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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인의 방 [蒜艾齋 산애재] 원문보기 글쓴이: 松葉
▲정년퇴임문집 [☆추억의 징검다리☆]의 앞표지(좌)와 뒤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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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징검다리]
솔뫼 박석현 정년퇴임문집 / 대교출판사(201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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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는 글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적 삶을 이어간다.
20대 초반 교직생활을 시작한 후
이제 42년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나는
많은 학생들, 선생님들과 만남과 헤어짐의
연을 맺으려 살아왔다.
회자정리會者定離하고
거자필반去者必反이라 했던가.
초임지 홍성 서부초등학교에서
이곳 대전둔산중학교까지 근무하면서
제자들 그리고 선생님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E-mail 그리고 교직생활과 퇴임 관련 글들을
그냥 묻어두고 싶지 않아
작은 책으로 묶어 보았다.
이 글에는 추억 저편,
그 때 그 사람들의 감정들이 지금은 변화되어
있으리라.
그러나 한때 얼굴을 맞대고 생활하던 시절을
다시 되돌아가 회상하며 생각의 끈을
이어보고자 한다.
나의 글이 부끄럽지만, 옛날을 떠오르게 하는
매체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아무 탈 없이 퇴임을 하게 됨에
42년간 함께 했던 교육가족들께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2013년 2월 둔지미를 떠나며
박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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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뫼 박석현 정년퇴임문집 [※추억의 징검다리※]
<자녀교육 제언>
좋은 토양에서 올곧게 자라는 나무
박석현
1. 시작하면서
가정은 가장 기본적인 삶의 터전이다.
사람은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원초적인 사랑을 경험하고 귀중한 삶의 지혜를 터득하며 성장하게 된다. 부모는 토양이고 이곳에서 보고 배운 자녀는 나무이다. 뿌린 대로 거두듯이 기른 대로 자라는 것이 아이들이다. 이렇기에 자녀 교육의 중요성을 알아 실천된 사례들은 동서고금을 통해 수없이 많다.
이스라엘에서 자녀교육서로 꼽는 탈무드에서는 ‘자녀에게 고기를 잡아주는 방법’을 가르쳐 평생의 삶을 고려한 부모의 마음을 엿볼 수 있고, 중국 전국시대 맹자 어머니의 삼천지교三遷之敎는 교육 환경에 의해 사람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빼어난 자녀 교육이라면, 조선시대의 서도 명인인 한석봉의 어머니가 아닐까 한다. 3년 만에 배움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에게 반가움에 앞서, 부족한 학문의 깨우침을 주기 위해 ‘캄캄한 방에서 글쓰기와 떡 썰기’ 내기로 자식의 부족함을 스스로 깨닫게 한 그 어머니의 가르침은 자녀 교육의 백미가 아닌가 한다.
현대 사회는 지식 기반의 시대로 빠른 변화와 지식의 홍수 속에서 삶을 살아가다 보니, 인간 소외니 가족의 붕괴니 가정교육의 실종이니 하는 얘기들을 심심찮게 듣는다. 그러나 어느 시대이건 어려움은 항상 존재했고, 그런 속에서도 각 가정마다 그를 극복하는 힘의 원천이 있었기에 가족관계는 유지되어 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고도의 과학 문명과 첨단의 정보화 시대를 함께 하는 현재의 삶에서는 과거 형식 중심의 낡은 틀을 깨뜨려, 가족 간의 진솔하고 뜨거운 사랑으로 행복을 가꾸고 미래를 설계함으로써 자녀의 건전한 성장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이전에 학부모의 한사람으로 자녀교육을 위해 몇 가지의 작은 제안을 하면서 실천을 권하고 싶다.
2. 가정교육도 이벤트다
대가족 제도에서 핵가족 제도로 가정 구조가 변화됨으로 해서 부모와 자녀간에 접하는 시간이 적어졌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적은 시간은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권해 본다.
