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계이선생가장결(西溪李先生家藏訣)의 비결서사 및비결어연구 : 소두무족(小頭無足)과 혈하궁신(穴下弓身)을 중심으로
目 次
Ⅰ. 서론
Ⅱ. 비결텍스트분석
1. 간지별 징후
2. 논(論): 후예들을 향한 권고
Ⅲ. 비결어분석
1. 소두무족(小頭無足)과 흉(㐫)
2. 흉(㐫)과 전(田)
Ⅳ. 결론
Ⅰ. 서론 최종성*1)
현존하는정감록의전승은대개두개의기둥으로구성되어있다. 그중의하나 가이(李)와정(鄭)의대담형식으로예언의서사를전개하는감결(鑑訣)1)류의문 *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1) 규장각 소장본인 秘訣輯錄(奎7568)을 비롯해, 1923년 간행본인 호소이 하지메(細井肇) 본 鄭鑑錄 (동경: 자유토구사, 1923), 현병주본 非難鄭鑑錄眞本 (경성: 우문관서회, 2 종교학연구 헌이고, 다른하나가도선, 무학, 남사고, 토정, 북창, 서산대사등등의걸출한역 사적인물의명성과권위를빌려이름붙인비결2)류의문헌이다. 전자가좁은의 미의정감록이라면, 여기에후자를더한것이넓은의미의정감록이라할수있 다.3) 전승주체나 학계로부터 주목을받아온것은단연감결류의문헌이었다. 물 론비결류의문헌중에서도남사고류의몇몇전승들은관심의대상이되기도했 지만,4) 본고에서 다루고자 하는서계(西溪)의이름을빌린비결서들은전승주체 에게나 연구자들에게 아직낯설고생소한편이다.
규장각본비결집록(秘訣輯錄)(奎7568) 및 일본 동양문고본정감록(鄭鑑錄) (Ⅶ-3-99)을 비롯해 1923년 경쟁적으로 출판된 4개의 정감록간행본(호소이하지 메본, 김용주본, 야나기타 분지로본5), 현병주본)에도 서계 이득윤(李得胤, 1553-1630)을 가탁한서계이선생가장결(西溪李先生家藏訣)이수록되어있으며, 이득윤의본관인경주를편명에앞세운또다른문헌경주이선생가장결(慶州李 先生家藏訣)도야나기타분지로본을제외한간행본과규장각본및동양문고본 에모두수록되어있다.6) 그만큼안정적으로전승된문헌임에도불구하고서계류 1923), 김용주본 鄭鑑錄(鑑訣) (경성: 한성도서주식회사, 1923) 등의 경우 모두 수록 문 헌 첫편으로鑑訣을싣고있다. 야나기타분지로(柳田文治郞)본 眞本鄭堪錄 (경성: 이 문당, 1923)의 경우에는감결편이 아닌鄭堪錄편으로 되어 있지만, 편의상 감결류로 지칭한 것이다. 2) 남사고비결, 도선비결, 정북창비결 등등과 같이 인물명에다 비결을 붙여 편명을 삼은 문 헌들을 염두에 두고 편의상 비결류라 지칭한 것이며, 이외에도 결(訣), 전(傳), 기(記), 법 (法) 등등을 붙인 편명도 많아 일률적이지는 않다. 3) 정감록이라는 말이 역사에 등장하기 시작한 18세기 전반기 이래로 정감록은 전자의 문헌 만을 지칭하는 제한적인 말이었지만, 20세기 전반기에 비결문헌이 결집·출판되면서 정감 록은 전자와 후자의문헌을총괄하는말로이해되었다. 4) 남사고의 전승과 관련된 연구로는 김신회, ‘병자호란’의 기억과 ‘남사고 예언’ , 한국문 화 92 (2020): 197-227; ‘남사고 예언서’의 성립과 확산, 한국문화 94 (2021): 251-290. 5) 야나기타 분지로본의鄭堪錄편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에 대해서는 최종성, 야나기타 분지로(柳田文治郞) 본 《진본 정감록》의 검토: 〈정감록(鄭堪錄) 편을 중심으로〉, 종 교학연구 40 (2022): 1-26. 6) 영역본 정감록을 낸 John Jorgensen은서계이선생가장결과경주이선생가장결을 “Predictions Hidden in the House of Master Yi of Sŏ′gye”와 “Predictions Hidden in the House of Mr. Yi of Kyŏngju”로 각각 번역하였다. John Jorgensen, The Foresight of Dark Knowing Chŏng Kam nok and insurrectionary prognostication in pre-modern Korea (Honolulu: 서계이선생가장결(西溪李先生家藏訣)의 비결서사 및 비결어 연구 3 의 비결서는별다른주목을받지못했었다.
본고에서 서계류의 비결문헌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 단순 히왕조의교체시기를암시하거나피장처의지리적공간을제시하기보다는보다 근본적인차원에서위기시스템과그것의극복시스템의구조를구사하고있다는 점이다. 둘째, 그러한구조하에서궁궁(弓弓) 혹은궁을(弓乙)로대표되는길지의 이상적인지향과더불어재앙과위기의소이연으로지목되는소두무족(小頭無足) 을대비시키는서사의전형을담고있다는점이다. 이는동학을비롯한신종교 전통에서비결의전승을우주론과도덕론의맥락으로전유하며종교적인윤색과 변형을 가하는 원천으로활용했었다는점에서 주목의대상이될만하다. 서계 이득윤을내세운서계이선생가장결과경주이선생가장결은서로통 하는면도있지만, 성격과지향을달리하는면도있다. 본고에서는서계이선생 가장결을중심으로논의하되, 경주이선생가장결을참조하는형식으로진행할 것이다. 우선, 경주이선생가장결의주요서사내용과맥락을검토하고, 비결의 핵심을 담고 있는비결어의의미와잠재력을평가해보고자한다.
