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년 중 제일 춥고 눈이 많이 온다는 소한(小寒)입니다
오늘은 일년 중 제일 춥고 또 눈도 많이 내린다는 절기상으로 소한이다. 얼마나 추웠으면 대한(大寒)이 소한 집에 놀러왔다가 얼어 죽었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소한 무렵에는 매서운 추위가 몰아친다. 오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그 이름 값을 하느라고 그랬는지, 대설(大雪) 주의보가 내려지고 아주 굵은 함박눈과 함께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 쳤다. 똑같은 눈이라도 어떤 눈이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다. 함박눈과 싸락눈이 주는 그 이미지는 당연히 다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청각적 이미지 역시 다르다.
이렇게 눈보라가 바람을 함께 몰아치는 날이면 누구나 자신의 삶을 한 번쯤 뒤돌아 보게 한다. 그 옛날 춥고 배고프던 시절 매서운 눈보라가 치던날, 코끝이 쨍하고 시린 코구멍에는 고드름이 매달리고 주먹진 손이 펴지지 않았던 기억들쯤은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눈보라가 몰아치면 나는 어느 순간 모든 가식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알몸을 그대로 드러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게 한다. 오늘 같은 날 자연의 장엄한 풍경앞에 섰을 때, 우리는 알몸으로 우주의 질서와 그것이 드러내는 진실을 마주하고 있음을 느께게 한다.
오늘도 나는 눈내리는 풍경이 너무 좋아 눈을 맞아가며 옷에 쌓이는 눈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걸어서 애경의 서점에 다녀왔다. 길거리에는 모든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옆걸음을 치며 걸어가고 있었다. 눈을 뜰 수가 없이 몰아치는 눈보라는 흐리멍텅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긴장감을 느끼게 하여, 오랜만에 막혔던 속이 확 뚤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비록 내 이 세상에 남아 있을 시간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더라도 새로운 내 삶을 찾아 나서서, 내 삶은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존재가 되자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해 보았다.