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40만원 연체, 금방 갚았는데... 신용평가 감점될 수도
김지섭 기자 입력 2023.05.24. 15:22 조선일보
한 캐피털사에서 차량 담보 대출을 받은 A씨는 최근 월납입액을 제때 내지 못했다. 연체 횟수가 2회에 불과하고, 총 연체일수(12일)와 연체금액(40만원)이 얼마 되지 않아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가 이런 연체 정보를 기록해 관리하는 걸 알고, A씨는 금융감독원에 “경미한 수준의 연체인 만큼 관련 기록을 삭제해야 한다”는 민원을 넣었다. 그러나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A씨처럼 대출금을 짧게 소액으로 연체한 이들이 신용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에 항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하지만 연체 기간과 금액이 5영업일·10만원을 넘을 경우 ‘공유대상 단기연체 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록을 삭제할 수는 없다. 최근 5년 이내 2건 이상의 연체 기록이 있을 경우, 신용평가사는 신용평점 산출 자료로 활용한다. 단기, 소액 연체라도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금감원은 단기, 소액 연체를 비롯해 카드·캐피털 등 2금융권 분야에서 소비자 민원이 늘고 있는 주요 내용들을 안내했다.
교통카드로 쓰이는 티머니 제휴 카드를 잃어버릴 경우, 티머니 충전금의 환급이나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소비자들이 유념해야 할 점이다.
티머니 카드 번호를 알고 있고, 사진을 찍어뒀다 해도 넣어둔 돈을 되찾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티머니가 선불전자지급수단 관련 법률과 계약에 따라 환불을 거절하면 티머니에 책임을 묻기 곤란하다”며 “너무 큰 금액을 충전해 들고 다니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금감원은 카드사 리볼빙 서비스(결제액 이월 약정)는 최고 연 19%대의 높은 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에 신중히 선택해야 하고, 법인 리스 차량 이용자는 직접 차량 정기 검사를 받아야 과태료 처분을 피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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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일제히 연체 급증… 금리 내리는데 왜 이러나
금리 상승 여파, 시차두고 밀어닥쳐… 저축銀 연체율 5% 돌파
최규민 기자 김지섭 기자 입력 2023.05.23. 03:00 조선일보
올 들어 은행·저축은행·카드사 등 전 금융권에 걸쳐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지난해 금리 상승의 여파가 시차를 두고 본격적으로 몰아닥치고 있는 것이다. 시중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 기간 만기 연장을 반복하며 상환을 미뤄온 빚이 워낙 많은 데다 경기 둔화로 가계와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있어 하반기쯤 빚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일러스트=박상훈
◇빠르게 치솟는 연체율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4월 말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평균 0.304%를 기록해 전달(0.272%)보다 0.032%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승세를 타며 지난 2월 0.308%까지 올랐다가 3월 큰 폭으로 떨어지며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그러나 4월 들어 다시 급반등하며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의 총여신 중 회수가 불투명한 여신의 비율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1년 전보다 0.016%포인트 오른 0.25%를 기록했다. 각 은행에 따르면, 이 같은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3~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했고, 최근에는 가계 대출 연체율도 늘고 있다”며 “자산 가치 하락과 경기 침체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부터 연체율이 더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추가 충당금을 쌓으며 부실 우려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많이 다루는 인터넷은행은 연체율이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올 1분기 연체율은 0.58%로 지난해 1분기(0.26%)보다 2배 이상이 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고위험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은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분기 말 저축은행업계의 연체율은 5.1%(잠정)로 2016년 말(5.83%) 이후 6년여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지난해 말 이후 최근 3개월 사이 1.1%포인트 급등해 5.1%에 달했다.
서민 경제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카드 연체율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 연체율이 1분기 1.37%를 기록하며 2019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아진 것을 비롯, 주요 카드사 연체율이 일제히 1%를 넘어서며 2~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드 연체는 카드대금이나 카드론, 신용대출 등을 1개월 이상 연체하는 것을 뜻한다. 은행에서 정상적으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사람이 카드론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카드 연체율 상승은 서민 가계의 채무 상환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뜻으로 종종 해석된다.
◇하반기 빚 폭탄 현실화 우려도
더 큰 문제는 각종 악재가 산적해 있어 하반기 이후 대출 부실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코로나 기간 시행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상환 유예가 9월 종료되는데, 대출 규모가 워낙 큰 데다 빚 갚을 능력이 취약한 상태라 추가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규모 연체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분기 말보다 334조9000억원 늘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PF에서도 대규모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다른 업권에 비해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이 2010년 이후 또 한번 위기의 진앙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하반기 경제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면서 각 경제 주체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이민환 교수는 “가계 부채 중에서 저신용자의 생계형 대출이 급증하고,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며 “생계형 대출에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면 사회의 기본 안전망이 붕괴하면서 한국 경제가 깊은 터널에 빠져들 수 있다”고 말했다.
☞ 연체율, 고정 이하 여신 비율
연체율이란 금융 회사가 빌려준 돈 중에서 원금이나 이자를 한 달 이상 받지 못한 대출금의 비율을 말한다. 연체된 대출금 중에서 갚지 못한 기간이 3개월을 넘거나 폐업 등으로 빚을 못 갚을 것이 확실하면 ‘고정 이하 여신’으로 분류되는데, 은행이 회수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뜻에서 부실채권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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