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함남 흥원 출생. 연세대 영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68년 <사상계> 신인 문학상에 '순례자의 잠'이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제2회 한국 문학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70년대> 동인으로 활약. 그의 작품은 절대적 허무 의식을 추구하고 있는데, '허무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허무를 직관의 인식작용으로 포착하고 내면 의식의 승화작용을 시도하면서 언어의 아름다움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시집으로는 '허무집', '풀잎', '빈자 일기', '소리집', '우리가 물이 되어', '바람 노래', '오늘도 너를 기다린다' 등이 있다.
[약력] 1945년 함경남도 홍원 출생 경기여중/연세대 영문/연세대 대학원 국어국문과 졸업 1968년 사상계 "순례자의 잠"외 2편으로 등단 동아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과 교수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수상 1971 시집 "허무집" 출간 1974 시집 "풀잎"출간 1975 산문집 "그물사이로" ,"추억제" 역서 "예언자" 출간 1977 시집 "빈자일기"출간, 산문집 "도시의 아이들"출간 1982 시집 "소리집"출간 1984 시선집 "붉은 강", 산문집 "누가 풀잎으로 다시 눈뜨랴" 출간 1985 산문집 "어두우니 별뜨는 하늘이 있네"출간 1987 시집 "바람의 노래"출간 1989 시집 "오늘도 너를 기다린다"출간 1992 시집 "벽속의 벽"출간
<2> 1945년 함남 흥원에서 태어났으며 서울에서 성장했다. 연세대학교 영문과 및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시집 '빈자일기'는 이 시인의 초기시를 특징지었던 허무의식과 죽음의 예감이 보다 깊어진 동시에 새롭게 부상한 사회역사적 관심사에 대한 폭넓은 성찰이 빛을 발하고 있다.
강은교, 그는 마력의 시인이요 주술의 시인이다. 강은교에게 있어 허무는 윤회사상으로 발전하고, 윤회사상에 바탕한 그의 시는
어느새 주술적 가락을 따게 된다. 구체적 삶의 형상화 속에 문득 죽음의 예감을 삽입시키기도 하고, 죽음의 음각 위에 사랑의 환희를
映寫시키기도 한다. 이 주술적 가락 속에서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언어들, 예컨대 뼈 살 물 모래 등은 해체된 삶의
무기미한 모습, 삶이 구극적으로 도달하는 허무의 실상, 의지와는 무관하게 형성진행되는 인간의 운명 등을 각각 상징함으로써 그의 시
자체를 영매적, 주술적인 것으로까지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 신경림(시인)
<<대표작 감상>>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시집 '우리가 물이 되어', 1986
[감상의 초점]
시의 제목부터가 매우 함축적이다. '우리', '물', '가뭄', '불', '넓고 깨끗한 하늘'의 영상을 떠올려 보자. '물'의
보편적 성질과 '가뭄'이 내포하고 있는 상징을 연결 지어 생각해 보자. 물과 가뭄이 대립적으로 짝을 이루어 가뭄은 물에 의해 그
갈증이 해소됨을 보이고 있다. '가뭄'을 인간적인 정이 고갈된 삶의 고독으로 볼 때, 시인이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물'이다.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와 '벌써 숯이 된 뼈'의 이미지를 그려 보자. '불'이 지난 뒤에 시인의 열망이 어느 시어에 나타나
있는가? 만남에 대한 화자의 태도의 흐름을 좇아 시를 이해해 보자.
[핵심사항] -성격 : 상징적, 의지적 -표현 : '물이 되어 만난다면'이라는 미래 가정법 형태로 시작하여 만남에 대한 소망을 물과 불의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형상화함. -특징 ① 이별의 고통, 슬픔, 한스러움이 아닌 만나고 싶은 열망, 만남에 대 한 기대를 적극적, 능동적 자세로 노래함. ② 물과 불의 이미지로 만남을 노래함. -구성 ① 물이 되어 만나고 싶은 심정(1, 2연) ② 물과 불의 대비(3연) ③ 불이 지난 뒤의 만남(4, 5연) -제재 : 물의 흐름과 만남 -주제 : 원시적 생명력과의 만남에 대한 희구
[감상의 길라잡이] (1)
이 시는 개성 있는 발상에 의해 '만남'을 노래한 5연의 자유시다. '나'와 '너'를 '우리'로 합일(合一)시킬 수 있는 매체인
물의 현상에 비겨 노래했다. 곧, 이 시는 이별의 슬픔이나 고통, 한스러움의 부정적인 상황을 탈피하여 만나고 싶은 열망,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 시의 구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제1,2연 :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그래서 이 세상의 가뭄을 해소시켜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노래한다. 제3연 :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고, 물의 세계와 불의 세계를 대비시키고 있다. 제4, 5연 :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불이 다 지난 다음에 물이 되어서 만나자는 내용이 나온다. 물, 불 그리고 불을 감싸는 물의 세계, 따라서 보편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 '물', '불'이 이 시의 중심이 된다.
이 시에서 '물'은 주체와 객체를 '우리'로 만나게 하는 매체이며, '가뭄'으로 상징되는, 기계문명의 편의성에 물들어 타인과의
교감 없이 메말라 가는 삶의 고독을 해소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이 유동적이면서 서로 완벽하게 하나로 섞일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우리가 물로 만나 흐를 때, 비로소 힘을 지니어 현대 사회의 여러 병폐에 찌들어 사라져 버리는
것들에 새 생명을 부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불은 무엇인가? 불은 삶의 기본 원리가 되는 물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것으로 죽음, 파괴, 파멸 등 바람직하지 않은 삶의 방향을 상징한다. 이제, 이 불이 모든 것들을 깨끗하게 태우고 지나간 후에
'넓고 깨끗한 하늘'에서 만나자는 것은 단순한 연인이나 친구가 아닌, 원시적 생명력과의 만남, 합일에의 희구라 할 수 있다.
(2)
이 시는 '물이 되어 만난다면'이라는 미래 가정법 형태로 시작하여 생명력의 합일에 대한 희구를 '물'과 '불'의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에서 '물'은 '나'와 '그대'라는 고립된 개체들을 '우리'로 합일시킬 수 있는 매개체이자,
'가뭄'으로 표상된 삶의 고독을 해소시킬 수 있는 객관적 상관물이다. 또한, '물'은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는 생명의 기원인
동시에, 다른 것들과 섞여 '아직 처녀인 / 부끄러운 바다'로 흘러감으로써 삶의 다른 세계를 맛보게 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인은 '물'로 상징되는 조화로운 합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들을 깨끗이 태워 버릴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기에, 3연에서 '불'로 만나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하는 것이다. 여기서 '불'은 삶의 기본 원리가 되는 '물'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것으로, 현실 세계의 부조리와 모순에 맞서는 대결의 정신을 의미한다. 그 때,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음을 발견한 시인은, 이 불이 지나가고 난 후, 모든 사람들이 '만리 밖'의 '넓고 깨끗한
하늘'에서 마침내 '흐르는 물'로 만날 것을 확신하게 되는 것이다. 시인이 지향하는 '넓고 깨끗한 하늘'이란 바로 완전한 합일과
충만한 생명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새로운 창조적 만남의 공간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