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제주도에서의 긴 체류생활이 시작되기 전 숨겨져있던 질병조짐이 나와 대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에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제주도에서 일을 만들지 않았다면 책임이 막중한 준이며 완이, 새로 돌보는 근이 등을 어찌 했을지 때맞춰 기획했던 제주도 세팅작업이 이번에 참 주효했습니다.
더 다행인 것은 젊고 의식있고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준 선생님들이 근무 시작하자마자 맡게 된 어려운 업무를 너무 잘 수행해 준 것입니다. 아이들에게서 걱정될만한 행동이 있으면 바로바로 의논하고, 스스로 대처할만한 것들은 적절히 조치해가면서 제 공백을 100% 메꾸어 주었습니다.
오늘 퇴원이 가능하다고하니 퇴원하는대로 집에 가서 못다한 정리를 하고 짐도 좀더 꼼꼼히 싸서 일요일 제주도로 출발하려고 합니다. 태균이 건강이 아직 좀더 회복을 요하지만 가는 길이나 제주도 도착해서 편하게 쉴 수 있으니 우선은 서둘러 가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태균이 아직 젊은지라 이번 질병도 잘 극복하리라 생각합니다.
태균이 열흘간의 병원생활, 저는 100점을 주고싶습니다. 비록 물빼는 선작업 두번 실패했고 어제 수술에서 깨어났을 때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에 둘러쌓여서 소리를 좀 지르긴 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점요인이 아닙니다. 잽싸게 엄마를 등장시켜 주는 바람에 바로 안정을 찾았지만 사실 태균이가 힘들어한 건 몸과 손의 결박때문인거 알고 있습니다.
태균이를 믿어주면 되는 일들도 병원에서는 발달장애 성인을 다루는 만큼 조심성이 일반인의 몇 배가 됩니다. 수술 중과 끝나고도 몸과 팔, 손을 결박했고 입원실로 돌아온 다음에도 태균이는 설사가 너무 급해 화장실을 가겠다는 표시를 하는데 간호사들은 태균이가 마구잡이로 움직이려고 하는 줄 알고 보안요원까지 호출합니다. 오자마자 얼마나 설사를 해대는지...
그럴 필요없다고 하는데도 그들은 만반의 대비를 하고 싶어합니다. 열흘동안 항생제를 엄청 투여했으니 장은 처음부터 계속 설사모드입니다. 비스바이옴(고용량 유산균)을 아침 저녁 두 알씩 먹였는데도 독한 항생제로 인해 워낙 빠져나가는 장내 미생물들이 많으니 다시 잡아주기 급급한 형상입니다.
매일 샤워도 못하고 항생제로 인한 장내 미생물몰살은 머리에 비듬도 확 번지게 합니다. 곰팡이란 놈들은 체내 미생물 공백을 참 좋아합니다. 열흘 중 거의 절반이 금식 지시였으니 비스바이옴을 걸러뛰어야 할 때 그 현상은 더 두드러졌습니다. 항생제의 득과 실 장면을 고대로 실감했던 시간.
수술 후 퇴원 전까지는 고추에 박아놓은 요관을 유지해야 되어서 간호사들이 태균이 손과 팔을 다시 결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그럴 필요없다고 해도 고집을 피길래 괜히 결박하려다가 더 큰 문제 생기니 놔두라고 했습니다.
물론 소변보는 방식이 갑자기 바뀌니 적응시간이 좀 필요했고 고추를 잡고 소변보려는 습관대로 하려고 하는 시도는 있었지만 고추에 박아놓은 인공줄을 불편해도 결코 빼지 않았습니다.
수술 후 밤 12시까지 금식을 지켜야하니 그것이 될까 싶었지만 차분히 말도 잘 들어주었고 고집피우지도 않았습니다. 마취 후유증과 고추 인공관의 불편함을 이기려 자꾸 잠에 빠져드니 그건 무척 다행이었습니다.
아직도 더 처분해야 할 결석들이 추가 해결과제로 남아있지만 분석결과 요산결석으로 보인다니 녹이는 약도 써보자고 합니다. 미국 GPL 유기산검사에서 옥살산수치가 별로 높게 나오질 않아서 별 의미없이 넘기곤 했는데 옥산살 결석과 요산 결석은 좀 다른 경우라서 대비는 해보려고 합니다.
병원생활에도 내공이 쌓이는지 피하지 못할 바에는 즐기자 라는 게 태균이 태도입니다. 끝없이 피 뽑아대고 검사를 해대니 이것도 척척 잘 해나갑니다. 태균이 금식이 여러 날이라 같이 굶었더니 내가 쓰러질 지경이지만 병원나가면 다시 일상의 평정 작업들 속에서 건강을 추스려 갈 것입니다.
열흘 간의 특별한 여행, 그리고 다시 깨닫게 된 일상의 소중함 그걸 즐기러 태균이와 함께 힘차게 나아갈 것입니다. 밥달라는 이 귀여운 표정은 아침밥 시간이 가까와졌음을 말해줍니다.
첫댓글 아, 너무나 고생하셨네요. 태균씨, 대단하십니다. 대표님 짐 싸실때 보충제 알뜰히 챙기시길 바랍니다. ^^언젠가 태균씨 보충제 굶은 내용을 접했기에요.
제주도 두 분 선생님, 감사합니다. 자스친구들을 돌보는 일, 아무나 못합니다. 건강한 멘탈이 받쳐 줘야지요.
안심하고 모두에게 감사 드립니다.🙏‼️🍒
태균이와 엄마, 모두 고생이 많았습니다. 타고난 유전자 덕인지 기특하게 100점 맞았네요. 동분서주한 태균엄마도 수고 많았습니다. 열흘동안 마음 조리며 병상일기를 읽었는데, Ende gut, alles gut! 태균이에게도 이번 일이 강박시스템을 넓히는 좋은 경험이 되었기를. 이제 제주도서 푹 쉬고 얼른 쾌차하세요!
대표님도 태균씨도 넘고생 많으셨습니다~
급한 치료는 잘 끝나 넘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더 건강 잘 챙기시고 제주살이도 응원할께요~!
병원생활 우리아이들의 일상이지요.그래서 더 많이가슴아팟습니다.태균씨 그리고 어머님께 파이팅 응원합니다.
아, 대단하네요...저도 택이와 방학을 함과 동시에 치과도 가야하고, 정기 검진 으로 입원을 해야 하는데..벌써 머리가 아프네요..ㅠㅠ 너무 훌륭합니다. 태균씨 대단하세요. 퇴원핸서도 건강 잘 챙기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