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MLB] 황금 시대를 보낸 에이스들2017.12.13 오후 12:15 | 기사원문
해외야구 김형준 MBC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황금의 5년'으로 불린 1962년부터 1966년까지. 샌디 코팩스는 평균자책점 메이저리그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연평균 275이닝 289삼진 22승7패 1.95).
세 번의 트리플 크라운과 함께 세 개의 통합 사이영상을 만장일치로 따냈고, 리그 MVP 하나와 월드시리즈 MVP 두 개를 추가했다. 5년 동안 코팩스가 벌어 들인 승리기여도(fWAR)는 40.0(연평균 8.0). 같은 기간 2,3위 투수인 후안 마리찰(27.8) 밥 깁슨(27.4)과 엄청난 차이였다.
그렇다면 코팩스 외에 황금 시대를 만들어낸 투수들은 또 누가 있을까.
'황금의 6년' 랜디 존슨(1997~2002) 248이닝 340삼진 20승7패 2.58 (fWAR 8.7)
[33~38세] 타자 입장에서는 그가 던지는 공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시기. [관련기사] 연속된 6년으로 끊었을 때 같은 기간 존슨이 기록한 fWAR 52.1은 1999년부터 2004년까지의 본인(49.5)을 제친 역대 1위에 해당된다. 1996년 등 부상 시즌(1.6)과 2003년 무릎 부상 시즌(2.4) 사이의 기간으로, 그 전후 시즌에 해당되는 1995년과 2004년의 승리기여도 또한 9.5와 9.6에 달했다(1995~2004 10년 연평균 7.5).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달성한 5년 연속 300탈삼진은 놀란 라이언의 3년 연속(1972~1974)을 넘어서는 역대 최고 기록. 1997년의 291개만 아니었다면 6년 연속 300K도 가능할 수 있었다. 존슨은 1998년 7월 시애틀에서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됐고 그 해 겨울 애리조나와 계약했다. 그리고 2001년 스프링캠프에서 지나가던 비둘기를 죽였다.
'황금의 7년' 페드로 마르티네스(1997~2003) 204이닝 259삼진 17승5패 2.20 (fWAR 7.9)
[25~31세] 1997년 내셔널리그 평정 후 1998년부터 아메리칸리그를 초토화. 같은 시기 반대로 이동을 한 랜디 존슨과 전성기가 거의 일치했다. 양 리그의 타자들은 그래도 괴물을 한 명씩 상대했으니 나름대로 공평했다. 당시 타자들에게 '누가 더 무섭냐'는 질문을 했다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을 받은 5살짜리처럼 대답했을 것이다. 어깨 부상으로 18경기밖에 나서지 못한 2001년조차 fWAR 5.5를 기록. 5차례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7년 동안의 피안타율은 .196 whip는 0.94였다. 또한 조정 평균자책점 213은 같은 기간 랜디 존슨(170) 케빈 브라운(151) 그렉 매덕스(148) 등을 크게 앞선 것이었으며 샌디 코팩스의 5년(167)이나 월터 존슨의 10년(183)보다도 월등했다. 2004년 평균자책점이 3.90으로 크게 오른 마르티네스가 FA 시장에 나왔을 때 전 뉴욕 메츠 단장 스티브 필립스는 마르티네스의 어깨가 회복 불가능이라는 말을 했다. 이를 비웃듯 마르티네스는 메츠 첫 시즌에 15승8패 2.82(fWAR 6.1)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4년 간 평균자책점 4.58에 그쳤고 결국 유니폼을 벗었다.