Ⅱ. 비결 텍스트 분석
현존하는정감록류의필사본과간행본은후반부에서계이선생가장결과경 주이선생가장결을수록하고있다(부록➀ 참조). [표1]에서보듯이, 특히서계이 선생가장결은규장각소장필사본인비결집록과일본동양문고소장본인정 감록 이외에1923년의간행본4권모두에동일한편명으로수록되어있으며, 내 용상으로나표기상으로서로간에큰차이를보이지않고있다. 다만, 교토대가 와이문고(河合文庫) 소장필사본인정감록(鄭鑑錄)(テ-4 199718)의 경우에는편 명이이서계선생비기(李西溪先生秘記)로되어있긴하지만, 몇군데를제외하 University of Hawaii Press, 2018), 243-245, 250-252. 4 종교학연구 고는 내용상 큰차이가없다고봐도무방할것이다. 편명 수록문헌 西溪李先生家藏訣 秘訣輯錄 (奎章閣) 鄭鑑錄 (東洋文庫) 鄭鑑錄 (細井肇) 李西溪先生秘記 鄭鑑錄 (河合文庫) 鄭鑑錄(鑑訣)7) (金龍柱) 批難鄭鑑錄眞本 (玄丙周) 眞本鄭堪錄 (柳田文治郞)
[표1] 서계이선생가장결수록문헌
서계이선생가장결은크게두부분으로내용이구성된다. 첫째, 전반부는간 지별로당해년의징후와운수를짤막하게밝히고있다. 구체적으로보자면, 임술 년부터임진·계사년까지15개항목으로간지별운수가제시된다. 둘째, 후반부는 논(論)이라는 부제를달고, 다가올변동기에대처할만한방도와요령을후예들에 게권고하는내용을담고있는데, 장차직면하게될위기의유형과극복의대안을 기호화한비결어들이제시되고있다. 간지별서술과논(論)에관한텍스트분석은 규장각본비결집록의원문을중심에두고여타이본과의비교를통해진행할 것이다. 이본간의세부적인비교내용은논문말미의부록➁에서확인할수있 다.
1. 간지별 징후 먼저, 서계이선생가장결의전반부는[표2]에서보듯이, 15개항의간지별징후 7) 김용주본 鄭鑑錄은 《징비록》, 《운기귀책》, 《요람역세》, 《동세기》, 《동차결》, 《감결》, 《감인록》 등 7서(七書)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 《감결》에서계이선생가장 결이수록되어있다. 서계이선생가장결(西溪李先生家藏訣)의비결서사및비결어연구5 담으로구성되어있다. 가와이문고본과같이직접간지를쓴경우를제외하고는 대개오행의색깔상징으로천간을암시하는방식으로간지를표기하였고, 제시된 간지마다8자내지16자분량의예언내용을덧붙여서술했다. 15개항열여섯해의 내용은다소추상적이어서구체적으로어느때의무엇을지칭하는지분간하기어 려운것도있고, 역사적인사건이나경험을직접대입시킬수있을만큼유추가능 한것도있다.
간지 원문 번역
壬戌以火民撓 先自湖南① 임술년: 불로 인한 민심의 소요가 호남에서 먼저 시작되리라.
靑鼠野杏接木 旧闕重修② 갑자년: 개살구를 나무에 접붙이듯 옛 궁궐을 중수하리라.
赤異人南來 一境騷動
似倭非倭 以和為主 ③ 병인년: 이인이 남쪽에서 오니 온 지경에 소동이 일 것이다. 왜인인 듯 아닌 듯한 자들이 화친을 주장하리라.
赤鼠暵氣太甚 人民多死 ④ 병자년: 가뭄의 기세가 너무 심해 많은 백성이 죽으리라.
黑馬馬馳長走 六白八黑 酉戌其月 天将西來 ⑤ 임오년: 말들이 길게 줄지어 달려가는데 여섯 마리는 희고 여덟 마리 는 검으리라. 8월과 9월에 천장(중국의 장수)이 서쪽에서 들어오리라.
黑羊汾水秋風 㫌旗日暖 忠宣忠惠 何事走鼠 ⑥ 계미년: 분수에 가을 바람이 불고8) 깃발엔 햇볕이 따사로우리라. 충선 왕과 충혜왕이 무슨 일로 쥐처럼 달아났는가?
靑猿寅卯辰巳 長城崩頹 兼之以兵 哀㢤蒼生 ⑦ 갑신년: 인, 묘, 진, 사 연간에 장성이 붕괴되고 병사가 둘러싸니 창생 들이 애처롭도다!
靑鷄千里江山 三分何為⑧ 을유년: 천리의 강산이 셋으로 나뉘니 어찌하랴!
赤狗英雄相爭 風風雨雨 緣此時変 失農可畏 ⑨ 병술년: 영웅이 서로 다투고 비바람도 거세지리라. 이로 인해 시후도 변하니 농사의 때를 잃을까 두렵도다.