이벤트의 종류로는 친가․ 외가 방문하기, 가족끼리 목욕하기, 잠자리 함께 하기, 여행(나들이)하기, 물품 구매하기, 경기(게임) 등이다. 실천할 시기는 일일, 격주, 월 1회 등 다양하므로 가정 여건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친가나 외가의 방문은 어느 가정이나 1년이면 몇 차례씩 할 것이나, 그 때마다 작지만 뜻 있는 의미를 부여하여 찾아뵘이 좋을 것이다. 찾아뵙는 시기는 할아버지 할머니 생신이나 계절이 바뀔 때에 맞추어 주말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름철엔 좋아하시는 과일을, 날씨가 쌀쌀해지면 내복을, 그리고 특별히 즐기시는 음식이나 물건이 있어 준비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많지 않아도 새 돈으로 준비한 용돈을 하얀 봉투에 넣은 후 자녀들이 직접 할아버지 할머니께 드리게 함도 교육적이 아닐는지, 부모가 의도적으로 효를 행하라는 말을 따로 하지 않아도 자녀들이 효를 스스로 익혀 행할 것이다.
가족끼리 목욕하기는 월 1회 정도로 온천도 좋으나, 동네 대중목욕탕도 좋다. 어머니는 따님과, 아빠는 아드님과 함께 가서 서로 등도 밀어주고 공공장소에서 지킬 예절도 자연스레 익히게 하는 것이다. 목욕 후 간단한 외식도 즐거움을 배로 느끼게 할 것이다.
가족끼리 잠자리를 함께 하는 일은 자녀들이 생각보다 좋아한다. 처음 서먹서먹한 맘도 있으나 잠자리를 펴고 자리를 정한 뒤 하루 있었던 일, 서로 하고 싶은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어머니가 자녀에게 아버지의 등 주무르기를 살짝 권할 수도 있다. 지난 날 대가족 제도 때에 식사나 잠자리 등의 어렵고 힘든 삶을 가족들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얘기를 들려준다면 자녀들 자신이 현재 생활을 뒤돌아보는 기회도 되고 부모님의 추억을 듣는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여행(나들이)은 계획단계에서부터 자녀에게 맡겨 날짜, 장소, 여정, 준비물 등을 정하게 한다. 1박 2일의 여행일 경우 여행지로 이동하는 열차나 버스표도 예매를 해 보고, 인터넷 검색을 통한 여행지의 세세한 정보도 알아본 뒤, 숙소 정하기와 매 끼니의 메뉴를 정하는 것도 가족과 함께 협의하여 결정한다. 사진을 찍는 일, 간단한 계획서나 보고서 작성하는 것도 산지식과 경험이 될 것이다.
물품 구매는 필요한 물건을 계획적으로 구매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일이다. 자녀들에게 충동구매가 아닌 필요한 품목을 미리미리 정하게 하고 ‘어느 곳(시장, 백화점)에서 언제(세일 기간이 좋을 것임) 살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 물건을 구매할 때 사전 시장 조사나 구매 방법 등도 조언한다면 자녀들에게 물건 구매 요령을 익힘과 동시에 구매의 만족감도 줄 수 있을 것이다.
3. 독서가 자녀의 미래를 결정한다.
독서의 중요성은 수없이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훌륭한 계획을 세운 사람은 많으나 그를 실천한 사람은 적은 것’처럼 실행에 옮겨 독서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월1회 정도 서점은 가족들이 함께 찾아보는 것도 좋고, 거실의 탁자 위에 부모님이 보는 한두 권 책은 자녀에게 시각적인 교훈도 줄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기의 독서는 어떤 책이든 다독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하나, 자녀의 가치관을 키운다는 관점에서는 전기나 자서전을 먼저 권하고 싶다. 특히 중학생들에게는 백범일지, 도산 안창호, 만해 한용운 등을 섭렵한 후 한국문학 그리고 세계문학 쪽으로 독서의 범위를 넓힘이 좋다 하겠다.
청소년들의 잘못된 생각 중의 하나는 컴퓨터를 통해 얻는 인터넷의 자료가 최고인 줄 알고 있는 점이다. 정보망을 통해 얻는 자료는 그 수량 면에선 많다하나 자료 내용의 정확함이나 세밀함은 책에 비할 때 빙산의 일각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선각들이 청소년들에게 독서를 권장하는 것이다.
