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코린 4,7-15; 마태 20,20-28
+ 오소서 성령님
오늘은 성 야고보 사도 축일입니다. 열두 사도 중에는 야고보 사도가 두 분 계신데요, 한 분은 우리가 오늘 기념하고 있는 제베대오의 아들, 요한의 형 야고보이시고, 다른 한 분은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이십니다. 그리고 사도행전에 보면 예루살렘 초대교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신 예수님의 친척 형제 야고보도 있습니다.
이처럼 예수님 당대에 야고보라는 이름이 많았던 까닭은, 하느님께서 야곱의 아들들의 열두 지파를 재건해 주시리라는 열망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야고보 사도는 복음에 많이 등장하는데요 배에서 아버지 제베대오와 그물을 손질하다가, 동생 요한과 함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실 때,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살리실 때, 그리고 붙잡하시기 전 게쎄마니 동산에서 기도하실 때 세 제자만 데리고 가시는데, 베드로, 야고보, 요한이었습니다.
베드로와 요한 사도는 복음서에서 두드러지는데, 야고보 사도는 상대적으로 덜 부각 되는 느낌이 있는데요, 아마도 야고보 사도가 가장 먼저 순교하셨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다른 사도들은, 그분들을 따르는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었고, 그래서 사도에 대한 이야기도 여러 가지가 전해진데 비해, 야고보 사도는 순교도 무척 간단히 언급됩니다.
사도행전 12장에 이렇게 소개되어 있는데요, “그즈음 헤로데 임금이 교회에 속한 몇몇 사람을 해치려고 손을 뻗쳤다. 그는 먼저 요한의 형 야고보를 칼로 쳐 죽이게 하고서, 유다인들이 그 일로 좋아하는 것을 보고 베드로도 잡아들이게 하였다.”(사도 12,1-3) 이처럼 야고보 사도는 신약성경에서 순교소식이 보도되는 유일한 사도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당신의 수난과 부활에 대해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예고를 하셨는데, 야고보와 요한과 그 어머니가 예수님께 다가와 엎드려 절하고 청합니다.
어머니의 청을 직역하면, “저의 이 두 아들이, 당신 나라에서 하나는 당신 오른쪽에, 하나는 당신 왼쪽에 앉을 것이라고 말해주십시오.”입니다. 우리 말 성경 번역에는 “스승님의 나라”라고 되어 있는데, ‘스승님의 나라’는 아닙니다. 예수님은 줄곧 하늘나라, 하느님 나라에 대해 말씀해 오셨는데, 이 어머니는 ‘당신의 나라’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시라는 것을 알아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마시려는 잔을 마실 수 있느냐?”고 물으신 후, 그들이 할 수 있다고 대답하자 “너희는 내 잔을 마실 것이다. 그러나 내 오른쪽과 왼쪽에 앉는 것은 내 아버지께서 정하신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어서 두 형제를 불쾌하게 여기는 제자들에게 “너희 가운데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너희 가운데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고 말씀하십니다.
마태오 복음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십자가 아래에 '마리아 막달레나,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제베대오의 아들들의 어머니가 있었다'(마태 27,56)고 전합니다.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는 예수님과 함께 달린 죄수들을 보며, 예수님의 오른쪽과 왼쪽에 앉는 것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을까요?
전승에 의하면 야고보 사도는 예루살렘에서 순교하시기 전,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가서 복음을 전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이곳에 순례자들을 위해 지어진 성당이 야고보 사도의 이름으로 봉헌되었습니다.
복음을 보면, 예수님의 반복되는 가르침에도 사도들이 왜 이리 깨닫지 못하는지 답답할 때가 있는데요, 그러나 사도들은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체험한 후 변화됩니다. “섬기는 사람이 되어라, 종이 되어라, 사람의 아들도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이 말씀을, 그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늘 가슴에 품고 살았고 결국은 실천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는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다”고 말합니다. 질그릇은 깨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또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빚어 만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약하지만, 옹기장이 손에 든 진흙처럼 하느님께서 당신 손으로 빚어 만드신 존재들입니다. 우리 안에는 보물이 간직되어 있습니다.
야고보 사도는 야곱의 열두 지파가 재건되리라는 희망을 넘어서, 예수님께서 유다인과 이방인의 장벽을 뛰어넘는, 새로운 인류 가족 공동체를 세우시는데 소용이 되는 귀한 주춧돌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 안에서도 하느님께서 나를 통해 계획하신 당신의 일을 해 나가시기를, 그리고 내가 그 일에 협력할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우리는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것으로,
우리에게서 나오는 힘이 아님을 보여 주시려는 것입니다.”
구이도 레니, 성 야고보, 1636-163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