赤猿樑燕負薪 魴魚赤尾⑩ 병신년: 들보에 앉은 제비는 섶을 짊어지고 방어의 꼬리가 붉어지리 라. 黄鼠年來之歉 猶年不足⑪ 무자년: 해마다 흉년이 드는데 연년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리 라. 黄牛世事擾擾 死亡頗多⑫ 기축년: 세상일이 소란하니 죽는 이가 엄청나리라. 白禍被喬木 有誰獻忠⑬ 경인년: 큰 나무도 화를 당하니 그 누가 충성을 바치리오. 白兎大中小魚 俱亡無帰⑭ 신묘년: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죄다 죽어 돌아오지 못하리라. 黑龍 玄蛇青衣白衣 並出東南⑮ 임진년·계사년: 푸른 옷과 흰 옷을 입은 자들이 동남으로 나오리라. [표2] 서계이선생가장결(규장각본)의간지별징후내용 8) 한무제가분수에서후토신에게제사한후가을바람을맞은감응을추풍사(秋風辭)로표 6 종교학연구 뒤에이어지는논(論)의내용이17세기후반의경신대기근을중심에두고서사 를전개시키고있는것에비해, 간지별징후담은시기를특정하기곤란하다. 다만, 우선적으로주목되는부분이마지막⑮항의임진년과계사년의내용이다. 푸른옷 을동쪽의왜군으로, 흰옷을서쪽의원정명군으로유추해보자면왜란이발발한 임진년(1592)과 그 이듬해인 계사년(1593)의 전란 상황을 떠올릴 수있을것이다. 한해단위로기술한여느항과달리, 임진년과계사년을한데묶어기록한것만 봐도연년이이어진왜란의전황을염두에둔것이라짐작된다. 마지막항을16세 기임진·계사의왜란으로읽는다면, ⑫항의기축년은정여립(鄭汝立, 1546-1589)의 옥사가있었던해(1589)로 볼수있을것이다. 이렇게소급하다보면①항의임술 년은명화적임꺽정(林巨正)의활동이종료되는명종17년(1562)으로비정될수있 을것이다. 그러나시대를달리생각해볼여지가아예없는것도아니다. 시점을300년뒤 로미뤄본다면①항의임술년은삼남의민란이분출한1862년의상황으로읽을수 있으며, ②항의갑자년(1864)에중수하고자한구궐(舊闕)은임진왜란때에소실된 이래오래도록방치되었던경복궁이될수도있다. ③항에서화친을맺고자하는, 왜인인듯하면서도왜인이아닌주체는다름아닌병인년(1866)의서양인이라고 짐작할수도있을것이다. 이어④항에서언급된가뭄은역대급가뭄으로여겨지 는병자년(1876)의 대가뭄으로읽어낼수있으며,9) ⑤항의내용은임오년(1882)의 군란으로 인한청군의개입상황이라고유추해볼수있을것이다. 사실, 비결 텍스트의특성상해석의가능성은늘열려있기마련이다. 위에서 간단히지적해보았듯이, 간지별징후담은16세기후반30년의상황으로도19세기 후반의그것으로도읽힐여지가다분하였다. 독법에따라본텍스트의생성및전 승시기에대해서도가늠해볼수있겠지만, 다음기회로넘기고자한다. 다만, 이어 현한 바있다. 9) 매천(梅泉) 황현(黃玹, 1855-1910)의 저작에서도 병자년(1876)의 대흉년이 특별히 강조되 고 있다[황현, 『매천야록』, 김준 옮김(서울: 교문사, 1994), 65]. 아울러 규장각 소장자료 인『祈雨祭謄錄』(奎12901)을 통해 당시 4월부터 넉 달간 각종 기우제를 비롯한 별기우 제 및친행기우제가빈번하게거행되었음을확인할수있다. 서계이선생가장결(西溪李先生家藏訣)의 비결서사 및 비결어 연구 7 지는논(論)의서사가첫머리에임진년의위기를언급하며그보다훨씬심각한17 세기대기근의재앙을중심화제로삼고있다는점에서, 앞서거론한간지별징후 들은왜란의참화로종결되는16세기후반부의상황으로보는것이텍스트의연속 적인맥락에부합할것이라판단된다. 30년에걸쳐여러재앙적요소가거론되고 있으나간과할수없는것은④, ⑨, ⑪항에서확인되듯이, 가뭄과흉년으로인한 실농(失農)과 집단적인죽음을예고하는대목이다. 이는전쟁이나반란보다는흉 년과기근의대재앙을서사의중심에두고있는서계류의비결적특성과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2. 논(論): 후예들을 향한 권고 서계이선생가장결의후반부논(論)의내용을살펴보자. 논의내용은다가올 위기에대처할방도를후예들에게권고하는내용으로구성되어있다. 여기에서는 논의 전문을 차례로검토하되, 4개의 단락으로 나누어 서술할것이다. 1) 흉년의 예고-길지의 지향 시변을논한다면임진년보다심하리라. 진인이남쪽으로건너가하늘의분부를받들 어따르리라. 술년과 해년에계룡산에서일어나인년, 묘년, 진년에왜인의지경을통 일하리라. 이때로부터 정씨의 운이 크게 통하고, 갑진년과 을사년에 문물이 훌륭하게 발하리라. 대운을 논하자면 80년간의 난리이고, 햇수를 들어 논하자면 24년간이 되리 라. 