뷔페식으로 구내식당처럼 운영된다.
●02-541-3150 ●3월 29일~오픈런 ●화~금 20:00, 토 16:00, 20:00, 일 13:00, 17:00, 공연시간 2시간 30분(인터미션 30분 포함) ●타피스라운지(VIP) 20만원, R석 11만원, S석 7만7000원, A석 5만5000원 ●잠실종합운동장 광장 내 빅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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