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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의지로 코스를 바꿀 수는 없지만, 구간 선정은 의지로 되는 게 백두대간 종주라, 안내산악회 대간 팀의 남진 19구간에 해당하는 '성삼재 → 고리봉 → 묘봉치 → 만복대 → 정령치 → 큰고리봉 → 고기리→ 주촌마을'의 13.44km 코스를 6시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남진이라 하면 주촌마을에서 시작해 성삼재에서 끝내야 하나, 산행의 난이도에서 성삼재에서 주촌마을로 향하는 게 훨씬 쉬워, 거꾸로 진행한다. 남진과 북진에 목숨 거는 팀이 아니면, 상황에 따라 남과 북을 바꾸는 경우는 비일비재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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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대[萬福臺]
높이: 1,438.4m
위치: 전북 남원시 주천면
만복대는 지리산의 많은 봉우리 중 하나이다. 만복대라는 이름은 지리산의 많은 복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조망이 뛰어난 곳이다. 또한 만복대 능선은 경사가 완만해 나이 든 산악인들도 무난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펑퍼짐한 시골 아낙의 엉덩이처럼 풍만하고 넉넉해 보이는 만복대는 산을 찾는 이들을 심성 좋게 품어준다. 가을이면 온 능선을 뒤덮는 억새의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억새들 사이를 걷노라면 늦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진다.
정령치(鄭嶺峙) 1.172m
정령치(山內面 德洞里, 해발 1,172m)의 표기는 정령치(正嶺峙)로 표기하기도 한다. 아직도 옛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곳에는 넓은 산상 주차장과 휴게실 등이 자리 잡고 있으며, 만복대(1,420m)의 등반기점이기도 하다.
정령치는 서산대사의" 황령암기(黃嶺岩記)"에 의하면, 기원전 84년에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장군(鄭將軍)을 이곳에 파견하여 지키게 하였다는 데서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노고단 입구의 성삼치(姓三峙)와 바래봉 남쪽의 팔랑치(八郞峙)도 각각 각성바지 3명의 장군과 8명의 병사가 지키던 수비 성터라는 데서 지명이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정령재 정상에 올라서면 바로 눈앞에는 유순하게 흘러내리는 만복대가 다가오고, 운봉평야가 멀리 내려다보이는가 하면 꾸불꾸불하게 포장된 정령치 도로도 보인다. 반야봉의 큰 덩치가 시야에 잡히기도 하여 사방의 전망이 탁 트인 게 시원하다.
작은고리봉, 큰고리봉
지리산 서북릉에는 지형도상에 고리봉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정령치 너머의 고리봉(1,304m)이고 이를 큰고리봉, 또 하나는 성삼재와 묘봉치 사이에 있는 고리봉(1,248m)으로 큰 고리봉보다 낮다 하여 작은 고리봉으로 불린다. 고리봉하면 큰고리봉을 말하는데, 일명 환봉이라 한다. - 한국의 산하
백두대간(白頭大幹)
정의: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
개설: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동쪽의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뻗어 내리다 태백산 부근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남쪽 내륙의 지리산에 이르는 산맥으로 우리나라 땅의 근골을 이루는 거대한 산줄기의 옛 이름이다.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2009년 3월 5일 자로 개정된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백두대간이라 함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금강산·설악산·태백산·소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큰 산줄기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산경표에 따르면 백두산부터 원산, 함경도 단천의 황토령, 함흥의 황초령, 설한령, 평안도 영원의 낭림산, 함경도 안변의 분수령, 강원도 회양의 철령과 금강산, 강릉의 오대산, 삼척의 태백산, 충청도 보은의 속리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연원 및 변천: 조선 영조 때의 실학자인 신경준이 쓴 산경표(山經表)에서 한반도의 산줄기를 대간과 정간, 정맥으로 나타낸 체계를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산경표는 1913년 활자로 인쇄된 책자가 많이 남아 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인식하던 나라 땅의 산줄기〔山經〕는 하나의 대간(大幹)과 하나의 정간(正幹), 그리고 13개의 정맥(正脈)으로 이루어졌다.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여러 갈래로 갈라진 산줄기는 모든 강의 유역을 경계 지었다. 크게 나누어 동·서 해안으로 흘러드는 강을 양분하는 큰 산줄기를 대간·정간이라 하고 그로부터 다시 갈라져 하나하나의 강을 경계 짓는 분수산맥(分水山脈)을 정맥이라 하였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한국의 산하
건강을 위해 매주 산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산에 다니다가, 소 목표가 없으면, 매주 가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천고지, 백두대간, 명산 100등의 소 목표를 세웠다. 이 중 명산 100은 한국의 산하, 산림청, 까만 소가 선정한 산에 다 오르고, 200, 300 등에 오르는 중이다. 백두대간은 갈만한 산이 없을 때 다녔으나, 2022년 산방기간(산불방지를 위한 입산 통제 기간)에 백두대간 연결 산행이라는 걸 시작하며, 본격적인 종주에 나서, 현재, 북진 기준으로 지리산 서북능선 큰고리봉에서 주촌마을까지, 동대산에서 구룡령, 미시령에서 대간령의 3코스가 남았다. 백두대간을 몇 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진행하는 통례에 따르면, 성삼재에서 주촌마을, 진고개에서 구룡령, 미시령에서 진부령까지의 3구간이다.
위에서 보듯이 남은 세 코스 모두 순수하게 백두대간 연결이 목적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가 아니라, 중간, 즉 성삼재가 아니라 큰고리봉에서, 진고개가 아니라 동대산에서 시작하면 되고, 진부령까지가 아니라 대간령까지만 가면 된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백두대간과 무관하게 산을 돌아다니다 보니, 국립공원 등 명산은 이미 올라서다. 중복 구간이 많고, 징검다리처럼 뚝뚝 떨어져 있는, 이미 다녀온 산을 연결하면, 백두대간 종주와 다름없다는 걸 깨닫고, 시작한 게 대간연결이긴 하지만. 그런데, 남은 세 구간은 공교롭게도 다 지리산, 오대산, 설악산 등 국립공원에 속해 있어, 산방 기간에는 갈 수 없고, 와중에 뒤 두 코스는 산방과 무관하게 입산 통제 구역이다. 그래서 아직 못 갔지만.