소운을논하자면20년간의전쟁, 9년간의흉년, 7년간의홍수, 3년간의전염병등으 로인해10가구당 1가구만이 남으리라. 기이한 세상의재난이로다! 군병도 아니고 무 기도 아니며, 가뭄이 아니라면홍수이고, 흉년이 아니면역병이리니, 나의후예들은 길지를 찾아떠나야하리라.10) 10) 秘訣輯錄(奎7568), 西溪李先生家藏訣. “論其時変 甚於壬辰 真人渡南 順受天分 戌亥 之年 鷄龍岑興 寅卯辰嵗 統一倭境 自此以後 鄭運通泰 甲辰乙巳 文物彬興 論其大運 八十 年乱, 舉数論之 二十四年 論其小運 二十年兵 九年之歉 七年之水 三年病疫 十户餘一 異㢤 世難 非兵非刃 非旱則水 非㓙則病 惟我後裔徃尋吉地”. 8 종교학연구 먼저, 정씨남도진인설을전제로이-정교체기의징조와햇수를논의하고있는 데, 수치상의차이는있을지언정여느비결문헌과크게다름이없는부분이라할 수있다. 둘째, 운수의교체기를암시하는재난은임진년의병화(兵火)보다심각 한것으로파악되고있다. 셋째, 장차닥칠재앙은군병과무기로대변되는전쟁 의 위협이아닌, 흉년(가뭄, 홍수)과 흉병(역병)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런맥락에서보자면, 문두에제시된술해지년(戌亥之年), 즉 술년과해년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후흉년과관계된특정시기로지목될수있을것이다. 이른바경신대기근으로불리며많은사망자를냈던1670년(경술)과1671년(신해) 이바로거론한술해지년일가능성이높다. 경신대기근과비슷한시기에일본에 서도 엔보대기근(延寶大饑饉, 1674-1677)이 발발할 정도로 당시 저온 현상으로 인한냉해와흉작이동아시아를강타하였고, 기근이불러온집단적인불행과사 회상의변동도우리만의일이아니었다.11) 결국, 본문에서밝히고있듯이, 십분의 일만이겨우생존할수있는상황에서생의조건이기다리는길지를찾아떠나갈 수밖에없게된다. 길지는다른무엇보다흉년의극복가능성을제고시키는이상 적인 공간으로 간주될만하였다. 2) 소두무족-혈하궁신 길지와길운은전이든후든언제나일치하리라. 소의본성은들에있으니그이로 움은밭에미치리라. 나를죽이는게무엇인가, 소두무족이로다. 나를 살리는건가 난, 즉 혈하궁신이로다. 별들이비치는곳은도탄을면하리라. 산동과삼남에복덕성이 두루비치리라. 신년과 유년의가뭄은오히려피할수있으련만, 술년과해년의흉년 은면하기어려우리라. 다른이들이버릴때나는취하고, 다른이들이떠나면나는머 무르리라.12) 11) 경신대기근을 둘러싼 재해상황과 변동에 대해서는 김문기, 17세기 중국과 조선의 재해 와 기근, 이화사학연구 43 (2011): 71-129 ; 이준호·이상임, 조선시대 기상이변에 따른 재해 발생과 공옥(空獄) 사상의 교정적 의미 고찰-소빙기 ‘경신대기근’을 사례로, 교정 담론 11 (2017): 269-296. 12) 秘訣輯錄(奎7568), 西溪李先生家藏訣. “吉地吉運 前後一規 牛性在野 利及田田 殺我 서계이선생가장결(西溪李先生家藏訣)의 비결서사 및 비결어 연구 9 위의인용문은두고두고회자되고있는비결어를담고있는핵심적인단락이 다. 먼저, 길지를찾아떠나는후예들에게언제나통할수있는대원칙으로서우 성재야(牛性在野)와이급전전(利及田田)이제시되고있다. 앞에서재앙의위기로 지목한흉년과기근을떠올린다면그것의극복논리로서밭(田)과들(野)과소(牛) 의이미지는쉽게납득이될만하다. 여기에서말한이급전전은이상화된길지로 간주되는이재전전(利在田田)과맥락을같이하며, 이는이재송송(利在松松)과이 재가가(利在家家)를거친이후길지의최종적대안으로주목받은비결어라할수 있다. 둘째, 파자와이미론적추론이가미된비결어로서소두무족(小頭無足)과혈하 궁신(穴下弓身)이각각죽음의조건과삶의조건으로제시된다. 일단파자의방식 으로보자면, 혈하궁신은혈(穴) 자아래에몸(身)과활(弓)을결합한, 곤궁을뜻하 는‘궁(窮)’으로 쉽게유추된다. 본문에서도빈(貧)과혈하궁신(窮)을동격의관계 로묘사하고있어무리가없어보인다. 문제는소두무족에있다. 지금까지소두무 족에대해분분한해석들이가해졌지만, 파자의형식으로보자면첫째, 상흑지인 (尙黑之人), 즉 상(尙)과 흑(黑)이 결합된, 무리를뜻하는‘당(黨)’으로간주하려는 경향이있었다.13) 그러나의미상매끄럽게상통하지않을뿐더러파자의원리로도 소두(小頭)와 무족(無足)의 형태를 정밀하게 분간해내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두번째로격암유록의전승에서보듯이, 소두무족을‘나는불(飛火)’의이미지 와연결시키기도한다. 파자의논리로보자면, 소(小) 자의뾰족한머리(亅)와무 (無)자의 다리(灬)를 결합시켜불을내뿜는미사일의비행을거론하기도한다. 