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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는 예수를 섬기나, 아니면 돈을 섬기나"
손봉호(79) 고신대 석좌교수는 청교도적인 개혁파다. 동덕여대 총장 시절에는 학교에서 제공되는 기사 딸린 대형 승용차도 타지 않았다. 더 작은 차의 운전대를 직접 잡고 다녔다. 지금도 12년 된 프라이드 승용차를 손수 운전한다. 그는 원래 신학도가 아니었다. 영문학도였다. 꿈도 영어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다 군대에 갔다. 경비중대의 군수물자를 지키는 부대였다. “그때가 1961년이었다. 군대에 갔더니 썩어도 너무 썩었더라. 중대장부터 이등병까지 모두가 군수물자를 빼돌리고 있었다. 내게는 너무 큰 충격이었다. 그 전에는 학교와 교회만 왔다갔다 하는 범생이였다. 세상을 너무 몰랐다.” 그때 그는 세상을 바꾸어보자고 다짐했다. 그걸 위해서는 영문학이 아니라 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미국에 편지를 썼다. 수신처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였다. “목사가 되려는 게 아니라 교육을 통한 사회변화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적었다. 자유주의 학풍으로 이름 높은 미국의 프린스턴 신학교에 맞서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는 보수적인 학풍으로 유명하다. 유학 갈 돈이 전혀 없던 처지의 그에게 답장이 왔다. “한국에 있는 선교사를 찾아가 면접을 보라.” 결국 학비와 생활비, 여비까지 받는 풀스칼라십을 받았다. 그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3년간 공부를 했다. 편지 한 통이 바꾼 삶이었다. 이후 지금껏 한국 사회의 개혁과 성숙을 위해서 뛰고 있다.
손 교수는 “지금 한국 교회도 돈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제2의 종교개혁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예수님은 철저히 가난했다. 돈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경고를 했다. 심지어 ‘하나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길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니 우리는 둘 중에 하나밖에 못 섬긴다. 그게 예수님의 경고다.”
지난 연말 발표한 통계청의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개신교 인구가 19.7%로 가장 많이 나왔다. 개신교계 내부에서는 “드디어 개신교가 불교(15.5%)를 누르고 한국의 최대 종교가 됐다”며 자축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손 교수의 진단은 달랐다. 오히려 “개신교가 위기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번영 신학은 성경의 가르침에서 어긋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그건 그리스도교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인간의 욕망을 위해 성경을 수단으로 쓰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게 중세의 기독교였다. 그래서 루터가 자의적인 성경 해석에 반기를 들었다. 그 사건이 바로 종교개혁이다.” 이 말끝에 손 교수는 천국과 지옥을 예로 들었다. “흔히 듣는 이야기다. 천국과 지옥의 젓가락은 사람의 팔보다 길다. 지옥에 가면 자기 입에만 음식을 넣으려 하다가 다들 쫄쫄 굶고 있다. 천국에 가면 서로 먹여주니까 잘 산다. 그러니 이상적인 사회가 뭔가. 서로 떠먹여 주는 사회다. 그게 우리 기독교가 추구하는 천국이다.” 역사적으로 종교개혁은 자본주의의 모태였다. 루터와 칼뱅 등 종교개혁가들은 ‘노동’을 강조했다. 손 교수는 “노동을 많이 하면 생산을 많이 한다. 그럼 자기가 먹고 남는 게 생긴다. 종교개혁가들은 그걸로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라고 했다. 루터는 ‘우리가 열심히 노동하는 이유는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한 것’이라 했고, 칼뱅도 ‘하나님이 어떤 사람을 부자로 만든 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며 “그 전통이 서구에는 지금도 남아 있다.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 프로테스탄트 국가에서 복지가 발달한 건 루터의 영향이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기부 문화가 있다. 부자들이 기부를 엄청나게 많이 한다.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는 그런 정신을 상실했다. 돈 버는 것은 관심이 많지만, 나누는 것은 굉장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일화를 하나 꺼냈다. “중세 때 신을 깁는 사람이 있었다. 왕이 길을 가다가 신 깁는 사람에게 간섭을 했다. 그러자 신 깁는 사람이 말했다. ‘신을 깁는 건 제 일입니다. 당신은 나라나 잘 다스리십시오.’ 무슨 뜻이겠나. 신을 깁는 일도 하나님 일이라는 말이다. 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게 하나님 일인 것처럼. 그게 루터의 ‘만인제사장’에 담긴 깊은 뜻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일상에서, 자신의 일을 통해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다. 목회자만 그런 게 아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끊이지 않는 ‘한국 교회의 세습 문제’를 지적했다. “세습이 왜 큰 교회에서만 생기는지 아느냐?”고 되물은 뒤 입을 뗐다. “아주 작은 교회, 헌금이 안 나오고, 이익이 없는 교회는 세습을 안 한다. 그것만 봐도 세습의 이유가 빤히 보인다. 결국 돈과 영향력 때문이다. 그런 세속적인 가치 때문에 교회를 세습한다. 일부 큰 교회가 야기하는 세습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 형성에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긴다.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짓이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손봉호 교수=1938년 경북 포항 출생. 서울대 영문과를 나와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석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학교 석ㆍ박사. 한국 외국어대 화란어과 및 철학과 교수와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를 거쳐 동덕여대 총장을 역임했다.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기아대책 이사장, 고신대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손봉호 교수가 추천하는 종교개혁 책 3권 ●마틴 루터의 생애(롤란드 베인톤 지음, 이종태 옮김, 생명의말씀사)=종교개혁을 촉발시킨 루터의 삶을 다루고 있다. 루터가 고민했던 개혁의 이유들이 그의 삶과 함께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 지음, 김상희 옮김, 풀빛)=종교개혁은 자본주의를 낳았다. 열심히 노동하며 생겨난 부(富)를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사용하라는 게 프로테스탄트 윤리이자 자본주의 정신이라고 말한다. DA 300●근대 과학의 출현과 종교(R.호이카스 지음, 손봉호ㆍ김영식 옮김, 정음사)=종교개혁이 근대 과학에 미친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분석해 소개한다.지금은 절판된 상태다. [출처: 중앙일보] "한국 교회는 예수를 섬기나, 아니면 돈을 섬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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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원한 붉은 태양 원문보기 글쓴이: 종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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