이것저것 따지면, 애초 백두대간 종주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약간의 불법은 감행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불법임에도 산방 기간에 시도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때에 비해 환경부, 산림청 등 관리기관의 촉각이 곤두선 시기라,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위험 관리 차원일 거다. 해서 4월 30일 24시를 기해 지리산 산방이 끝난, 5월 1일부터 국립공원이나, 산방으로 통제됐던 구역의 산행이 재개된다. 설악산 등 북쪽에 있는 산은 5월 15일로 보름 정도 뒤에 풀리지만, 지리산에서 시작하는 북진이라면, 문제될 게 없다. 어쨌든 산방이 끝나고, 5월 7일 자 성삼재~주촌마을 산행을 시작으로, 남은 세 구간 연결 산행을 재개한다. 진고개~구룡령 구간은 작년에 계획된 산행이 여러 가지 이유로 밀리고 밀려, 해를 넘긴 5월 18일 수요 무박 산행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미시령~진부령 구간은 한 안내산악회에서 5월 말 계획이 있으나, 천고지와 겹쳐, 다른 팀의 공지를 기다리는 중이다.
산방으로 지리산, 설악산 등의 산행에 굶주려 있던 고객의 요구에 호응하기 위해 수도권 최대의 안내산악회에서는 4월 30일 심야 포함 5월 1일 노동절에 8대의 버스를 출발시켰고, 중소 산악회도 많으면 4대, 적어도 한 대는 출발시켰다. 그리고 백두대간 성삼재~주촌마을 구간은 거의 격일로 출발할 정도라, 최대 산악회의 5월 2일 자를 두 달 전 신청했으나, 가격으로 승부하는 산악회의 5월 7일 산행 계획을 발견하고 갈아탔다. 당시만 해도 기 신청자가 만석에 가까워 성원 미달로 취소될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어, 편한 버스 대신, 싼 맛에 이용하는 버스로 갈아탔다. 그런데, 산행 일이 5월 황금연휴 중 하루여서인지, 출발일이 다가오자, 취소자가 속출하는 중이다. 가장 큰 타격은 다섯 명 일행이 취소한 거.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영업이 그렇듯이 안내산악회도 단체 손님 대환영이나, 그 단체가 생소한 경우, 출발 직전 취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도 그렇다. 그나마 주인장이 취소 여부를 빨리 결정하면, 다른 산악회라도 알아보는데, 마지막까지 기다리다 취소되면, 결국 충성파만 피해를 보고, 결국 그 산악회를 꺼리게 된다. 한 예로 지난 연화산, 민둥산 1+1 산행이 그렇고, 그전에도 많이 있었다. 연화산행이 취소되는 바람에 당시 입금한 돈을 이번 성삼재 산행으로 이월했는데, 다시 다른 산행으로 이월하게 생겼다. 이월이야 요청하면 되나, 백두대간 연결이 지연되는 게 문제다. 해서 비록 대기자가 4명이나 있으나, 최대 산악회의 5월 8일 자 산행으로 갈아타려면, 지금 취소해야 한다. 그럼 기름을 붓는 꼴이다. 그런 사태를 많이 겪은 주인장이라, 열 받아 산행 게시판에, 몇 명이든 강행하겠다는 의사 표현의 글을 올렸다. 해서 공식 발표가 있기까지 기다린다!
출발 이틀 전인 5월 5일 어린이날, 폭우가 내린다는 예보에 따라, 거의 모든 산악회 산행이 취소자 속출로 내가 아는 한 금요일 출발 버스는 하나도 없다. 와중에 토요일도 오전에만 잠깐 내린다는 비가 금요일 예보에 의하면, 오후까지 내리는 거로 바뀌어, 토요일 산행도 취소자가 속출해야 하나, 환급 마지노선을 돌파한 시점이라, 강행하는 분위기다. 그나마, 백두대간 성삼재~주촌마을 연결 산행 일인 일요일은 바람이 강하고, 날은 흐리나 비 소식이 없어, 비록 성원은 채우지 못했으나, 주인장의 주체할 수 없는 백두대간 사랑에 강행하는 분위기였는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초면의 일행 둘이 또 취소해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돼, 가야 가는 산행이 됐다. 백두대간 연결 쉽지 않다. 애초 대형 산악회, 산행을 취소한 게 문제였나?
금요일 저녁 늦게, 오전에 취소했던 두 명이 다시 신청했다. 그래도 성원에는 2명이 부족하나, 그들의 복귀로 고무된 주인장이, 게시판에 강행하겠다는 의사표시로, 산행 후 수박파티를 하겠단다. 참 힘들게 큰고리봉에서 주촌마을까지 4.2km를 연결한다. 그런데, 문제는 토요일 확인한, 산행 일인 일요일 지리산 노고단 산악날씨에 의하면, 10시부터 15시까지 시간당 1mm 내외의 비라, 혹시 밤새 취소자가 있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취소자는 없다. 그리고 환급 마지노선을 넘은 현 시각 이후 취소는 의미가 없으니, 정상 출발이다. 다만, 산악날씨가 맞는다면, 산행 시간 내내 비를 맞아야 한다. 해서 우중 산행에 대비해 등산화는 아큐아슈즈를, 겨울용 바람막이가 우의로써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걸 입고 간다. 점심용 김밥은 일요일이라, 신사역에서 살 수 없으니, 불광역 8번 출구 부근의 24시간 김밥전문점에서 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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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첫 백두대간 연결 산행 일, 새벽에 기상하자마자, 날씨를 확인했다. 어제 예보와 달라진 점은 비가 내리는 시간이 15시에서 18시까지로 늘었다는 거다. 고로 산행 내내 비다. 지리산(노고단) 날씨를 확인하고, 평소 산행 때와 다름없이 절차를 마치고, 6시 21분 신사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6시경 집을 나섰다. 역까지는 걸어도 15분이면 되나, 역 부근의 김밥 전문점에서 김밥 살 시간이 필요해 좀 일찍 나섰다. 김밥 덕에 마을버스도 탈 수 없다. 며칠 전 우연히 김밥집 앞을 지나다, 24시간 영업이라는 광고 문구만 봤을 뿐 실제, 영업 여부는 확인하지 않은 상태라, 긴가민가했는데, 다행히 문을 열어, 반갑게 열린 문으로 들어가, 김밥 한 줄을 사 배낭에 넣었다.