그 러나이러한불의이미지는17세기기근을당대의위기로받아들이던본문의맥 락에비추어볼때그대로적용시키기곤란하다. 소두무족의파자와의미의분석 에대해서는Ⅲ장에서자세히검토하기로하고, 여기에서는문맥상경신대기근의 者誰 小頭無足 活我者貧 穴下弓身 星辰所照 可免塗炭 山東三南 福星遍照 申酉之旱 猶可 免也 戌亥之㐫 亦不可免 人棄我取 人去我留”. 13) 柳田文治郞, 眞本鄭堪錄, 諸訣解(경성: 이문당, 1923), 34b.; 蕉蒼訣西溪訣辛言 (안춘근 편, 정감록집성 (서울: 아세아문화사, 1981), 191). “小頭無足者, 尙黑之人也.”. 10 종교학연구 상황을염두에둔소두무족의이해가필요하다는점을언급하는것으로그칠것 이다. 셋째, 다시본문으로돌아가보자면, 소두무족과흉년과의연관성은경신대기 근, 곧술해지흉(戌亥之㐫)으로더욱강화된다. 술해지흉은앞서언급한바있는, 경술년(1670)과 신해년(1671)의 흉년으로서 그보다 1~2년 전에 겪었던 신유지한 (申酉之旱), 즉 무신년(1668)과 기유년(1669)의 가뭄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한 죽 음의악조건이었다. 면하기어려운악조건속에서삶을보장할만한예외적인조 처가불가피한상황이었다고할수있다. 남들의의견을따르거나대세에휩쓸리 는선택은자칫일을그르칠수있으므로취함과버림, 머묾과떠남을소신껏판 단해야했다. 남이버릴때취하고, 남이떠날때머문다고했던것도그런맥락이 라 할수있다. 3) 충청의 길지 속리산시루목이길하다면길할것이리라. 먼저들어가면죽고뒤에들어가면살리 라. 왜 하필 시루목일까, 근처의 땅도괜찮으리라. 산선지간(山仙之間)에는 기근이 들 어오지않으리라. 작은산작은계곡으로종적을감추고지냄이어떠한가. 만약그땅 에들어가면협자촌을찾아가라. 팔물이잘자라사람의구명을도우리라. 만약생존한 다면돌아와서다음으로유마(유구와 마곡)를찾으라. 황영지간(황간 영동 사이)에는 많은인가들이깃들어살만하리라. 청주남쪽과문의북쪽도자취를감추고살만하 리라. 옥천과 진잠에는 왕왕 별이비치리라.14) 이단락은대기근을피해들어가살만한길지의목록을제시한다. 속리산의 시루목, 유구와마곡, 황간과영동, 청주와문의, 옥천과진잠등기근이들지않 14) 秘訣輯錄(奎7568), 西溪李先生家藏訣. “俗離甑項, 吉則吉矣. 先亡後生, 後入最可. 何必甑項, 近地亦可. 山仙之間, 飢饉不入. 小山小溪, 藏踪何如. 若入其地, 俠字村 尋, 八物長生, 扶人救命. 有生則還, 次問維麻. 黄永之間, 可活萬家. 清南文北, 亦 可藏踪. 沃川鎭岑, 星照徃徃.” 서계이선생가장결(西溪李先生家藏訣)의 비결서사 및 비결어 연구 11 는피장처들로거론된곳이예외없이충청지역으로한정되고있다. 본문에서언 급한‘산선지간(山仙之間)’이 신선이 거할만한산속을의미하는지, 아니면황영 지간(黃永之間)처럼두지명을병합한표현인지는확실하지않다. 후예들로하여 금흉년을대비해길지를찾으라며제시한곳이충청권의지역이라면, 서계이득 윤이청주지역을근거지로활동했던것과어떤관련이있지않을까생각해볼수 도있을것이다. 서계의직접적인저작은아니라하더라도적어도충청권의공간 담론을전승하는지역의주체들에게지역출신의학자를가탁하기란그리어려 운 일도꺼릴만한일도아니었을것이다. 4) 부귀와 빈천 이런 세상을만나면지아비는 밭 갈고지어미는길쌈하며, 벼슬길에나가지말고 부지런히농사에힘써, 스스로살길을마련하되결코스스로포기해서는안되리라. 집 은반드시짓겠지마는가산은지극히빈한해지리라. 빈자가 무슨두려움이있으리오. 가는곳마다모두왕성해지리라. 입산하는것이좋다하더라도어찌길가만하리오. 동 산이아무리좋다한들어찌좋은 밭만하리오. 밭이로다! 밭이로다! 밭이좋다는걸, 아는사람만알리라. 첫째가는것이밥이니, 그런연후에야살아갈수있으리라. 빈한 을괴롭다하지말며부를쫓아가지마라. 부유하면대부분죽으리니, 재앙이닥칠까 두렵노라. 그이치를모르고부를쫓기가쉬우리라. 대략다가올일들을진술해서후생 을깨우치고자하니, 이에한마음으로따르라. 【선생이사기막에거하였는데, 그이웃 에살고있는최씨가찾아와말하기를, “임진년의화는피할수있으나그뒤2백여년 후에는반드시큰대란이있을것이니, 대강의조목을나열해후대에남겨놓는것이어 떠하겠습니까?” 하였다. 선생이 말하기를, “그대가 스스로 말해보라” 고 하였다.】15) 15) 秘訣輯錄(奎7568), 西溪李先生家藏訣. “當此之世, 夫耕婦織, 勿為仕宦, 勤力農業, 自 生之道, 勿為自棄. 宅必生耳, 產必至貧. 貧者何畏, 徃䖏皆旺. 入山雖好, 何如路傍. 東山雖 好, 何似良田. 田兮田兮, 知者知矣. 