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요즘 시골에서도 가끔 시래기를 걸어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시래기는 보기 어렵다. 또한 시래기국을 제대로 끓일 줄 아는 사람도 드물다. 진짜 시래기를 걸어놓은 풍경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요즘 여기저기서 나오는 시래기는 시래기가 아니다.
예부터 조상들은 무우시래기를 약재 또는 약으로 썼다. 무우시래기는 부종을 없애고 염증을 삭이며 면역력을 길러준다. 그리고 빈혈과 골다공증을 치료하며 암이나 당뇨병, 고혈압 등을 예방하는데 아주 좋은 음식이다. 시래기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훌륭한 음식이요, 약이다.
시래기는 무우의 윗부분을 칼로 싹둑 잘라서 널어 말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시래기를 제대로 만들려면 날마다 무우 밭에 나가서 잎이 누렇게 황이 든 것을 하나씩 따내어야한다. 무우 한 포기에 잎 하나씩을 떼어내어 짚으로 엮어 처마나 벽에 주렁주렁 걸어 절반은 햇볕에 말리고 절반은 그늘에 말려야한다.
무우잎은 반드시 황색으로 단풍이 들어 잎의 절반쯤이 누른빛이 나는 것을 따서 모아야한다. 누른빛이 나지 않는 푸른잎에는 항균작용이나 면역강화작용이 있는 식이유황성분이 조금 밖에 들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별 효과가 없다.
식물들은 낙엽 한 장을 버릴 때에도 아무렇게나 버리지 않는다. 잎 한 장을 버려도 공을 많이 들여서 버린다. 식물은 곧 떨어뜨릴 잎에 갖은 정성을 들여 식이유황을 비롯한 면역물질을 채운 후 땅에 떨어뜨린다. 땅에 떨어진 잎은 점점 썩어서 거름이 된다. 거름속에 들어 있는 유황성분이 땅을 소독한다. 때문에 병원균 또는 벌레알이 번식하거나 깨어나지 못하게 한다.
햇볕으로 광합성을 해서 유황성분을 많이 만들어내는데 이 유황성분이 온갖 병원균과 벌레들을 물리치는 화학무기와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이다. 식물이 떨어뜨린 잎이 땅에 떨어져 썩어서 거름이 되면 다시 식물의 뿌리가 흡수하여 잎으로 올려 보내기를 반복한다.
본래 누렇게 단풍이 든 잎을 시래기라고 부르는 것이고 잎이 푸른 생잎은 그냥 무우청이라고 한다. 푸른잎에는 면역력을 강화하는 성분이 별로 들어 있지 않으므로 무우청으로 만든 시래기는 먹어도 별로 약효가 없다.
시래기는 잎이 끝에서부터 3분의 1쯤 노랗게 되었을 때 하나씩 따서 모아야한다. 무우 한 개에서 잎을 하나씩 따서 처마 밑에 걸어서 말려야한다. 옛날에는 시래기로 김치를 담가서 먹었으나 요즘에는 대부분 떼어내서 버린다. 진짜 약초를 버리고 푸성귀만을 먹고 있는 셈이다.
겨울에 된장국을 끓일 때 제일 중요한 재료가 시래기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시래기를 매달아놓고 겨우내 바람과 햇볕으로 말렸다. 초겨울 햇볕에 바짝 말린 시래기는 몸에 유익한 물질이 가득 들어있다. 우리나라에는 겨울 무우를 칭송하는 속담이 있다. 겨울에는 무우를 먹고 여름에 생강을 먹으면 질병 없이 산다고도 했다. 무우를 먹고 트림하지 않으면 인삼을 먹은 것보다 훨씬 낫다는 말도 있다.
무우에는 식이섬유, 비타민 C, 엽산, 칼슘과 칼륨 등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무우의 영양소는 뿌리보다 무우청에 훨씬 더 많이 들어 있다. 시래기 100g에 칼슘이 249mg이 들어 있는데 26mg이 들어 있는 무우뿌리보다 10배 이상 많은 양이다.
시래기의 대표적인 성분은 식이섬유다. 식이섬유는 변비를 치료하고 혈액속의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며 몸속에 있는 온갖 독소와 중금속, 노폐물을 몸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작용이 있다.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예전에는 겨울철에 시래기밥, 시래기나물, 시래기찌개, 시래기지지미, 시래기떡 등을 만들어 먹었다. 시래기를 오래 푹 삶아서 쌀뜬 물과 멸치, 된장을 넣고 푹 끓인 시래기 된장국은 겨울철에 먹을 수 있는 별미였다.
시래기는 암을 예방하고 노화를 억제하며 염증을 삭인다. 강력한 항균작용과 항암작용, 염증을 삭이는 작용이 있다. 인돌류, 이소티오시아네이트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위암, 간암, 폐암, 췌장암, 유방암, 결장암 등 갖가지 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으므로 변비를 없애고 대장암을 예방한다. 시래기의 항산화효과는 무우보다 훨씬 강력하다. 시래기에 많이 들어 있는 폴리페놀 성분이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염증을 삭이며 노화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시래기는 골다공증과 빈혈을 치료한다. 시래기 100g에는 비타민A 2.6mg, 비타민C 7mg, 칼슘 19mg, 철분 14.5mg이 들어 있다. 식물성 유기칼슘과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골다공증과 빈혈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아주 좋다. 시래기 100g에는 비타민C가 어른이 하루에 필요한 양의 25% 쯤이 들어 있고 철분은 하루에 필요한 양이 들어있다.
시래기는 변비를 없애고 살집을 줄인다. 칼로리가 거의 없으므로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시래기는 건조과정에서 식이섬유가 3~4배 이상 늘어나서 식이섬유의 함량이 35%가 넘는다.
때문에 많이 먹어도 열량이 없고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식품으로도 좋다. 물을 흡수하는 힘이 강해서 대변의 양을 늘리고 연동운동을 잘 되게 하여 대장암이나 변비를 치료한다. 고질적인 변비 환자는 시래기나물을 즐겨 먹으면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래기를 물에 하루저녁 불려서 쓴맛을 다 우려낸 다음 껍질을 벗겨내고 삶는데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쓴맛이 다 빠져 나간 시래기는 섬유질 말고는 아무 영양소도 남아 있지 않다.
시래기가 푹 잠길 정도로 찬물을 부어 10분 정도 불린 다음 잘 흔들어 씻어서 모래나 흙 같은 이물질만 제거한다. 그리고 국을 끓이거나 된장국을 끓일 때 넣으면 된다. 시래기국을 끓일 때에는 약불로 두 시간 가량 푹 끓여서 시래기에 들어 있는 영양소들이 잘 우러나오게 해야한다.
겨울철 별미 시래기.
진짜 시래기국이 먹고 싶다.
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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