그런데, 사고 보니, 다른 김밥집에 비해 많게는 2,000원 적게는 500원이 비싸, 꺼림칙한 기분으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혹시 이 집이 문을 열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던 건너편의 또 다른 24시간 영업집도 확인했다. 역시 장사 중이다. 더 번화한 연신내는 연서시장 외에는 새벽에 문을 여는 김밥집이 없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매주 이용하는 불광역 부근에 두 개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과거 코로나 이전 불광역까지 걸어서 다닐 때는 두 집 다, 알고 있었으나, 코로나 시기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바람에 두 집을 지나쳤다. 물론, 코로나로 24시간 영업을 안 했다. 당연히 코로나 이후는 연신내가 안 하니, 불광역도 안 할 거라고 지레짐작한 결과다. 어쨌든 다음에는 건너편 김밥집에서 사기로 하고, 불광역으로 내려갔다.
6시 21분 승차장으로 들어온 오금행 열차를 타고, 신사역에 내린 시각이 6시 50분이다. 그리고 승차장 의자에 앉아 양말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이후 유유자적 개찰구로 나가, 5번 출구로 나갈까 하다가, 버스 도착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급한 건 아니나, 화장실로 갔다. 볼일을 보며,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용하는 산악회 중 두 개가 신사역에서 출발하는데, 하나는 7시 정각, 다른 하나는 7시 10분으로 시간이 다르다. 그런데, 7시 10분 출발 산악회로 착각하고 여유를 부리고 있었던 거다. 해서 볼일이 끝나자, 뛰어서 5번 출구로 나갔다. 다행히 아직 버스는 도착하지 않았으나, 6시 59분으로 아슬아슬했다. 버스 도착 전이라는 걸 확인하고, 정류장 주변을 둘러보니, 건물 앞에서 서성이는 서너 명의 등산객이 보인다. 그리고 조금 지난 7시 2분 버스가 도착하자, 어디에 있었는지 모를 등산객도 모습을 나타냈다.
44인승 버스에 성원이 대장 포함 26명인데, 24명이 신청해 성원 미달이나, 주인장이 강행한 산행이라, 대부분이 두 자리를 차지하는 좌석 배치다. 고로 굳이 배낭을 짐칸에 넣을 이유가 없어, 다들 둘러멘 그대로 버스에 타, 옆의 빈자리에 배낭을 뒀다. 강풍이 부는 가운데, 기온은 낮고, 비까지 예보돼, 조망을 기대할 수 없어 초행이라면, 당연히 연기했을 산행이다. 하지만, 이미 서너 번 오른 봉우리와 능선이고, 전체 13km에서 4.2km에 불과한 큰고리봉에서 주촌마을까지의 백두대간 연결이 목적이라, 다시 기회가 오려면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해 강행했다. 고로 날씨에 맞게 산행을 준비했는데, 마지막까지 어떤 배낭을 메고 갈지 결정을 못 했다. 처음에는 숄더힙색이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힙색은 비에는 무방비다. 그렇다고 쓸데없이 부피만 큰 배낭도 부담이라. 일단 배낭에 힙색을 넣어 가, 성삼재 도착쯤 날씨를 보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물론 다른 짐은 버스에 두고 간다. 이게 안내산악회 장점 중 하나다.
출발이 7시 정각인데, 2분이나 늦게 도착했음에도 출발할 기미가 안 보인다. 책을 보느라,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으나,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로 판단하건대, 승객이 늦는 게 아니라, 오늘 두 대의 버스가 출발하는데, 하나에 문제가 생긴 거 같다. 언제든 출발하면 그만이라, 계속 책을 보고 있으니, 예정보다 20분 늦은 7시 20분경 출발했다. 그리고 죽전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버스가 정차하는 동안, 눈이 아파 패드에서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고, 있는데, 유리창에 빗방울이 부딪힌다. 예보에도 없던 비가 수도권에도 내린다. 그리고 발이 시려, 온풍구 입구에 발을 가까이 가져갔다. 나중에는 너무 더워 통로 건너편에 있던 승객이 히터를 꺼달라고 했는데, 결과적인 얘기나, 우린 살만했지만, 4, 5, 6열을 제외한 자리는 추위에 떨었다고! 5월이 아니라, 한겨울 분위기다.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떠난 버스는 어딘지는 모르나 천안논산고속도로 상의 졸음 쉼터에서 기사가 급한 볼일 보고, 다시 달려 9시 10분경 여산휴게소로 들어갔다. 두 시간 넘게 꼼짝하지 않아 스트레칭이 필요해서, 버스에서 내려, 몸을 풀며 화장실로 가 볼일 봤다. 그리고 여산하면, 시조 주제의 소공원이라, 그리로 갔는데,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나, 공사 중으로 정자에 올라갈 수 없게 금줄로 막았다. 해서 그 모습만 기록으로 남기고, 버스로 돌아가는데, 이런 날씨에도 꽤 많은 버스와 자가용이 주차해 있다. 역시 노는 거에는 진심인 민족이다. 그런데, 우리가 타고 온 버스 옆에 익숙한 버스가 서 있어, 가까이 다가가 목적지가 어딘지 앞창 LED를 확인했다. "성삼재=>주천"이라는 글이 밝게 빛나고 있다. 즉 우리와 같다! 이 산악회에서 월요일 출발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일요일 출발도 있는지는 몰랐다.
옆에 있던, 버스가 먼저 출발하고, 5분 정도 후에 우리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한다. 코스야, 백두대간이니, 새로울 게 없는데, 초행을 위해 큰고리봉에서 직진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한다. 그리고, 애초 남진팀이나, 본인은 산행에서 굳이 고생을 사서 할 필요는 없다는 주의라 이 구간만큼은 북진을 선택했다고 한다. 다들 비슷한 생각이라, 이의가 없다. 그리고 이 구간이 보통 4시간 반에서 5시간이면, 마감할 수 있는 산행이나, 식사 시간을 고려해 5시 20분에 서울로 출발한다고 했다. 예상 성삼재 도착 시각은 11시 4분이다. 고로 6시간 20분 정도의 소요 시간 책정이다. 다른 산악회도 마찬가지지만, 이 산악회도 종주는 팀이라는 연대 의식이 있어, 하산주를 준비했으니, 초면이라도 같이 들자고 했다. 물론 수박파티도! 산행에 비해 마감 시각이 늦는 이유다.
