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운동기구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우리 집 실내 화장실 벽면에는 재활운동기구가 걸려있다. 아내가 일차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줄곧 사용하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아내가 어느 정도 운동효과를 볼 즈음에 두번째로 쓰러지고 만 것이다. 두번째는 전신 마비가 와서 더는 사용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것을 치우지 않고 있다. 다시 사용할 가능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내가 한 때 재활을 위해 사용하던 것이어서 그때일을 생각하면 차마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게 눈에 띄면 운동하던 당시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지금은 눈에 띄지 않도록 놔두고 있다.
아내는 이것으로 한때 열심히 재활운동을 했다. 하루도 빠뜨리는 날이 없었다. 오전과 오후, 어떨 때는 밤에도 일어나서 이 기구에 매달렸다. 아내가 운동을 시작하면 나는 금방 알아 차린다. 문틀에 걸어두고 당기노라면 마치 톱질하는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이 재활운동기구의 구조는 간단하다. 도르래가 달린 지지대를 위에 걸고 양쪽으로 늘어뜨린 줄을 두 손에 잡고서 당기는 것이다. 순전히 팔의 근력을 기르기 위한 기구이다.
아내에게 처음 뇌졸중이 찾아왔을 때만 해도 한편은 온전했다. 그래서 불편한 가운데서도 밥 짓고 빨래하는 일상의 일은 손수 했다. 다소 멀리 떨어진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는 일은 내가 했지만 소소한 집안일은 혼자서 했다. 그런 아내는 재활운동에 매달렸다. 하지만 효과는 별로였다. 오히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른 성한 곳까지 마비가 진행되어 급기야는 운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아니 되었다.
뇌졸중처럼 무서운 병이 있을까. 이것에 걸려 한번 쓰러지면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경미한 경우는 이겨내고 정상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도가 심하면 반드시 후유증을 남긴다. 언어기능의 장애가 오거나 수족을 못 쓰게 된다.
아내가 뇌졸중의 위험요소를 안고 있을 때 미리서 대비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평소에 혈압이 높고 당뇨가 있었기에 늘 신경을 썼다. 가족력도 있어서 장인어른께서 60대 초반에 고혈압으로 돌아가셔서 딴엔 대비하느라고 효험이 있다는 누에가루를 사 나르고, 바위 옷을 구해오기도 했다.
하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증후는 사전에 나타났다. 자주 코피가 터지고 안구의 실핏줄이 터졌다. 그래도 안정을 취하고 눈에 안약을 넣으면 이내 가셨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그게 큰 병이 몰려오는 징후였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친 것이 후회된다. 만약 그때 바로 병원에라도 가서 보였다면 처방을 받았을 텐데 그러질 못한 게 후회막급하다.
뇌졸중이 일어난 날은 설 명정을 맞아 시골 고향집에 가 있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그런 와중에 병원을 찾아갔더니 여느 병원은 모두 다 쉬고 당직병원이라는 곳은 응급조치 시설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하루를 허비하고서 다음날 입원을 시켰다. 뇌졸중은 세 시간 이내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데 길거리에서 또 집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일차 발병할 때는 그래도 MRI를 찍고 약물만 투여 받고서 일찍 퇴원했다. 돌아와 그런대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일 년 후 다시 재발이 되고 말았다. 이번에는 성한 부위까지 마비가 되는 바람에 전신을 부려놓은 상태에서 남의 손에 의지 하지 않으면 먹는 것도, 대소변을 보는 것도 혼자서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세월이 어언 16년이다.
나는 이제 이골이 난 간병인이 다 되었다. 도와주는 요양보호사가 쉴 때는 혼자서 식사와 운동을 도맡는다. 운동은 재활병원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것을 활용한다. 한데 요즘 애로를 겪고 있다. 요양보호사들이 환자를 기피 하는 바람에 사람을 구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지라 나는 아내가 발병 후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소변보는 것이나 대변처리를 맡겨본 적이 없다. 오로지 내가 전적으로 전담하고 있다.