세계적 거부가 된 미국의 빌게이츠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지식과 아이디어가 원동력이 되어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만들었다고는 하나, 그의 밑바탕에는 어린 시절 틈만 나면 마을의 공공도서관에 가서 문학, 철학,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상상력을 키우며 세상 보는 안목을 높였다고 한다. 그의 고등학교 생활은 컴퓨터보다 다양한 지식의 세계를 경험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며 대학에 입학해서도 컴퓨터 과목은 한강좌도 듣지 않은 대신 다양한 분야의 과목을 들으면서 교양을 쌓고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독서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시사 받을 수 있는 이야기다.
4. 대화는 신뢰의 끈이다.
고민이 많은 청소년들이지만 대화를 나눌 사람이나 장소가 별로 없다고 한다. 어른들이 생각하기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으나 이것이 현실이다 보니 많은 문제가 발생되는가 보다.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하다보면 안타까울 때가 참 많다. 이성문제, 친구와의 갈등문제, 금전문제 등을 혼자서 몇 개월씩 고민한 얘기를 듣다보면 부모님과 한 마디의 대화만 있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좋지 못한 일이 발생될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물었을 때, 이 세상 가장 비밀스런 얘기를 누구와 나눌 수 있느냐?‘는 물음에 선뜻 어머니 아버지라는 대답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상호의 신뢰가 선행되어야 하고 대화의 기법도 알아둠이 좋을 것이다.
다음은 일반적인 대화법이다. 적용함에 있어 각 가정마다 자녀마다 사안이 다르므로 적절한 응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화의 장소는 특별히 제한됨 없이 식사시간이면 식탁이, TV를 시청할 때면 거실이 될 수 있다. 조용한 장소를 필요로 하면 자녀의 방도 좋고, 집 밖을 산책하면서도 좋을 것이다. 대화는 자녀에게 호감을 주는 내용으로 청소년기에 걸 맞는 다양한 화재가 있을 것이다. 말하는 시간은 부모가 1분 정도 말하고, 2분 이상 자녀가 말을 하도록 하면서 자녀의 말에 경청하고 맞장구도 치며 들어줌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즉 부모는 적게 말하고 많이 들으란 말이다. 이야기 중 비평을 한다든지 어른의 입장에서 설득하면서 내가 어려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등의 이야기는 삼가는 것이 좋다. 자칫 자녀의 속마음을 보일 수 있는 대화가 끊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의 말씀 중 ‘가족들과의 대화에서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란 글을 소개한다. 첫째,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를 주어 그의 말을 귀기우려 듣는 일이다. 어린 자식들이라도 일방적인 훈계나 타이름이 아니라 대등한 인격체로서 대해야만 온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며 바라고 있는지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무엇을 말하는가가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듣는가이다. 둘째, 우리가 미리 짐작하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선입관을 버려야 한다. 한 집안에서 살아온 가족은 오래 전부터 가까이서 지켜보아 온 관념 때문에 새로운 면을 찾아보려고 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생각이 굳어져 있지만, 아이들은 꽃처럼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므로 낡은 자로 재려 해서는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영혼에는 나이가 붙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어리다고 지레짐작 단정해서는 안 된다. 셋째,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려고 논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대화를 갖는 것은 우리 마음과 느낌을 서로 나누기 위해서이다. 나눔으로써 이해의 길이 열리고 풍요로워진다. 우리는 자신의 느낌이 받아들여질 때 바로 자기 자신이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느끼지만 자신의 느낌이 거절당할 때는 자기 자신이 거절당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와 같은 느낌을 통해 사람의 사이가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시간과 친절과 관심을 기울일 때, 또는 집안 식구들과 우리 자신을 나눌 때 그것은 결코 그날 하루 일어났다가 곧 잊혀지고 말 일이 아니다. 이 기울임과 나눔은 평생을 두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우리 안에서 살아 숨쉰다.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라. 이해와 사랑으로 열린 대화를 나눔으로/서 차디차고 무표정한 집을 맑고 향기로운 집안으로 바꾸어야 한다. 가정은 언제나 우리가 갈 수 있는 곳, 우리가 없으면 우리를 기다리며 그리워하는 곳,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될 수 있고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아늑하고 따뜻한 보금자리이다.