10시 35분경 구례에 도착한 버스가 성삼재를 향해 올라가는 동안, 책 읽는 걸 중지하고 창밖을 보다가, 천은저수지라는 팻말과 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기 저수지가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낮에 이 길을 올라간 기억이 없다. 새벽에 올라가거나, 심야에 택시를 불러 타고 내려왔다. 아, 흥수와 둘이 자전거를 타고 동해를 따라 올라가기 전 종석대에 오른 후 시암재에서 택시를 타고 내려갔었다[산행기]. 택시는 차가 낮아서 밖에 뭐가 있는지 몰랐나? 어쨌든 천은저수지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 숄더힙색은 버스에 두고, 배낭을 메고 가는 거로 결정하고, 배낭의 레인 커버를 씌우고, 아쿠아슈즈의 끈을 조이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힘겹게 급경사를 오른 버스는 예정보다 이른 10시 59분 성삼재에 도착했다. 와중에 승객을 내려주고 돌아가는 관광버스와 교행했다. 고로 최소 3대의 버스가 성삼재에 등산객을 내려놓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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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산행 준비를 끝내고 버스에서 내려, 다른 대간꾼이 등산지팡이를 펼치는 등 준비를 하는 동안, 주위를 둘러보며, 휴게소에 본 산악회 버스와 그걸 타고 온 대간꾼을 찾았다. 없다! 성삼재로 올라오는 동안, 내려가는 걸 못 봤는데, 주차장에도 없어, 혹시 LED를 잘못 봤나? 기억을 더듬고 있는데,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승객을 내려놓고, 올라왔던 천은사가 아니라, 반대편인 달궁으로 내려간다. 그걸 보고는 순간, 날머리가 남원 주촌마을 ‘백두대간 생태교육원’이니, 구례가 아니라, 남원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모든 게 명확해져, 홀가분한 마음으로 핸드폰과 스마트 워치의 등산 앱을 기동하고, 이미 알고 있으나, 산행 전 의례와 다름없는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그런데, 1,114m다! 성삼재가 해발 1,000m가 넘는 건 알고 있으나, 1,100m에 육박할 거라곤 생각을 못 했다. 해서 과거에 확인한 고도를 찾아봤으나, 없다. 말인즉 산행 전 들머리의 고도를 확인하는 의식이 생긴 후 첫 성삼재 방문이다!
모든 궁금증을 풀고, 만복대로 가려고 달궁 방향으로 가는데, 주위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던 대간꾼들이 그 길이 맞냐고 묻는다. 하긴 2017년, 동선, 흥수와 함께 첫 지리산 서북능선 종주 때, 방향을 잘 몰라, 천은사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온 경험이 있을 정도로, 초행인 등산객에는 서북능선의 방향이 헷갈린다[산행기]. 포장도로를 따라 달궁 방향으로, 150여 미터를 간 후 등산로로 들어설 수 있는데, 설마 그 도로가 지리산 서북능선의 일부이자 백두대간이라고는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해서 앞장서서 도로로 가며,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긴가민가하는 대간꾼 중 몇은 따라오고, 나머지는 눈치만 보고 있는 걸 뒤로 하고 도로를 따라가, 11시 정각에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만복대 탐방로'라는 명패를 단 아치형 문이자, 차단 시설 입구에는 경험 있는 대간꾼이 먼저 도착해 우중에도 그 문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고 있다.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들을 지나쳐 문을 통과해 경사진 등산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자, 비와 섞여 우박도 내린다. 강풍과 비 예보에 따라, 등산화는 아큐아슈즈를, 상의는 겨울용 바람막이를, 바지는 봉 감독이 비를 튕겨 낸다는 걸로, 그리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우의 대용 스커트와 우산을 준비했는데, 비와 우박이다. 그걸 맞으며,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로 거의 선두로 가다가, 이 복장으로 등산로 옆 관목에 고인 물을 털고 가는 선두가 되서는 안 된다는 게 떠올랐다. 그렇다고, 속도를 늦추거나 기다릴 인간이 아니라, 정상 속도로 계속 가자, 갈림길이 나타났다. 당동고개로, 현재 시각 11시 5분, 만복대까지 4.8km! 과거 기록이 있음에도, 하도 변화가 심해 갈림길은 무조건 기록으로 남긴다는 원칙에 따라, 가던 길을 멈추고 이정표를 사진으로 남겼다. 그 사이 아래에서 인증을 찍던 대간꾼 서넛이 추월해, 선두를 내줬다.
선두의 후미에서 따라가는데, 계속 내리는 비와 우박에 이미 선두와 후미는 의미가 없다. 와중에 아큐아슈즈가 비에 젖자, 맨발이 시려오기 시작하고, 바람막이 안으로 빗물이 침투하지는 않는데, 팔도 차갑다. 배낭에는 이런 때를 대비해, 패딩 조끼와 우의뿐만 아니라 보온 효과도 있는 스커트가 들어 있어, 힙색이 아니라 배낭을 메고 온 거다. 그걸 꺼내 입을까 하다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어 정 못 견딜 때 입기로 하고, 이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으며, 만복대로 향했다. 가끔 주변의 철쭉도 기록으로 남기며 가는데, 등산 앱이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줘,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작은고리봉’이다. 해서 비록 비에 핸드폰이 젖을 염려는 있으나,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책임감에 동영상을 찍으며, 급경사를 올라가는데, 보이는 게 없어, 등산로만 보고 가다 보니, 어느 순간 나를 추월했던 대부분을 다시 추월했다.
11시 29분 작은고리봉 정상에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많은 백두대간 종주자가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있다. 성삼재에서 나보다 앞선 일행이나, 중간에 나를 추월한 일행이 몇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아 약간 놀랐다. 어쨌든 작은고리봉이 까만 소 백두대간 인증처 중 하나라, 그들이 인증을 남기는 동안, 정상석과 이정표만 기록으로 남기고, 다음 목표인 묘봉치로 향해 내려갔다. 갈수록 비와 우박은 강해지는데 배도 슬슬 고파온다. 애초 어디 주저앉아, 밥을 먹을 게 아니라, 걸으며 먹을 요량으로 준비한 김밥을 꺼냈다. 그리고 빗물, 우박과 함께 그걸 먹으며 걷는데, 내리막길에서 병목이다. 그런데, 일행이라고 하기에는 등산객이 너무 많다. 그때 떠오른 게 휴게소에서 본 산악회 버스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보통 배낭에 달고 다니는 명패를 보려는데, 우의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산악회도 경비 절감 차원인지 코로나 시기부터 명패를 준비하지 않아, 코로나 이전부터 산악회와 다닌 산꾼이 아니면 명패를 단 등산객은 보기 힘들다.