'황금의 10년' 월터 존슨(1910~1919) 343이닝 222삼진 26승14패 1.59 (fWAR 7.8)
[22~31세] 랜디 존슨이 라이브볼 시대 가장 공포스런 투수였다면 월터 존슨은 데드볼 시대를 지배했다. 좌완 사이드암인 랜디 존슨이 큰 키(208cm) 덕분에 공을 앞으로 끌고 나와 던졌다면 우완 사이드암인 월터 존슨은 비정상적으로 긴 팔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패스트볼 만으로 타자를 상대했던 그 시기에 존슨은 연평균 36경기에 선발로 나서 33경기를 완투했다(연평균 9경기 구원 등판). 10년 동안 9번의 1점대 평균자책점(1917년 2.21)을 기록한 존슨은 그러나 1920년 평균자책점 3.13에 그치면서 꺾이기 시작했다. 마침 1920년은 '라이브볼 시대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해다. 하지만 1920년의 존슨은 만 32세로 자연스런 쇠퇴이기도 했다. '황금의 7년' 로저 클레멘스(1986~1992) 257이닝 239삼진 19승9패 2.66 (fWAR 7.7)
[23~29세] 약물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 같은 기간 승리기여도 2위(연평균 4.8) 투수는 황혼기에 접어든 놀란 라이언(39~45세)이었다. 드와이트 구든의 내셔널리그 지배가 2년 만에 끝난 상황에서 클레멘스에 견줄 만한 선발투수는 아무도 없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메이저리그는 브루스 수터, 롤리 핑거스, 스파키 라일, 구스 고시지 같은 멀티 이닝 마무리들이 크게 각광을 받던 시대였다. 1986년 23살의 나이로 사이영상과 리그 MVP를 석권했으며 최초의 20K 달성자가 됐다. 이듬해 다시 사이영상을 차지했고 1991년에는 세 번째 수상을 했다. 30대에 접어들면서 부상이 시작된 클레멘스는 1996년 242.2이닝 257탈삼진과 함께 두 번째 20K를 기록하며 부활하는 듯했다. 그러나 보스턴은 클레멘스를 잡지 않고 마르티네스를 데려왔다. 34~35세 시즌인 1997-1998년. 클레멘스는 피트 알렉산더(1915-1916) 레프티 그로브(1930-1931) 샌디 코팩스(1965-1966)에 이어 역대 네 번째 2년 연속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라이브볼 시대 최고의 전설이 쓰여지는 줄 알았다.
'황금의 7년' 그렉 매덕스(1992~1998) 239이닝 184삼진 18승8패 2.15 (fWAR 7.6)
[26~32세] 클레멘스와 두 괴물(존슨&마르티네스) 사이를 평정했던 지배자. 헤드샷 없이도 타자를 공포에 떨게 하는 투수였다(품행이 매우 방정하게 생겨가지고서는 공의 움직임 만큼이나 지저분한 장난을 치는 것으로 유명했다). 역대 두 명뿐인 사이영 4연패(1992~1995)를 가장 먼저 달성했으며(2호 랜디 존슨) 네 차례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조정 평균자책점 190은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7년(213) 다음으로 높은 기록이다. 7년 동안 한 번의 부진도 없이 매년 승리기여도 7.0 이상을 찍었고, 그 꾸준함은 20년 연속 10승과 21년 연속 190이닝(같은 기간 연평균 230이닝)으로 이어졌다. 1999년 매덕스는 평균자책점이 갑자기 3.57로 치솟게 되는데 이는 세이버메트리션 보로스 매크라켄이 '인플레이 타율'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됐다(실제로 매덕스의 BABIP는 1998년 .262에서 1999년 .324로 올랐다가 2000년 다시 .274로 돌아갔다). 전성기의 종료가 PITCHf/x의 전신인 퀘스텍시스템의 도입과 맞물려 있어 의심하는 시각도 있지만 1999년은 하락세가 전혀 이상할 게 없는 33세 시즌었다.
'황금의 6년' 버트 블라일레븐(1971~1976) 291이닝 235삼진 16승15패 2.76 (fWAR 7.6)
[20~25세] 커리어 내내 약한 팀에서 뛰었던 탓에 다승 역대 27위(287) 탈삼진 역대 5위(3701) 이닝 역대 14위(4970)에 오르고도 14번째 도전 만에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지금 시대에 뛰었다면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을 투수다. 특히 데뷔 두 번째 시즌인 1971년부터 1976년까지 기록한 승리기여도 45.5는 같은 기간 톰 시버(41.7)를 제친 메이저리그 1위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두 번의 사이영상 수상을 포함해 매년 순위권에 든 시버와 달리 블라일레븐은 한 번도 5위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98승92패에 불과한 승패 기록 때문이었다(시버 107승63패). 20세 시즌에 278이닝을 던졌으며 25세 시즌까지 기록한 1909이닝은 월터 존슨(2070)과 크리스티 매튜슨(1993)에 이은 1900년 이후 3위 기록이자 라이브볼 시대 1위 기록이다(라이브볼 2위 돈 드라이스데일 1630이닝). 그럼에도 메이저리그에서 22년(19~41세)을 롱런했다.