5. 자유로움 속에 규칙이
세상이 많이 변했다.
식당에서 소란을 피우는 아이를 나무라는 종업원에게 자식을 기죽인다고 큰소리치는 부모님을 종종 보게 된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가 함함하다면 좋아한다’고 하니 부모님이야 제 자식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울까마는 이것이 자녀를 위한 바른 교육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자녀의 교육은 칭찬과 격려, 관용과 신뢰 속에서 이루어진다 해도 잘못된 일이나 바르게 알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교정을 하고 뉘우침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자녀가 이해가 되도록 설득하고 감정에 치우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녀 교육은 자유로움 속에 규칙이 있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어려서부터 구별할 줄 알게 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이기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을 경우와 하기 싫은 일이지만 해야 할 경우’를 가르쳐야 한다.
자녀들을 가르칠 때, 특히 유의할 점은 어떤 일이 발생할 경우 그 적용 기준이 일정해야 한다. 같은 사안의 경우 부모님의 기분이 좋으면 용서가 되고, 언짢을 경우 질책이나 체벌을 하게 되면, 자녀들이 판단 기준에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다음 글은 한림대 부총장 유재천님의 글(중앙일보, 2002.7.25)이다. 자녀의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어 소개한다.
지난 7월 4일 오후 4시 45분 춘천발 청량리행 무궁화호 3호 열차 안, 강촌역에서 10여명의 어린이와 그 어머니들이 승차했다. 조용하던 열차 안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아이들이 떠들기 시작한 것이다.
경춘선을 타면 겨울철이 아니고서는 조용한 여행은 기대할 수 없다. 승무원이 아무리 조용히 해달라고 말해도 약효가 전혀 없다. 소귀에 경 읽기다. 필자도 여러 번 조용히 하자고 권고해 보았지만 번번이 외면당해야 했다.
조용히 가고 싶으면 자가용을 타고 갈 것이지, 왜 기차를 탔느냐는 힐문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는 웬만큼 시끄러워도 일진이 나쁜 탓으로 돌리고 참고 만다. 귀마개를 장만할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런데 그 날은 아무리 인내심을 발휘하려 해도 참기가 어려웠다.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고함소리가 그치질 않았다. 견디다 못해 어머니 가운데 한 분에게 좀 조용히 하게 아이들을 타일러 달라고 부탁을 했다. 공공장소에서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을 부모들이 가르쳐줘야 한다고 일러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머니는 아이들이 그만큼도 떠들지 말아야 하는가를 되물었다. 그러면서 기차표를 꺼내 보이며 나도 돈 주고 기차를 탔다고 항변했다. 거기에 대고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잠시 후 승무원이 지나다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타일렀다. 그러자 또 다른 어머니가 승무원에게 대들었다. 왜 아이들을 꾸짖느냐며 따지기 시작했다. 승무원이 열차 안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고 되풀이해 말해도 그 어머니는 막무가내로 승무원을 윽박질렀다.
승무원도 포기하고 돌아섰다. 어머니들은 의기양양했던지 아이들에게 다 같이 노래하자고 선동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아이들 못지않게 떠들어댔다.
이런 하잘 것 없는 얘기를, 그것도 시론 칼럼에서 장황하게 늘어놓는 까닭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들의 그런 삐뚤어진 맹목적 자식사랑이 교육현장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출판된 지 몇 년 됐지만 20여년간 교단에 서서 겪은 체험을 쓴 이부영 교사의 저서 ‘우리 엄마한텐 이르지 마세요’(지식산업사, 1997)의 한 구절을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부모들도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부모들이 학교에 오시면, ‘선생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제가 부족해서 제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아마 우리 아이가 잘못하는 일이 많을 겁니다. 선생님께서 바르게 가르쳐 주십시오.
혹시 우리 아이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펑펑 때려 주십시오, 선생님 부족한 제 아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하면서 어쨌거나 아이의 선생님 앞에서는 부모 자신이나 제 자식을 한없이 낮추었다.