위에서 김밥을 먹으며, 병목이 해소되기를 기다리다가, 다른 길이 보여, 그들을 추월해 갔다. 그런데, 갈수록 비와 우박이 심해 길은 이미 미끄러운 진흙으로 바뀌었다. 고로 조금만 실수하면 대형 사고라, 앞서가던 등산객이 길을 양보해 그들을 추월해 가는데, 이번에는 오르막 병목이라, 뒤에서 정체가 풀리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앞선 등산객의 우의 속으로 배낭에 달린 산악회 리본이 보여, 두 눈을 집중해 그걸 읽었다. '김해 경운산악회'다[카페]. 성삼재로 올라오는 길목에서 교행했던, 관광버스를 타고 온 산악회다. 그리고 서로 주고받는 대화 모두가 진한 경상도 사투리에, 별명이 아니라 형님이니 형부니 하는 호칭을 써, 약간 혼란스러웠는데, 리본을 확인한 순간 모든 게 명확해졌다. 내 차례가 돌아와 오르막을 오르자, 꽤 넓은 평지다. 그리고 구석에 경운산악회 일행과 비슷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게 보이고, 저 앞에는 이정표가 있다. '묘봉치'다. 그걸 배경으로 인증을 찍는 등산객이 많아,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기는 걸 포기하고, 다음 목표인 만복대로 향하려는데, 앉아 있던 사람 사이에서 '경운산악회, 밥 먹고 갑시다!'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다들 그쪽으로 간 덕분에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
비구름 속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저 앞만 보고,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올라가다, 급경사 20여 미터를 오르자 '만복대 안전 쉼터'가 반겨준다. 날이 좋으면 전망대로도 괜찮아 보이는 갑판 쉼터다. 와중에 가운데 있는 ‘배낭걸이’는 지리산에서는 처음 보는 거라, 그걸 준비한 국립공원공단 전남사무소에 감탄했다. 그렇다고 거기서 쉴 건 아니라, 기록으로만 남기고, 떠나려고 보니, 이정표에 적힌 거리가 보인다. 만복대까지 0.8km다. 만복대를 마지막으로 올랐던 게, 2018년 10월인데, 당시 만복대를 힘겹게 올랐던 기억이 있다[산행기]. 그런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이게 만복대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평이해, 남은 0.8km가 지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단단히 각오하고 쉼터를 떠났다.
쉼터를 떠나, 20분가량 가자, 저 앞 정상에 홀로 외롭게 서 있는 나름 둥근 바위가 보인다. 분명 정상은 맞는데, 등산 앱 반응이 없다. 그렇다고 이정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만복대는 아니고, 등산로는 만복대 방향으로 직진하는 길과 정상으로 향하는 길로 분기하고 있다. 즉 갈림길이다. 해서 동영상을 찍으며, 좌회전해 정상으로 올라가는데, 추위를 견디지 못한 핸드폰이 꺼졌다. 해서 비에 젖은 핸드폰을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는 마른 등산복으로 물기를 닦은 다음 다시 기동하며, 정상에 도착해 보니, 아무런 표지 없이, 반대편 아래로 내려가는 길만 보인다. 그 방향이 궁금하기는 하나, 현재 중요한 건 백두대간 연결이라, 궁금증만 남기고 정상에서 정규 등산로로 어느 정도 내려오자, 핸드폰 부팅이 끝났다. 고로 정상의 모습은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으나, 길이라도 기록으로 남겨야 할 거 같아 뒤로 돌아 사진을 찍었다.
정상에서 내려오며 아래를 보니, 갈림길에서 정상을 향해 힘들게 사진을 찍고 있는 등산객이 있다. 그도 나 못지않게 기록에 진심인 산꾼으로, 비에 젖어 말을 듣지 않는 핸드폰으로 어떻게든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가 사진 때문에 지체하는 사이 그를 지나쳐 가는데, '어디 갔다 오냐?'고 묻는다. 해서 정상에 뭐가 있나 보고 오는데, 아무것도 없었다고 알려주고 길을 갔다. 12시 46분경 만복대 0.3km 거리의 이정표를 통과할 때,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올라가는데, 등산 앱이 만복대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그 순간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만복대로 향해, 12시 56분에 정상에 도착했다. 만복대도 까만 소 인증처 중 하나라, 너덧의 등산객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고 있다. 애초 이런 날씨에 인증을 남길 생각은 없고, 정상석만 찍고 떠나려는 데, 인증꾼들이 방해해 그것조차 쉽지 않다. 손은 시리고 언제 다시 핸드폰이 꺼질지 몰라, 약간 짜증을 내자, 질서를 지킨다. 와중에 좀 전 바위 정상 갈림길에서 만났던 등산객이 도착해, 인증을 부탁해 찍어 주자, 내 인증도 찍어 주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핸드폰을 넘겨줬다.
처음으로 우중, 삼각대를 이용한 게 아니라, 다른 등산객이 찍어준 인증을 남기고, 정상에서 내려와 뒤로 돌아보니, 속속 도착한 대간꾼이 인증을 남기고 있다. 그들의 열정에 감탄하며, 짧게 동영상으로 남기고, 2km 거리에 있는 정령치를 향해 출발했다. 우박이 잦아들고, 굵어지는 비를 뚫고, 정령치로 향하는데, 등산 앱이 음성으로 배지를 획득했다고 알려준다. 처음에는 정령치 부근인가 했으나, 만복대를 떠난 지 얼마되지 않아, 혹시 주위에 마일스톤이 될 만한 게 있나 찾아봤다. 없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꺼냈다. '백미대간 33봉우리 중 15봉에 올랐다'는 인증이다. 몇 개월 전 대간 연결 때문이 아니라, 백두대간 조령산의 암릉이 타고 싶어, 대간 팀을 따라갔을 때[산행기] 같은 메시지를 보고, 이게 뭐지 하고 검색했었다. 여행사 사장이 백두대간 탐방 금지 구역을 제외하고, 33개 봉우리를 인증처로 선정한 후 백미대간이라 명명한 거다. 당연히 현재도 호객 중으로, 까만 소와 다른 건 고개를 포함 모든 마일스톤이 아니라, 봉우리 33개만 선정했다.
