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확실한 고급 경차 현대 캐스퍼..성능도 차박도 굿이야
남현수 입력 2021. 09. 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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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캐스퍼 터보
현대자동차가 공들여 만든 경차 캐스퍼가 연일 화제를 이어 간다. 국내 최초의 경형 SUV다. 기아 모닝, 기아 레이, 쉐보레 스파크만 살아남은 경차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캐스퍼 인기로 같은 플랫폼인 기아 레이 판매가 주춤할 정도다.
캐스퍼의 사전계약이 시작되자 '예상보다 비싸다'는 의견이 나왔다. 시작 가격은 1385만원부터다. 현재 국내서 판매되는 경차 중 가장 비싸다. 단순 계산을 해보면 경차 바로 윗급인 베뉴, 아반떼 등을 노려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스퍼 내장과 편의장치가 공개되면서 이런 논란은 사그러들었다. 가격만큼 가치가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승을 통해 조목조목 알아봤다.
실물로 본 캐스퍼는 예상보다 훨씬 귀여웠다. 작고 아담한 크기에 SUV 스타일을 더했다. 귀여운 외모가 주변을 사로잡는다. 동그란 주간주행등이 캐스퍼 만의 개성을 뽐낸다. 시승 모델은 터보가 장착된 풀옵션이다. 자연흡기 엔진을 쓰는 기본형과 살짝 디자인 차이가 있다. 원형 헤드램프 옆에 자리잡은 동그란 인터쿨러 흡입구, 메쉬타입 그릴, 스포티한 맛을 더하는 스키드 플레이트 등이 터보 만의 차별점이다. 캐스퍼는 레이보다 전고가 낮다. 덕분에 비율적으로 안정감이 느껴진다. 경차임에도 불구하고 17인치 휠을 적용했다. B필러를 두텁게 해 당당함을 표현했다. C필러에 숨어 있는 히든타입 도어 핸들 위에 자리한 볼트를 이용해 스마일 디테일을 그렸다. 후면은 커다란 테일램프가 자리한다. 최근에 출시되는 차량들은 테일램프를 한 줄로 연결해 시각적으로 차가 넓고 커 보이는 효과를 준다. 캐스퍼도 이런 효과를 노렸다. 경차 이상으로 커보인다. ’CASPER’ 레터링을 큼지막하게 배치해 멀리서도 알아 볼 수 있다. 전면 원형 헤드램프와 맥을 같이하는 방향지시등은 범퍼 하단에 자리한다.
문을 열면 어디선가 본 적이 없는 신선한 인테리어가 반긴다. 계기반은 기아 스포티지와 거의 동일하다. 4.2인치 컬러 LCD와 그래픽을 적절히 섞어 풀 디지털 계기반처럼 보인다. 플로팅 타입으로 자리한 8인치 디스플레이는 다소 작지만 경차인 점을 감안하면 적절한 수준이다.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폰 커넥티비티(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아래로는 다소 올드한 느낌이 드는 송풍구가 옥의 티다. 귀여운 이미지와 어울리게 원형 디자인 송풍구를 채택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멀티미디어 조작 버튼과 공조기 조작부는 말끔하게 디자인했다. 눈으로 보기에 고급감이 느껴진다. 조작감은 고급스러움과 거리가 멀다. 특이하게 송풍구와 공조기 사이 공간을 파놓았다. 스마트폰이나 지갑 등을 올려두기 적절하다. 보라색 앰비언트 라이트가 들어와 야간에도 물건을 찾기 편리하다. 고급 소재를 쓰는 대신 새로운 패턴을 그려 넣은 헤드라이닝도 눈을 사로잡는다. 새의 발을 형상화한 격자 무늬 패턴을 촘촘하게 그려 넣었다. 캐주얼하면서도 개성을 드러내기 좋은 구성이다. 1열은 열선 시트는 물론 운전석 통풍까지 마련했다.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구성으로 뜨거운 여름 사용하기 좋다. 레이에 비해 공간감은 떨어지지만 호화(?)스러운 편의장비가 고급 경차임을 느끼게 한다.
2열은 생각보다 넉넉하다. 레이에 비하면 다소 좁지만 모닝이나 스파크에 미하면 여유로운 무릎 공간이다. 신장 179cm 기자의 포지션대로 1열을 맞추고 2열에 앉아도 무릎에 주먹을 세워서 하나를 넉넉하게 넣을 수 있다. 경차를 감안했을 때 만족스런 2열이다. 적재공간이 더 필요하다면 슬라이딩을 시킬 수도 있다. 다만, 헤드룸은 다소 부족한 편. 허리를 곧추 세우면 머리가 천장에 닿을 듯한다. 다행인 점은 2열을 리클라이닝해 좀 더 편안한 자세를 만들 수 있다. 꽤 큰 각도로 누울 수 있어 안락한 포지셔닝이 가능하다.