그러므로 요양보호사가 집에 와서 하는 일이란 기껏 밥 먹여주고 이 닦아 주고 방청소 해주는 일이 고작이다. 그런데도 간병인이 이마저도 힘들다고 기피하니 여간 속상한 일이 아니다.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는 환자 허리 껴않고 휠체어에서 소파에 앉혀주는 일조차도 허리가 안 좋다고 난색을 표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아내는 1급 환자로서 요양보호사가 공단에서 타가는 급여도 결코 적지 않다. 거기다가 나는 토요일에 한차례씩 목욕을 시켜주는 대가로 별도 기십 만원을 더 얹어 준다.
언제부터 편안하게 돈벌이를 하는 세상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 하루에 두 차례 방문하는 요양보호사를 구하지 못하여 애를 태우고 있다. 겨우 사정사정하여 오전 일을 따로 하는 사람을 한명 구했는데 다른 한 사람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앞으로 당분간은 꼼짝없이 오후는 매달려 지내야 할 것 같다. 그러니 사회 활동을 접어야 한다. 혹자는 이런 나의 사정을 두고 요양시설을 이용하면 안 되겠느냐고 충고하기도 하는데, 환자가 싫어하는데 그럴 수는 없다. 그러기는 나도 바라는 바가 아니어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전에 병원에 입원했을 때 겪는 트라우마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한 요양보호사가 환자에게 증인을 서달라고 막무가내로 군 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 일은 병원에서 일어난 돈 분실사건이 사달이었다. 병원에 입원을 시키고 있을 때 환자를 방치하는 일이 많았던 것이다.
하루는 내가 집에서 음식을 챙겨서 가니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때 나는 그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맞닥뜨리고 강력히 항의를 표했다. 요즘 우리 집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이를 깨기 위해 나는 의식적으로 명랑한 척 하지만 눈치 빠른 아내가 그것을 못 알아차릴 리가 없다. 해서 절대로 시설에는 보내지 않겠다고 명토를 박지만 아내는 못 미더운 지 풀 기미가 없다.
이런 마당인지라 화장실 벽에 걸린 운동기구를 보노라니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밀려온다. 이런 경우를 당하지 않으려고 그렇게도 억척스레 재활운동을 했던 것인데, 좋은 끝을 보지 못했다는 회한도 남는다.
눈에 들어오는 운동기구는 그간 얼마나 많이 당겼는지 거의 닿아서 끊어질 지경이다. 그것이 오늘따라 격하게 가슴을 짓누르고 먹먹하게 만든다. (2019)
첫댓글 그런 기구를 저도 잘 알고 있습나다
장모님이 한때 그걸로 열심히 재활운동을
하시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제 아버지는 중풍으로 실어증이 와서 돌아가실 때까지 7년을 벙어리로 사셨지요 선생님의 오랜 고충과 애환이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더구나 요양보호사들의 안일한 행태에 조차 대책이 없는 처지가 안타까워 화가 납니다 그래도 사모님 살아계시니 오직 그 하나로 행복을 가꾸시길 바랄 뿐입니다
환자 가족에게는 요양보호사가 갑인것 같습니다. 불평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하고 살 밖에 없군요.
그러나 좋은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환자에게 내색않고 지내고자 합니다. 불원간에 좋은 사람이 나타나겠지요. .
요양보호사가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엄연히 고용주의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인데, 오히려 을질을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네요. 사모님이 가장 힘드시겠지만 선생님도 참으로 힘드시겠습니다.
어려운 생활을 십스년째 하고 있네요. 요사이는 간벙인이 갑입니다.
조그만 힘들어도 하지 않으려하고 힘쓰는 일은 거의 제가 다 하고 있답니다.
그래도 아쉬운걸 어떡합니까. 참고 견딜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