一曰食也, 然後可生. 莫苦貧寒, 勿從富去. 富則多死, 横 罹可畏. 不識其理, 追富亦易. 畧陳來事, 以曉後生, 一念在玆, 湏從此示. 【先生居於沙器幕 矣. 其隣居崔生來言曰, ‘壬辰之禍可避, 而此後二百餘年, 必有大難, 畧条列以遺後如何?’ 先 生曰, ‘汝自言之.’ 云云.】” 12 종교학연구 먼저, 문미에서계선생과인근의최씨가나눈짤막한대화가보주형식으로첨 부된데반해, 가와이문고본 이서계선생비기의경우에는다소변형된형태의 문장이문두에배치되어있다.16) 본문마지막단락에이르러, 강조되고있는것은 부귀와빈천의대비이다. 길지를찾아밭을일궈가며빈한하지만, 욕심없이근근 이삶을이어가는소박한농부의삶이, 소두무족의위기를극복할대안으로제시 된다. 흉년을이길힘은부귀와영달이아닌혈하궁신의곤궁함이다. 가난이생을 보증하고부귀가죽음을불러온다는, 소위부사빈생(富死貧生)의역설이통용되 는상황이라면, 부귀와소두무족은의미론적인일치를보고있는셈이다. 그렇다 고해서부(富)와소두무족사이에파자의추론이성립되지는않지만, 적어도 서 사의 의미론적 맥락상상통되는면이있다고할수있다. Ⅲ. 비결어의 분석 앞서서계이선생가장결의전문을단락별로구분해간략히살펴보았다. 무엇 보다눈에띄는것은서계이선생가장결이경신대기근의재앙을염두에둔비 결전승이라는점이었다. 생사의조건을핵심적으로표현하고있는비결어로서소 두무족과혈하궁신이대비되었고, 부귀와빈천의조건이두비결어의맥락과상 통되기도하였다. 그러나혈하궁신에비해소두무족의파자적접근과의미의맥 락이보다분명하게밝혀질필요가있었다. 본장에서는먼저, 서계이선생가장결 의이본간비교를통해소두무족의파자를추론해볼것이고둘째, 이서계선생 비기라는별도의서계류비결서를참고하여소두무족을둘러싼비결어의연합 구조를 설정해보고자 한다. 16) 鄭鑑錄 (교토대 가와이문고, テ-4 199718) 李西溪先生秘記. “先生居息於沙器幕矣. 其 隣崔生來言曰, 壬辰之禍可避也. 此後二百年後, 必有大亂, 畧条其事以遺其後生如何. 先生曰, 汝自言之. 曰云. 已上不錄遺之矣.” 서계이선생가장결(西溪李先生家藏訣)의 비결서사 및 비결어 연구 13 1. 소두무족(小頭無足)과 흉(㐫) 소두무족의 의미에 보다가까이접근하기위해서는소두무족의구절을담고 있는내용을중심으로이본간의차이에주목해볼필요가있다. 서계이선생가장 결은이본간에큰차이를보이지않고비교적안정적으로전승되어왔지만, 소 두무족및혈하궁신의대구를이루고있는16자의경우에있어서는주목할만한 편차를보이고있다. 본고에서텍스트로다룬규장각본비결집록의경우에는 “나를죽이는게무엇인가, 소두무족이로다. 나를살리는건가난, 곧혈하궁신이 로다.”로 되어 있지만, [표3]에서 보듯이 이본들을 통해 세 가지 형태의 전승을 확인할 수있다. 야나기타 분지로본, 현병주본殺我者誰 규장각본, 동양문고본, 호소이 하지메본, 김용주본 殺我者誰 小頭無足 活我者誰 穴下弓身 小頭無足 活我者貧 가와이문고본殺我者㐫 小頭無足 活我者貧 [표3] 소두무족-혈하궁신 16자의 전승 穴下弓身 穴下弓身 첫번째유형은묻고답하는형식의문장이되도록1구와3구에모두‘누구’ 혹은‘무엇’을뜻하는의문사수(誰)를활용하고있다. “나를죽이는게무엇인가, 소두무족이로다. 나를 살리는 게 무엇인가, 혈하궁신이로다.(殺我者誰 小頭無足 活我者誰 穴下弓身)”에서 보듯이, 본문은 1문 1답의 구조를 반복함으로써 균형 있는 대구를 이루고있다. 두번째유형은앞구절은1문1답의형식을취하되, 뒤구절은1문에2답을 내리는비대칭구조를보인다. “나를죽이는게무엇인가, 소두무족이로다. 나를 살리는건가난, 즉혈하궁신이로다.(殺我者誰小頭無足活我者貧穴下弓身)”에서 보듯이, 혈하궁신(窮)은 가난(貧)과 동격관계를 이루고 있지만, 소두무족의 경우 에는연계의대상이비어있다. 혈하궁신은의미가보다명료해지고강화된반면, 14 종교학연구 소두무족은 여전히 파자의추론에의존할수밖에없는상황이다. 세번째유형은교토대가와이문고본에서확인되고있는데, 두번째유형의비 대칭구조를해소하고1문2답의구조를반복해대칭구조를이루고있다. “나를 죽이는건흉년, 즉소두무족이로다. 나를살리는건가난, 즉혈하궁신이로다.(殺 我者㐫 小頭無足活我者誰穴下弓身)”에서 보듯이, 혈하궁신과빈(貧)의 동격관 계가소두무족과흉(㐫) 사이에서도동일하게형성된다. 텍스트에전제된경신대 기근의상황을고려할때, 죽음의조건인소두무족과흉의결합은자연스럽고, 위 기극복의기호로환기된밭(田), 들(野), 소(牛)의이미지와도대조된다고하겠다. 첫번째, 두번째유형에서는소두무족을파자의논리로만밝혀낼수있지만, 세번째유형은흉을죽음의조건으로명시하고있다. 결국파자의추론을통해 소두무족과흉(凶)을상통시키는문제만해결된다면지금까지분분했던소두무족 의혼란을해소할수있을것이다. 