트렁크는 경차에서 기대하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여행 캐리어 하나 정도를 넣을 수 있다. 트렁크 바닥이 깊어 부피가 어느 정도 되는 짐을 수납할 수도 있다. 최근의 트렌드를 읽은 듯 차박도 가능하다. 2열과 1열 모두 폴딩을 지원한다. 모든 시트를 접고, 두툼한 에어매트를 깔면 신장 190cm 성인도 누울 수 있다. 실제로 누워보니 성인 두 명까지는 차박이 가능했다. 대신 차박을 할경우 별도로 짐을 수납할 공간이 사라져 상단에 루프 박스 등을 활용해 수납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파워트레인은 1.0L 가솔린 터보에 4단 자동변속기를 매칭했다. 최고출력 100마력, 17.5kgm의 최대토크는 1500rpm부터 발휘한다. 모닝과 레이와 동일하게 적용되는 1.0L 자연흡기 엔진(최고출력 76마력, 최대토크 9.7kg.m)도 있다. 짐을 많이 싣거나, 시원스러운 가속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터보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주행을 하자마자 든 생각은 ‘예상보다 잘 나간다’였다. 1.6L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현대 엔트리 SUV 베뉴에 뒤떨어지지 않는 발진 감각이다. 고속도로 제한속도까지 가속을 전개해도 답답하지 않다.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다소 느리게 속도가 오르지만 추월 가속에는 문제가 없다.
N.V.H.는 기존 경차와 유사하다. 노면 소음이나 윈드쉴드에 부딪혀 들리는 주행풍은 꽤 들어온다. 기존 경차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깜짝 놀란 점은 예상보다 정제된 승차감이다. 기존 경차와 비교했을 때 가장 좋게 느껴진다. 노면의 진동이 꽤 느껴지지만 덜컹임을 잘 억제했다. 특히,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레이에 비해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주행 안정감은 코너링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전고가 높은 레이 같은 경차는 코너에서 뒤뚱거려 불안하다는 게 소비자들의 중론이다. 캐스퍼는 다르다. 코너에서 속도를 높여 돌아도 안정적으로 돌아나간다. 세단의 날카로움은 아니지만 SUV 경차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만족할 수준이다.
캐스퍼는 운전자 주행보조 장비가 한가득이다. 기본형 모델부터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하이빔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전방 차량 출발 알림 등을 적용했다. 선택 사양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까지 넣으면 소위 말하는 반자율 시스템이 완성된다. 막히는 도로나 장거리 주행에서 활용도가 높다. 차선 중앙을 유지하고, 앞 차와의 간격을 유연하게 조절해 나간다. 다만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가 빠져 있어 시속 10km 이하로 주행하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자동으로 해제된다.
실제 주행해 본 캐스퍼 완성도는 만족스럽다. 귀여운 외모에 경형 SUV라는 색다른 스타일 그리고 풍부한 편의안전장비까지 나무랄 곳이 없다. 비싸다라는 평이 무색할 만큼 고급 경차다운 디자인과 인테리어,편의장비를 갖췄다. 지금 계약해도 내년에나 받아야 할 만큼 주문이 밀려있다.
MZ세대가 신차 시장의 주요 소비자로 등장하는 지금 남의 시선보다 나만의 공간이 더욱 중요해졌다. 크기는 작지만 속이 알 찬 캐스퍼가 이런 가능성을 보여준다. 캐스퍼를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경차를 산다'는 주변의 시선이 의식된다면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캐스퍼 만한 가성비를 갖추고 레저, 출퇴근, 여행 등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후보는 극소수다. 여기에 나의 개성을 살려줄 차박이 가능한 캐스퍼의 공간은 덤이다.
한 줄 평
장점 : 외모와 풍부한 편의안전장비, 세계 최초 운전석 차박 시트
단점 : 윗 급을 노릴 수 있는 가격대..단점이 별로 없다
현대자동차 캐스퍼 터보엔진i3 1.0L 가솔린 터보변속기4단 자동구동방식FWD전장3595mm전폭1595mm전고1575mm축거2400mm최고출력100마력최대토크17.5kg.m복합연비12.8km/L시승차 가격2007만원
남현수 에디터 hs.nam@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