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 갈치 낚시 시즌의 시작이 늦은 감이 있다. 해마다 7월 금어기 후 8월부터 본격적으로 갈치 낚시가 시작된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예상외로 좋지 았않다. 어떤 어종이든 시즌이 늦고 빠른 것은 통상적으로 한물 때 정도 차이를 보이곤 한다. 한물 때라고 하면 길게 잡아 보름 정도로 본다. 그런데 부산권 갈치 낚시는 제 시즌을 맞이하기까지 긴 인내가 필요했다.
해마다 8월이 시작되면 부산 앞바다를 찾는 갈치는 2지반~3지급이 주종을 이룬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 1~2지 사이즈가 대다수다. 다른 지역 상황도 별 차이가 없다. 갈치 낚시를 좋아하는 꾼들은 비싼 경비와 많은 시간을 들여 제주로 발길을 향했다. 그나마 마지막 보루라고 여겼던 제주권이 남해안권보다는 상황이 좋을 거란 기대와 달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자 다들 실망의 눈초리를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대부분 꾼이 올해 갈치 낚시는 이대로 끝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두어 차례 큰 태풍이 지나고 난 이후 바다에는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감지됐다.
태풍 이후의 바다는 갈치를 제외한 다른 어종도 평상을 회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유독 갈치 낚시는 기대와 달리 9월 한 달 동안 2지급이 주종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런 바다도 조금씩 꾼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 감지된 것이 지난달 마지막 주부터였다. 9월 마지막 주 별 기대 없이 나섰던 1, 2개 선사는 2지반~3지급 갈치를 확인하고 돌아왔다. 기대 와 미심쩍은 마음 반반으로 다시 갈치 낚시를 나선 3~5개 선사 중 경험이 많고 바다를 잘 아는 노련한 선장이 이끄는 선단들은 풀치급 갈치 입질 속에서도 2지반~4지 사이즈의 갈치 입질을 확인했다.
결과는 선명하게 가려졌다. 경험이 부족한 선장이 이끄는 선단은 풀치급 갈치의 파상공세에 시달렸으나, 노련한 선장이 이끄는 선단들은 그나마 쓸 만한 씨알의 갈치로 선방하고 돌아오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물론 젊고 유능한 선장이 이끄는 선단도 상당수 제대로 재미를 본 만큼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제 부산권에서도 갈치 낚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겠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가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9월 말~10월 초 부산권이 아닌 타지역으로 갈치 낚시를 다녀온 꾼 중 상당수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같은 시기에 부산권에서 갈치 낚시를 시작해 쏠쏠하게 재미를 본 꾼들의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가다 보니 서서히 꾼들의 관심이 부산으로 집중되고 있다.
여러 선장이 10월 둘째 주 이후부터는 조금 물때가 시작되고, 달도 기우는 시기가 되니 제대로 된 갈치 낚시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낸다.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생활의 활력을 새롭게 시작된 부산권 갈치 낚시로 되찾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박춘식 낚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