그러나 요즘 부모들은 많이 달라졌다.
‘우리 아이는 아주 똑똑합니다. 그림도 잘 그리고요. 피아노도 잘 치고요. 동화 구연대회에 나가서 금상을 탔어요. 아마 수업시간에 발표도 잘 할텐데요. 제가 모두 연습시켜서 학교에 보내거든요. 그러니 선생님께서는 그저 우리 아이를 사랑으로만, 사랑으로만 대해 주세요. 우리아이 기죽지 않게 잘 부탁합니다.’ 무엇보다 내 아이는 뭐든지 잘하고 똑똑하다고 말하는 부모들, 내 자식이 훌륭하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이 같은 학부모들의 태도와 앞에서 말한 열차 안의 어머니들의 행태가 일맥상통함은 물론이다. 그러니 자식에게 체벌을 준 선생님을 동료교사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을 하는 등 행패를 부리는 일이 가끔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제 자식에 대한 삐뚤어진 맹목적 사랑에 빠져 있는 학부모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선생님들의 설자리는 좁아지기만 한다. 그런 풍토에서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싹틀 여지는 눈곱만치도 없다. 그래서 학교 교육현장은 황폐해질 따름이다.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이제는 학부모들이 달라져야만 한다. 특히 젊은 어머니들이 달라져야 한다.
6. 글을 접으며
자녀 교육을 논하자면 할 말이나 할 일을 쉽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바삐 돌아가는 현대 사회의 삶에서 올바른 자녀 교육을 위한 실천은 말과 같이 쉽진 않다. 전문인의 대표성은 여러 직종이 있으나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의사가 아닌가 한다. 그들은 환자를 치료할 때 철저히 진단하고 검사한 후 처방을 내린다. 우린 부모로서 자녀를 위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자녀 교육을 위한 소양은 갖추어야 할 것이다.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심리특성이나 행동에 관심도 갖고, 자녀가 힘든 일이 있으면 함께 고민도 하며, 그들의 진로에 대해선 자료를 찾아 대화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하여 자녀 교육을 위한 연수나 세미나에 적극적으로 참석한다면, 작은 것이 하나하나 모여, 자녀를 위한 기름진 토양이 축적될 것이다.
흔히 말하기를 자녀의 양육은 ‘평생을 좌우하는 농사’라 한다. 작은 일에도 관심을 보이고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전하는 부모 밑에는 올곧게 자란 자녀의 열매가 맺어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푸르고 높은 꿈을 멋지게 펼치며 살아갈 것이다.
2002년 11월 5일(화)
― 동부교육청 주관 - ‘자녀가정교육을 위한 학부모연수자료’ 기고
<퇴임사>
소중한 만남과 추억들은 정으로 남기고
박석현
새봄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오늘
42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제2의 삶을 향하는 저를 축복해 주시기 위해 참석하진
교육 선배 박찬각 교장선생님,
장영란, 최미숙, 한수산 전 위원장님,
김영희 위원장님과 위원님, 김초희 회장님과 회원님,
작년까지 함께 근무한 양수조, 장흥남 부장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논산 부여에서 온 44년 지기 나의 친구들
바쁜 사업 접어두고 서울에서 달려온 김종덕 제자에게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특히 교직원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1971년 첫발을 디딘 교직생활을
이곳 둔산중학교에서 대과없이 마감하게 됨은, 여기에 있는 여러분의 사랑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뒤돌아보면 지나간 세월이 주마등 같이 스쳐지나 갑니다.
스물한 살 나이의 교사 초년병시절
홍성 서부의 해안지역에서 교육이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열정만 가지고 아이들 앞에 선 이후, 42개 성상이 참 빨리도 간 것 같습니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교직이 기쁨과 즐거움만 있는 것이 아니고 때론 어렵고 힘든 때도 있었으나, 그때 마다 함께 해 주신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이겨내어 오늘의 제가 있게 됨을 늘 명심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종종 밤잠을 설치는 날이 있습니다.
