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 (1) 불러모음, ‘교회’란 말의 뜻
[교회, 하느님 백성의 친교]
누군가로부터 “교회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신앙생활을 20년이나 했는데 그것도 대답 못 할까?” 하고 반문하지만, 막상 교회를 설명하려고 하면 그동안 귀동냥한 것들이 뒤죽박죽되어 횡설수설하기 십상입니다. 세례 후 신앙생활을 통해서 내가 체험한 교회의 모습을 돌아보고 그중 좋은 기억을 추려서 내놓기만 해도 교회에 대한 좋은 설명이 될 텐데 말입니다. 사실 제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새신부로 첫 본당에서 주일학교 어린이 청소년 친구들 그리고 청년들과 지낸 시간을 돌아보면, 길게 느껴졌던 교리와 미사 시간도 신났던 여름 캠프와 숙연했던 겨울 피정도 모두, 내가 지금 있는 곳이 교회이고 그것이 교회의 삶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지 않게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교회가 공부 거리가 되고 사제의 연차가 쌓이면서 어느새 교회가 삶이 아니라 일로 다가왔고, 그럴수록 교회를 누군가에게 설명한다는 것이 더 복잡하고 어려워졌습니다.
여러분도 교회의 새 식구가 되었을 때는 교회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하면서 신앙생활을 기쁘게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교회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성사 생활, 성경 공부, 단체 활동은 열심인데 그러는 동안 교회는 점점 잊혔습니다. 신앙생활의 바탕인 교회를 감지하는 센서에 오류가 났습니다. 그저 “교회? 갑자기?”입니다. 오늘부터 여러분에게 건네려는 이야기가 언제부턴가 으레 그러려니 하고 묻어두었던 교회에 대해서입니다. 교회를 공부로 삼았던 실수(?)로 인해 이론적인 말을 많이 하겠지만, 그것들을 여러분의 체험으로 녹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교회’란 말의 뜻부터 알아볼까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천주교용어자료집』을 보면,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 모인 공동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가톨릭신자는 교회 다닌다는 표현보다 성당 다닌다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용어집에 의하면 ‘성당’은 ‘하느님을 경배하기 위해 축성한 거룩한 건물이며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하는 장소’입니다. 이렇게 교회는 모임이고 성당은 모임의 장소로 구별하는데, 사실 라틴어는 똑같이 ‘ecclesia’(에클레시아)입니다.
이 ecclesia가 한자어 ‘敎會’(교회)로 번역된 것입니다. 라틴어 ecclesia는 그리스어 ek-kalein(에크-칼레인)에서 나온 말인데, ek는 ‘밖으로’, kalein은 ‘부르다’란 뜻입니다. 결국 ecclesia는 어원적으로 ‘밖으로 불러서 모으다’ 곧 ‘불러모음’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불러모음’이란 의미가 교회(敎會)의 ‘모을 회’(會)자 안에 담겨 있으니, 적절한 번역인데 많이 모르고 지냅니다.
교회의 말뜻이 ‘불러모음’이라는 것은 교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합니다. 그것은 교회가,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신자들이 스스로 모인 공동체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당신의 무한한 사랑으로 구원의 은총을 주시고자 당신을 믿는 사람들을 ‘불러모은’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교회의 기원은 인간에게 있지 않고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셨습니다(2테살 2,14 참조)!
[2025년 1월 12일(다해) 주님 세례 축일 의정부주보 3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통합사목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