먼저, 소두무족의소두(小頭)를작은머리, 곧 소아의머리로이해하고, 유아의뇌나정수리를뜻하는‘신(囟)’ 자에주목해보자. 이는글자형태상흉(凶)의속자인‘㐫’이나동자인‘’과유사하다. 다음으로무 족(無足)을 발이없다는의미로보고, 두흉자(㐫, ) 중에서발(儿)이없는‘㐫’자 를취할수있을것이다. 사실, 두글자의뜻이흉(凶)과동일하므로발이있든 없든, 즉소두무족(㐫)이든 소두유족()이든 흉년을뜻한다는점에서의미상동 일하다고할수있다. 아직, 소두무족을흉으로파자하는전례가없는상황에서 가와이문고본의 문헌적 증거는결코간과할수없는사례라할수있다. 2. 흉(㐫)과 전(田)의 대비 가와이문고본의문헌적증거와파자의추론에입각해, 소두무족과혈하궁신의 조합이흉과빈의대비를이루고있다는점을확인하였다. 그러나재앙은일회적 인사건에그치지않고성격을달리하며위기의시대를구분짓기도하였다. 적어 도조선후기의경험에서주목된핵심적위기는‘왜(倭)-호(胡)-흉(㐫)’의흐름에서 이해되었고, 그러한재앙을이겨내는기호로‘송(松)-가(家)-전(田)’의맥락이주목 서계이선생가장결(西溪李先生家藏訣)의 비결서사 및 비결어 연구 15 을받았다. 앞서살펴본소두무족과혈하궁신은세번째단계에해당되는생사의 조건이었다고할수있다. 서계류의또따른비결전승인경주이선생가장결은 인용의 형식을 빌려세단계의위기와극복의시스템을제시하고있다. 참서에 이르기를, “이씨의 운은 세 가지 비밀스런 글자, 송(松)·가(家)·전(田)에 달 려 있다.”고 한다. 그것을 풀어 말하기를, “송(松)은 왜(倭)를 극복하는 첫 번째 이로움이고, 가(家)는 오랑캐(胡)를 극복하는 중간의 이로움이며, 전(田)은 흉 (㐫)을 극복하는 마지막의 이로움이다. 흉이라는 것은 병기(兵器)와 통하는데, 병 기라는 것은 곧흉년을말한다.”고 한다.17) 위내용은경주이선생가장결뿐만아니라토정가장결(土亭家藏訣)의본문 에서도같은형태로확인되고있다. 이조의운명을가를만한세가지비밀의언 어로‘송(松)-가(家)-전(田)’이 언급되고 있으며, 이는 각각‘왜(倭)-호(胡)-흉(㐫)’의 재앙을극복하는데이로움을주는표상으로간주된다. 사실, 경주이선생가장결 의‘송(松)-가(家)-전(田)’과 ‘왜(倭)-호(胡)-흉(㐫)’의 구조는 동양문고본 참서유 취(讖書類聚)(Ⅶ-3-114) 정옹비결(鄭翁秘訣)편이나 야나기타 분지로본 진본 정감록(眞本鄭堪錄)정유문답(鄭柳問答)편에서 확인되는 ‘송(松)-가(家)-궁 (窮)’과 ‘왜(倭)-설(雪)-소두무족(小頭無足)’의 구조를 대신한 것이라 판단된다. 이 러한 비결구조를 종합해서도표화한것이[표4]이다. 단계 1 이로움 松 十八公 해로움 倭 禾人有女 길지의 상징 利在宋宋 2 3 家 田(窮) 豕着冠 胡(雪) 雨下橫山 穴身弓 利在哥哥 㐫 小頭無足 利在全全(利在弓弓) [표4] 경주이선생가장결의비결구조 17) 秘訣輯錄(奎7568), 慶州李先生家藏訣. “䜟曰, 李氏之運, 有三秘字, 松家田三字. 觧曰, 松先利於倭, 家中利於胡. 田末利於㐫. 㐫兵器也, 兵器曰, 歉也.” 16 종교학연구 먼저, 1단계의송(松)과왜(倭)의관계는임진왜란이라는역사적경험과맞닿아 있는 것으로파악된다. 주지하다시피 1차 위기인 왜(倭)는 파자의 형식을 빌린 ‘화인유녀(禾人有女→倭)’라는비결어로통용되기도한다. 그것을극복하는기호 로이여송(李如松)의송(松) 자가주목을받았으며, 십팔공(十八公→松)이라는상 투화된비결어가송을대신하기도하였다. 흔히이재송송(利在松松)이니동일한 발음의이재송송(利在宋宋)이니하는표현들이이상적인길지를상징하는비결어 로 통용되었다. 둘째, 2단계의 가(家)와 호(胡)의 관계는 병자호란의 역사적경험과 맞물린다. 혹독한겨울철에겪었던병자호란의재앙은전쟁자체보다는집밖에서조우한 기상의 악화, 특히 눈(雪)에 의한 피해와 직접연관되므로호(胡) 대신설(雪)로 대체되기도한다. 기상으로인한재앙을겪지않으려면 집안에머무는게상책이 었다. 재앙의 기호인 설(雪)은 우하횡산(雨下橫山 →雪)으로, 극복의 기호인 가 (家)는 시착관(豕着冠→家)으로각각이해된다. 결국가를포착하고있는이재가 가(利在家家)나 동일 발음의이재가가(利在哥哥)가 이상적인 비결어로자리잡게 된다. 셋째, 3단계의 전(田)과 흉(㐫)의 관계는 17세기 후반의 경신대기근의 역사적 경험과 엮여있다고할수있다. 앞서살펴본대로흉은파자의원리로비춰볼 때소두무족(小頭無足)과연계될수있으며, 그것을타개할만한길지는소나무가 있는산도아니고, 처마가있는집도아닌, 들의밭(田)과관련되었다. 