배지를 준다니, 받기로 하고, 추워 배낭에 든 패딩 조끼를 꺼내야 하나 고민하며, 굵어진 비를 맞으며 가는데, 저 앞으로 다시 만복대 쉼터다. 만복대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쉼터로, 묘봉치나 정령치에서 만복대로 올라가는 게 쉽지 않다는 방증이나, 앞에서 언급한 2018년 10월과는 달리, 힘든 줄 모르고 올랐다. 해서 쉼터를 떠나 정령치로 향하며, 당시와 다른 게 뭔지 곰곰이 기억을 더듬었다. 당시는 목표가 서북이 아니라, 왕시루봉으로, 심야 버스로 성삼재에 도착 후, 노고단 고개로 올랐다. 그런데, 태풍 콩레이로 등산로가 폐쇄돼, 눈물을 머금고 성삼재로 돌아와 서북능선으로 향해, 만복대에 오를 시점에는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이번에는 평소 산행과 다름없이 7시에 신사역에서 출발해 성삼재에서 바로 만복대로 향했다. 성삼재 1,100m, 만복대 1,438m, 둘의 표고차는 338m에 불과하니, 동네 뒷산만 못하다. 오는 동안 인솔 대장이 얘기한 4시간 반 코스가 맞다.
뱀이 자주 출몰해, ‘뱀조심’이라는 경고판이 있는 지역을 통과하며, 주위의 지세를 살펴봤다. 일광욕하기 좋은 햇볕이 잘 드는 등산로 등 뱀이 좋아할 만한 지형이다. 이 주변에 뱀이 몇 마리나 있을까 추측하며 가는데, 정령치가 멀지 않았는지, 등산로가 급경사 내리막으로 바뀐다. 문제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내리는 비로 등산로가 진흙탕으로 바뀌어 미끈하면 대형 사고라, 내려가는 게 쉽지 않다. 동영상을 찍으며,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게 내려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뛰어가기도 하며, 1시 40분경 정령치에 도착했다. 그리고 동영상을 중지하려 아무리 핸드폰 액정을 건드려도, 비에 젖어 말을 듣지 않는다. 해서 핸드폰의 정지 버튼을 눌러, 액정을 꺼버렸다. 결과적으로 정령치 도착 동영상 마지막 부분은 엉망이다. 이후 바람막이 안의 등산복으로 물기를 닦고, 액정을 터치하자 정상 작동해, 이정표와 정령치 소개 글을 기록으로 남겼다. 나보다 먼저 도착해 인증을 찍었던 등산객은 정령치 휴게소로 내려갔으나, 정령치에서 하산할 게 아니면, 휴게소에서 갈 이유가 없어 바로 작은 고리봉으로 향했다. 하긴, 휴게소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어도 되기는 하나. 하산주는 아니어도, 하산식은 먹어야 해 무시했다.
평범한 산책로처럼 보이는 서북능선이자 백두대간을 따라, 300m가량 가자, 마애불상군 갈림길이다. 지난 2018년 계획에 없던 서북능선을 달릴 때 갈림길을 처음 발견하고, 그곳으로 가 희미하게 보이는 불상 하나하나를 확인했다. 오늘도 날이 좋았다면, 당연히 방문해 마애불에게 신고했겠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날씨라, 그냥 지나쳐 큰고리봉으로 향했다. 1시 47분 마애불상군 갈림길을 떠나, 0.5km 거리의 큰고리봉으로 향하는데, 1시 59분에 정상 반경 50m 내라고 등산 앱이 음성으로 알려준다. 해서 이제는 의례가 된,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향해, 2시 4분에 도착했다. 그런데, 큰고리봉 정상에 도착하기까지 핸드폰이 동영상을 찍느라 비를 맞아, 도착 후 촬영을 멈추려 해도, 액정이 말을 듣지 않아, 정령치에서와 같이 버튼으로 액정을 껐다. 그런데 핸드폰 자체가 꺼져, 보조 배터리를 동원해 다시 부팅했다. 이후 정상석 대신 이정표에 있는 고리봉 표지와 직진하는 서북능선, 좌회전해 갑판 계단으로 내려가는 백두대간을 기록으로 남겼다.
기록을 다 남기고, 좌회전 갑판 계단으로 갔다. 여기서부터 고기리까지, 3.2km가 초면이다. 사실 3.2km의 생소한 백두대간을 연결하기 위해 기상이 좋지 않음에도 강행한 산행이다. 고로 등산로 상태가 어떤지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이 구간 또한 지리산 국립공원의 등산로 중 하나니, 다른 길과 비슷하지 않을까 예상할 뿐이다. 그런데, 아니다! 성삼재에서 바래봉에 이르는 서북능선 위의 등산로와는 차원이 다르다. 2014년 아내와 같이 바래봉 철쭉 산행을 왔다가, 세동치에서 전북학생교육원으로 내려가는 길과 비슷하다. 말인즉 정비가 안 된 등산로라는 거다. 와중에 비까지 내려 낙엽 쌓인 곳은 그것대로, 흙길은 진흙이라 미끄럽기 그지없어, 조심조심 내려가다가 미끈해,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다행히 배낭이 뒤를 받쳐 큰 사고로 번지지는 않고, 뒤로 내민 손바닥과 엉덩이 약간, 그리고 배낭을 싸고 있는 레인 커버에 진흙이 묻었을 뿐이다. 배낭이 아니라, 힙색이면 어떠했을지는 상상하기도 싫다.
2시 39분 고리봉에서 1.7km, 고기리까지 1.5km 남았다는 이정표를 통과하고 조금 더 내려가자, 급경사의 등산로가 그나마 조금 완만한, 동네 뒷산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인지, 비가 그치고 햇볕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럼, 당연히 따뜻해야 하는데, 젖은 옷이 마르며 열기를 뺏겨서인지, 추워서 오한이 날 지경이다. 해서 몸을 데우기 위해 배낭의 허리띠 주머니에서 에너지 바를 꺼내 당분을 보충하며, 고기리로 내려갔다. 몸이 떨릴 정도로 추운 게 문제지 동네 뒷산에서 흔히 보는 등산로라 어렵지 않게 내려가는데, 처음에는 임도가 아닐까 하는 모습이 아래로 보여 두 눈을 부릅뜨고 자세히 관찰하자, 임도가 아니라, 묘지다. 그런데, 그 묘지에 인기척이 있어, 궁금해하며 묘지에 도착하자, 소속을 알 수 없는 등산객 셋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물을 뜯고 있다. 현재 시각 2시 55분, 우리는 마감이 5시 20분, 다른 산악회는 5시나 그보다 조금 이른 시각일 거라, 나물 뜯을 시간은 충분하다.