교사시절 그저 열정이라 생각하고 매몰차게 학생들을 훈계하고 이성적 판단없이 체벌했음이 그 사유입니다.
모든 게 쥐뿔도 모르는 부덕의 소치였지요.
그저 모든 학생들을 똑같은 능력의 소유자로 생각했고, 성인의 눈높이로 아이들을 본 것입니다. 대오각성해 보니 엎질러진 물이요, 시위를 떠난 화살이지요.
제가 오늘이 있기까지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신 존경하는 은사님 두 분이 계십니다.
한분은 10여 년 전 고인이 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어데서 든 꼭 필요하고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 되라’는 평범한 진리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가 교사시절 학습지도든 업무든 열심히 최선을 다 하려는 노력도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었으며, 20대 후반 초등교사를 하며 야학을 한데도 선생님의 가르침이 컸습니다.
한분은 지난해까지 문화동에서 이웃 같이 지내며 종종 모셨습니다.
지금은 제가 이사를 하여 자주 뵙지 못합니다.
여든이 넘으신 나이에도 건강관리를 잘 하시고 반듯한 삶을 사시면서, 종종 글을 써 보내주십니다.
교육이 어렵고 힘든 때이니 선생님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묵묵히 사도의 길을 가야함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제 삶의 멘토 같은 분들이셨습니다.
제자들과는 이따금 연락이 되고 있습니다.
총각시절 시골에서 가르쳤던 제자가 어느 날 대전까지 와서 결혼하잔 일도 있었는데, 아내에게 이 말을 했는지 안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이 얘기는 괜히 안할 말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요 며칠간은 교단 떠나는 저의 심란한 맘을 헤아렸는지 제자들이 찾아와 만남의 자리를 갖고 재회의 기쁨도 나누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각박한 세상살이에서도 청량제 같고 교직의 작은 보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재직 중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초임시절 의료 혜택이 부족한 시골에서 목숨을 잃은 아이를 보며 학부모님과 안타까워하며 슬퍼하던 일, 휴일 오후 선풍기 과열로 교실에 작은 화재가 났던 일, 문제를 일삼던 학생의 깍두기 같은 삼촌이 교장실을 점거한 후 소란피운 일
교감 재직 중에는
여학생이 3층 난간에서 장난치다 떨어져 3개월 입원하였고 매일같이 병원을 들리던 일 등이 생각납니다.
그때 마다 선생님들께서 지혜롭게 대처하여 힘들었지만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곳에선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영광스런 정년을 맞았습니다. 다만 42년의 교직계의 정을 때려 함인지 사안 하나가 1년 끌어와 지루함을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우유부단한 저의 성격 탓에 선생님들의 마음고생이 컸음에 지금도 미안함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1월 21일
블루밴드 ‘초아’를 지도하신 장서윤 선생님, 그리고 학생 3명과 함께 청와대 영빈관에 다녀왔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학교 폭력 퇴치를 위한 켐페인의 실적이 우수하여 장관상을 받고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 참석케 된 것입니다.
선생님과 아이들 때문에 제가 퇴임 말년에 융숭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작년엔 ‘대한민국좋은학교박람회’ 대전대표 학교로 선발되었고 교육활동 실적 최우수 학교로 선정됐으며
올해는 창의 인성 모델학교로 선정된 첫 해로 선생님들께선 바쁘시긴 했어도, 학생들 입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한해였다 생각합니다.
이런 결과는 저의 교직 생활 중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며 다시 한 번 선생님들과 학부모 대표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새는 떠날 때 깃털을 남기고
사람은 떠날 때 정을 남긴다고 하였습니다.
그동안 함께한 소중한 인연들은 정으로 남기고 떠나겠습니다.
떠난 뒤에 부족했던 점, 서운했던 점 관용을 베풀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3년의 따뜻한 배려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슴에 새기고 고마움은 잊지 않고 살아가며 갚아가겠습니다.
새로운 삶의 여정은
지금 살고 있는 상대동 복용 기슭에서
작은 봉사를 찾아 실천하고
못다 한 취미생활도 시작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지금껏 우리가정이 아내의 내조로 별 탈 없이 지나왔는데 이제부터 제가 그 자릴 대신하며 가족들을 위한 시간도 넉넉히 가지며 살아가려 합니다.
