想 외 1편
김지숙
우리의 잠은 불온해서
희미한 별들마저 흩뜨리고
어떤 날엔 강으로 밤으로 범람한다
그러나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지
또 얼마나 나로부터 멀리 떠나고 싶은지
첫 번째는 내가
두 번째는 네가 운다
저녁하늘 어디에나 숨어있는
크고 어두운 구멍 속으로
푸른 공기 빨려 들어가고
검은 물고기들이 모래섬을 끌고
이리저리 흘러 다니고
얼마나 너를 멀리 떠나보내고 싶은지
또 얼마나 나에게 돌아오고 싶은지
첫 번째는 네가
두 번째는 내가 운다
마른 덩굴에 번지는 불처럼
어떤 마음이 수시로 삽시간에 번지고
어떤 날엔 생가지 타듯
오랫동안 연기 자욱하고
그 속에서 늘 어른거리는
일기예보
나무와 비에 대해 쓰려면
그의 그림자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창백한 분홍의 살구나무가 태양을 짊어진 채 견디는 고통이
우리가 꿈군 일의 배후와 무관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유일한 도리는 과감한 낙하였을 것이다
살얼음처럼 얼어가는 별들이 부서지는 깊은 숲
서로의 붉은 목덜미를 부비는 새들
죽은 새의 깃털을 뽑아 서로의 눈을 찌르는
영혼이라든가 마음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차가운 그의 몸을 닦고 머리를 천천히 빗질했듯
만날 수 없는 우리의 어깨를 쓸어내려주길
백열한 살쯤 산 것 같은 밤은
뜨겁고 집요하고 혹독하기까지 안 것의 차지였고
언제까지나 하나의 메아리만을 불러냈다
화단의 천리향 잎들 검게 얼어갔다
손에 쥐면 바스러질 봉오리 끝마다 온통 핏빛인 아침
나는 그날의 강가에서 등지 못했던 깊은 물소리를 들었다
흙은 붉고, 검은 나뭇가지는 투명한 물방울을 자꾸만 매달고
목적을 알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또 실패하는 중이었다
그는 웃는 얼굴이 예쁘지
나는 그의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한다
-김지숙
2022년 『시와사상』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