등산로 왼쪽으로 3기인가 4기의 묘가 있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그런데, 거기 있는 이정표에는 오른쪽 길에 관한 정보가 없는 게 정규 등산로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오가는 길이다. 고기리까지 남은 거리는 0.5km!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8분가량 내려가자, 갑판 계단이 나타나고, 저 아래로 임도 비슷한 게 보인다. 다 왔다. 신이 나서 동영상을 찍으며, 내려가 3시 7분에 탐방로 입구에 도착했다. 앞에 보이는 포장도로가 정령치로 올라가는 길이다. 저 길로 1988년에 처음 정령치에 올랐고, 2016년 2월에는 바래봉에서 출발해, 해가 진 후 정령치에서 저 길로, 내려오다가 빙판길에 수없이 넘어졌다. 당시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속담을 실천한 게 마지막 사진이다.
등산로 입구 전면은 정령치로 올라가는 2차선 포장도로,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그 도로와 합류하고, 왼쪽 위로는 비각을 포한 많은 비석이 있다. 무언가 대단한 집안인 거 같아, 비각으로 가, 비석의 내용을 읽어 보니, 孝로 시작해 다 읽지 않고 나왔다. 고로 비석의 내용은 모른다. 그런데, 내 뒤를 따라 내려오던 여성 등산객이 아직도 가지 않고, 등산로 입구에 서 있다. 그리고 내가 다시 입구로 내려가자, ‘백두대간 생태 교육원’의 방향을 묻는다. 해서 아래를 가리키며 죽 따라가면 된다고 알려주고, 나도 도로를 따라 내려가며, 주변을 분석했다. 산행 전 확인한 식당가는 주촌마을이 아니라, 선유산장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는 고촌마을회관 주변에 있다. 현재 시각 3시 7분, 목표 마감 시간 3시 30분, 산악회 마감은 5시 20분이다. 목표는 초과 달성해서 좋은데, 산악회 마감까지 2시간 10분가량 남았다. 초면의 대간팀에 끼어 한산주를 마시고 싶지는 않아, 뭐든 해야 한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 선유산장 건너편에 도착해 산장의 분위기를 보니, 영업하는 건 아니나, 길을 건넜다. 그리고 모내기 하는 걸 구경하며, 지도 앱으로 주변의 맛집을 검색하니, 산행 전 확인했던 식당들이 나온다. 그중 하나에 전화했다. 그런데, 그 식당이란 게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식당이 아니라, 단체를 대상으로 예약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고로 평소에는 문을 안 연다. 분위기로 보아, 선유산장을 포함 다른 식당도 마찬가지다. 해서 여기서 식당 찾는 건 포기하고, 향후 대책을 곰곰이 생각하며, 버스가 기다리는 주촌마을의 백두대간 생태 교육원으로 향했다. 일단, 버스로 6km 거리에 있는 운봉읍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게 여의찮으면, 택시를 부르고. 마지막 안은 주촌마을 표지석 옆의 가게에서 컵라면으로 때우기로 했다.
2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주촌마을을 향해 가며, 진흙을 씻어낼 만한 곳이 있는지 살폈다. 백두대간이 계곡을 피해 다니는 능선이라, 대간 산행 후에는 씻을 곳이 마땅치 않다. 고기리도 마찬가지로, 교육원 화장실에서 씻는 방법이 있으나, 거기까지 가는 것도 불편하다. 다른 곳은 몰라도, 아큐아슈즈라 쓰고 샌들이라 읽는 신을 신고, 진흙탕을 걸어, 상태가 최악이다. 해서, 도로 옆 농수로로 내려갈 수 있는 곳이 없나, 유심히 살피며 가다가, 마침내 발견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농수로로 내려가, 물이 맑고 흐리고 따질 계제가 아니라, 바로 발을 씻었다. 종일 내린 비로 빠른 유속에 발을 맡기고 있으니, 지나가던 등산객이 다 쳐다본다. 그리고 다 씻고, 도로로 올라서자, 부부로 보이는 등산객이 지나가며, “시원하시겠습니다. 회원님!” 한다. 해서 “네!”하고 답하고, 그들의 뒤를 따라가는데, 그중 남성이 도로 한편에 서 있는 모텔 부속 식당 광고를 보더니, 전화를 해, 나도 옆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으나, 역시다.
일단 버스로 가 모든 짐을 내려놓은 후, 향후 거취를 결정하기로 하고, 빠른 속도로 교육원으로 가자, 저 앞 주차장에 빨간 버스 두 대가 서 있다. 하나는 잘 아는 산악회고, 다른 하나는 김해 경운산악회가 타고 온 건가? 그럼, 우리 버스는?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왼쪽에 있는 게 우리 버스다. 왜, 흰색 버스라 기억하고 있었을까? 어쨌든, 짐을 풀어두기 위해 버스로 가 타려는 순간, 인솔 대장과 다른 등산객이 먹거리를 준비해서 내려오다가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그들이야 놀라든 말든, 내 자리로 가, 화장지로 배낭의 레인 커버를 깨끗이 닦은 후 그걸 벗기자, 비가 왔는지 알 수 없는 바짝 마른 모습의 배낭이 나타났다. 일단 배낭을 정리하고, 핸드폰과 스마트 워치의 등산 앱을 종료했다. 그리고 패드를 들고, 가벼운 걸음으로 버스에서 내려 식당을 찾는 모험을 시작했다.
3
먼저, 버스정류장으로 가 운봉행 버스의 시간을 확인했는데, 4시 15분으로 너무 늦다. 해서, 버스는 포기하고, 저 앞 도로의 이정표가 현란해 혹시 식당이든 뭐든 건질 만한 게 있나 가까이 갔다. 편의점이 있다. 시골 가게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으로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다가 확인하고 가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지도 앱으로 편의점을 찾았으나, 없다. 응? 다시 이정표로 돌아와 자세히 보니, 같은 이름의 펜션도 있다. 고로 펜션에 속한 편의점으로, 의미가 없다. 바람은 강하게 불고 비도 간간이 내려, 모든 걸 포기하고 버스로 돌아가려고 주차장으로 가며 버스를 보니, 문이 닫혔다. 해서 도로를 따라, 내려가, 버스정류장으로 들어가 검색한 택시로 전화했다. 그런데 택시비가 너무 비싸고, 그나마 여기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포기하고, 주촌마을 가게로 가, 먼저 표지석을 기록으로 남겼다.