그럼 대전둔산중학교의 무궁한 발전과 여러분 앞날에 건강과 행운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원하며 석별의 인사로 가름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2013년 2월 25일
<시>
만추晩秋
박석현
청자 가득히
계절이 내리면
한가닥 추억은
나랠 펴고 발돋움한다.
오랜지빛 꿈은
노을에 잠기고
뒹구는 잔해는
하얀 거품이 되어
가는 목을 타고
심해 속으로 앙금되어 간다.
인공人空의 사념思念이
움직임을 시작하면
어둠 멀리 들려오는
님의 멜로디.
― 공주교육대학신문(19988년 9월 1일)
<봉황골 사회반 서신4>
한밭에서 해후邂逅를 기다리며
박석현
무자의 찬란한 태양이
다시 우리의 가슴에 자리합니다.
인생 60을 맞이하면서도
작은 일에 섭섭해 하고
젊음을 잃어가는 얼굴에서 실망도 하지만,
젊은 시절의 아스라한 추억들이
아직 마음 한편에 각인되어 있음은
일락산 자락의 풋풋한 720여날이
지금껏 교단의 끈으로 이어져옴이 아닐런지요
만나자는 생각을 하나
현실 앞에서 자주 미루다 보면
나의 모습도 타인 앞에서 잊혀질 지도 모르겠지요.
바쁨의 모든 일을 하루쯤 접어 두시고
만남의 날에
잊혀가는 모습들을 다시 그려 볼 수 있는
추억의 광장으로 초대합니다.
- 2008년 1월 21일
섬광의 빛이어라
- 박석현 * 김양희 결혼에(1980년 12월 24일)
구재기
시방도
몰려오는 발자욱이어라.
댓잎에 내리는 햇살처럼
조금씩 조금씩
몰려오는 발자욱이어라.
아무도 모르게
부끄리듯 숨어 꽃잎 지더니
꽃잎 진 자리 열매가 맺어
눈부신 섬광의 빛깔이어라.
이제는 넘치는 봇물이어라.
잠든 자 잠에서 깨어나고
깨어난 자리에서 이어나며
뜨거운 박수를 소리 없이 보내노니
이제는 넘쳐 흐르는 과즙이어라.
시방도
우우우 몰려오는 발자욱이어라.
꿈에서 조금조금 깨어나듯
섬돌에 성큼 올라서는
아, 눈부신 섬광의 빛이어라.
(시인, 홍성에서 교편 후 퇴임. 공주교육대학, 서천 동향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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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사의 글 ◆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적 삶을 이어간다.
20대 초반 교직생활을 시작한 후
이제 42년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나는 많은 학생들, 선생님들과
만남과 헤어짐의 연을 맺으려 살아왔다.
초임지 홍성 서부초등학교에서 이곳 대전둔산중학교까지 근무하면서
제자들, 그리고 선생님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E-mail
그리고 교직생활과 퇴임 관련 글들을
그냥 묻어두고 싶지 않아 작은 책으로 묶어 보았다.
- 여는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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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뫼 박석현朴碩玄 약력∥
출생
∙1950년 충남 서천군 마산면 신장리 151
학력
∙마산초등학교, 한산중학교, 서천고등학교 졸업
∙공주교육대학교 졸업(1971.2)
∙숭전대학교 졸업(1983.2)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1987.2) 국어교육전공 수료
경력
∙홍성서부, 광천광동, 대전동광, 대전흥룡초등학교(1971.3.~) 교사
∙온양여자중, 금산부리중, 충남중, 동신중학교(1983.9.~)
∙대전여자중학교 교감(2002.3.~)
∙대전대문중학교 교장(2005.9.~)
∙대전시동부교육지원청 학무국장(2009.3.~)
∙대전둔산중학교 교장(2010.3.~)
∙정년퇴임(2013.2.28)
수상
∙문교부장관 표창(1987.12.5)
∙국무총리(모범공무원) 표창(1997.6.30)
∙황조근정 훈장(201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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