'황금의 6년' 할 뉴하우저(1944~1949) 295이닝 190삼진 23승11패 2.52 (fWAR 7.4)
[23~28세] 2년 연속 리그 MVP(1944-1945)에 성공한 유일한 투수. 1945년은 트리플 크라운 시즌이었다. 문제는 1944년과 1945년이 팀당 20명 정도가 빠진 2차대전 참전 시즌이었다는 것. 사람들은 밥 펠러의 자원 입대에 박수를 보내며 1942년과 1943년 각각 8승14패와 8승17패를 기록했던 뉴하우저의 에이스 등극을 달갑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뉴하우저는 펠러 등이 돌아온 1946년에도 메이저리그 2위에 해당되는 승리기여도 9.5를 기록했다(펠러 fWAR 10.0). 그 해 뉴하우저는 1945년의 212개보다 훨씬 많은 275개의 삼진을 잡아내고도 탈삼진 2위에 그치며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 실패했는데 1위는 348개를 기록한 펠러였다.
'황금의 8년' 퍼기 젠킨스(1967~1974) 304이닝 236삼진 21승14패 3.07 (fWAR 6.9)
[24~31세] 1971년 캐나다 선수 최초로 사이영상을 수상(2호 2003년 에릭 가니에). 8년 동안 연평균 304이닝을 기록하는 무시무시한 이닝 소화력을 선보였다. 1973년(14승16패 3.89) 만 아니었다면 역대 5위에 해당되는 8년 연속 20승도 가능했다. 톰 시버(뉴욕 메츠) 밥 깁슨(세인트루이스) 같은 동시대 라이벌들이 대부분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에서 뛴 것과 달리 젠킨스의 홈구장이었던 리글리필드는 타자의 구장으로 유명했다. 컵스의 31번은 젠킨스와 매덕스의 공동 영구결번. 둘을 제외하면 컵스에서 영구결번을 받은 투수는 없다. 출중한 제구력을 자랑했던 젠킨스는 역대 최초의 4000이닝 3000탈삼진 1000볼넷 미만 투수가 됐는데(4500이닝 3192삼진 997볼넷) 그 뒤를 매덕스가 이었다(5008이닝 3371삼진 999볼넷). 통산 9이닝당 볼넷수는 젠킨스가 1.99개, 매덕스는 1.80개다.
'황금의 7년?' 클레이튼 커쇼(2011~2017) 207이닝 232삼진 17승6패 2.10 (fWAR 6.8)
[23~29세] 7년 동안 5번의 평균자책점 1위와 세 개의 사이영상 그리고 리그 MVP 하나를 획득. 메이저리그는 1999년부터 최고의 좌완 한 명에게 워렌스판상을 주고 있는데 올해 커쇼는 랜디 존슨에 이어 통산 두 번째 4회 수상자가 됐다. 데뷔 시즌 후 4.26으로 시작한 통산 평균자책점은 9년 연속 하락을 거쳐 2.36까지 낮아졌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의 조정 평균자책점 179는 샌디 코팩스의 5년(167)과 랜디 존슨의 6년(177)을 능가한다. 2014년 리그 MVP에 오른 커쇼는 2015년 300K를 달성했다. 그러나 평균자책점에서 잭 그레인키(1.66)와 제이크 아리에타(1.77)에 이은 3위(2.13)에 그치며 코팩스에 이은 역대 두 번째 5연패가 무산됐다. 커쇼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226이닝을 던졌다. 그러나 지난 2년 간 149이닝과 175이닝 소화에 그치며 내구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또한 올해는 앞선 6시즌 동안 0.52개였던 9이닝당 피홈런이 1.18개로 크게 늘었고 그로 인해 수비배제평균자책점(FIP) 또한 6년 평균 2.26에서 3.07로 나빠졌다. 앞서 살펴본 에이스들이 전성기가 대체로 30세를 전후로 끝났음을 감안하면 만 30세 시즌인 내년이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3557만 달러(약 388억 원)를 받는 커쇼는 시즌 후 남은 2년 7000만 달러 계약을 포기하고 FA 시장에 나올 수 있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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