표지석이 서 있는 마당을 공유하는 가게로 가서 문의 창으로 안을 보니, 선반에 담배와 이것저것 쌓여 있어, 미닫이문을 옆으로 밀었는데, 꿈쩍 안 한다. 다른 문도 마찬가지다. 창으로 보이는 방문 앞에 신발이 놓여 있는 게, 사람이 있는 거 같아. 문을 두드렸으나, 전혀 반응이 없어, 포기하고 버스로 돌아갔다. 그때 시각이 3시 55분으로 길바닥에서 30분 가까이 헤매고 다녔으나, 버스가 출발하려면 아직 1시간 20분이 넘게 남았다. 아직 버스 문이 닫혀 있으면. 기사를 찾아 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할 생각으로 주차장으로 가니, 문이 열려 있어 기쁜 마음으로 버스에 탔다. 그리고, 올 때와 같이 자리 아래 온풍구에 거의 얼기 직전의 맨발을 녹이며, 패드로 책을 보고 있는데, 약간 취한 인솔 대장이 차에 타더니, 인원을 파악한다. 버스로 돌아오며, 외부에서 하산주를 마시기에는 추운 날씨라 마감보다 일찍 출발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확했다.
날이 추워 서둘러 내려왔기 때문인지, 인원 파악 결과 다 도착했다. 그러자, 대장이 수박을 먹자며, 내려오라고 해 거의 끌려가다시피 내려갔으나, 날이 추워 수박 먹을 분위기가 아니다. 그리고 손이 끈적거리는 게 싫어 수박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작은 플래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는 등 분위기만 맞춰주다가, 플래카드가 거꾸로라 뭐라고 썼는지 궁금해 앞으로 돌아가는 순간 사진이 찍혔다. 그렇게 나름 분위기를 띄운 후 예정보다 30분 빠른 4시 40분에 서울로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수도권 최대의 산악회와 같이 온 등산객이 내려오는 걸 보면, 추월했던 등산객이 그들이란 얘기다. 어쨌든 5시 마감이라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등산객을 기다리는 그들을 뒤로하고 버스는 운봉읍을 향해 달렸다. 해서 당연히 함양으로 가, 통영대전고속도로를 탈 거로 생각했으나, 운봉읍에서 남원 쪽으로 방향을 튼다. 응? 광주대구고속도로를 타다가 통영대전고속도로를 탈 건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1시간가량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호남고속도로다. 아니 이 차가 왜 여기를 달려? 무언가 잘 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뒤통수를 때린다. 제발 다음 실수는 하지 않기를 빌고 있는 순간 차가, 오른쪽으로 빠지더니, 논산천안고속도로를 들어선다. 내려오는 버스에서 대장이 5시 20분경 출발해, 버스 전용차선을 잘 이용하면, 9시 정도에 도착할 거라 얘기했을 때 그럴 거라 믿었고, 그보다 30분 일찍 출발했으니, 당연히, 최소 30분 빠르면 1시간 정도는 일찍 도착할 거라 여겨 기분이 좋았는데, 기사가 최악의 코스만 선택해 차를 몰고 있다. 등산으로 얘기하면, 체력은 좋은데 코스 선택을 못 하는 초보다. 창밖은 올 때와 다르게 뜨거운 해 덕분에 커튼을 쳐야 했다. 먹은 게 없어 배는 고픈데, 차는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 가뜩이나 늦었는데, 와중에 휴게소에도 들린다.
이인이다. 15분의 휴식이 끝나자, 버스가 출발했으나, 예상대로 정안터널을 지나자, 여기까지는 그나마 속도를 내서 달리는 구간이 있었으나, 모든 차량이 거북이걸음이다. 그 상황에 제발 다음 실수는 하지 말자고 속으로 외치는 순간 국도로 빠졌다. 세 번째 실수다. 세종으로 빠져 빙빙 돌다가, 고속도로에 들어섰을 때는 모든 게 망가진 후다. 결국 만남의 광장을 지나자 9시가 넘어, 버스전용차선의 혜택도 없어져, 9시 13분 아침에 출발한 신사역에 도착했다. 남원 운봉의 백두대간 생태교육원에서 신사역까지 4시간 43분이 걸렸다. 아침에 신사역에서 성삼재까지 더 먼 거리가 3시간 40분이 채 안 걸린 걸 고려하면, 기사가 얼마나 길을 헤매고 다녔는지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량 차이다. 교육원에서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다른 산악회 버스가 먼저 양재에 도착했을 거다. 자체 버스를 보유한 대기업의 기사는 늘 가는 곳을 가니, 길을 잘 알고, 어쩌다 연결된 중소기업의 전세 버스 기사는 길을 모르니 헤맬 수밖에. 웬만하면 기사에게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는데 그럴 기분이 아니라, 그냥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해 10시가 넘어 저녁을 먹었다. 11시 30분경 김밥 한 줄 먹은 후 10시간이 넘어 먹는 밥이다.
실제 백두대간 연결에 필요한 구간은 4.2km의 큰고리봉에서 주촌마을까지에 불과했으나, 통상적인 백두대간 북진 2구간 코스 계획대로 '성삼재 → 고리봉 → 묘봉치 → 만복대 → 정령치 → 큰고리봉 → 고기리→ 주촌마을'의 13.2km(트랭글) 코스를 4시간 39분 동안 달렸다. 이동 4시간 26분, 휴식 13분!
이번 산행으로 백두대간은 북진 기준 중산리에서 동대산까지 연결됐다. 무박으로 5월 18일 동대산에서 구룡령까지, 7월 2일 미시령에서 대간령까지 달리면, 연결이 끝난다. 고로 7월 2일 자로 백두대간 종주가 끝난다.
강풍에 비와 우박이 섞여 내려, 추위에 떨었으나, 산행 재미는 좋았다. 역시 국립공원은 배신하지 않는다.
겨울용 바람막이가 우의로써 성능도 괜찮다는 걸 확인한 산행으로, 앞으로 우중 산행에는 이번과 같은 복장으로 다닐 예정이다. 다만, 바지는 속옷까지 젖었으나, 그건 자리 겸용 스커트를 활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