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더믹으로 전 세계인 모두가 힘들게 지내고 있지만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겐 더욱 엄혹한 시기이다. 작년과 올해 코로나시기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14명이나 죽었다. 죽은 이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니었고 암이나 기타 중증 질환이 있는 이들도 아니었다. 그리고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비단 코로나 시기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해마다 스스로 죽은 이들을 위로하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내겠노라 각오를 다지는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발달장애는 표준화된 지표를 갖지 않아 섬세한 개별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이고 발달장애인 뿐 아니라 부모나 가족 또한 장애로 인한 삶의 구속이 강하여 다른 장애 영역에 비하여 훨씬 전문적이고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며 그 가족에 대한 지원 역시 같이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데이터조차도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하니 개별 필요 서비스가 제공될 리 만무하다. 그나마 장애인 자립 생활의 기본서비스라 할 수 있는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발달장애인의 경우 평균 100시간 내외로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공적인 지원이 부족하여 대부분 가족이 그 부담을 지다보니 돌봄에 지치고 심리적인 고립과 부정적 정서가 커질 수밖에 없고, 발달장애인의 주양육자가 일반인들에 비해 우울지수가 4배나 높다는 조사도 있듯이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비극이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코로나19로 인하여 그나마 이용하던 복지관이나 주간보호센터 등의 낮 서비스조차도 이용할 수 없게 되어 잠재적 우울감에 코로나19로 인한 고립이 죽음을 재촉하는 촉발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2016년 1월 ‘서울특별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2016년~2020년 제1기 발달장애인 지원계획을 발표하여 실행하였고, 서울시 복지재단은 성과보고서를 통해 특히 가족지원과 권익향상, 전달체계 구축 및 개선에 괄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제2기 발달장애인 지원계획을 통해 사람중심의 생애주기별 발달장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긍정적인 삶을 촉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제2기 발달장애인 지원계획 수립을 위한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욕구조사에서 필요한 정책과 서비스로 부모 사후 돌봄이 가장 높게 꼽혔고 성인발달장애인 낮 활동과 평생교육 지원, 중고령 발달장애인 및 부모 돌봄, 주거 생활 지원 순으로 높은 욕구를 갖고있다.
그러나 1기 발달장애인 지원계획의 평가에서 부족한 점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며 많은 서비스와 기관이 있지만 개인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와 기관을 찾지 못한다는 평가가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듯 서울시의 발달장애인 정책은 정책의 수와 제공기관은 많으나 개인의 특성과 욕구에 맞춰 설계되지 않은 제공자 중심의 서비스로 실제 발달장애인의 대표적 어려움인 의사소통을 지원하지 못하여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없고 주로 돌봄의 형태로 운영되어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체감하기 어렵다. 또한 대부분의 서비스가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통합되어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없애고,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지역사회의 평생교육기관이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하기 보다는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서비스 확대해 집중되어 있다.
2016년 서울장애인부모연대는 42일간의 서울시투쟁을 통해 서울시와 7대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안을 끌어내었다. 지원주택, 이룸통장 사업, 선배치 후지원 커리어플러스 센터 설치,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25개구 설치, 장애인가족지원센터 25개구 설치, 피플퍼스트센터 설치가 그때 합의되어 실행되고 있는 사업이다. 합의 중 발달장애 전담부서 설치만이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5년간 합의한 정책과 사업을 나름 성실히 실행했다고 평가 할 수 있으나 여전히 대다수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삶은 퍽퍽하며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어내고 있다. 정책의 꼭지는 많아도 공급 자체가 부족하여 대상자는 소수이며 서비스 간 연결되지 못하여 생긴 공백은 여전히 가족이 메꾸거나 방치될 수밖에 없다. 또한 대부분 서비스가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는 주체가 많아 정보를 취득하기 어렵고 복잡하여 사각지대가 많다.
서울시는 발달장애인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발달장애인 지원센터와 사회서비스원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하고 기능을 강화하여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일을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최중증 도전행동을 가진 발달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전문가 개입과 이용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그들이 삶을 영위 할 수 있도록 적극 개입해야 한다. 지난해 광주의 발달장애인 모자 사망사건 후 만들어진 광주형 발달장애인 융합 돌봄센터와 같이 도전행동의 긍정적 전환과 주거서비스를 포함한 지역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버리거나 피폐한 삶을 유지하며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할 분명한 책무가 있다.
발달장애인도 서울에 살고 있고 발달장애인도 서울 시민이다. 시민으로 누려야 할 권리가 발달장애인이라 하여 부정당하거나 소외될 수 없다. 오히려 발달장애인이라서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서울시에서 ‘발달장애 서울시책임제’를 선언하고 발달장애인이 서울시민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전생애 촘촘하고 보편적인 공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서울시로 거듭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