밭을주목 하고있는이재전전(利在田田)이나이재전전(利在全全)은 이러한 범주를대표하 는 비결어라할수있다. 여기에서한가지덧붙일것은이재전전과함께이재궁궁(利在弓弓)도3단계의 길지를대표하는비결어로폭넓게활용되는데, 이는소두무족과상대되는극복의 기호인혈하궁신(窮)과동일발음의궁(弓)이주목받은결과라할수있다. 소두무 족의동의어인흉(小頭無足→㐫)에입각하자면이재전전이, 소두무족의상대어 인혈하궁신에입각하자면이재궁궁이3단계의비결어로지목될수있었던것이 다. 위에서살펴본경주이선생가장결은전자에초점을맞춘전승이라할수있 서계이선생가장결(西溪李先生家藏訣)의 비결서사 및 비결어 연구 17 다. 사실, 이재궁궁과 이재전전은 제3의 대안으로동일시되기도하였고, 20세기 전반의신종교전통에서는궁궁(弓弓)과전전(田田)을수렴한아(亞) 자가주목을 받기도 하였다.18) 결국소두무족은‘왜(倭)-호(胡)-흉(㐫)’ 혹은 ‘왜(倭)-설(雪)-흉(㐫)’이라는 위기 의흐름속에서흉의의미를공유하며제3의위기를대표하는용어로자리잡아 왔다고할수있다. ‘화인유녀(禾人有女)-우하횡산(雨下橫山)-소두무족(小頭無足)’ 이라는불행한역사적경험은‘왜(倭)-호(胡)-흉(㐫)’이라는위기의언어로표출되 었고, 그러한위기의언어들은‘송(松)-가(家)-전(田)’이라는 극복의언어를희망하 게하면서도동시에긴장속에서당면할재앙을직시하도록환기시켰다고할수 있다. 서계류의비결문헌이이를증언하고있는대표적인전승이라고생각된다. Ⅳ. 결론 지금까지서계이선생가장결을중심으로본문의내용을파악하고, 본문에서 강조되고있는비결어에주목해보았다. 비결어의구조적이해를위해또다른서 계류의문헌인경주이선생가장결을참조하기도했다. 이를통해몇가지주요 한 사실에도달할수있었다. 첫째, 서계이선생가장결의비결전승은감결류의문헌에서보이는왕조의흥 망, 지세와국도의흐름, 국운의교체시기등에주목하기보다는그러한전환기를 맞는소박한일반민중의삶을보장하기위한권고를담고있다는점에서탈정치 적인 색채를 강하게띠고있다. 둘째, 서계이선생가장결은이-정 교체기를암시하는재앙으로서흉년과기 18) ‘亞’는 형태상 ‘弓弓’을 선대칭으로 배치한 문자로도, ‘田田’을 방불케 하는 문자로도 이 해되었다. 弓乙信和歌나弓乙十勝歌를 비롯한 상주 동학교본부의 가사전승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재궁궁과 이재전전의 공통기반과 차별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독립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본고에서는 양자간의 접목 지점만 지적하는 것으로 그치 고자 한다. 18 종교학연구 근을전제하고있다는특징을가지고있다. 소위술해지흉(戌亥之㐫)으로언표된 경신대기근, 곧경술년(1670)과 신해년(1671)의 역사적 불행이 예언의 서사를 이 끄는핵심고리라할수있다. 임진왜란과병자호란에이어당면한재앙적요소로 떠오른흉년과흉역의경험이얼마나17세기후반의삶을짓눌렀는가를짐작할 수 있다. 셋째, 서계이선생가장결은 소두무족과 혈하궁신의비결어를 대비시키면서, 흉년을극복할대안으로서밭(田), 들(野), 소(牛) 등을기호화한길지를지향하도 록안내한다. 공간적으로는충청권의공간을내세우면서도그곳에서부귀를추구 하기보다는 소박하고 빈궁한농부의삶을이상화하고있다. 넷째, 그간해석이분분했던소두무족의이해를진전시키는데에있어, 흉(㐫) 의서사를담고있는서계이선생가장결과경주이선생가장결의텍스트가중 요한실마리를제공하고있다. 구체적으로서계이선생가장결의이본비교를통 해소두무족이흉과동격의관계를맺고있을가능성이높다는점, 경주이선생 가장결이라는 서계류 문헌의 참조를 통해‘왜(倭)-호(胡)-흉(㐫)’이라는 재앙의 구조가‘왜(倭)-설(雪)-소두무족(小頭無足)’의 흐름과포개질수있다는점, 그리고 파자의방식을통해흉(㐫) 자가소두무족의두조건(小頭와無足)을충족시킬수 있다는 점등을확인할수있었다. 서계류의비결문헌이담고있는길지의이상(궁궁, 궁을)과더불어재앙의원 천으로 지목되는 소두무족의 대비가여타의정감록문헌에서어떻게연계되고 접목되는지에대한문헌적고찰이필요할것이다. 아울러그러한비결어전승이 동학을비롯한한국의신종교전통에서어떻게수용되고변용되고확장되는지에 대한추적도수반되어야할것이다. 서계류의비결전승이이러한두가지과제를 남겨주고 있다. 주제어 : 예언, 서계, 서계이선생가장결, 정감록, 소두무족, 혈하궁신
서계이선생가장결(西溪李先生家藏訣)의 비결서사 및 비결어 연구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